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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481 - Chapter 490

561 Chapters

제481화

문성원.둘째 부인은 친히 진충안의 겉옷을 벗겨주며 불만스럽게 말을 꺼냈다.“어머니께서 왜 갑자기 집에 돌아오신지 아시나요?”진충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연이의 혼사 때문에 오신 거잖아요. 당시 어머니께서는 저택을 떠나시면서 그 많은 땅과 점포들을 하나도 저희에게 남겨주시지 않고 연이만 총애하셨죠. 아마 그 애가 혼례를 올리면 그 땅문서들을 모두 연이의 혼수로 주시진 않을까 걱정이네요.”진충안은 불쾌한 어투로 대꾸했다.“그것들은 모두 어머니의 혼수이고 어떻게 처리할지는 어머니에게 달렸지. 우리가 욕심낸다고 될 일이 아니오.”“그 많은 손자들 중에 하나도 마음에 안 들고 유독 연이만 편애하시지 않습니까! 어차피 시집을 가면 남남인데요! 제가 서운하게 안 생겼습니까!”둘째 부인은 주절주절하며 불만을 표출했다.위씨 가문은 황실 상단 출신이었으나 나중에 호인과 통혼한 사단이 나면서 점점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하지만 이는 위 노부인이 혼인한 뒤의 일이고 노부인께서 진씨 가문에 시집을 오실 때는 두둑한 혼수를 챙겨왔던 것이다.쉬려고 누웠던 진충안은 다시 벌떡 일어나서 정색한 얼굴로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니께서 간만에 돌아오셨는데 가서 형수님이랑 잘 얘기해서 성심을 다해 효도나 하시오. 자꾸 불란을 일으킬 생각하지 말고. 승주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는데 집안이 화목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남겨선 아니 될 것이오. 그리고 작은 어머니가 왜 연회청까지 쫓아왔지?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가둬두라고 하지 않았소?”과거 위씨 노부인과 평처 여씨는 엄청난 힘겨루기 끝에 결국 위씨 노부인이 승리했다. 그리하여 여씨가 비록 평처이긴 하지만 자식들은 그녀를 작은 어머니라 불렀다.둘째 부인은 기가 한풀 꺾여서 답했다.“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니까 변방에 버려두고 오자고 했는데 나으리께서 굳이 모셔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승주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집안을 이렇게 소란스럽게 만들었으니,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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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오랜 시간이 흘러 셋째네 딸인 진연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 일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진백안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 들어 잠기가 싹 가셨다.“내가 어머니께 가서 상황을 설명해 드리면 되지 않을까?”“그걸 왜 서방님이 가서 얘기합니까! 셋째네 물건은 모두 저희의 손을 거쳤는데 이번 일은 둘째 도련님이 책임지셔야죠!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모든 걸 뒤집어쓸 수 있단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못해요!”진백안도 이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그럼 이 일을 어찌하면 좋지? 우리가 다른 점포를 연이에게 주면 안될까?”“왜 그래야 합니까? 그때 땅을 판 돈은 모두 집안 살림에 썼고 우리가 독식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왜 우리만 모든 걸 감당해야 하나요?”큰 부인도 갑갑하긴 마찬가지였다.진백안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그럼 임자가 기회를 봐서 제수에게 가서 얘기 좀 해봐. 그쪽에서는 어쩔 생각인지.”“저는 그 말 못 꺼냅니다. 하실 거면 서방님이 둘째 도련님에게 가서 얘기하세요!”큰 부인은 진백안을 곱지 않게 흘기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다음 날, 연경은 위씨 노부인과 함께 향을 올리러 남무사로 향했다.이곳은 승주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이라 일찍 출발했는데도 향객들이 적지 않았다.연로한 위씨 부인은 향을 올리고는 뒤뜰의 손님방으로 쉬러 가고 연경은 아현과 아민을 만나러 약속한 곳으로 향했다.남무사 뒤뜰에는 은색 꽃이 남발한 옥란나무가 곳곳에 자라고 있었다. 어젯밤에 비바람이 분 탓인지 나무 그루터기에 적지 않은 옥란 꽃잎들이 떨어져 있었다.연경은 나무 아래로 다가가 꽃들을 잠깐 감상했다.그러나 아현과 아민이 도착도 하기 전에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열다섯 남짓한 한 소녀가 갑자기 발이 미끌어지더니 한 준수한 소년의 품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소년은 소녀를 부축하기는커녕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소녀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다가 시종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선준 오라버니, 부축해 주지 그러셨어요?”연경은 오라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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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그는 황궁에 있는 첩자로부터 황제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허나 태자의 자리는 여태까지 비어 있으니 영지를 가진 왕야들도 슬슬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아직 경성에 있는 황자들의 파벌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경성은 최근 들어 엄격한 통제에 들어가면서 귀족이라고 해도 함부로 경성을 떠날 수 없게 되었다.손기욱이 날짜를 헤아려보니 위씨 노부인이 연경을 위해 준비한 연회가 곧 돌아올 것이다.태복은 굳은 표정의 그를 보고 조심스레 다가왔다.“나으리, 어쩐 일이십니까?”“금수원에서 유왕비에 보낸 서신들을 모조리 가져오거라.”유왕비가 후작부에 왔을 때부터 그는 금수원 사람들과 그녀가 결탁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래서 유왕비가 떠난 후에 사람을 시켜 금수원에서 나간 서신들을 모조리 중간에서 가로채도록 지시했다.잠시 후, 태복이 서신을 가져왔다.손기욱은 하나하나 다 뜯어보고는 서신을 들고 송학당으로 향했다.태복이 작은 소리로 그에게 귀띔했다.“나으리, 승주 쪽에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그쪽에서 소식이 오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어머니께 준비하라 말씀드려야겠다.”손기욱은 더 이상 연경과의 혼사를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진가네 저택에 도착한 연경은 지금까지 서신 한통이 없으니 그는 그녀가 떠나기 전 숨겨둔 쪽지를 찾아보며 그리움을 달래는 중이었다.한편, 송학당.노부인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일개 첩실이 죽은 것 때문에 매일 집안에서 창만 휘두르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나으리도 똑같습니다. 매일 앵무새만 보살피지 말고 방법을 좀 생각해 보세요!”짜증스러운 목소리에 노후작은 조용히 앵무새를 어멈에게 건네고는 말했다.“이제는 금위군 지휘사도 아닌데 무공 수련도 안 하면 다른 할 일도 없지 않은가!”“그 좋은 재능을 이렇게 썩히는 게 아까워서 그러지요! 관직이야 다시 알아보면 되지 않습니까!”노부인은 화가 나서 머리가 지끈거렸다.두 사람이 다툼을 벌이는 사이, 굳은 표정의 손기욱이 안으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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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두 노인은 갑작스러운 전개에 어안이 벙벙해 있다가 노부인이 먼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드디어 생각이 바뀐 것이냐? 그 진씨 가문은 뭐 하는 사람들이니? 적당한 상대라면 내 바로 혼사를 청할 준비를 하겠다.”“진연은 진 지부의 셋째 동생의 딸입니다. 진 지부의 어머니는 위씨 가문의 장녀이고 조상님은 황실 상단으로 일한 적 있습니다. 위씨 노부인은 예전의 화영군주이기도 하지요.”손기욱은 준비해 온 이야기를 모조리 털어놓았다.노후작은 그 말을 듣고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정도 가문이면 우리와 어울리기는 하지.”하지만 노부인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부라면 고작 사오품 관원 아니냐. 내 기억이 맞다면 위씨 가문은 호인과 통혼한 죄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던데. 너도 말했듯이 위씨 노부인은 예전에 군주였지만 나중에는 가문의 죄에 휘말려 신분을 박탈당하지 않았니? 그런 집안을 어찌 우리와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어?”손기욱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그 사람 아니면 혼인 안 할 겁니다.”노부인은 그제야 손기욱이 상의가 아닌 통보하러 온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너… 그 아이는….”노부인은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는 아들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동안 연경의 죽음 때문에 거의 넋이 나간 상태로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혼인을 하겠다니 이상했다.“시국이 혼란스러우니 강씨 어멈을 보내 혼사를 청하게 할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신경 쓰실 것은 없어요.”말을 마친 손기욱은 자리에서 일어섰다.노부인은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수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진연은 대체 누구입니까? 그렇게 좋은 사람이면 왜 이제 와서 혼례를 서두르는 걸까요?”“자꾸 애를 자극하지 말게! 저 아이가 원하는 사람과 혼인할 수 있도록 놔두란 말이야! 금수원 녀석들이 사고를 쳤으니 일이 터지는 건 시간 문제야. 차후에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은 기욱이뿐이란 말이네!”노후작은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는지 사람을 시켜 손유민과 송지운을 오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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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신국공의 본가는 승주에 있고 신선준은 신 국공의 늦둥이 막내아들로, 집안에서 꽤나 총애를 받는 존재였다.4년 전, 신국공이 돌아가셨을 때 셋째인 신선준이 몸소 노국공을 본가로 모셔다 장례를 치르고 3년간 효를 다했다. 그후에도 그는 줄곧 이곳 승주에 머물며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신선준은 준수한 외모에 진한 눈썹, 그리고 맑은 눈빛을 가진 소년이었다. 머리에는 백옥관을 쓰고 청색 기마복에 허리에는 반짝이는 검은 옥패를 찼다.귀티가 나는 얼굴에 늘 웃고 있는 눈매는 꽤나 호감이 가는 외모임은 틀림없었다.둘째 부인은 신선준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연경을 돌아보았다.“연아, 신가네 셋째 도련님이랑 아는 사이냐?”연경은 주저없이 답했다.“모릅니다.”그와 동시에 신선준이 말했다.“우연히 한번 마주친 적 있지요.”위씨 노부인은 신선준의 노골적인 시선에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좀 피곤하구나. 나와 함께 좀 쉬러 가자.”“예, 할머니.”연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큰 부인과 둘째 부인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신선준은 못내 아쉬운 눈길로 연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물었다.“전에는 왜 둘째 아씨를 못 본 것 같은데요?”둘째 부인이 웃으며 답했다.“저희 어머님이 예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세요. 연이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만 따라서 어머니께서 요양하러 장원으로 가실 때 데리고 가셨지요.”신선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아낸 사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오늘은 연경의 혼사뿐이 아니라 진씨 가문에서 이 기회를 빌어 당지의 관료들과 인맥을 쌓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기에 소년들 말고도 집안의 안주인과 아직 혼처를 정하지 않은 딸들도 많이 도착했다.신선준은 승주 소녀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집안도 좋지만 빼어난 외모와 학식 덕분에 인기가 많았다.잠시 후, 가문의 부인들이 딸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다가왔다.자신에게 쏟아지는 수줍은 시선에 신선준은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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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연경은 그 말을 듣고 부러운 눈길로 마장을 바라보았다.사랑만 받고 자란 사람이라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위씨 노부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둘째 부인이 다가왔다.“어머니, 연이의 혼처를 알아보실 거라면서 이렇게 피해 있으시면 어쩝니까?”둘째 부인은 연경의 손을 잡고 멀리 있는 신선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연아, 신국공네 셋째 도련님은 어떠니? 사람이 예의도 바르고 존귀한 집안 출신에 딱히 사고를 저지른 적도 없는 사람이야….”“우리 가문은 그런 높으신 집안과는 어울리지 않아.”위씨 노부인이 며느리의 말을 끊었다.둘째 부인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어머니, 셋째 도련님은 아무리 봐도 연이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요.”“얼굴만 보고 호감을 가진 거겠지. 우리 연이는 진심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할 것이야.”위씨 노부인은 불쾌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경성에도 소식을 보냈는데 무안 후작이 여태 오지 않고 있으니 초조한 마음도 들었다.말을 마친 노부인은 며느리에게서 시선을 돌려 연경에게 당부했다.“신가의 셋째는 어릴 때부터 모두에게 떠받들려 살아온 사람이다. 앞으로 다시 마주치면 온순하게 굴고 유별난 행동은 하지 말거라. 네가 거절하면 더 흥미가 생겨 네게 들러붙을 사람이니.”한편, 신선준은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곁에 있는 양서에게 물었다.“자네가 보기에 내 외모가 어떤가?”양서는 승주 관원의 막내아들로 평소에 신선준과 자주 어울리는 친우였다.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신선준을 바라보며 대꾸했다.“또 무슨 악취미가 발동했는가? 승주의 소녀들 중에 자네의 외모를 선망하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마구나 하러 가지.”“그런데 왜 그 여인은 내게 관심이 없지?”신선준은 암담한 얼굴로 중얼거렸다.그 말을 들은 양서는 흥미가 돋았다.“자네에게 관심이 없는 처자가 있단 말인가? 누군지 어서 말해보게. 누가 그렇게 지조가 있는지 궁금하군!”신선준은 경계 어린 시선으로 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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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연경은 가슴이 철렁하여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누님이라는 호칭을 신선준을 통해 들으니 다른 의미가 느껴졌다. 진형욱이나 송육진이 부르는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말했다.“도련님께서 저를 그렇게 부르시면 제가 당황스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신선준은 사람을 시켜 진연이 자신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났다는 것을 알아내고 누님이라고 부른 거였다.그녀가 마침내 자신에게 시선을 주자 소년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누님, 그리 예의 차릴 것 없습니다.”눈치가 없는 진형욱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준 형님의 마구 실력이 아주 좋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혹 저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연경은 소년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뜨렸다. 송육진과 진형욱은 비슷한 또래이지만 어른스러운 송육진에 비해 진형욱은 여전히 어린애 같았다. 하지만 위씨 노부인은 큰 백부네와 둘째 백부네를 믿지 말라고 했으니 겉으로 보이는 느낌만 믿을 수는 없었다.진충안은 승주에 오자마자 인맥을 넓히려고 동분서주하는 것으로 보아 야망이 큰 사람으로 보였다.신선준은 국공부의 사람으로 승주에서는 가장 존귀한 존재였다. 진형욱은 진충안의 아들이니 이 기회에 신선준과 친해지려 하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신선준은 소년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누님, 가서 말부터 고를까요?”연경은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선준 도련님, 그런 호칭으로 저를 부르지 말아 주세요. 어르신들이 들으시면 분명히 제게 뭐라 하실 겁니다.”“그럼 둘만 있을 때 부르면 되지요. 만약에 누가 누님을 곤란하게 한다면 제가 나서서 해결해 드리겠습니다.”그는 해명이 아닌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진형욱은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선준 형님, 둘째 누님, 어서 마구 하러 가요.”신선준은 연경 남매를 따라 말을 고르러 갔다.연경은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손기욱은 그녀에게 기마술을 가르쳤지만 제대로 가르친 적은 없고 대부분 상황에 두 사람은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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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그녀가 바로 신선준의 사촌동생으로, 오늘도 신선준을 쫓아 이곳으로 온 거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신선준 때문에 그녀는 한참을 찾다가 마침내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쫓아갔다.“선준 오라버니!”그녀의 눈에는 오직 신선준만 보였다. 그러다 뒤늦게 그가 한 낯선 여인의 옆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연경은 사실 매우 긴장한 상태였지만 신선준의 도움을 받기 싫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겨우 말에 올라탔다.신선준은 백마를 다독이며 팔을 쭉 벌리고 있었는데 만약에 연경이 낙마하기라도 한다면 당장 그녀를 받아줄 태세였다.민설아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연경을 뜯어보았다.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민설아의 시선은 연경이 타고 있는 백마로 향했다.“선준 오라버니, 아까 제가 이 말을 빌리자고 할 때는 거절하시더니….”신선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하지만 민설아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거기, 우리 시합 좀 해!”연경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진형욱을 바라봤다.진형욱은 신선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신선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소녀에게 물었다.“무슨 시합?”그 말투는 마치 이미 자신은 연경과 같은 편이라는 뜻을 강조하는 듯했다.연경도 민설아를 보고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뒤늦게 그녀가 바로 남무사에서 신선준을 쫓아다니던 그 소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연경은 두 사람 사이에 끼기 싫어 부드러운 말로 거절했다.“저는 마구를 잘하지도 못하니 그냥….”민설아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난 선준 오라버니랑 양서 오라버니와 같은 편을 할 거야!”진형욱은 주저없이 환호를 질렀다.“좋아요! 둘째 누님, 저와 함께해요!”말을 마친 소년은 관망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잠시 후, 진가의 넷째와 다섯째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두 사람은 연경을 바라보며 호언장담하듯 말했다.“연이도 마구를 하려고? 우리가 같은 편이 돼주지! 형욱이 넌 비켜. 어린애들이 낄 자리가 아니야.”진씨 가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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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손기욱은 강씨 어멈보다 이틀 늦게 출발했다.시국이 혼란스러운 지금, 그는 금위군 지휘사로서 함부로 경성을 떠날 수 없었다. 원래의 계획도 강씨 어멈이 가서 혼인을 청하는 거였다.다만 그는 최근 들어 불안함을 잠재울 수 없었다. 연경은 지금까지도 친필서신을 보내오지 않았다. 결국 그는 궁문 앞으로 가서 이틀을 기다려 마침내 황제를 알현할 수 있었다.그가 어떻게 황제를 설득하고 뭘 타협했는지는 그와 황제 두 사람만 아는 일이었다.경성을 떠나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그날 밤, 그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바로 출발했다.그는 밤낮을 달려 표국의 분기점에서 쉬고 있다가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를 발견했던 것이다.태복은 싸늘하게 굳은 그의 표정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나으리, 어쩐 일이십니까?”“그 아이의 얼굴이 너무 시선을 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손기욱은 그동안의 불안감의 이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뻔뻔한 자식!’태복이 긴장한 어투로 물었다.“혹 누가 둘째 아씨를 마음에 들어한답니까?”손기욱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날아서라도 그녀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나으리, 오늘은 일찍 쉬시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시지요.”태복은 이글거리는 손기욱의 눈빛을 보고 다급히 그를 위안했다.그의 표정을 보면 오늘도 밤을 새워 달릴 기세였다. 하지만 태복은 이미 많이 지친 상태였고 엉덩이가 아파서 더 이상 말을 탈 수 없었다.익숙하지도 않은 곳에서 밤을 새워 달리다가 다치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손기욱은 한참 고민하다가 한숨을 쉬고는 방으로 향했다. 그의 시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왔다. 그는 태복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손을 뻗어 직접 서신을 받았다.이번에는 연경과 신선준이 같이 마구 시합을 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연경은 억지로 등 떠밀려 시합에 참가한 후, 말을 타는 데만 온 정신을 집중한 나머지 거의 공은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신선준은 민설아와 같은 편인데도 일부러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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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백마는 곧 속력을 멈추고 연경은 그대로 몸에 힘이 풀려 말 아래로 미끄러졌다.신선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에서 뛰어내려 떨어지기 직전인 연경을 부축했다.연경은 재빨리 팔을 그의 손에서 빼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난감하지 그지없었다.“감사해요.”진형서와 진형오가 곧바로 달려와서 그녀를 부축했다.“다치진 않았어?”진형서는 신선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연이는 줄곧 장원에서 요양하다 보니 기마술이 익숙지 않습니다. 선준 도령이 도와줘서 천만다행이지요.”말을 타고 달려온 민설아는 거만하게 연경을 내려다보며 비아냥거렸다.“말을 탈 줄도 모르면서 왜 시합에 참가한 거지? 진작부터 기마술이 익숙지 않다고 말했으면 시합을 제안하지도 않았을 텐데.”신선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굳이 굳이 하자고 해서 한 거지 않니?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워!”말을 마친 그는 민설아의 말을 향해 채찍을 휘둘렀다. 놀란 말이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고 민설아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신선준은 그제야 맑은 눈으로 연경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제가 진 소저를 책임지겠습니다. 차후에 저택으로 찾아가 혼사를 청하지요.”“마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신 도령. 감사 인사는 제가 드려야지요. 이 일로 혼사를 청한다면 사람들이 제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할 것 아닙니까.”연경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은혜를 원수로 갚다니?”신선준은 흥미롭다는 듯 연경을 바라보았다.‘내가 그렇게 싫은 건가?’진형오가 웃으며 연경의 등을 다독였다.“연이 너 언제부터 이리 농을 잘하게 되었느냐?”진형서는 관망대를 힐끗 바라보고는 진중하게 말했다.“신 도령,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이 일을 함부로 거론하지 않을 겁니다.”신선준은 수많은 가문들이 탐내는 사윗감이고 머리가 제대로 된 사람들이라면 신국공부와 어떻게든 연줄을 대기 위해서라도 그의 선행을 널리 알릴 것이다.승주 사람들은 워낙 말을 타고 놀기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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