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원은 각 부처와 즉시 공조에 들어가 칩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동시에 그들에게는 현 위치에서 대기하며 다음 지시를 기다리라는 명령도 내려왔다.전화를 끊은 뒤, 최수빈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통신실을 나서자마자 마주친 건 주민혁이었다.그는 손에 외투 한 벌을 들고 있었는데 곧 말도 없이 그것을 최수빈의 어깨에 걸쳐주었다.“바람 세니까... 감기 걸리면 안 되잖아.”최수빈이 고맙다는 말을 하려던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강지안이었다. 신호는 중간중간 끊겼지만 다행히 통화할 정도는 됐다.그녀는 곧장 몸을 돌려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수빈 씨, 거기 신호 다시 잡혔어요?”강지안은 곧바로 목소리를 낮췄다.“민혁이의 상태는 좀 어때요? 피까지 토했다면서요?”최수빈은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옆에 있는 주민혁을 한번 힐끗 본 뒤,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은 좀 나아졌어요. 기침도 멎었고. 강 선생님, 대체 무슨 병이길래 피까지 토하는 거예요? 우울증 때문에 이럴 리는 없잖아요.”휴대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그리고 이어진 강지안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심맥이 손상됐어요.”그 짧은 한마디에 최수빈의 숨이 턱 하고 막혔다.강지안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그동안은 계속 약으로 버텨왔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남극에서 무리를 했고,= 몸도 심하게 상한 데다 찬바람까지 맞았잖아요. 그래서 지병이 다시 도진 거예요. 피를 토한 건... 심맥 손상이 더 심해졌다는 뜻이고요.”최수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주민혁은 이 모든 고통을, 이 오랜 세월 내내 홀로 견디고 있었던 거였다.전화를 끊은 뒤, 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속을 파고드는 시린 통증을 억지로 눌러 삼킨 뒤, 그녀는 천천히 주민혁의 방으로 향했다.그리고 문을 열어젖힌 순간, 최수빈은 그대로 멈춰 섰다.주민혁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는데 앞에 두툼한 설계도 뭉치가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신호 좀 잡히자마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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