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1451 - Bab 1460

1586 Bab

제1451화

짐을 정리하던 송미연의 시선이 문득 침대 옆 협탁 서랍에 멈췄다.그 안에는 대학 시절,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갔을 때 찍은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 그녀와 육민성은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육민성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고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누가 봐도 남달랐다.송미연은 떨리는 손끝으로 서랍을 열어 사진을 꺼냈다.사진 속의 두 사람은 아직 앳된 얼굴로, 아무 걱정도 없는 듯 맑게 웃고 있었다.그때의 그들은 자신들이 훗날 이렇게까지 멀어질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송미연은 한동안 사진을 바라보다 조용히 지갑 안에 넣었다. 그리고 서랍을 닫은 뒤, 다시 짐 정리를 이어갔다.가슴 한쪽이 자꾸만 아려와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래서 그녀는 코끝을 훔치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고작 짐 좀 챙기는 건데, 울 일까지는 아니잖아.’그 순간, 현관문 쪽에서 열쇠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송미연은 그대로 손을 멈칫했다.얼마 안 지나 문이 열리며 육민성이 들어왔다.저녁 만찬 때 입었던 정장 차림 그대로였는데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짙게 어려 있었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임한결도 함께 서 있었다.뺨에 있던 붉은 자국이 거의 가라앉은 상태로 그녀는 수수한 원피스 차림에 악보 가방을 들고 있었다.두 사람은 거실에 놓인 캐리어와 침실 앞에 서 있는 송미연을 보자 동시에 굳어 버렸다.송미연에게 시선이 닿자 육민성의 눈동자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송미연은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봤다.참 잘 어울리는 것이 누가 봐도 그림 같은 한 쌍이었다.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이혼 숙려 기간이 끝나기도 전인데 다른 여자를 데리고 우리가 함께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대단하네.’송미연은 고개를 숙인 채 옷가지를 캐리어 안에 차곡차곡 밀어 넣었다.“짐만 챙기고 바로 나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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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2화

멀어지는 송미연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육민성은 본능적으로 붙잡고 싶었다.하지만 한 걸음 내딛으려는 순간, 그는 그대로 멈춰 섰다.송미연은 문을 열고 일말의 미련도 없이 밖으로 나간 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발걸음이 솜을 밟는 것처럼 가벼운 동시에 천근만근 무거웠다.길가에 선 송미연은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그런데 그때,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뒤를 돌아보니 임한결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미연 씨, 잠깐만요!”임한결은 송미연의 앞에 멈춰 서서 한숨을 고른 뒤, 미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혹시 저랑 민성 씨의 관계 때문에... 제가 피아노 가르치는 게 싫어진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랑 민성 씨는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저는 민성 씨 어머니와 예전부터 알던 사이고 오늘 만찬 자리도 그분의 초대로 간 거예요. 민성 씨가 제게 미연 씨의 피아노 레슨을 부탁한 것도, 그냥 시간을 보낼 만한 취미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어요. 다른 뜻은 전혀 없었고요.”임한결은 혹시라도 송미연이 오해할까 봐 급히 손까지 내저었다.“계속 배우고 싶으시면 정말 무료로 가르쳐 드릴게요. 다른 선생님을 원하시는 거면 제가 괜찮은 분으로 소개해 드릴 수도 있고요...”송미연은 진심으로 난처해하는 임한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자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날 선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임한결은 아무 잘못이 없다는 걸 송미연도 잘 알고 있었다.처음부터 잘못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이윽고 송미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오해 안 해요.”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멀리 번진 가로등 불빛을 바라봤다.“저랑 육 대표님도 이제 아무 사이 아니거든요.”바람결처럼 가벼운 목소리였다.이 말을 끝으로 송미연은 더 이상 임한결을 보지 않고 막 도착한 택시 쪽으로 걸어갔다.임한결은 그 자리에 선 채 송미연이 캐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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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3화

그 말은 힘없는 타협처럼 조용히 허공에 흩어졌다.육민성이라고 송미연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 송미연의 성격을 잘 알았다.그녀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그 누구도 돌려세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임한결은 쓸쓸함이 내려앉은 육민성의 눈빛을 보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소파 위에 놓아두었던 악보 가방을 들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오늘 고마웠어요.”육민성은 고개만 끄덕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아파트 문이 조용히 닫히고 집 안이 완전히 고요해진 뒤에야, 그는 천천히 송미연의 방 앞으로 걸어갔다.손을 뻗어 문을 밀고보니 책상 위 스탠드의 희미한 불빛이 텅 빈 책장을 비추고 있었다. 옷장 문은 활짝 열린 상태였는데 안에는 얇게 내려앉은 먼지만 남아 있었다.육민성은 침대 옆 협탁 앞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었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그 사진도 가져갔나 보네.’육민성은 문틀에 기대섰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언가에 꽉 막힌 것처럼 답답했다.한편 송미연은 캐리어를 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엄마’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리며 몇 초간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송미연! 너 어디 처박혀 있었어?!”전화 너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귀가 아플 정도였다.“네 동생 다음 달에 약혼한다. 여자 쪽에서 혼수금으로 16억 달라니까, 당장 돈 보내.”송미연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돈 없어요.”“돈이 없어?”설희애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 비웃었다.“육민성이랑 그렇게 오래 결혼 생활을 했는데, 그 사람이 돈 한 푼 안 줬다고? 설마 내가 모를 줄 알아? 너 천공연구원 지분도 있잖아. 조금만 팔아도 돈은 바로 나올 텐데?”“그건 제 일이에요. 엄마 아빠의 현금 인출기가 아니고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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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4화

하지만 지금은 살기 위해서라도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다.송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이력서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채용 공고를 하나씩 확인하며 지원서를 넣었다.창밖의 밤은 점점 깊어졌으나 그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새벽이 가까워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운 것은 한참 뒤였다.그러나 송미연은 몰랐다. 자신이 이력서를 넣었다는 소식이 곧 육민성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을.비서가 보고했을 때, 육민성은 회의 중이었다.“송미연 씨가 법무 관련 직무에 이력서를 넣고 있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육민성의 펜끝이 멈췄다.잉크 한 방울이 서류 위로 떨어져 작은 검은 점처럼 번졌다.회의가 끝나자마자 그는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냈다. 송미연의 번호를 찾아 놓고도 한참을 망설이던 그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는 신호음이 한참 이어진 뒤에야 연결됐다.“여보세요?”막 잠에서 깬 듯, 살짝 잠긴 송미연의 목소리에서 짜증난 듯한 기색이 조금 느껴졌다.육민성은 순간 움찔 얼어붙어 휴대폰을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나야.”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으나 이윽고 송미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인데요?”거리를 두려는 듯한 그 선명한 태도가 얼음 조각처럼 육민성의 가슴을 찔렀다.그는 목울대를 천천히 움직이다가 바로 본론을 꺼냈다.“일자리 알아보고 있다면서. 돈이 부족한 거야?”송미연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상황을 알아차렸다.분명 천공 쪽 사람이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 육민성에게 알린 것이었다.그래서 입꼬리를 씩 올리며 비웃음을 띠었다.“소식이 참 빠르시네요.”“이혼 합의서에 위자료 조항을 넣을 수 있어.”육민성의 목소리가 한층 부드러워졌다.“얼마가 필요하든 말만 해.”그는 알고 있었다. 송미연은 자존심이 강해 남의 것을 쉽게 받으려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하지만 생계를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고 다니는 그녀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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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5화

주상 그룹.최수빈은 주상 그룹 쪽 업무 협의 때문에 잠시 자리를 옮겨 와 있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개인 휴대폰이 진동했다.화면에는 ‘육민성’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최수빈은 눈길을 한 번 주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민성 선배?”“수빈아, 미연 씨가 돈이 부족한 모양이야. 여기저기 법무 쪽으로 이력서를 넣고 있더라고.”육민성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부터 꺼냈다.잠시 말을 멈춘 최수빈은 그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다.하지만 굳이 육민성이 부탁하지 않았더라도, 송미연과 자신의 사이를 생각하면 당연히 도왔을 일이었다.다만 지금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나 애매해져 있지 않은가.육민성은 직접 나서기 어려웠을 테고 아마 송미연도 그의 도움을 거절했을 것이었다.그래서 자신에게 전화를 건 것일 터였다.“알았어요. 내가 알아서 도와볼게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부탁할게.”육민성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그 사람 성격 알잖아. 고집 세서 내 돈은 절대 안 받을 거고 내 말도 안 들을 거야. 네가 나서면 그래도 조금은 들을지 몰라.”최수빈은 조용히 대답했다.“미연이는 나한테도 친구인데... 그게 왜 부탁이에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거, 좀 가족 입장에서 하는 말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선배도 한번 제대로 생각해 봐요. 선배 마음속에 정말 미연이가 없는 건지.”휴대폰 너머의 육민성이 입술을 달싹이며 잠시 침묵하더니 낮게 말했다.“우리 셋 다 좋은 친구 사이었잖아. 천공을 처음 세울 때부터. 그런데 가짜 결혼 한 번 때문에, 나랑 미연 씨의 사이가 이상하게 변해 버린 거야.”최수빈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선배 스스로 잘 생각해 봐요.”그녀는 몇 마디 더 건네며 육민성을 달랜 뒤, 전화를 끊었다.옆에서 서류를 내려놓은 주민혁이 그녀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미연 씨 일이지?”“네. 민성 선배가 그러는데 미연이가 돈이 부족해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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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6화

송미연은 시선을 들어 최수빈을 바라보았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육 대표님이 말했지? 내가 돈이 없어서 일자리 알아보고 있다고.”최수빈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선배도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너 요즘 천공 일에서도 손 뗀 지 오래됐고 수중에 돈도 별로 없잖아. 집안 사정도 그 모양인데 혼자 버티려니 얼마나 힘들겠어.”송미연은 테이블 위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 혀끝으로 번지는 쓴맛이 지금 자신의 마음과도 같았다.그러다 그녀가 낮게 웃었다. 어딘가 자조적인 웃음이었다.“참 수고가 많네. 아직도 내 이런 하찮은 일에까지 신경 써 주고.”“미연아.”최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타이르듯 말했다.“너 마음 상한 거 알아. 그 사람이 네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알고. 그래도 두 사람,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잖아. 친구로 지낸 세월도 있고 중간에 결혼까지 했었는데... 설령 이혼한다 해도 이렇게까지 관계를 망가뜨릴 필요는 없지 않겠어? 민선 선배, 표현을 못 해서 그렇지 널 걱정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야.”송미연은 눈을 내리깔았다. 긴 속눈썹이 눈밑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들고 최수빈에게 옅게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파일을 집어 들었다.“어쨌든 고마워. 이 마음은 잊지 않을게.”그녀는 은혜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최수빈이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준다는 걸 알기에, 그 호의까지 밀어낼 수는 없었다. 다만 육민성의 마음만큼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최수빈은 송미연이 파일을 받아 드는 걸 보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래, 그거면 됐어. 일단 자리부터 잡고 나머지는 천천히 생각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고.”송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 뒤로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최수빈이 면접 때 주의할 점을 하나하나 일러 주는 내용이었고 송미연은 조용히 듣다가 가끔 짧게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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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7화

위닝 테크는 최수빈이 소개해 준 곳이었다. 그리고 그 최수빈 역시 육민성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준 거였다.그런데 지금 임한결까지 여기 나타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했다.‘그 사람은 애초부터 임 선생님이 여기에 지원할 걸 알았던 건가? 아니, 어쩌면 일부러였을 수도 있지. 날 불편하게 만들고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고. 혹은 임 선생님이 나보다 더 이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수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해준 건가?’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송미연의 속은 점점 더 답답해졌다. 때문에 임한결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자연스럽게 냉기가 섞였다.임한결 역시 송미연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눈치챈 듯, 가볍게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저 사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거든요. 나중에 피아노가 좋아서 피아노 선생 일을 하게 된 거고요. 그래도 전공은 계속 놓지 않았어요. 가끔 지인들 법률 관련 일도 도와주고 있었는데, 이번에 위닝 테크 채용 공고 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지원해 봤어요.”송미연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이력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손끝은 무의식적으로 종이 끝자락만 만지작거렸다.임한결이 어쩌면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육민성과 임한결의 관계, 그리고 그날 아파트에서 두 사람이 함께 돌아오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그 기억만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두 사람 사이에 다시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으며 회의실 안에는 중앙 냉난방기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만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팀 팀장과 인사팀장이 회의실로 들어왔고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먼저 자기소개가 이어졌고 곧바로 전문 질문들이 쏟아졌다.계약 조항 검토 시 핵심 체크 사항부터 상업 분쟁 대응 전략,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까지, 질문의 범위는 넓었고 전문성도 상당했다.송미연과 임한결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두 사람 다 법학 전공자였고 송미연은 기업 법무 실무 경험이 풍부했다.반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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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화

송미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육민성의 말에 대답하지 않더니, 더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비상계단 쪽으로 걸어갔다.육민성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목 안이 꽉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허공에 멈춰 선 그의 손끝이 천천히 굳어 갔다.눈빛도 조금씩 어두워져 가며 남은 것은 깊은 허탈감과 무력감뿐이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한결은 대충 상황을 짐작한 듯했지만 눈치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닝 테크 회장이 그런 육민성을 보고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육 대표님, 저분이 송미연 씨죠? 전문성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임한결 씨와 함께 둘 다 보기 드문 인재입니다. 이번에 저희 법무팀이 제대로 보물을 만난 것 같아요.”육민성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마음은 이미 송미연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난 그냥 미연 씨한테 믿을 만한 일자리를 찾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 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꼬여 버린 거지? 왜 날 오해하는 거지?’비상계단 안에서 송미연은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갔다.차가운 벽이 손바닥에 닿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답답함과 서러움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1층에 도착한 그녀는 비상구 문을 밀고 나왔다.그러다 벽에 기대어 서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는데 어깨가 아주 작게 떨렸다.자신이 조금 예민해진 걸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하지만 육민성이 해 온 일들을 떠올리면 그녀로서는 오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는 늘 이런 식으로 송미연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녀에게 한 번도 원하는지, 싫지는 않은지, 괜찮은지 물은 적이 없었다.가짜 결혼을 시작할 때도, 이혼할 때도, 그리고 이번에 일자리를 알아봐 줄 때도 그는 언제나 모든 걸 주도했다.그 속에서 송미연은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육민성이 잡아당기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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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9화

송미연이 메시지를 보낸 뒤, 육민성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택시가 집 아래에 멈춰 서자 송미연은 요금을 결제하고 차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순식간에 옷깃 안으로 파고들어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렇게 송미연은 정장 재킷을 여미며 건물 입구로 걸어갔다.그러나 문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발걸음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가로등 불빛 아래, 한 키 큰 남자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불붙이지 않은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고 온몸에서는 쓸쓸함이 옅게 느껴졌다.육민성이었다.꽤 오래긴 듯, 그는 발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었고 송미연을 본 순간 눈빛이 잠시 밝아졌다가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정장에는 아직 바깥 공기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위닝 테크에서 곧장 왔는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을 틈조차 없었던 듯했다.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송미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 했다.“미연 씨.”육민성이 조금 잠긴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그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했고 이상하리만큼 사람 마음에 파고들었다.송미연은 그 자리에 발걸음을 멈췄다.하지만 뒤를 돌아보거나 대답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육민성은 천천히 다가오더니 송미연의 등 뒤에서 반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녀가 싫어할까 봐 차마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었다.긴장한 탓에 잔뜩 굳어 있는 송미연의 어깨를 바라보자 육민성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내가 보고 싶지 않은 거 알아. 미연 씨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래도 몇 마디만 하고 싶어. 정말 몇 마디만.”송미연은 결국 몸을 돌리더니 시선을 들어 육민성을 바라보았다.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눈가에 선 붉은 핏줄과 짙은 피로를 드러냈다. 그 역시 그동안 편치 않았던 게 분명했다.하지만 송미연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할 말 있으면 해요. 나 피곤해서 얼른 올라가 쉬고 싶어요.”육민성의 목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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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0화

송미연은 이제 지쳐 있었다.더는 육민성의 마음을 추측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흔들리고 싶지도 않았다.이미 산산조각 난 관계 안에서 혼자 발버둥 치는 것도 이제는 끝내고 싶었다.그녀가 바라는 건 그저 조용한 삶,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직장 하나, 그리고 과거를 완전히 내려놓은 채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뿐이었다.육민성이 뻗었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천천히 거둬들인 손은 그대로 주먹을 쥔 채 굳어 갔다. 손등의 핏줄과 하얗게 질린 마디가 그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송미연이 정말 지쳐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정말 더는 자신과 얽히고 싶지 않은 거였다.때문에 여기서 더 붙잡는 건 그녀를 더 힘들게 할 뿐이고 자신 역시 더 깊이 무너질 뿐이었다.두 사람은 가로등 아래 말없이 서 있었다.공기 속에는 어색함과 씁쓸함, 그리고 쉽게 떨쳐 내지 못한 미련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참 뒤에야 육민성이 천천히 입을 열며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더는 억지로 붙잡지 않을게. 미연 씨의 삶에도 끼어들지 않을 거고. 미연 씨가 원하는 대로 해. 다 맞춰 줄게.”육민성의 눈빛은 애틋함으로 가득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려는 사람처럼 말이다.“대신 몸 잘 챙겨. 일 때문에 바빠도 끼니 거르지 말고, 너무 늦게까지 무리하지도 말고. 혹시 힘든 일 생기면... 꼭 나 아니어도 되니까, 수빈이한테라도 말해. 혼자 다 버티려고 하지 마.”송미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만 바라볼 뿐이었다.붉어진 눈가를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침묵하는 그녀의 태도만으로도 육민성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제 정말 나랑은 엮이고 싶지 않는가 보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슴 안을 짓누르는 통증을 억지로 삼켜 낸 뒤,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무겁고 느린 발걸음, 육민성은 불과 몇 걸음 가다가도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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