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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Author: 금붕어
“무슨 일로 전화했어?”

휴대폰을 쥔 최수빈의 손에 힘이 조금 들어갔다.

“율이가 이제 곧 겨울방학이라서 스키 타러 가고 싶대요. 시후도 같이 가자고 하고요. 그래서... 시간 괜찮으면 우리 같이 갈래요?”

휴대폰 너머가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웃음기 어린 주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지. 난 언제든 시간 돼. 너랑 율이가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같이 갈게.”

최수빈은 괜히 안도한 듯 웃었다.

“다행이다. 바쁠까 봐 걱정했어요.”

“아무리 일이 많아도 너희보다 중요한 건 없어. 그런데 스키장은 정했어? 아직 안 정했으면 내가 알아볼게. 안전하고 재밌는 곳으로 제대로 준비해둘 거야.”

최수빈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이요. 그럼 민혁 씨가 알아서 해줘요. 민혁 씨의 안목은 믿으니까.”

“알겠어. 나만 믿어.”

주민혁은 바로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이따가 바로 알아볼게. 진짜 완벽한 여행으로 만들어줄 거야.”

두 사람은 한동안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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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4화

    “이것이 바로 저희가 사흘 전에 최종 확정한 차세대 경량 고내열 항공우주 합금입니다.”그가 직원에게 시연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내자 순간 화면 위로 수많은 데이터가 떠올랐다.각 항목의 수치는 모두 기존 업계의 상식을 뒤흔드는 수준이었다.육민성은 손을 뻗어 보호 유리 너머로 시제품 표면의 미세한 결을 자세히 살폈다.“고온 내구성과 경량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겁니까?”엘리아스는 웃으며 피하지 않고 답했다.“결정 구조 최적화입니다. 저희는 완전히 새로운 도핑 공정을 적용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이 공정을 보유한 곳은 저희 생산 라인뿐이죠. 육 대표님, 미세 구조는 가까이서 확인하실 수 있도록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세부 공정 기술은 정식 계약 체결 이후에야 전부 공개할 수 있습니다.”타당한 이유였기에 최수빈과 육민성 모두 그 점을 이해했다.이내 육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합니다.”그 후 엘리아스는 일행에게 기술을 하나씩 공개했다.확인하는 항목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옆에서 끊임없이 기록하던 기술 총괄의 눈빛은 점점 더 밝아졌으며 때때로 육민성과 눈빛을 주고받기도 했다.모두가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이 소재는 진짜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말이다.현재 천공연구원이 가장 부족하고, 가장 필요로 하며,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하는 기술이었다.최수빈은 사람들 뒤쪽에 서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모든 세부 사항을 빠짐없이 눈에 담는 중이었다.엘리아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연구실에는 과장된 부분이 없었으며 데이터 조작도 없었다.이번 중원시 방문은 정말 오길 잘한 일이었다.육민성은 마지막 데이터 검증을 마친 뒤 몸을 일으켜 엘리아스를 바라봤다.“소재 성능은 저희의 예상에 부합합니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이에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이견이 없으니 정식 협력 단계로 진행해도 됩니다.”엘리아스는 그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육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3화

    얼마 후, 일행은 비행기에 올랐다.이동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됐으며 두 시간여가 지난 뒤, 비행기는 중원공항에 무사히 착륙했다.중원시는 국내 항공우주 산업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깨끗한 공기와 탁 트인 시야, 공항 안팎에는 작업복 차림에 사원증을 걸고 다니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도시 곳곳에는 철저함과 최첨단 기술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엘리아스는 직접 출구에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많은 사람을 데리고 나오지는 않았고 실험실 책임자 한 명과 운전기사 한 명만 대동했을 뿐이었다.간결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 최수빈 측과 같은 스타일이었다.“수빈 씨, 육 대표님.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엘리아스가 다가와 악수를 건네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숙소는 연구실 근처 호텔로 준비해뒀습니다. 짐만 내려놓고 바로 연구실로 이동하죠.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바라던 바입니다.”최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량은 곧바로 시 외곽에 위치한 항공우주 과학기술 단지로 향했다.핵심 구역에 가까워질수록 보안은 더욱 엄격해졌다. 검문, 신원 확인, 등록, 사전 신고 절차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어져 공기마저 무겁고 엄숙하게 느껴질 정도였다.“이곳은 중점 관리 구역입니다.”엘리아스가 설명했다.“모든 소재와 시제품, 데이터는 최고 등급 보안 대상이죠. 저희가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사전에 최상위 등급의 승인 절차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외부인은 애초에 들어올 수 없어요.”최수빈과 육민성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규제가 엄격하다는 건, 그만큼 안에 있는 기술의 가치가 크다는 의미였다.차량은 마침내 외관이 수수하고 눈에 띄는 간판조차 거의 없는 흰색 건물 앞에 멈춰 섰다.입구에는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경비 인력이 서 있었고 보안 장비도 빈틈없이 갖춰져 있었다.차에서 내리자 엘리아스의 표정도 한층 진지해졌다.“여러분, 지금부터 휴대폰은 전부 지정 담당자에게 맡겨주세요. 촬영, 녹음, 외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2화

    육민성이 함께 있긴 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기술 관련 전문가이지, 안전 관리나 돌발 상황 대응만큼은 결국 곁에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나도 같이 갈게.”주민혁의 목소리에는 타협의 여지가 조금도 없었다. 이에 최수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안 돼요. 율이 이제 막 퇴원했잖아요. 지금이야말로 누군가 곁에 있어 줘야 할 때예요. 밤에는 아직 보채기도 하고 체온도 재야 하고 상태도 계속 살펴야 해요. 아주머니 혼자 돌보게 두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조용히 덧붙였다.“그냥 정상적인 비즈니스 출장일 뿐이에요. 엘리아스 씨가 계속 동행하고 민성 선배도 함께 가잖아요. 전부 공개된 자리에서 진행되는 일이니까 위험할 일 없어요. 그러니 민혁 씨는 집에 있어 줘요. 율이 곁을 지켜줘야 내가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어요.”주민혁은 미간을 꾹 눌렀다.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율이는 이제 막 고열에서 회복한 상태였기에 한창 부모를 찾고 안정감을 필요로 할 시기였다.최수빈도 출장을 가야 하는데 그마저 집을 비우면 집에는 도우미만 남게 된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버텨줄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녀가 혼자 타지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건 불가능했다.잠시 후, 주민혁이 낮게 말했다.“같이 가지는 않을게. 하지만 반드시 사람을 붙여야 해. 진용휘 씨를 같이 보낼 거야.”최수빈은 순간 멈칫했다.진용휘, 그는 주민혁의 곁에 있는 가장 유능하고 가장 말이 없으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실력, 판단력, 경계심, 실행력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었고 평소에는 거의 주민혁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이었다.거기에 주민혁은 자신이 정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사람, 반드시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사람에게만 그를 보냈다.“진용휘 씨는 겉으로는 수행 비서 역할을 할 거야. 하지만 뒤에서는 네 안전을 책임지지. 네 일을 방해하지도 않을 거고 현장 조사에도 간섭하지 않을 거야. 단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1화

    엘리아스는 최수빈과 육민성을 바라보며 솔직하게 말했다.“제 첫 번째 선택은 여전히 천공연구원입니다. 하지만 이번 소재는 양측이 직접 실험실에 가서 검증하고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한 뒤 기술 협력 방안을 확정해야 합니다. 조금만 늦어도 다른 쪽에서 먼저 독점 협력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요.”회의실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계약식은 중요했다. 이는 분위기와 이미지, 홍보 효과까지 기업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그러나 차세대 핵심 항공우주 소재와 비교하면 계약식은 순식간에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소재는 기반이다.기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성대한 계약식이라 해도 결국 모래 위에 세운 누각일 뿐이었다.최수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엘리아스를 바라봤다.“계약식은 일단 미루겠습니다. 소재 검증이 끝나고 협력이 정식으로 확정되는 날 다시 진행하죠.”엘리아스는 그제야 눈에 띄게 안도하며 진심으로 감탄했다.“수빈 씨, 지금까지 제가 봐온 그 어떤 기업 책임자보다 판단력이 뛰어나십니다. 겉치레 때문에 중요한 일을 놓칠 수는 없죠.”그러자 최수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솔직히 말씀하세요. 저희가 무엇을 하면 됩니까?”“간단합니다.”엘리아스가 조금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중원시 연구실이 이번 기술의 핵심인데 수빈 씨께서 직접 팀을 이끌고 가주셨으면 합니다. 육 대표님도 가능하면 함께 와주셨으면 하고요. 현장에서 시제품을 확인하고 환경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직접 검증한 뒤 문제가 없으면 우선 협력권을 바로 확정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연구실 현장에서 바로 협약서 추가 조항까지 체결할 수 있어요.”그가 강조했다.“짧은 출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간도 촉박하고 해야 할 일도 많지만 그 가치는 열 번의 계약식보다 훨씬 커요.”최수빈은 고개를 돌려 육민성을 바라봤다.육민성의 시선은 파라미터 곡선 위에 머물러 있었다.“소재 분야는 현재 우리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야. 이 시제품의 성능 수치가 사실이라면 천공에 있어 전략적 가치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10화

    최수빈은 돌아온 뒤 곧바로 육민성에게 연락해 협력 건을 상의했다.육민성 역시 직접 검토한 뒤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그렇게 양측은 계약을 체결할 날짜를 잡았다.천공연구원.계약 서류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조항 하나하나에 대한 검토도 모두 끝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양측이 서명하는 일뿐이었다.이것은 국내외를 잇는 우주항공 기술의 심도 있는 협력이었다.최수빈은 손끝으로 서류 위를 가볍게 두드리며 맞은편에 앉은 엘리아스를 차분히 바라보았다.엘리아스는 옅은 회색 캐주얼 정장을 입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표정은 훨씬 편안해져 있었고 눈빛에는 곧 성사될 협력에 대한 기대가 은은하게 어려 있었다.한쪽에서는 육민성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거대한 전자 화면 앞에 서 있었다.화면에는 천공과 엘리아스 연구소가 공동 개발하게 될 경량 우주항공 소재의 시뮬레이션 데이터 곡선이 떠 있었다. 곡선은 안정적이고 정밀했으며 예상 범위와도 잘 맞아떨어졌다.육민성은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핵심 기술 지점에서만 입을 열었고, 그때마다 그의 말은 정확하게 핵심을 찔렀다.“계약 조항은 법무, 기술, 컴플라이언스 세 부서가 모두 검토를 마쳤습니다.”최수빈이 먼저 침묵을 깼다.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지식재산권 공유, 연구개발 투자 비율, 성과 사업화 배분, 리스크 부담까지 모두 이견 없습니다.”엘리아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소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저희 쪽도 모두 확인했습니다. 수빈 씨, 육 대표님, 천공연구원과 협의한 지난 며칠은 제가 화국에서 경험한 협력 과정 중 가장 순조롭고 안심되는 시간이었습니다.”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금 더 진지한 목소리로 이어갔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겉으로 보이는 규모와 화려함만 중시하는 기업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계약식은 성대하게 치르지만 정작 이후 실행은 엉망인 곳들이었죠. 하지만 천공은 달랐습니다. 기술을 보고, 실제 적용을 보고, 장기적인 방향을 보더군요.”육민성이 담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609화

    “간단히 식사나 하면서, 이후 실무 진행 일정도 같이 정리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엘리아스의 제안은 매우 적절했다. 선을 넘는 말도, 묘한 여지를 남기는 태도도 없이 그저 정상적인 비즈니스적 감사 인사에 가까웠다.옆에 있던 비서가 조심스럽게 시선을 들었다.이런 자리에서는 보통 바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칫하면 상대가 체면을 구겼다고 느낄 수 있었고 이후 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최수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그녀의 목소리는 예의 바르고 또렷했으며 부드럽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었다.“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오늘 저녁은 시간이 안 될 것 같네요.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엘리아스가 살짝 멈칫했다. 그녀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최수빈은 분위기가 어색해지지 않도록 담담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제 딸이 어제 고열로 입원했다가 막 퇴원했거든요. 가족들이 이미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줬고요. 오늘 저녁에는 제가 일찍 들어가서 곁에 있어줘야 합니다.”그녀의 말투는 자연스러웠다. 굳이 강조하려는 기색도 없었고 핑계처럼 들리게 포장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었다.“일도 중요하고, 이번 협력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곁에 있어줄 사람입니다.”엘리아스는 잠시 놀란 듯하더니, 곧 이해와 존중이 담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이해합니다. 완전히 이해합니다. 아이가 가장 중요하죠. 그 부분은 타협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그의 얼굴에는 불쾌한 기색이 조금도 없이 오히려 더 깊은 호감과 존중의 기색이 떠올랐다.“수빈 씨,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일이나 접대를 위해 모든 걸 뒤로 미루기도 하죠. 그런데 수빈 씨는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히 알고 있고 필요할 때는 망설이지 않고 거절할 줄 아시는군요.”“접대 자리는 언제든 다시 잡을 수 있고 식사는 다음에 해도 됩니다. 협력도 천천히 이야기하면 되고요.”최수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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