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연은 알고 있었다. 임한결이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걸.일부러 모든 일을 자신에게 떠넘기고, 일부러 야근하게 만들어, 더는 못 버티고 물러나게 하려는 속셈이라는 걸.하지만 그녀는 절대 그렇게 쉽게 져줄 생각이 없었다.임한결에게 만만하게 보일 수 없었고, 지금까지의 노력을 허무하게 날려 버릴 수도 없었다.점점 어두워지는 창밖, 사무실에 남아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 퇴근하고 마침내 넓은 사무실에는 송미연 혼자만 남았다.그녀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 왔다.한 모금 마신 뒤, 책상 위 시계를 바라보니 이미 밤 열 시였다.그런데 손에 쥔 업무는 아직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고 법률 분석 보고서는 틀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였다.그녀는 다시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였다.배가 고프면 가방에 넣어 둔 빵을 한입 베어 물었고, 목이 마르면 따뜻한 물을 마셨다.졸음이 몰려오면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얼굴을 씻었다.그렇게 송미연은 그날 밤 날이 밝을 때까지 한숨도 자지 못했다.책상 위의 서류들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는데 맨 위에는 두꺼운 법률 분석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반듯한 글씨와 명확한 논리 전개, 수치 하나, 법 조항 하나까지 몇 번이고 확인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송미연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그 순간, 밀려오는 피로가 파도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밤새 한숨도 못 잔 데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탓에 텅 빈 속이 쓰리고 아팠다.머리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시야에는 자꾸 검은 점들이 아른거렸다.더는 몸이 버티지 못한다는 걸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버텼다.이윽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세수라도 하고 새 하루의 업무를 시작하려는데,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법무팀 팀장 장현영이 들어왔다.그 뒤로 낯익은 실루엣이 하나 보였다.송미연은 그 사람에게 시선이 닿는 순간,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다.육민성, 그는 몸에 꼭 맞게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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