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헛디디는 순간, 두 사람은 그대로 눈밭에 세게 나뒹굴었다.차가운 눈이 순식간에 옷 속까지 스며들며 살을 파고들었지만 최수빈은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그녀는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주민혁에게 달려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피에 젖은 그의 옷깃을 걷어 올렸다.상처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눈밭 위로 붉은 피가 넓게 번져갔다.주민혁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핏기라곤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지마저 싸늘하게 굳어 있었으며 숨소리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그 붉은 피와 아무 반응도 없는 주민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최수빈의 가슴속에서는 애써 눌러왔던 공포와 절망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는 주민혁을 끌어안은 채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눈보라가 거세게 몰아치며 그녀의 울음소리를 휘감았다.얼음 절벽 아래, 바람을 막아주는 그 자리의 눈은 쇠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점점 식어가는 주민혁의 몸을 끌어안은 채, 끝없이 밀려오는 무력감과 절망이 최수빈을 집어삼켰다.마치 전생에 딸을 잃었을 때처럼,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쥐인 듯 아파서 감각마저 둔해지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운명은 늘 이랬다.최수빈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하나씩 벼랑 끝으로 밀어놓고 정작 그녀에게는 붙잡을 힘조차 남겨주지 않았다.떨리는 손으로 배낭을 뒤져 응급 키트를 꺼냈다. 곧 소독약과 거즈, 지혈 솜이 눈 위에 흩어졌다.손끝이 이미 보라색이 되어 감각이 무뎌져 있었지만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의 가슴의 상처를 서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피는 멈출 기미 없이 쏟아졌다. 거즈를 몇 겹이나 덧대도 금세 붉게 물들었다.거즈 위에 떨어진 눈물은 피와 뒤섞여 차갑게 식어갔다.급히 휴대폰을 꺼내 보았으나 신호는 겨우 한 칸 남짓, 위태롭게 깜박이고 있었다.“지안 씨! 도와줘요! 민혁 씨가... 총에 맞았어요, 피가 안 멈춰요!”울음이 섞인 목소리라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도 않았다.“여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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