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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시녀의 생존수칙: Kabanata 491 - Kabanata 500

620 Kabanata

제491화

진가 저택 양심재.밤새 잠을 설친 연경은 눈밑이 거뭇거뭇해서 노부인에게 문안을 드리러 갔다.“할머니는 좀 괜찮으세요? 괜히 놀라게 해드린 것 같아 너무 송구스럽네요.”어제 연경이 하마터면 낙마할 뻔한 광경을 보고 위씨 노부인은 다급한 마음에 흉통을 호소하며 정신을 잃었다.한씨 어멈이 한숨을 쉬며 답했다.“어젯밤에 한번 정신을 차리셨으니, 며칠 요양하시면 괜찮아질 거예요. 노부인의 몸상태는 줄곧 이러했으니 둘째 아씨도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할머니를 뵙고 싶어요.”승주에서 연경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위씨 노부인이었기에, 그분이 잘못되는 건 바라지 않았다.날은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노부인의 방에는 아직도 난로를 피우고 있었다. 고요한 방 안에서는 탕약의 쓴 향기가 가득했다.노부인은 침상에 누워 창밖의 파초나무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연경의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흐릿한 의식 너머 노인은 마치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자신의 친딸을 보는 것 같았다. 노부인은 다급히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연경은 동공이 풀려 있는 노인을 보고 다급히 달려가서 손을 잡아주었다.“할머니, 좀 괜찮아지셨나요? 할머니?”몇번이나 불러서야 노부인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연경을 알아본 노인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난 또 우리 아가가 돌아온 줄 알았구나. 내 딸아이가 돌아온다면 분명 너처럼 어여뻤을 것이야.”한씨 어멈이 굳은 표정으로 방 안에 있던 시종들을 물렸다.어멈은 문을 닫은 후에 작은 소리로 귀띔했다.“노부인, 잊으셨습니까? 막내 아씨는 출산 도중에 난산으로 돌아가시지 않았습니까?”연경은 시선을 피하는 한씨 어멈을 보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양반가에 말못할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위씨 노부인은 연거푸 한숨만 내쉬다가 눈시울을 붉히더니 마침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연경은 노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다급히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위로했다.“할머니, 저를 아가라고 부르고 싶으시다면 제가 할머니의 아가가 되어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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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위씨 노부인은 번쩍 눈을 뜨며 싸늘히 대꾸했다.“연이의 혼처는 내가 이미 생각해 둔 사람이 있으니 너희가 신경 쓸 건 없다.”진충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느 가문의 도련님을 생각하고 계신가요?”그동안 그는 혼자 출세의 길을 개척했고 위씨 노부인은 그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어머니가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건 진충안 역시 알고 있었다. 다들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만 가끔 그는 어머니의 냉철함이 서운하기도 했다. 진연의 외모는 지나치게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왕이면 그녀를 자신의 출세길에 도움이 되는 집안에 보내고 싶었다.‘내가 이 집안의 가주인데!’둘째의 속을 훤히 들여다본 위씨 노부인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셋째네가 남기고 간 유일한 자식이다. 연이를 이용해 출세할 뻔한 속셈은 당장 집어치워!”정곡을 찔린 진충안은 당황하지 않고 재차 물었다.“그래서 마음에 두고 계신 이가 누구입니까?”위씨 노부인은 속이 갑갑하여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경성의 무안후작이다. 한때 변방에서 왜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진국 대장군이지! 현재는 금위군 지휘사를 임하고 계시다 하더구나!”얘기를 들은 진백안은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둘째야, 신가네 셋째보다 더 귀한 분이로구나.”진충안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반박했다.“어머니는 아직 모르고 계셨나 보군요. 무안 후작은 일전에 폐하의 눈밖에 나서 이미 지휘사 직을 잃었습니다. 하물며 나이도 많으니 연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에요.”그는 줄곧 경성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손기욱은 한때 그가 연줄을 대고 싶었던 인물 중의 한명이라 그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었다.“무안 후작이 나이가 몇인데 그러니?”진백안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진충안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연이보다 대략 열 살은 많은 것 같습니다.”진백안은 순식간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아는 사람 중에 서른이 되어가는 사내들은 벌써 노화가 오고 기력이 허해져 배가 나온 인물들뿐이었다.꽃처럼 사랑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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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진충안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어떻게 찾습니까? 진정하세요, 어머니.”위씨 노부인은 젊었을 적에 가문의 재력과 세력이 있었기에 긍지가 높고 강압적인 사람이었다.진 대인은 생전에 첩실을 둘 두었는데 모두 위씨 노부인이 친히 간택하여 들인 사람들이고 진 대인은 딱히 그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나중에 어쩐 이유에서인지 진 대인은 둘째 부인인 조씨에게 빠지더니 밖에 저택을 두고 두 집 살림을 했다. 그는 몰래 조씨가 낳은 아이들을 위씨 노부인의 아이들과 바꿔치기 했다. 셋째 아들과 넷째 딸이 바로 그러했다. 진 대인은 두 아이를 가지고 노부인을 협박하여 조씨를 평처로 맞이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그러나 위씨 노부인은 협박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진 대인이 먼저 요구를 제기하기 전에 그가 보는 앞에서 몰래 진 대인의 침실에 숨어든 시녀를 때려죽였다.진 대인은 결국 아이를 바꿔치기한 진실을 꺼내지 못하고 몇 년 동안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몇 년의 계략을 부린 끝에 마침내 노부인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다만 조씨에게 맡겨 키운 두 아이는 묘회에 나갔다가 사람들에게 휩쓸려 실종되어 여태까지 생사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다.위씨 노부인은 진충안의 말을 듣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냉소를 지었다.“찾지 못한 게 아니라 찾기 싫은 거겠지. 추문이 외부에 전해지면 네 출세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으니까!”위씨 노부인은 자식들 중에서 특히나 유일한 딸인 막내를 유달리 총애했다. “어머니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드릴 말씀이 없군요.”진충안은 인내심이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연이의 혼사는 제가 안배하겠습니다. 절대 그 아이가 서운하지 않게 신경 써서 주선할 것입니다. 무안 후작은 나이가 많으니 연이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가의 셋째가 내일 와서 혼담을 청할 것입니다. 연이를 아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더군요.”위씨 노부인은 화가 나서 가슴을 움켜잡았다.“이런 고얀….”“어머니? 어머니! 여봐라!”진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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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내일 제가 장인을 불러 누님만을 위한 장명쇠를 주문할게요. 누님은 어떤 모양을 좋아하시나요?”진형욱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세 사람 덕분에 연경은 초조함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잠시 후, 의원이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다급히 다가가서 노부인의 상태를 물었다.“노부인께서는 최근 들어 몸이 더 허해지셨으니 자극을 받으시면 안 됩니다. 앞으로는 꼭 조용한 환경에서 마음 편히 요양해야 병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연경은 그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전에는 그냥 고마운 마음뿐이고 위씨 노부인에게 그다지 정을 주지 않았지만, 조금 전 장명쇠를 보고 그녀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이 심어졌다.안타깝게도 그녀의 물건은 아직 무안 후작부의 창고에 있으니 지금 당장 진실을 알아낼 방법은 없었다.형제들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연경을 보고 다급히 의원에게 말했다.“가장 좋은 약재로 탕약을 지어 드리세요. 할머니께선 분명히 무사하실 겁니다.”진백안은 효심이 지극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불만 어린 눈길로 동생을 노려보았다.“둘째야, 바쁘다고 하지 않았니? 여긴 아이들에게 맡기고 이만 일보러 가봐.”진충안도 다시 들어가서 노부인을 자극할 엄두가 안 나니, 굳은 표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양가의 두 부인들이 문안을 드리러 양심재에 왔다. 연경은 노부인이 조용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잠시 후에 두 사람을 대문 밖까지 바래다주었다.처음에는 그저 노부인의 뒤에 숨어서 혼례식을 올리는 날까지 기다리려 했지만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는 척할 수가 없었다.위씨 노부인이 꼬박 하루 잠든 사이, 탕약과 음식 시중은 모두 연경이 들었다.깊은 밤, 연경은 한씨 어멈에게 장명쇠에 대해서 물었다.“금에 옥장식이 박힌 장명쇠는 참 희귀한 것 같아서요.”한씨 어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씨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나중에 제가 노부인께 말씀드려서 하나 제작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작한 건 노부인이 전에 제작한 것들에 비할 수는 없지요.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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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연청색의 저고리에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은 연경은 마치 활짝 피어난 꽃처럼 탐스럽고 아름다웠다.신선준은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다가 연경이 먼저 인사를 건네서야 작은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누님.”매번 그가 이런 호칭으로 자신을 부를 때마다 연경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진충안은 연경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이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줄곧 우리를 대신해서 어머니 곁에서 효를 다하다가 혼사를 지금까지 미루게 되었네. 백부로서 당연히 이 아이를 위해 좋은 혼처를 구해주고 싶어.”연경은 가슴이 철렁하여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그녀는 진충안에게 끌려갈 수 없어 대범하게 예를 행했다.“백부님의 호의는 감사하지만 할머니께서 이미 제 혼처를 알아봐 두셨다고 했으니 저는 할머니의 뜻에 따르고 싶습니다.”이치를 따지면 위씨 노부인이 건재한 이상 진충안은 노부인의 뜻을 거역하고 그녀를 강제로 원하는 집안에 시집보낼 수 없었다.신선준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우수에 찬 눈으로 연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누님을 책임지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노부인께서 저를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는다 하시면 제가 직접 노부인을 한번 만나뵐 수 있을까요?”진충안은 미간을 찌푸리며 연경에게 말했다.“자고로 혼인대사는 부모의 명에 따라야 하는 법. 네 할머니께서는 건강 상태도 많이 안 좋으신데 어찌 이런 일도 그분께 우려를 끼친단 말이냐? 선준 도령은 너와 나이도 비슷하고 집안이든 외모든 어디 하나 모자람이 없는 사람이거늘. 할머니께 효도한다고 모든 일을 할머니의 뜻에 따를 필요는 없다. 네 할머니는 내가 설득하마.”그 말인즉, 연경은 단지 효를 위해 혼사를 거절했다는 뜻이었다.이는 신선준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이었다.연경은 서두르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백부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저는 백부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신선준은 입이 헤벌쭉하여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연경을 바라보았다.진충안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에 일부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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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그 시각, 진가네 저택 대문 앞.건장한 사내가 말에서 내리다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성큼성큼 다가가 문안장을 건넸다.손기욱은 강씨 어멈과 만날 틈도 없이 승주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갖춰 입고 진가네 저택으로 달려온 터라, 안색이 다소 초췌했다.문지기는 무안 후작의 신분패를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 대청으로 달려가며 시종을 시켜 손기욱을 안으로 안내하게 했다.보폭이 큰 손기욱은 문지기가 대청에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대청 앞에 도착했다.그는 대청 앞에 가득 쌓인 예물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집안에 경사라도 있는가?”길 안내를 맡은 시종은 손기욱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잔뜩 긴장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국공부의 셋째 도령께서 혼담을 청하러 오셨습니다.”손기욱의 두 눈에 순식간에 분노가 일었다.시종은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며 무안 후작의 눈치를 살폈다. 무표정한 얼굴에 살기를 내뿜는 그의 모습에 겁을 먹을 시종은 순서도 무시하고 그대로 그를 대청으로 안내했다.뒤늦게 도착한 문지기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나으리, 경성에서 오신 무안 후작께서 노부인을 뵙고자 하십니다.”손기욱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청을 둘러보다가 연경에게 눈길이 닿았다.다시 고개를 돌려 신선준을 바라본 그의 눈빛은 숨길 수 없는 적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진충안은 갑작스러운 무안 후작의 방문에 당황했지만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물이니 웃는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나으리께서 오시는 줄도 모르고 마중을 못 나가서 송구합니다.”연경은 몰래 손기욱을 훔쳐보았다.왜 이제야 왔는지, 속으로 형언할 수 없는 서러움이 치밀었다.하지만 눈밑이 거뭇거뭇한 그의 안색을 보고 차마 원망의 눈길을 보낼 수 없었다.그녀의 은밀한 시선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신선준에게 포착되었다. 소년은 앞으로 나서며 서운한 어투로 말했다.“노부인께서 누님을 위해 점찍은 상대가 무안 후작이신가요? 꽤 연세가 있어 보이네요?”연경은 뒤에 커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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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진 소저는 여기 남아주었으면 좋겠군. 내 오늘은 혼인을 청하러 왔으니.”손기욱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는 당장이라도 신선준에게 꺼지라고 호통치고 싶었다.하지만 지금은 혼인을 청하러 왔으니 어떻게든 진씨 일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이를 악물고 참는 중이었다.진충안은 난감한 눈길로 신선준을 바라보았다. 그로서는 신국공과의 혼사가 더 끌리지만, 무안 후작이 눈앞에 있는데 차마 거절하기 힘들었다.연경은 자신에게 쏠리는 강렬한 시선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손기욱을 바라보았다.싸늘하던 그의 눈빛에 다시 온기가 돌고 온통 그녀를 향한 그리움만이 담겼다. 이미 그녀와 떨어져 지낸지 거의 한 달이 지나가고 있으니 솟구치는 감정을 숨기려 해도 숨길 수가 없었다.연경은 더 보고 있다가는 그가 당장 달려와서 자신을 끌어안을 것 같아 당황한 듯 고개를 숙였다.연경만 집요하게 바라보고 있던 신선준은 어제 예물을 준비하며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마구 시합에 참여했던 몇몇 도련님들이 모두 그녀에게 혼인을 청하고 싶어 한다던 소문이었다.그래서 어제 그들을 불러 술을 마시며 생각을 접게 하고 마침내 오늘 성의를 갖춰서 진가네 저택으로 찾아왔는데 경성에서 올라온 무안 후작이 걸림돌이 될 줄이야!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연경을 보고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후작 나리께서는 빈손으로 혼담을 청하러 오셨습니까? 어찌 누님을 이렇게 무시할 수가 있어요?”은근한 적의를 드러낸 소년의 말에 손기욱은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원래의 계획은 강씨 어멈이 예물을 준비해서 먼저 출발하고 뒤따라오는 태복도 예물을 챙겼으니 절대 신선준이 준비한 것보다 뒤처지지 않았다.그런데 계획이 틀어져서 지금 그는 빈손이었다.연경은 평소였으면 욕부터 퍼부었을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잘 참는 모습에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순순히 신선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지.”먼저 싸움을 건 신선준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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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작년 연말에 나와 함께 경성 거리를 유람할 때는 그렇게 거리를 두지 않더니. 노부인의 병세는 좀 나아지셨는가?”손기욱은 대범하게 그녀와 사적인 만남을 가진 이야기를 꺼냈다. 그 태도가 너무 당당해서 차마 비난할 수도 없었다.오히려 비난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게 될 판이었다.진충안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연아, 손 후작과 함께 경성을 유람한 적이 있었어?”손기욱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날 밤 그녀와 함께 경성의 거리를 걸으며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고 면사포 여인이라는 소문이 돌게 된 경과를 털어놓았다.진충안과 신선준도 면사포 미인에 대해 들은 바가 있지만 전해지는 소문에 그 여인은 약수 위씨라고 했다.특히나 진충안이 변방 관원으로 있을 때, 약수는 그의 관할 지역이었는데 한 번도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위씨 성을 가진 여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뜬구름 잡는 소문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다.손기욱의 입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듣게 된 진충안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연이가 바로 그….”신선준은 괜한 이야기를 꺼낸 것에 후회막급이었다.대청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진충안은 손기욱이 잘 나갈 때 찾아와 혼담을 청하지 않고 비슷한 외모의 첩실을 들인 것에 대해 반감을 느꼈다. 그는 소 장군 일가와 왕래를 한 적 있기에 장군가의 자식들이 하나같이 고집불통에 기가 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연처럼 온순하고 부드러운 성격은 절대 소 장군의 딸을 휘어잡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연이 너는 들어가서 할머니가 깨셨나 보고 오거라. 만약에 깨셨다면 무안 후작께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연경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했다.손기욱과 신선준은 못내 아쉬운 눈길로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신선준의 눈에 비친 열정과 집착은 전혀 손기욱에게 뒤처지지 않았다.진충안은 두 사람 다 척을 질 수 없는 분들이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둘에게 차를 권했다.잠시 후, 시녀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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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연경은 노부인이 주무시고 계신 것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방으로 돌아가 생각에 잠겼다.연못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단지 녀석들이 배가 고픈 줄 알고 멍한 얼굴로 먹이를 들고 연못가로 다가갔다.진가의 아들들은 오늘 누가 혼담을 청하고 갔다는 얘기를 듣고 연경의 처소로 몰려왔다.형제들 중에 가장 활발한 진형욱은 연경을 보자마자 그녀의 옷깃을 잡으며 물었다.“누님, 왜 집에 돌아오자마자 혼사부터 준비하나요?”고지식한 장남이 말했다.“여인은 원래 혼기가 차면 혼사를 준비해야 하는 법이야.”그는 굳은 표정으로 연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연이 너도 눈 똑바로 뜨고 잘 봐야 할 것이야. 내 듣기로 오늘 신가의 셋째와 무안 후작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둘 다 별로야.”연경은 짐짓 놀란 얼굴을 하며 물었다.“왜죠?”“신선준은 놀고먹기 좋아하는 한량이고 변덕이 심한 인간이야. 앞으로 녀석이 첩을 몇이나 들일지 누가 알겠어? 우리 가문과 국공부 가문은 차이가 많이 나니 앞으로 네가 서러운 일을 당해도 가문에서 널 도와줄 수가 없어.”장남 진형준은 진심으로 심사숙고한 듯했다.시집간 첫째 동생도 처음에는 사이가 엄청 좋았다가 혼인한지 2년 만에 부군과 사이가 멀어졌다.첫째 동생도 변방의 한 명문 세가와 혼인했다. 매번 동생이 집으로 돌아와 울며 하소연할 때마다 오라비로서 동생을 위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도 매제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둘째 진형천이 말했다.“형님은 우리 연이가 시집가서 꼭 서러움을 겪을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제가 봤을 때 신 도령은 괜찮은 사람 같던데요. 무안 후작 쪽이 더 걱정이죠. 연이보다 나이도 많고 현재는 관직까지 잃지 않았습니까.”진형서와 진형욱도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셋째인 진형삼은 큰 형님과 둘째 형님을 번갈아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둘째 형님 말씀이 일리가 있네요.”진형준은 불만스럽게 진형천을 노려보고는 품에서 뭔가를 꺼내 연경에게 건넸다.“형찬이한테 들었는데 너 옥패가 없다고 하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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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솔직히 말해서 진형찬은 오늘 찾아온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양심재에 숨어서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손기욱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뒤에서 흉을 보는 것도 모자라 손도 가만히 있지를 않으니 눈꼴이 사나울 지경이었다.‘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했거늘!’그는 이를 갈며 아현과 아민에게 눈짓을 보냈다.두 자매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고는 다급히 다가가 핑계를 대고 연경을 방으로 데려갔다.연경은 조금 전에 받은 선물들을 자세히 감상하고는 조심스럽게 상자 안에 넣었다.그러고는 황옥패를 상자 위에 놓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어루만졌다.손기욱은 그 모습을 보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전에 그가 선물한 장신구에 대해서 그녀는 한 번도 이런 애정을 보인 적이 없었다.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조용히 그녀의 등뒤로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경아….”한달 가까이 떨어져 있어서 쌓인 그리움이 모두 그 짧은 한마디에 녹아들었다.연경은 화들짝 놀라며 창가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눈치 빠른 아현과 아민이 이미 창문을 닫아둔 상태였다.그녀는 그제야 놀란 얼굴로 손기욱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오다가 누구랑 마주치지는 않았나요?”손기욱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서 부루퉁하게 답했다.“담을 넘어 들어왔고 아무도 못 봤어.”연경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한달 가까이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만나니 어딘가 낯선 느낌이 들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손기욱은 가슴이 쑤시듯 아팠다.“왜 서신 한통 보내지 않았어?”“어… 어제 아현이를 시켜서 한통 보냈습니다.”위씨 노부인은 손기욱이 보낸 서신을 상자 안에 넣어 그녀의 방에 보관해 두었다.처음에는 경춘과 추연이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으니 감히 상자를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중에 아현과 아민 자매가 오면서 비로소 기회를 봐서 서신을 열어볼 수 있었다. 다 읽은 서신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모두 불태워 없애버렸다.진씨 가문은 꽤나 부유한 가문이었고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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