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육민성의 말에 대답하지 않더니, 더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비상계단 쪽으로 걸어갔다.육민성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목 안이 꽉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허공에 멈춰 선 그의 손끝이 천천히 굳어 갔다.눈빛도 조금씩 어두워져 가며 남은 것은 깊은 허탈감과 무력감뿐이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한결은 대충 상황을 짐작한 듯했지만 눈치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닝 테크 회장이 그런 육민성을 보고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육 대표님, 저분이 송미연 씨죠? 전문성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임한결 씨와 함께 둘 다 보기 드문 인재입니다. 이번에 저희 법무팀이 제대로 보물을 만난 것 같아요.”육민성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마음은 이미 송미연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난 그냥 미연 씨한테 믿을 만한 일자리를 찾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 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꼬여 버린 거지? 왜 날 오해하는 거지?’비상계단 안에서 송미연은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갔다.차가운 벽이 손바닥에 닿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답답함과 서러움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1층에 도착한 그녀는 비상구 문을 밀고 나왔다.그러다 벽에 기대어 서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는데 어깨가 아주 작게 떨렸다.자신이 조금 예민해진 걸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하지만 육민성이 해 온 일들을 떠올리면 그녀로서는 오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는 늘 이런 식으로 송미연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녀에게 한 번도 원하는지, 싫지는 않은지, 괜찮은지 물은 적이 없었다.가짜 결혼을 시작할 때도, 이혼할 때도, 그리고 이번에 일자리를 알아봐 줄 때도 그는 언제나 모든 걸 주도했다.그 속에서 송미연은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육민성이 잡아당기는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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