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의 눈보라는 여전히 거셌고 부서진 돌들이 굴러떨어지는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하지만 주민혁은 느낄 수 있었다. 폭풍의 기세가 아주 조금씩, 정말 조금씩 꺾이고 있다는 걸.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1분 1분이 마치 한 세기처럼 길게 느껴졌다.최수빈은 그의 품 안에서 반쯤 의식을 잃은 채 버티고 있었다.정신이 들었다가 흐려지기를 반복하는 와중에도 단 하나 분명한 건 있었다.바로 주민혁의 따뜻한 품과, 흔들림 없이 뛰는 심장 소리 말이다.그 심장 소리는 마치 그녀를 붙들어주는 마지막 힘처럼, 끝까지 정신을 놓지 말라고 다그치고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밖에서 몰아치던 바람 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하더니 돌이 떨어지는 소리도 점점 뜸해졌다.주민혁은 눈빛을 번뜩이고는 품 안의 최수빈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최수빈. 최수빈, 정신 좀 차려.”최수빈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나 아직도 눈빛은 흐릿했고 목소리도 잠긴 듯 갈라져 있었다.“바람... 멎었어요?”“거의 멎었어. 이 기회에 얼른 올라가야 해.”주민혁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뒤, 방한복을 다시 단단히 여며주었다.“밖에는 눈이 엄청 쌓였을 거야. 올라가는 게 쉽지 않을 테니까, 무조건 내 손 놓치지 마.”최수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흐려지는 정신을 억지로 다잡으며 주민혁의 손을 꽉 잡았다.뒤이어 두 사람은 갈라진 빙하 위쪽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발밑의 얼음이 매우 미끄러운 탓에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주민혁은 앞장서서 몸으로 길을 열었다.휴대하고 있던 도구로 앞을 가로막는 돌과 눈을 치워가며 최수빈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것이다.그렇게 절반쯤 올라왔을 때, 최수빈의 발이 갑자기 미끄러지며 몸이 아래로 쏠리더니 추락하듯 꺾였다.“조심해!”주민혁이 순식간에 최수빈의 손목을 낚아챘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녀를 위로 끌어올렸다.그 와중에 날카로운 바위 모서리에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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