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시녀의 생존수칙 / Chapter 501 - Chapter 510

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501 - Chapter 510

561 Chapters

제501화

연경은 입술이 부르튼 채로 둘째 부인을 만날 수 없었다.다급한 마음에 그녀는 손기욱을 장롱 안으로 밀어넣고 손기욱은 그녀를 잡아당겨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다리가 긴 손기욱은 몸을 잔뜩 웅크려서야 안에 숨을 수 있었고 연경은 하는 수없이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뜨거운 그의 체온을 느껴야 했다.안으로 들어온 둘째 부인연 연경이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며 물었다.“연이는 어디 있느냐? 방으로 돌아온 거 아니었어?”“아씨는 정원을 좀 산책하고 싶은데 노부인 병수발에 게을리한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몰래 나가셨습니다.”아현은 더듬거리며 답하고는 방 안 곳곳을 힐끔거렸다.둘째 부인은 그 얘기를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뭘 그리 눈치를 봐. 어휴.”그녀는 연경이 돌아올 때를 기다리려는 듯, 자리에 앉았다.좁은 장롱 안에서 손기욱의 품에 안긴 연경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정수리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숨결이 귓가로 옮겨갔다. 손기욱은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그녀에게 물었다.“경아, 내가 보고 싶진 않았느냐?”연경은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왜 하필 이런 때에 소리를 낸단 말인가.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힘껏 그를 흘겨보았다. 날카롭던 손기욱의 눈빛은 다정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고 은은한 서운함도 담겨 있었다.초췌한 그의 안색과 찌푸린 미간을 보니 연경의 원망도 눈 녹듯 사라졌다.손기욱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갖다대더니 입술을 그녀의 얼굴에 대고 부볐다.“그 녀석을 위해 이리 곱게 단장한 것이냐?”잔뜩 긴장한 연경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밖에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좀 닥치세요!”손기욱은 서운함을 금할 수 없었다.그리워했던 이는 그를 보고 반가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언제나 예의 바르고 공손한 그녀가 유독 그에게만 역정을 낸다는 건 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의미가 아닐까?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살은 전혀 찌지 않은 것 같았다.연경은 그가 허튼 짓을 못하도록 그의 손을 잡았다
Read more

제502화

“안 오셨어요. 혹 길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연경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이따가 나가서 찾아봐야겠구나. 위씨 노부인은 대체 무슨 병이기에 손님도 못 만난다는 거냐?”연경이 노부인의 병세를 얘기하자, 손기욱은 한참 침묵했다.변방에 있을 때도 노인은 이렇게 허약하지 않았다.“저에게 금으로 된 장명쇠가 있는데 아마 매화당 창고에 있을 거예요. 구석진 곳에 작은 상자가 하나 있는데 장난감과 같이 있어요. 나으리, 혹 사람을 시켜 그걸 가져다주실 수 있을까요?”“그건 왜? 네 오라비와 남동생들이 적지 않은 선물을 준 거로 아는데.”연경은 부루퉁한 그의 말투에 의심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으리, 화내고 계신 겁니까?”“내가 이런 사소한 일에 화를 낼 만큼 그리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이더냐? 그랬으면 그 녀석에게 안겨 말을 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피를 토하며 쓰러졌겠지.”손기욱은 홧김에 말이 거침이 없었다.방 안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는 뒤늦게 미간을 찌푸리며 연경의 눈치를 살폈다.처음으로 형제들 간의 우애를 느껴본 연경은 잔뜩 날이 서있는 손기욱의 말투에 서운함을 느꼈다.“걱정 마십시오, 나으리. 나으리께서 이렇게 제게 공을 들이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나으리를 배신하겠나이까.”“경아, 나는….”“어서 돌아가십시오.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되지 않습니까.”연경은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고 싸늘한 얼굴로 축객령을 내렸다.손기욱은 심신이 피로한 상태로 진씨 가문에 와서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니 말투가 곱게 나올 수가 없었다.그는 말실수를 깨닫고 조심스럽게 연경과 시선을 맞추었다.“내가 실수했구나. 화 풀거라. 진씨 집안 사람들이 내가 너와 어울리는 짝이 아니라고 하니 급해서 그랬다. 일부러 그런 건….”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아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욱 도련님이 어쩐 일이십니까?”곧이어 창가 쪽에서 아민이 손기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연경은 싸늘한 얼굴로 그를 창가로 밀었다. 손기욱은 마지못해 창을 넘
Read more

제503화

손기욱이 승주에 도착한 다음 날이 되어서야 강씨 어멈은 허약한 몸을 이끌고 승주에 도착했다.손기욱을 만난 노인은 힘없이 말했다.“내가 다시 경성으로 돌아온 것인가? 이런 몹쓸 것들! 내 승주로 가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도련님을 위해 혼담을 청하지도 못하였는데!”손기욱은 잔뜩 초췌해 보이는 어멈을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어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연상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경성을 떠난지 3일 째에 어멈은 갑자기 구토와 설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소인은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의원을 부르고 이틀 쉬어가기로 했지요. 의원은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서 그런 거라며 천천히 적응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였습니다.”“내가 생각이 짧았군.”손기욱은 갑자기 무형의 손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씨 어멈은 전에도 먼 길을 떠난 적 있었고 한 번도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았다. 위씨 노부인도 건강이 안 좋았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적은 없었다.잠깐 쉬고 정신상태가 회복된 강씨 어멈은 손기욱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나으리도 승주에 오셨습니까? 지금 경성 시국이 불안한데 오지 마셨어야 했어요. 지금 당장 진씨 가문에 가서 혼담을 청합시다. 일이 끝나면 곧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세요.”손기욱은 강씨 어멈의 어깨를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서두를 것 없어요, 어멈. 일단 오늘은 푹 쉬어두세요. 어멈이 진가네 저택에서 쓰러진다면 오히려 일이 복잡해질 테니까요.”강씨 어멈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제 몸이 일을 그르쳤군요. 나으리께서는 소식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뒤쫓아오신 겁니까?”손기욱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건 아니고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왔습니다.”그는 그리움에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매향원을 샅샅이 뒤져서 모든 쪽지를 찾아낸 그였다. 그는 너무 성급하게 찾은 게 아닌지 후회했다. 두 달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강씨 어멈은 멈칫하더니 그의 어깨를 툭 쳤다.“어찌 그리 성급하십니까!
Read more

제504화

그의 손이 흠칫 떨리더니 곧바로 시종을 시켜 처방지를 다시 가져오게 했다.“어휴, 내 정신 좀 봐! 처방을 잘못 썼네요!”그는 원래의 처방을 마구 구겨 던지고는 새 처방전을 쓰고 몰래 연경의 눈치를 살폈다.의원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는 정중히 말했다.“노부인의 체내에는 오래된 잔독이 있습니다. 앞으로 드시는 모든 것을 조심히 살펴야 할 것입니다.”그는 방 안의 향을 맡아보더니 말을 이었다.“몸이 다 낫기 전까지는 향도 안 피우는 게 좋겠습니다.”그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 평안부적은 경성 서씨 가문 서주행의 신물이었다.둘째 부인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연경도 의원의 말투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녀는 위씨 노부인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푹 쉬고 계세요. 저는 의원님께 약 좀 받아올게요.”그 모습을 본 둘째 부인이 다가와 침상 옆에 앉으며 말했다.“연이 넌 어서 가보거라.”연경은 정중하게 의원을 모시고 다른 방으로 가서 차를 내어주고는 경춘과 추연에게 눈짓하여 주변을 물렸다.방에 둘만 남게 되자,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의원님, 이제 사실을 말씀해 주시죠. 할머니께선 왜 이렇게 오래 의식을 잃고 계셨던 건가요?”의원은 식은땀을 훔치고는 연경의 허리춤에 걸린 평안부적을 가리키며 물었다.“아… 아씨, 이… 이 평안부적은… 참으로 특별하네요.”연경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평안부를 빼서 그에게 보여주었다.“전에 경성에 놀러간 적 있었는데 그때 그곳에서 의술이 뛰어난 신의와 친분을 쌓게 되었지요.”“그 신의의 성함이 뭔가요?”“서주행 의원님입니다.”의원은 곧바로 평안부를 연경에게 돌려주고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씨, 제가 하마터면 큰 죄를 저지를 뻔하였네요. 아둔한 자를 벌하여 주십시오.”예전에 그의 아들이 괴상한 질병에 걸린 적 있었는데 의원으로서 그는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었다. 그때 마침 승주에 왔던 서주행이 죽을 위기의 아들을 구해주었다. 다만 앞으로 줄곧 탕약을 달고 살아야
Read more

제505화

같은 질문을 연경은 조금 전 의원에게도 했었다.그녀는 일부러 둘째 부인을 시험하고 있었다.누군가가 위씨 노부인의 목숨을 노린다면, 그녀의 혼사와 관련된 일이거나, 집안의 내부 비밀과 관련되어 있을 테니, 대비를 안 할 수가 없었다.연경은 노부인이 끝내 만나지 못한 따님을 떠올리고 눈시울을 붉혔다.“할머니께 무슨 일이 있지는 않겠죠?”둘째 부인은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안쓰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렴. 그 돌팔이의 말을 믿어서 이틀이나 시간을 지체했구나. 내 지금 당장 선준 도령을 찾아가서 부탁을 해볼 테니, 아마 그 의원을 모셔올 수 있을 게야.”부인은 곧바로 어멈을 시켜 선물과 마차를 준비하고 큰 부인에게 병수발을 부탁했다.연경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며 둘째 부인에게 말했다.“저도 같이 가게 해주세요.”둘째 부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신선준이 연경에게 호감이 있으니 그녀를 데려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진씨 가문의 장남인 진백안은 손기욱을 접대하고 있었다.하룻밤 쉬고 옷도 갈아입은 손기욱은 한결 나아진 기색이었다. 특히나 일부러 화사한 색상의 두루마리를 입고 날카로운 표정은 자제한 채, 부드럽고 겸손한 인상으로 다시 돌아왔다.진백안은 어제 그를 마주한 적이 없으니 그에 대한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다.그가 상상했던 무안 후작은 우람진 체격에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사내였다. 그가 변방에 있을 때 만나왔던 무장은 대부분 그런 모습이었다.그래서 손기욱을 처음 본 순간, 바로 호감이 생겼다.손기욱은 진백안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씨 가문의 장남은 상술이 뛰어난 인재에다가 평소에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길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오늘 이리 뵈니 역시 소문대로였군요.”진백안은 돈을 벌어 집안 살림을 꾸리고 있지만 일족 내에서는 줄곧 진충안만 떠받들어 많이 위축된 상태였다. 진백안이 아무리 장사를 잘해도 사람들은 그가 진충안의 덕을 보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이렇게 만나자
Read more

제506화

밖으로 나가서 치풍을 만난 후에야 그는 연경이 둘째 부인과 함께 신선준의 저택을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손기욱은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그의 눈치를 살피던 치풍이 조심스레 물었다.“진충안 내외는 신국공과 연을 대고 싶어하는데 나으리, 쫓아가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정곡이 찔린 손기욱이 음침한 얼굴로 말했다.“경이는 날 배신하지 않아.”단순한 치풍은 금세 표정을 풀며 말했다.“그럼 제가 객잔까지 모셔다….”“신가네 저택으로 간다.”놀란 치풍이 되물었다.“나으리, 아씨께선 절대 배신하지 않을 거라면서요?”손기욱은 짜증스럽게 눈을 치켜떴다.“내가 신가네 셋째를 만난다는데 뭐 문제 있어?”“소인이 길을 안내하겠습니다!”위험을 느낀 치풍은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신씨 저택.신선준은 통방 둘을 불러 각자 은표를 챙겨주며 이제는 저택을 나가서 혼처를 알아보라고 했다.“이건 너희 두 사람의 인신 계약서야. 관아 쪽엔 이미 잘 말해두었으니….”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방 둘은 그의 발치에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도련님, 저희를 내쫓지 말아주십시오! 절대 문제를 만들지 않고 앞으로 도련님께서 혼인을 하시면 부인과 도련님을 잘 섬기겠습니다!”신선준은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내 너희를 홀대한 적이 없거늘, 이제 우리의 인연이 다했으니 구차하게 질척거리지 말거라.”두 통방은 음침하게 변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눈물을 훔치며 버티고 있었다.그리고 이때, 문지기가 와서 진가의 둘째 부인과 진연이 왔다고 알렸다.신선준은 기쁨을 금치 못하며 두 사람을 향해 손을 휘휘 저었다.“어서 가거라.”두 사람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밖으로 향하던 신선준은 생각이 바뀌었는지 다시 돌아와서 두 시녀를 보고 말했다.“원하는 게 있다면 지금 말해보거라.”한 시녀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소인은 혼인을 원치 않습니다. 그저 도련님의 곁에 남고 싶습니다.”이미 신선준의 여인이 된 몸, 나가서 혼인을 한다고 해도 이곳에 있는
Read more

제507화

신선준과 연경 사이에는 아직 혼담이 오간 적이 없는데 두 통방이 연경에게 사정할 이유는 없었다.연경과 둘째 부인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진씨 가문이 국공부와 연을 맺기를 원하고는 있지만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일인데 진연의 명성을 어지럽히는 일은 원치 않았다.연경은 억지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이건 너희 신씨 가문의 일인데 왜 외부인인 나에게 사정하는 것이냐?”둘째 부인도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거들었다.“참으로 우습구나. 우리 가문에 시녀가 없는 것도 아닌데 너희의 시중이 왜 필요하다는 거지?”신선준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연경이 있는 앞에서 화내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그는 이를 갈며 두 시녀에게 으름장을 놓았다.“당장 꺼지지 못할까!”음산한 그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두 시녀는 말까지 더듬으며 사정했다.“아씨, 소… 오인은….”이때,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신가의 손님을 대하는 방식은 참으로 독특하군. 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자신의 결백이 더럽혀질 것을 각오하고 와야 하는 것인가?”그의 뒤로 문지기가 헐레벌떡 뛰어오며 신선준에게 고했다.“도련님, 이분은 경성에서 오신 무안 후작이십니다.”신선준은 손기욱은 상대하기도 싫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그러고는 정중한 얼굴로 연경에게 말했다.“누님, 화낼 것 없습니다. 저 둘이 허튼소리를 한 것이고 외부에 알려질 일은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손기욱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는 외부인이 아닌가?”신선운은 음침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정직하신 무안 후작께서 허튼 소문을 퍼뜨려 누님의 명성을 더럽히지는 않겠지요.”손기욱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연경을 바라보았다.‘능구렁이 같은 자식!’분명히 그의 통방이 저지를 잘못을 그는 말 몇 마디로 책임을 손기욱에게 돌렸다.손기욱은 진가네 둘째 부인 앞에서 결례를 범하기는 싫어 그에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그는 정중히 둘째 부인을 바라보며 인사했다.“진부의 둘째 부인이시군요
Read more

제508화

“내 자네의 큰형님과는 친분이 좀 있네. 오늘은 친우 대신 자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렸을 때처럼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니지는 않는지 보러 왔다네.”둘째 부인은 순간 나이가 어린 신선준이 예의가 없다고 느꼈다. 연경도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손기욱을 보고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손기욱의 시선은 알게 모르게 자꾸만 연경을 향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부딪친 순간, 연경은 그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를 읽었다.연경은 가슴이 철렁하여 재빨리 시선을 회피했다.그의 말주변에 밀린 신선준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평소의 오만한 표정을 거두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손 후작은 농도 잘하시는군요. 신국공부와 무안 후작부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제 형님께서 당신에게 제 안부를 부탁하셨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경성의 시국은 변화를 예측할 수 없지. 자네의 큰형은 요즘 불안하여 거의 집밖을 안 나가고 있어. 자넨 언젠가는 돌아가서 국공부를 관리해야 할 거네. 계속 승주에서 한량처럼 지내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야.”손기욱은 마치 정말 신선준을 설득하러 온 인자한 어른처럼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하지만 사실상 신선준에게 국공부를 모른 체하고 놀기만 좋아한다고 비꼬는 것과 같았다.말문이 막힌 신선준은 조용히 연경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수상한 분위기를 느낀 둘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급히 왔더니 다리가 좀 아프네요. 나으리, 선준 도령과 먼저 이야기하고 계세요. 연아, 우린 마차에 가서 좀 기다리자꾸나.”손기욱은 더 이상 신선준과는 할 말이 없다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인에게 말했다.“제가 모시겠습니다, 부인.”주객이 전도된 상황에 신선준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길게 심호흡하여 분노를 억누르고는 성큼성큼 연경에게 다가갔다.“누님, 제가 둘째 삼촌댁으로 안내하죠.”손기욱은 조용히 신선준과 연경 사이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속으로 많이 불쾌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둘째 부인은
Read more

제509화

“새 독이라니요?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요?”연경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성은 아직 남아 있어 잔독에 대해 묻지 않았다.노부인의 건강 상태는 줄곧 좋지 않았고 그녀의 어머니는 이 집안 사람들과 같은 장명쇠를 가지고 있었으니, 연경은 이 집안 사람들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합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물며 양반가문에서 평처를 들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잔독은 아주 오래전에 벌어진 사건 같고 노부인의 몸 상태는 아마 그것 때문에 나빠진 것 같았다.둘째 부인도 당황스러웠다. 승주에 돌아온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소문이라도 나면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 분명했다.“의원님, 큰 나으리와 둘째 나으리 두 분 다 화목하시고 노부인은 줄곧 연이 아씨와 함께 장원에서 요양을 하시다가 승주에 오신지 얼마되지도 않았습니다. 평소에 누구와 마찰을 빚은 적도 없고 드시는 음식 모두 신경을 썼는데 중독이라니요?”둘째 부인 신변의 어멈이 의문을 제기했다.둘째 부인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게요. 어머님은 대체 무슨 독에 걸리신 겁니까? 범인을 잡으면 엄벌에 처할 것입니다!”연경은 두 사람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일단은 진정하시고 의원님 말씀을 들어보죠.”하려던 말을 다한 둘째 부인과 어멈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신 의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수염을 쓰다듬더니 말했다.“탕약 찌꺼기는 아직 남아 있는가? 어제, 오늘 아침에 노부인은 뭘 드셨소?”연경은 곧바로 추연을 시켜 약찌꺼기를 가져오게 했다.한씨 어멈이 다가와 위씨 노부인이 드셨던 음식을 상세하게 읊었다.“노부인의 몸 상태는 줄곧 좋지 않았지만 그동안 요양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했습니다. 변방에서 승주까지 오실 때도 기절한 적 없으셨는데 최근 며칠 사이 벌써 의식을 잃은 게 세 번째입니다.”신 의원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시녀가 탕약 찌꺼기를 가져오자 그는 자세히 살펴보았다.“약재에는 문제가 없네. 다만 노부인은 기혈이 허약하신데 이 처방은 양이 너무 과했어.”
Read more

제510화

승주의 많은 귀족들이 그를 찾아와 진료를 청해도 모두 거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신선준이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신 의원은 새로운 처방을 써주고 주의사항을 자세히 당부했다.“더 이상 노부인을 자극하면 안 되네. 지금은 비록 잠들어 계시지만 가끔은 자네들이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을 게야.”연경은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할머니는 언제 깨어나실까요?”신 의원은 눈물범벅이 된 연경을 보고 측은지심이 들었다.“그건 운에 맡겨야겠지. 내 내일 다시 오겠네.”방안에 있던 두 부인과 연경은 서둘러 감사를 표했다.연경은 친히 신 의원을 배웅하다가 대청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선준을 보고 다가가서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도령.”신선준은 성큼 다가와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부축했다.“쿨럭!”진백안은 불쾌한 눈으로 눈을 부릅뜨며 헛기침을 했고 연경은 서둘러 팔을 빼고 뒤로 물러섰다.신선준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누님의 일은 곧 제 일이기도 합니다.”신 의원이 말했다.“아무 일 없다면 이만 돌아가 보겠네. 내일 다시 오지.”신선준은 기대에 찬 눈으로 삼촌을 바라봤다.“삼촌….”신 의원은 연경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허, 참! 녀석!”진백안은 사람을 시켜 의원을 위해 차를 내오게 하고 노부인의 병세에 대해 물었다.신선준은 원했던 대로 연경과 대화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눈과 눈가에 묻은 눈물을 보자 그는 안쓰러운 듯 말했다.“누님, 상심하지 마세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얘기하세요.”그는 당장 그녀를 품에 안고 달래주고 싶었다.손끝에 아직도 부드러운 촉감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연경을 바라보며 속에서 치미는 욕구를 억눌렀다.“안 그래도 도령에게 부탁할 게 좀 있습니다.”연경이 친히 신 의원을 배웅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손기욱이 있었다면 그에게 부탁했겠지만 그가 자리에 없으니 신선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Read more
PREV
1
...
4950515253
...
5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