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1461 - Bab 1470

1586 Bab

제1461화

송미연은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아예 위닝 테크에 출근하지 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당장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면, 끝없이 손을 벌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또 언제까지고 이렇게 무너진 채 살아갈 수는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면 결국 거북한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그녀에게는 이 일이 필요했다. 이 수입도 필요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과거의 모든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라도...임한결이든 육민성이든...그녀는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고 스스로의 원칙만 지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다음 날.송미연은 간단히 단장한 뒤, 위닝 테크로 향했다.입사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인사팀 직원은 그녀와 임한결을 데리고 법무팀을 둘러보며 업무 환경을 소개해 주었다.법무팀 팀장 장현영은 마흔을 넘긴 여성으로 일 처리가 깔끔하고 판단이 빠른 사람이었다.그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돌려 말하지 않고 본론부터 꺼냈다.“두 분 다 법학 전공에 실력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수습 기간은 한 달이에요. 결과는 각자 실력으로 증명하세요. 최종적으로 남게 될 사람은 회사의 핵심 법무 업무를 혼자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한마디로 두 사람은 경쟁자였다.조금의 포장도 없는 선언에 임한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팀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송미연도 따라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입사 첫날이라고 해서 따로 인사를 나누거나 적응할 시간은 없이 곧바로 업무가 시작됐다.장현영은 두 사람을 사무실로 불러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건넸다.“현재 회사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건입니다.”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천공연구원과의 계약 분쟁 건이에요. 우선 두 사람이 함께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초안 수준의 대응 방안을 정리해서 오늘 오후까지 제출하세요.”송미연의 손끝이 서류철에 닿았다.그리고 표지에 적힌 ‘천공연구원’이라는 다섯 글자를 보는 순간, 몸이 딱 굳어 버리며 순간 심장이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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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아주 지독하게 잘 짜여진 농담인 마냥, 이 모든 상황이 우스웠다.“네, 알겠습니다.”송미연은 마음속 감정을 꾹 눌러 삼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장현영의 사무실을 나섰다.문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어떻게든 스스로를 가라앉히려 애쓴 것이다.복도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동료들은 모두 제 일을 하느라 바빴다. 때문에 잠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한결도 장현영의 사무실에서 나와서는 송미연의 곁으로 다가와 미안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미연 씨,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다만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미연 씨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요.”“알아요.”송미연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한결 씨 말이 맞아요. 저는 분명 빠지는 게 맞고 장 팀장님의 결정도 틀리지 않았어요.”송미연은 임한결을 원망하지 않았다. 임한결은 그저 가장 옳은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잘못된 건 그녀가 아닌, 끊으려 해도 끊기지 않고, 정리하려 해도 더 얽혀드는 이 지긋지긋한 인연이었다. 그리고 떨쳐내려 해도 끝내 따라붙는 과거가 문제였다.담담한 송미연의 얼굴을 바라보자 임한결은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막상 꺼낼 말이 없었는지라 결국 그녀는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전 먼저 사건 검토하러 갈게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송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임한결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 뒤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사무실 한쪽.임한결은 자리에 앉아 서류철을 펼쳐 보았지만 어쩐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송미연이 있는 방향을 힐끗 바라보았다.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송미연의 뒷모습은 유난히 가냘프고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임한결의 마음에도 씁쓸함이 번졌다.일부러 송미연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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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임한결의 자리는 송미연의 대각선 맞은편에 있었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숙인 채 위닝 테크와 천공연구원의 분쟁 서류를 넘겨 보고 있었는데 가끔씩 손을 들어 중요한 부분에 표시를 남겼다.잠시 후, 임한결은 서류철을 덮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법무팀 팀장 장현영의 사무실 앞으로 갔다.똑똑, 그녀가 가볍게 문을 두드렸다.“팀장님, 천공연구원 사건 관련해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임한결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미연 씨가 물론 지분 문제 때문에 이 사건에서 빠지긴 했지만, 천공연구원의 내부 운영이나 계약 조항 작성 방식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관련 자료 정리를 맡기면 시간을 꽤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건 진행도 훨씬 빨라질 거고요.”그러자 장현영은 고개를 들어 임한결을 바라보더니 손끝으로 가볍게 책상을 두드렸다. 잠시 생각에 빠진 것이었다.“그래도 천공연구원 지분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은 없을까요?”“제가 전 과정을 확인하겠습니다. 자료도 하나하나 대조할 거고요. 그리고 미연 씨의 전문성은 팀장님도 인정하셨잖아요. 빠져야 하는 건 이해관계 때문이지, 능력 문제가 아니니까요.”임한결은 미소를 지었다. 말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자료 정리 정도를 맡기면 미연 씨의 장점도 살릴 수 있고, 괜한 말이 나올 여지도 줄일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임한결의 말이 나름대로 일리 있다 판단했기에 장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그렇게 하죠. 송미연 씨에게 말해서 협조받으세요.”허락을 받은 임한결은 사무실을 나와 곧장 송미연의 자리로 향했다.사무실 곳곳에서 두 사람을 힐끗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같은 날 입사한 경쟁자인데 한 사람은 사건을 주도하고 다른 한 사람은 보조로 밀려난 상황, 괜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미연 씨, 팀장님 허락받았어요. 천공연구원 사건 자료 정리 좀 도와줘요.”임한결의 말투는 여전히 온화했다.곧 그녀는 빈 파일 몇 개를 송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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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송미연은 알고 있었다. 임한결의 말이 결코 단순한 귀띔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그건 명백히 의도적인 행동이었다.일부러 그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그녀를 의심하고, 일부러 그녀를 천공연구원과 위닝 테크 사이에 끼워 넣어 선택을 강요한 것이었다.기업 간 경쟁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임한결은 굳이 이런 방식으로 그녀를 옛 직장과 새 직장 사이에서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마치 그녀가 천공연구원과 조금이라도 얽혀 있는 한, 절대 위닝 테크에 제대로 섞일 수 없다는 듯이, 영원히 ‘외부인’일 수밖에 없다는 듯이 말이다.송미연은 컴퓨터를 켜고 천공연구원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천공에 오래 몸담았던 그녀는 천공이 처음 자리 잡던 시기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지켜봐 왔고, 그 안의 사정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 익숙함이 이제는 송미연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되어 버렸다.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답답했다.결국 그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난 그저 조용히 일자리를 구하고 싶은 것뿐인데, 내 능력으로 살아가고 싶은 것뿐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처음에는 육민성과의 끊이지 않는 인연이 송미연을 붙잡더니, 이번에는 임한결의 노골적인 견제가 그녀를 흔들었다.어디로 가든, 과거라는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만 같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송미연은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어찌 됐든 그녀는 질 수 없었다.임한결에게 얕보일 수도 없었고 이런 감정에 무너질 수도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그저 자료 정리에만 집중하자.’그렇게 송미연은 천공연구원의 관련 계약서와 등록 자료를 하나하나 분류하고 이번 분쟁과 연관된 핵심 내용들을 표시했다.글씨는 반듯했으며 정리는 빈틈없이 명확했다.오전 근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송미연은 정리한 자료를 제본해 임한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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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송미연의 손끝이 허공에서 굳었다. 임한결이 내민 가방을 바라보는 순간, 가슴속에서 참아 왔던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자료 정리를 도우러 온 것이지 임한결의 가방을 들어 주고 커피 심부름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임한결은 송미연이 천공연구원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알고 있었다. 이곳에 그녀를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도 분명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굳이 이런 잡일을 시킨 것은, 천공연구원 직원들 앞에서 자신의 우위를 과시하고 송미연을 난처하게 만들려는 의도일 뿐이었다.주변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쏠렸다.놀란 눈빛, 안쓰러워하는 눈빛, 그리고 구경거리를 만난 듯한 시선까지...송미연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하얗게 질렸다.주먹을 꽉 움켜쥐며 겨우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임한결을 바라보았다.눈빛에는 분노가 가득했다.하지만 임한결은 그저 담담하게 웃더니 그대로 법무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홀로 문 앞에 남은 송미연의 손에는 무겁게 느껴지는 가방 하나가 들려 있었다.그렇게 그녀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다가 끝내 이를 악물고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천공연구원 안에서 임한결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구경거리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때문에 지금은 이 모욕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한 송미연은 내려가는 버튼을 눌렀다.잠시 뒤 문이 천천히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육민성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걸어 나왔다.검은 정장을 입은 그는 곧게 선 자세로 서류 하나를 들고 있었다. 아래층에서 막 올라오는 길인 듯했다.송미연에게 시선이 닿자 육민성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그녀의 손에 들린 가방을 보았다.그리고 법무팀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다가 다시 송미연의 얼굴을 훑어보았다.분노와 서러움이 뒤섞인 눈빛, 굳게 다물린 입술...그 순간 육민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한 듯, 송미연으로부터 법무팀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희미하게 임한결의 모습이 보였다.육민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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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아니면 그 사람이 너보다 직급이 높아?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너한테 가방 들게 하고 커피 심부름까지 시키는 건데? 네가 천공에서 어떤 사람인지 뻔히 알면서 일부러 괴롭히는 거야.”최수빈의 말에 송미연이 오랫동안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서러움이 한순간에 터져 나왔다.그녀는 휴게 공간 소파에 몸을 기댄 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분노가 서려 있던 눈빛도 조금씩 가라앉고 그 자리엔 피로감만 옅게 남았다.“괜찮아. 별일 아니야. 조금만 참으면 지나갈 일이잖아.”“이게 어떻게 별일이 아니야?”최수빈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 일부러 널 노리고 이러는 거잖아. 직장 내 경쟁은 경쟁이고 저건 정도가 너무 심해. 정 못 참겠으면 참지 마. 최악의 경우 이직하면 되잖아. 네 실력이면 어디를 가도 좋은 자리 못 구할 리가 없는데.”송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손에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안 돼. 난 이 일이 필요해.”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이제는 과거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아. 누구 도움에 기대서도 싫고. 내 힘으로 성경에서 자리 잡고 싶어. 이 정도 일로 흔들릴 순 없어.”최수빈이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송미연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이미 너무 먼 길을 걸어왔고 너무 많은 걸 견뎌냈는데 이 정도 일 때문에 지금까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었다.최수빈은 의지가 단단히 자리 잡은 송미연의 눈빛을 보며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해서 결국 한숨만 내쉬었다.그러다 손을 뻗어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진짜 고집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래. 네가 참겠다면 말리진 않을게. 대신 그 사람이 또 너 괴롭히면 바로 나한테 말해.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그리고 억울한 일 있으면 혼자 끌어안고 있지 말 나한테나 민혁 씨한테 말해. 우린 네 편이니까.”이런 최수빈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따뜻해진 송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 역시 살짝 붉어졌다.“알아. 고마워.”“우리 사이에 무슨 고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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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육민성은 손을 들어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목소리에는 감추기 힘든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지금은 나만 봐도 피하는데, 마주 앉아서 제대로 이야기하는 건 더 어렵겠지.”최수빈은 소파에 앉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의 모습에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선배는 너무 이것저것 재기만 해요. 미연이, 겉으로는 고집 세 보여도 속은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라고요. 지금 선배를 피하는 건 정말 미워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고 오해가 있어서예요. 선배가 피하면 피할수록 그 오해는 더 깊어질 거예요. 그러니까 더더욱 기회를 만들어서 제대로 물어봐야죠. 두 사람 사이에 대체 뭐가 그렇게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남아 있는지.”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 말했다.“위닝 테크과 천공 사이의 이번 법무 분쟁도 원래는 선배가 나한테 부탁해서 미연이 쪽에 자원을 밀어준 거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는 오히려 그게 미연이를 힘들게 하는 일이 됐고요. 임한결, 그 사람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여도 직장 내 경쟁심은 만만치 않아요. 미연이는 위닝 테크에 혼자 있는데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니 억울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죠.”육민성의 미간이 더 깊게 구겨졌다. 그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두드리자 둔탁한 소리가 조용한 공간에 낮게 울렸다.“내가 정리할게.”한참 뒤, 육민성이 시선을 들었다.“위닝 테크 쪽 법무 대응은 내가 직접 나설 거야. 기회를 봐서 미연 씨랑 제대로 이야기해 볼게.”드디어 육민성이 마음을 돌린 것을 보고 최수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죠. 더는 그 애 혼자 버티게 두지 마요. 말은 안 해도, 속은 많이 힘들 거예요.”같은 시각.위닝 테크 법무팀 사무실에는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이 가라앉아 있었다.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송미연의 앞에는 두꺼운 서류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천공 프로젝트의 원본 기록부터 위닝 테크의 과거 유사 분쟁 사례, 각종 법률 조항 정리까지...임한결은 이 모든 일을 한꺼번에 송미연에게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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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송미연은 알고 있었다. 임한결이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걸.일부러 모든 일을 자신에게 떠넘기고, 일부러 야근하게 만들어, 더는 못 버티고 물러나게 하려는 속셈이라는 걸.하지만 그녀는 절대 그렇게 쉽게 져줄 생각이 없었다.임한결에게 만만하게 보일 수 없었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무하게 날려 버릴 수도 없었다.점점 어두워지는 창밖, 사무실에 남아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 퇴근하고 마침내 넓은 사무실에는 송미연 혼자만 남았다.그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 왔다.한 모금 마신 뒤, 책상 위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밤 열 시였다.그런데 손에 쥔 업무는 아직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법률 분석 보고서는 틀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였다.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배가 고프면 가방에 넣어 둔 빵을 한입 베어 물었고, 목이 마르면 따뜻한 물을 마셨다.졸음이 몰려오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그렇게 송미연은 그날 밤 날이 밝을 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책상 위의 서류들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는데 맨 위에는 두꺼운 법률 분석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반듯한 글씨와 명확한 논리 전개, 수치 하나, 법 조항 하나까지 몇 번이고 확인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송미연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 순간, 밀려오는 피로가 파도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밤새 한숨도 못 잔 데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탓에 텅 빈 속이 쓰리고 아팠다.머리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시야에는 자꾸 검은 점들이 아른거렸다.더는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걸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이윽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라도 하고 새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법무팀 팀장 장현영이 들어왔다.그 뒤로 낯익은 실루엣이 하나 보였다.송미연은 그 사람에게 시선이 닿는 순간,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육민성, 그는 몸에 꼭 맞게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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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회의실 안의 공기는 숨이 막힐 만큼 무거웠다.송미연은 밤새 정리한 자료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육민성의 앞으로 내밀었다.“육 대표님, 이번 분쟁 건과 관련해 위닝 테크에서 정리한 자료와 1차 법률 분석 보고서입니다. 검토 부탁드려요.”육민성은 보고서를 집어 들고 몇 장 넘겼다.반듯한 글씨가 눈에 들어오자 순간 그의 가슴은 더욱 무거워졌다.어젯밤 그녀가 어떻게 밤을 새워 가며 이 보고서를 완성했을지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졌기 때문이었다.“이 보고서... 송미연 씨가 밤새 작성한 거죠?”육민성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지만 그 말은 송미연에게 오히려 신경을 긁는 소리처럼 들려 곧바로 고개를 들었다.눈빛에는 누가 봐도 불쾌해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천공의 일에나 신경 쓰세요. 제 몸 상태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위닝 테크의 업무 결과물입니다. 내용에만 집중하시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차갑게 내뱉은 말이 비수처럼 육민성의 가슴을 파고들었다.그러자 그가 상처 입은 듯한 눈빛으로 송미연을 바라보았다.“미연 씨, 난 그냥 미연 씨가 걱정돼서 그래.”“육 대표님, 예의를 지켜주시고 반말은 삼가해주시죠.”송미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우리 사이는 이미 끝난 지 오래됐습니다. 괜히 걱정하는 척할 필요도 없고요. 저는 지금 위닝 테크 직원이고 대표님은 천공연구원의 대표님입니다. 우린 업무상 협력 관계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육민성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눈빛 속에 담겨 있던 걱정은 점점 답답함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걱정하는 척? 미연 씨, 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미연 씨가 오해하고 있다는 건 알아. 그래서 해명하려고 했어. 그런데 단 한 번도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잖아.”“해명이요?”송미연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해명을 하겠다는 건데요? 전 안 듣고 싶습니다.”곧 육민성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자 송미연은 반사적으로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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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엘리베이터 안에는 두 사람뿐이라 숨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릴 만큼 조용했다.육민성은 품에 안긴 송미연을 내려다보았다.“미연 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나 놀라게 하지 마, 응?”곧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육민성은 송미연을 안은 채 빠르게 위닝 테크를 빠져나왔다.조심스럽게 조수석에 눕히듯 앉힌 뒤에는 안전벨트를 채워 주었다.그리고 자신이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을 벗어 그녀의 몸 위에 덮어 주었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서였다.곧바로 운전석에 올라탄 육민성은 시동을 걸고 가장 가까운 병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달리는 내내 그의 시선은 자꾸만 조수석의 송미연에게 향했다. 눈빛에는 걱정과 자책이 가득했다.‘깨어나면 반드시 제대로 해명해야지. 모든 오해를 풀 거야.’...차가 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육민성은 송미연을 안고 곧장 응급실로 뛰어 들어갔다.“의사 선생님! 여기 좀 봐 주세요, 빨리요!”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다가오더니 송미연을 응급실 안으로 옮겼다.육민성은 굳게 닫힌 문 앞에 서 있었다.주먹을 꽉 쥔 손끝은 하얗게 질렸고 손마디는 푸른색을 띠며 도드라져 있었다.한편 그 시각.위닝 테크 법무팀에는 임한결이 외근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다.사무실의 분위기가 어딘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순간,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래서 가까이에 있던 동료를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이에 동료는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을 빠짐없이 전해 주었다.자초지종을 들은 임한결은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당황한 눈빛을 내비쳤다.그녀는 송미연이 밤새 자료를 정리했을 줄 몰랐다. 또 육민성이 직접 찾아와 대응할 줄도 몰랐다.더구나 두 사람이 말다툼을 하다 송미연이 쓰러졌다는 말은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임한결은 송미연의 자리로 다가갔다.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는데 두꺼운 법률 분석 보고서도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그제야 그녀는 알았다. 자신이 그동안 송미연에게 지나치게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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