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남아 있던 서러움과 분노, 혼란이 그 순간 갑자기 스며든 온기에 조금씩 녹아내렸다.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먹먹함과 벅찬 감정이었다.송미연은 어젯밤 자신이 육민성에게 얼마나 거리를 두었는지, 일부러 얼마나 차갑게 굴었는지를 떠올렸다. 그러자 마음 한구석에 희미한 죄책감이 번졌다.간호사는 붉어진 송미연의 눈가를 보고 분명 마음이 움직인 거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래서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웃은 뒤, 병실을 나갔다. 그녀에게 조용히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남겨 주려는 듯했다.병실 안.송미연은 고개를 돌려 굳게 닫힌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조급함이 피어올랐다.저 문을 열고 싶었다. 문밖에 있는 그 사람을 보고 싶었다.밤새 자신을 지킨 뒤, 얼마나 지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또 아프지는 않은지, 힘들지는 않은지...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었느냐고, 왜 자신에게 차갑게 굴고 밀어내기만 한 사람을 위해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느냐고 묻고 싶었다.어쩌면, 그동안 쌓인 오해의 골은 풀 수 없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어쩌면, 그가 자신을 향해 품은 마음은 송미연이 생각했던 것처럼 단순한 죄책감이나 책임감만은 아닐지도 몰랐다.그리고 어쩌면,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길이 이혼 하나뿐인 것도 아닐지 몰랐다.송미연은 천천히 이불을 걷어내고 몸을 일으킨 뒤, 병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손잡이에 닿은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겨우 가라앉힌 뒤,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었다.복도에는 햇살이 딱 좋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이 문 앞에 선 사람의 몸 위로 부드럽게 쏟아졌다.육민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벽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사람처럼, 잠든 순간에도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눈에는 붉은 실핏줄이 가득했으며 얼굴은 창백했고 턱에는 옅은 푸른 수염 자국까지 올라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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