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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471 - チャプター 1480

1586 チャプター

제1471화

임한결은 병원 복도 모퉁이에서 발걸음을 멈췄다.육민성이 했던 말들이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이 억울함으로 들끓었다.하지만 그녀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지금 저 안에 오직 두 사람만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었다.그런 공간은 너무 위험했다. 억눌러 두었던 감정이 다시 살아나기엔 더없이 좋은 상황이니 말이다.임한결은 잘 알고 있었다. 송미연이 육민성에게 아무 감정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늘 날카롭게 부딪치던 말들 뒤에 숨어 있던 건 결국 서운함과 억울함이었다.그리고 송미연을 바라보는 육민성의 눈빛 역시, 결코 친구 사이에서 하는 걱정 따위가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깊은 애정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을 만큼 짙었다.이대로 두 사람을 함께 있게 둔다면, 송미연이 깨어난 뒤 육민성이 차분히 해명하기만 해도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오해들은 너무 쉽게 풀려 버릴지 몰랐다.그럼 자신은?위닝 테크에서의 경쟁도,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육민성을 향한 감정도 결국 우스운 꼴이 되고 말 터였다.임한결은 차가운 벽에 기대어 휴대폰 연락처 목록을 훑었다.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두 사람이 너무 자연스럽게 다시 가까워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그때, 송미연이 가끔 가족 이야기를 꺼냈던 것이 떠올랐다.가족들이 자신의 마음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을 그저 집안의 이익을 이어 주는 장기 말처럼 여긴다는 말이었다.그 순간, 머릿속에서 대담한 생각 하나가 싹텄다.이윽고 그녀는 전에 우연히 저장해 두었던 연락처를 찾아냈다. 위닝 테크에 입사할 때, 송미연이 긴급 연락처란에 적어 둔 송강수의 번호였다.임한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신호음이 한참 이어진 뒤에야 상대는 전화를 받았다.“누구시죠?”임한결은 속에서 치미는 불안함을 억누르며 일부러 다급하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안녕하세요. 미연 씨 아버님 맞으시죠? 저는 미연 씨의 동료 임한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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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2화

육민성은 병상 옆 의자에 앉아 손끝으로 송미연의 손등을 조심스레 쓸었다. 손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래서 육민성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그 손을 감싸 쥐고 어떻게든 제 온기를 전해 주려 했다.더없이 조심스러운 손길,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어루만지는 사람처럼 이전에는 보인 적 없는 애틋함이 담겨 있었다.머릿속에는 조금 전 회의실에서의 장면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눈시울을 붉힌 채 자신과 맞서던 송미연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것이었다.그는 후회했다.순간적으로 감정을 이기지 못했던 것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던 것을,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많은 억울함을 홀로 삼키게 만든 것을...육민성은 그렇게 한참을 곁에 앉아 송미연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그녀의 얼굴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깨어나는 순간을 놓칠까 두려워서였다.고요한 병실에서는 의료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낮은 소리만이 희미하게 이어질 뿐이었다. 시간마저 멈춰 선 듯했다.그곳에는 오직 육민성과 송미연, 그리고 오래도록 억눌러 왔던 깊은 마음만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이 평온한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얼마 후,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송강수와 설희애가 빠른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 뒤로는 송미연의 남동생 송진우가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육민성이 송미연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설희애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육민성! 너 아직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미연이랑 이제 이혼할 사이잖아. 그런데 아직도 왜 우리 애한테 들러붙어 있어?”송강수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육민성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불쾌함과 경계심이 섞여 있었다.“민성아, 지금 너랑 미연이가 어떤 관계인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미연이는 지금 쓰러져서 안정이 필요하니 이만 나가줘.”육민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갑작스럽게 나타난 송씨 가문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잠시 의아함이 스쳤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그는 송미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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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3화

“우리가 미연이를 어떻게 대하든, 네가 상관할 일 아니야.”설희애는 육민성의 말에 말문이 막힌 듯 표정이 더 험악하게 굳어졌다.“육민성, 똑똑히 들어. 육씨 가문이 돈 있고 힘 있다고 해서 우리 송씨 가문까지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미연이가 너랑 이혼하고 나면, 우리가 알아서 길을 마련해 줄 거야. 네가 신경 쓸 일 아니라고.”설희애의 말은 칼날처럼 육민성의 가슴을 깊이 찔렀다.병상에 누운 송미연을 바라보자 가슴 한쪽이 더 아려 왔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이런 집안에서 자란 것이었다. 부모의 사랑은커녕 끝없는 요구와 이용만을 당하며 말이다.고집스럽고 강한 척하던 그녀의 모습도, 결국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둘러친 갑옷이었을 뿐이었다.그때 송진우가 앞으로 나서더니 육민성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사실 부모님도 누나를 위해 그러시는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대표님과 이혼하면 누나 혼자 살아가기 쉽지 않을 거잖아요. 부모님은 누나에게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서 새로 가정을 꾸리게 해 주려는 거예요. 의지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니까.”육민성은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송강수와 설희애를 바라보았다.“지금 미연 씨에게 정략결혼을 시키겠다는 겁니까?”송강수는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요즘 우리 회사가 조금 어려워서 말이지. 자금 사정도 빠듯하고. 진우도 다음 달이면 약혼을 해야 해서 예물 비용이 꽤 많이 들어. 미연이가 장씨 가문에 시집가면 장씨 쪽에서 당연히 도와줄 거야. 그러면 송씨 가문도 위기를 넘길 수 있고 미연이도 좋은 혼처를 얻는 셈이니... 서로 좋은 일 아니겠어?”장씨 가문은 은산시 일대의 또 다른 부유한 집안이었다.하지만 그 집 아들은 방탕하고 품행이 나쁘기로 악명이 높았다.그런데도 송강수 부부는 이익을 위해 송미연을 그런 사람에게 밀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순간, 육민성의 가슴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주먹을 어찌나 꽉 움켜쥐었는지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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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4화

자신들의 속내를 꿰뚫은 송미연의 말에 송강수와 설희애의 얼굴에는 이내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송강수가 헛기침을 하며 변명하려 했다.“미연아, 우리는 네 부모잖아. 당연히 네가 걱정돼서 왔지.”“걱정이요?”송미연이 피식 웃었다.“걱정한다는 게... 저를 육 대표님과 결혼하게 몰아붙이는 건가요? 이혼하면 곧장 장씨 가문에 밀어 넣어서 송씨 가문의 이익을 챙기려는 건가요? 제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도 제 몸 상태부터 묻는 게 아니라, 여기서 육 대표님과 다투고 이혼을 따지고 정략결혼을 논하는 게 걱정한다는 표현이에요?”그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렸다.오랫동안 쌓이고 눌려 있던 억울함과 분노가 이 순간 마침내 터져 나왔다.“저 어릴 때부터 두 분 말만 듣고 살았어요. 배우라면 배웠고 하라면 했어요. 그렇게 말 잘 듣고 두 분이 원하는 걸 전부 해내면 언젠가는 저를 조금이라도 더 봐 줄 줄 알았어요. 조금이라도 더 사랑해 줄 줄 알았다고요. 그런데 제가 틀렸어요. 그것도 아주 완전히. 두 분 마음속에서 저는 한 번도 딸이었던 적이 없더라고요. 그저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지. 회사가 두 분의 목숨이고 진우가 두 분의 귀한 아들이라면, 저는 그저 두 분이 거래에 써먹는 패일 뿐이잖아요.”송미연의 말에 육민성은 가슴이 미어졌다.그래서 병상 곁으로 다가가 송미연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미연 씨, 무서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송미연은 육민성의 품에 기대어 그의 안정적인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러자 억눌러 왔던 서러움이 오히려 더 북받쳐 올랐다.“미연아,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송씨 가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너도 알잖아. 정말 막다른 길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이러지 않았어.”“막다른 길이요?”송미연이 고개를 들었다.“회사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두 분과 진우예요. 하루 종일 요행만 바라고 제대로 발붙이고 일할 생각은 하지 않다가 이제 문제가 생기니 저보고 대신 값을 치르라는 거잖아요. 분명히 말하는데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오늘부터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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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5화

그 말을 끝으로 송강수와 설희애는 송진우를 데리고 분에 찬 발걸음으로 병실을 떠났다.병실 문이 거칠게 닫히며 커다란 소리가 울렸다.그제야 병실 안의 공기가 다시 조용히 가라앉았다.송미연은 침대 머리에 기대앉아 있었는데 등 뒤에는 부드러운 쿠션이 받쳐져 있었다.문득 그녀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대표님도 돌아가세요.”육민성은 병상 곁에 서서 송미연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손을 들어 그녀의 흐트러진 잔머리를 정리해 주려 했으나 허공에 잠시 멈춘 채, 끝내 조용히 아래로 내려갔다.대신 그는 조심스레 이불을 여며 주었다.“그래.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말고 푹 쉬어.”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의사가 과로에 저혈당이 겹친 거라 큰 문제는 없다고 했어. 다만 당분간은 안정이 필요하대.”말을 마친 그는 더 머무르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송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육민성은 아주 이른 시간에 병실로 들어왔다. 송미연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반듯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피로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고 눈가의 핏줄은 오히려 그녀보다 더 선명했다. 어젯밤, 아무래도 돌아가지 못한 듯했다.그를 바라보는 송미연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엉켰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결국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일부러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가 역력했다.“여기... 올 필요 없어요.”애써 장착한 차가운 모습은 얇은 얼음장처럼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눈빛이 희미하게 어두워졌으나 육민성은 화내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그리고 다시 말했다.“간호사한테 따뜻한 물이랑 담백한 죽을 준비해 달라고 했어. 조금 있다가 먹어. 기운 좀 차려야 하니까.”송미연은 대답 대신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모든 감정을 눈 밑 깊숙한 곳에 숨겨 둔 사람처럼, 턱선이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사실 그녀는 두려웠다.한 번 더 바라봤다가 육민성의 다정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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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6화

하지만 송미연은 알지 못했다. 조용히 닫힌 그 병실 문 너머, 육민성은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그는 병실 문밖의 차가운 벽에 기대어 서서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눌렀다. 손가락 사이에는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지만 불을 붙이진 않았다.병원 복도는 금연 구역이었으니 말이다.무엇보다 그는 담배 냄새가 병실 안으로 스며들어 안에 있는 그녀를 방해할까 두려웠다.그렇게 그는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시선은 병실 문에 단단히 고정된 채, 마치 말없이 굳어버린 조각상 같았다.복도에는 가끔 간호사와 의사들이 지나갔다. 발소리는 조심스러웠고 주고받는 말소리도 작았다. 그러나 그 어떤 소리도 그를 흔들지는 못했다.지금 육민성의 세상에는 오직 저 문 하나, 그리고 그 문 안에 있는 사람만 남아 있었다.그래도 문 안의 송미연이 무사하고 아무 일 없이 깨어났다는 사실만 떠올리면, 그는 이 모든 것이 충분히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이윽고 육민성은 휴대폰을 꺼내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회사 일은 모두 알아서 처리하고 따로 보고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이어 최수빈에게도 송미연이 깨어났고 상태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모든 연락을 마친 뒤, 그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꿔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 다음 여전히 그 벽에 기대어 병실 문 앞을 지켰다.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육민성은 또다시 그 자리를 지켰다.복도에 하나둘 불이 켜졌다.그 사이, 간호사가 식사 카트를 밀고 들어와 송미연에게 밥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다 병실에서 나온 간호사는 벽에 기대어 있는 그를 보고 끝내 조용히 물었다.“계속 여기 계셨던 거예요? 송미연 씨는 깨어나셨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안정되셨어요. 피곤하시면 안에 들어가 잠깐 앉아 계셔도 되고 옆 휴게실에서 조금 쉬셔도 돼요.”육민성은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괜찮습니다. 그냥 여기 있을게요. 쉬는 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게 생기면, 바로 저한테 알려주세요.”간호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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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7화

“어젯밤 내내 지키고 계셨다는 걸 알면 환자분도 분명 마음이 움직일 거예요. 들어가서 얼굴 한번 보세요. 곁에 있어 주시고요.”육민성은 그 문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아침밥 먹고 푹 쉬게 해주세요.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 그 사람이 저를 만나고 싶어질 때까지요.”그런 육민성의 모습에 간호사는 안타까웠지만 더는 권하지 못하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병실 안.송미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앉아 눈앞의 흰죽과 반찬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입맛은 좀처럼 돌지 않았다.하룻밤을 쉬고 나니 몸은 많이 나아졌고 어지럼증도 가셨다.그런데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어젯밤 병실을 나서던 육민성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가슴 한구석이 허전했다. 그 허전함이 무엇 때문에 생긴 것인지는 자신도 알 수 없었다.곧 그녀는 숟가락을 들어 죽을 조금 떠 입에 넣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회복 상태가 꽤 좋아요. 오늘 하루만 더 지켜보고 별문제 없으면 내일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간호사가 들어와 혈압을 재며 웃는 얼굴로 말하자 송미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간호사는 혈압계를 정리하며 웃었다.“어제 쓰러지셨을 때 육 대표님이 얼마나 놀라셨는지 몰라요. 응급실 앞에서 밤새 한숨도 못 주무시더니 오늘도 병실 문밖을 지키셨어요. 꼬박 하룻밤 동안 거의 움직이지도 않고 밥도 한 입안 드시고요.”간호사의 말은 송미연의 가슴속에 벼락처럼 떨어졌다.그녀는 홱 고개를 들고 간호사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믿기 어렵다는 기색이 가득했다.“뭐라고요? 육 대표님이... 병실 문밖에서 밤새 있었다고요?”“네.”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에는 저절로 안쓰러움이 묻어났다.“어제 오후에 미연 씨 깨어나시고 병실에서 나간 뒤로 계속 문밖 벽에 기대어 계셨어요. 정말 꼬박 하룻밤을요. 저희가 들어가서 잠깐 앉아 계시라거나, 휴게실에서 좀 쉬시라고 해도 끝까지 안 그러시더라고요. 쉬는 데 방해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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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8화

가슴속에 남아 있던 서러움과 분노, 혼란이 그 순간 갑자기 스며든 온기에 조금씩 녹아내렸다.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먹먹함과 벅찬 감정이었다.송미연은 어젯밤 자신이 육민성에게 얼마나 거리를 두었는지, 일부러 얼마나 차갑게 굴었는지를 떠올렸다. 그러자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죄책감이 번졌다.간호사는 붉어진 송미연의 눈가를 보고 분명 마음이 움직인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웃은 뒤, 병실을 나갔다. 그녀에게 조용히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남겨 주려는 듯했다.병실 안.송미연은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조급함이 피어올랐다.저 문을 열고 싶었다. 문밖에 있는 그 사람을 보고 싶었다.밤새 자신을 지킨 뒤, 얼마나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또 아프지는 않은지, 힘들지는 않은지...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었느냐고, 왜 자신에게 차갑게 굴고 밀어내기만 한 사람을 위해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느냐고 묻고 싶었다.어쩌면, 그동안 쌓인 오해의 골은 풀 수 없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어쩌면, 그가 자신을 향해 품은 마음은 송미연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죄책감이나 책임감만은 아닐지도 몰랐다.그리고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길이 이혼 하나뿐인 것도 아닐지 몰랐다.송미연은 천천히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킨 뒤, 병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손잡이에 닿은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겨우 가라앉힌 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복도에는 햇살이 딱 좋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문 앞에 선 사람의 몸 위로 부드럽게 쏟아졌다.육민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사람처럼, 잠든 순간에도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에는 붉은 실핏줄이 가득했으며 얼굴은 창백했고 턱에는 옅은 푸른 수염 자국까지 올라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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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9화

송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고개를 들어 육민성을 바라보았다.눈가의 붉은 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차갑게 거리를 두던 기색이 옅어지고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며칠째 이어진 피로와 걷잡을 수 없이 뒤엉켰던 감정들은 송미연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이혼이라는 생각은 한때 가슴에 박힌 가시처럼 그녀를 아프게 했다.하지만 지금, 짙은 피로가 드리운 육민성의 눈가와 그 안에 담긴 기대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굳이 이렇게까지 서로를 몰아세울 필요는 없었을지도 몰라.’“돌아가요.”가벼운 목소리, 막 잠에서 깬 사람처럼 조금 쉬어 있었다.“이혼하고 나서도 우리 계속 친구로 지내요.”이 한마디는 호수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것처럼 육민성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잠시 어리둥절해 하더니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송미연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그동안 육민성은 거리를 두는 그녀의 태도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다.심지어 그녀가 자신을 완전히 밀어낼지도 모른다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송미연이 적어도 친구로는 남아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육민성은 입술을 꾹 다물며 손끝을 아주 살짝 움직였다. 가슴속에서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 올라왔다.그는 언제나 그녀를 가장 소중한 친구로 여겼었다.애초에 결혼한 것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었다.두 사람 모두 집안에서 끝없이 밀어붙이는 정략결혼을 피할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심지어 모든 일이 지나가면, 평화롭게 이혼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자고 약속까지 하지 않았던가.하지만 조금 전 그 말에, 육민성은 뜨거운 눈빛으로 송미연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이혼... 안 하면 안 될까?”송미연은 잠시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놀란 기색이 가득했다.육민성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모두 꺼냈다.“아저씨는 또 다른 정략결혼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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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0화

오후가 되자 의사가 와서 다시 진찰했다. 송미연의 몸은 꽤 잘 회복되고 있었고 내일이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육민성의 눈가에 웃음기가 더 짙어졌다.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손놀림은 제법 능숙하고 빨랐다.송미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바삐 움직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그리고 ‘이혼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마음속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다음 날 아침.송미연이 막 세수를 마쳤을 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최수빈이 보온통을 들고 빠르게 들어왔다.“미연아, 오늘 퇴원한다며. 몸보신 좀 하라고 내가 곰탕 끓여 왔어.”“수빈아.”송미연이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곧 최수빈이 보온통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뚜껑을 열자 진한 곰국 냄새가 순식간에 병실 안으로 퍼졌다.이내 그녀가 한 그릇을 떠서 송미연 앞에 내밀었다.“얼른 먹어 봐. 아침 내내 끓인 거야. 네가 좋아하는 대추랑 구기자도 넣어서 기력 회복에 좋아.”송미연은 그릇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고마움이 잔뜩 담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고마워. 넌 늘 이렇게 날 챙겨 주네.”“나한테까지 뭘 그렇게 고마워해.”최수빈은 웃으며 그녀의 곁에 앉았다. 그런 다음 송미연이 한 그릇 다 마시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몸은 좀 어때? 많이 괜찮아졌어? 민성 선배가 요 며칠 계속 네 곁에 있었지?”육민성의 이름이 나오자 송미연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응. 밤새 날 지켜줬어. 요 며칠도 계속 같이 있어 줬고.”최수빈은 한층 부드러워진 송미연의 눈빛을 보며 말했다.“그럴 줄 알았어. 선배 마음속에는 네가 있거든. 그나저나 두 사람 이제 어떻게 됐어? 이혼 얘기는 아직 그대로야?”송미연은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 후 손끝으로 그릇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지르며 한동안 침묵하다가 결국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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