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1691 - Kabanata 1700

1766 Kabanata

제1691화

장성훈의 심장이 순간 찢어지듯 수축했다.그는 침묵을 선택했다.강지안은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눈동자 깊은 곳에 아주 미미한 자조의 빛을 띄우더니 차갑다 못해 냉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당신은 내 몸을 원했고 실제로 내가 위기에 처한 틈을 타서 이미 선을 넘기도 했잖아요. 내 평안을 바란다는 건, 그저 장성훈 씨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원 중 하나일 뿐일 텐데.”그녀는 눈을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투명하게 맑은 눈빛이었다.“그럼 누가 내 평안을 지켜줬으면 좋겠는데요? 차라리... 장성훈 씨가 직접 한 명 소개해 줄래요?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고 떳떳하게 내 곁을 지킬 수 있으며 기회를 틈타 못된 짓을 저지르지도 않고, 나를 이토록 가혹한 기억 상실에 빠뜨리지도 않을 그런 사람으로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그녀가 내뱉은 글자 하나하나가 잘 벼려진 칼날이 되어 그의 가장 아프고 가장 자격지심을 느끼며 감히 들여다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던 상처 깊숙한 곳을 정확하게 찔렀다.그 자리에 선 채 장성훈의 얼굴에서 핏기가 서서히 가시더니 이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는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이토록 완벽하게 자신의 숨통을 틀어쥐고 흔드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장성훈은 문가에 선 채 문고리를 부서질 듯 움켜쥐었고 힘을 준 손가락 끝이 짓눌려 하얗게 변해갔다.이성을 잃지 않은 냉철하면서도 날카로운 그녀의 추궁은 장성훈이 두르고 있던 얄팍한 위선의 껍데기를 하나씩 갈기갈기 찢어발겼고 그의 절제, 그의 헌신, 비겁해서 다가가지 못한 경계심 따위는 그녀의 당돌한 질문 앞에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직접 한 명 소개해 줄래요? 사람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사람으로...”그녀의 시선은 평온했고 분노도, 서러움도, 그 어떤 감정도 섞여 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그가 겪어본 그 어떤 가혹한 비난보다도 숨통을 가로막는 무거운 질식감을 안겨주었다.그의 목젖이 크게 일렁이더니 쩍쩍 갈라져 바짝
Magbasa pa

제1692화

‘부모라니?’강지안은 멍해졌다.기억을 잃은 후 그녀의 주변에는 가족이라는 존재가 단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었다.담당 의사, 비서, 친구 등 주변 인물은 수없이 많았으나 부모만큼은 부재했다.그래서 그녀는 여태껏 자신이 고아이거나 혹은 가족들이 이미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전 두 분 기억 안 나요.”그녀의 어조는 평온했으나 명백한 불신의 기색이 서려 있었다.“두 분에 대한 기억은 제 머릿속에 단 한 조각도 없거든요.”강지안의 어머니 문성희는 붉어진 눈으로 가방 안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서둘러 꺼내더니, 조심스레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지안아, 이것 좀 보려무나. 네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가 외국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란다.”모서리가 누렇게 바랜 사진이었다.자그마한 꼬마 강지안이 한 남녀의 품에 안겨 눈이 반달이 되도록 환하게 웃고 있었다.사진 속 풋풋했던 젊은 남녀의 이목구비는 눈앞에 서 있는 이 중년 부부의 실루엣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했다.게다가 사진 뒷면에는 삐뚤빼뚤하게 손으로 쓴 영어 한 줄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은 영락없는 그녀의 어린 시절 필체였다. 강지안은 손가락 끝을 파르르 떨었다.거짓이 아니었다.이들은 정말로 그녀의 친부모가 맞았다.가슴속에 차갑게 굳어 있던 빗장이 한순간에 스르르 풀려 내렸다.그녀는 고아가 아니었으며 홀로 외로이 버려진 존재가 아니었다.단지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 머릿속 기억마저 잃어버렸을 뿐이었다.문성희는 딸의 경계심이 누그러진 것을 알아채고 마침내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강지안의 다치지 않은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살결을 타고 흐르는 온기는 기묘하게도 익숙하고 따스했다. “불쌍한 내 새끼,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차 사고에, 부상에, 기억까지 잃었다는데 우리는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단다. 조금이라도 알았더라면 진작에 달려왔을 텐데.”강지안은 침묵을 지킨 채 그녀가 이끄는 대로 손을 내맡겨 두었다. 가슴속이 온통 복잡 미묘하게 요동쳤
Magbasa pa

제1693화

강지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의 부모는 이미 장성훈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애초에 자신이 국내에 남았을 때부터 그에게 신변이 위탁되어 있었던 것이었다.바로 그 순간, 딩동 하고 다시 한번 초인종 소리가 적막을 깼다.강석우가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그 녀석을 이쪽으로 오라고 불렀다. 오늘 우리 부부 앞에서 합당한 해명을 내놓아야 할 거야.”강지안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어 버렸다.아까 장성훈이 자리를 비운 것은 제 고집에 못 이겨 도망치듯 떠난 것이 아니라 그녀의 부모에 의해 이리로 호출당했던 것이다.이윽고 문이 조심스럽게 밀려 열리더니 익숙한 실루엣이 다시금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장성훈은 여전히 창백한 안색에 꼿꼿한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방 안의 부부를 확인하자 눈빛이 찰나의 순간 복잡한 감정으로 흔들렸다.그는 도망치거나 피하려 하지 않고 한 걸음씩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그의 시선은 가장 먼저 강지안에게 닿았다. 그녀의 안위를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비로소 강석우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방 안의 공기가 일순간 팽팽하게 긴장했다.강석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칼날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장성훈의 전신을 꿰뚫을 듯이 쏘아보았다.“장성훈.”한 자 한 자, 얼음장을 치듯 차가운 목소리였다.“내 딸아이를 잘 돌보라고 했더니 결과가 고작 이거야?”방 안의 공기는 마치 얼음물에 담갔다 꺼낸 듯 무겁고 눅눅하게 주위를 짓눌렀다.장성훈은 거실 한가운데에 우뚝 선 채, 단 한마디의 변명도 늘어놓지 않았고 피하려 들지도 않았다.강석우의 서슬 퍼런 질책 앞에서 그는 그저 조용히 눈길을 내리깔았을 뿐이었다. 길게 늘어진 속눈썹이 그의 눈 속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을 가려주었고 드러난 턱선만이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다.그는 이 날이 언젠가는 들이닥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과거 강지안의 부모가 해외로 멀리 떠나기 전, 그를 몸소 찾아와 딸의 손을 그의 손바닥 위에 무겁게 얹어주며 당부했던 말이 있었다.“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Magbasa pa

제1694화

거실의 공기는 조금 전 팽팽했던 대치의 순간에 그대로 멈춰 있었고 강석우가 던진 호통은 고요한 수면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지듯 파문을 일으키며 모두의 숨통을 가로막았다.장성훈은 제자리에 선 채 주먹을 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짓눌리도록 힘을 주었다.그는 입을 열어 과거의 그 무수한 거짓말과 어쩔 수 없었던 사정들, 그리고 어둠 속에서 그녀를 지켜왔던 세월을 한 자 한 자 모두 털어놓고 싶었다.하지만 차마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보인 강지안의 눈동자 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과 극심한 피로, 그리고 거부감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녀는 기억 상실증 환자였다.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더 많은 진실을 주입하는 건 잔인한 짓이었다.강지안은 말문을 열려다 머뭇거리는 그의 모습과 부모의 침울한 표정을 바라보며, 머릿속 복잡한 실타래가 사정없이 꼬여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터질 것처럼 관자놀이가 쿵쾅거리며 아팠다.부탁이니, 경호원이니, 약혼녀니, 위장 결혼이니, 보살핌이니, 죄책감이니... 그따위 소리들은 전부 듣고 싶지 않았다.단 하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스스로 기억하지도 못하는 인생을 타인의 손에 등 떠밀려 억지로 수용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별안간 솟구친 짜증과 서러움이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그녀는 홱 고개를 들어 장성훈을 매섭게 노려보며 거의 찢어지는 듯한 쉰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장 나가요! 당신들이 하는 말, 단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으니까 나 혼자 있게 해 줘요! 어서 나가란 말이에요!”느닷없이 터져 나온 날 선 고함에 강석우와 문성희마저 가슴을 쓸어내리며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강지안은 가슴을 가쁘게 들썩이며 붉어진 눈시울로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녀는 지금 그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그 누구도 믿고 싶지 않았다. 진실이 무엇이든, 과거가 어땠든, 사랑이든 원망이든 그 무엇도 그녀에겐 거추장스러운 짐일 뿐이었다.장성훈은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그는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애틋함
Magbasa pa

제1695화

“그리고... 당분간은 혼자서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지금 그녀의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심란했기에, 어디로 가든 사정은 매한가지였다.해외로 떠나는 것은 그저 장소만 바꾸어 도망치는 것에 불과했고 도망치는 것으로는 그 어떤 본질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었다.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까.강석우와 문성희는 서로를 바라보며 씁쓸한 한숨을 나누었다.그들은 딸아이의 성정을 너무 잘 알았다. 겉은 온순해 보여도 고집은 황소고집이라, 한번 마음먹으면 절대로 꺾이지 않았다.“알겠다.”강석우가 결국 한 걸음 물러섰다.“네 뜻을 억지로 꺾지는 않으마. 당분간 우리 부부도 국내에 머무를 테니, 네 아파트 근처 호텔에 묵고 있을게. 마음이 정리되어 우리가 보고 싶어지면 언제든 망설이지 말고 연락해.”문성희도 덧붙였다.“해외로 가는 길은 언제나 너를 향해 열려 있어. 네가 고개만 끄덕이면 곧장 모든 수속을 밟고 최고의 주치의와 치료 환경을 약속하마. 기필코 네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게 도울 테니까.”강지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을 대신했고 더 이상의 긴 대화는 이어지지 않았다안전에 유의하고 밥 잘 챙겨 먹으며 다친 다리 관리 잘하라는 등 무수한 당부를 남기고 나서야, 강석우와 문성희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마침내 아파트를 나섰다.문이 다시 닫혔다.이번에야말로 집 안에는 진정 완벽한 고요가 내려앉았다.다툼도, 추궁도, 지켜주겠다는 수호자도, 거짓말도 모두 휘발된 공간에 오직 그녀만이 남겨진 것이다.강지안은 소파에 앉아 아주 오랫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다.창밖의 하늘은 서서히 빛을 잃어갔고 붉은 석양이 지평선 너머로 저물자 어둠이 온 도시를 서서히 감싸 안았다.얼마나 그렇게 앉아 있었을까. 다친 다리에서 은근한 통증이 밀려오자, 그녀는 소파 팔걸이를 짚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이 답답한 공기로 가득 찬 집 안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구석구석 여전히 장성훈의 기운이 짙게 배어 있는 것 같아 밖으
Magbasa pa

제1696화

하지만 강지안은 알지 못했다. 시선이 닿지 않는 저 먼발치에서 한 남자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일정한 거리를 둔 채 그녀를 주시하며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걸.장성훈은 정말로 떠난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아파트를 나선 순간부터 줄곧 건물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감히 다가가지도 방해하지도 못한 채 그저 소리 없는 그림자가 되어 묵묵히 그녀를 뒤쫓았을 뿐이었다.그는 그녀가 홀로 아파트를 나서는 모습을 보았고 성하지 않은 다리로 절뚝이며 강가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으며 쓸쓸히 계단에 주저앉아 그 가냘픈 어깨가 짙은 밤안개 속으로 서서히 잠식당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 광경에 장성훈의 심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꽉 움켜쥔 듯 옥죄어 왔고 숨이 턱 막힐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전신을 지배했다.그는 저 멀리 가로등 아래 서 있었다. 짙은 어둠이 그를 완전히 감춰버렸지만, 오직 두 눈만이 단 한 순간도 깜빡이지 않은 채 그녀에게 고정되어 한 치도 떨어질 줄 몰랐다.그는 차마 다가가지 못했다. 방해하기도 싫었고 그녀를 더 귀찮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오로지 이렇게 가장 숨죽인 방식으로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실은 강지안도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었다.그 익숙한 기척, 제 등 뒤를 무겁게 짓누르는 그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장성훈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굳이 아는 척하지도 않았으며 이리로 오라며 그를 부르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 사람은 계단에 앉아 있고 한 사람은 멀찍이 선 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기묘하면서도 애달픈 침묵의 수평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는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그 남자의 감정이 얼마나 격렬하게 요동치며 흘러넘치고 있는지를.염려, 애끓는 안타까움, 자책, 보살핌, 그리고... 차마 깊이 헤아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 깊은 애정까지.하지만 그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겉으로 드러내지도 않았다.그저 모든 사정을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채, 그녀에게 오해를
Magbasa pa

제1697화

그녀는 성치 않은 몸을 일으켜 조금씩 다가가더니 뜨겁게 달아오른 작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감싸 쥐고 긴장으로 굳은 턱선을 조용히 매만졌다.장성훈은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얼어붙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웅크려 뺨을 붉힌 채 가쁘게 숨 쉬는 그녀를 보고 독감에 걸린 걸 직감한 참이었다.그런데 미처 말을 건네기도 전에 그녀가 대뜸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던 것이다.강지안은 온기를 찾아 헤매던 아기 고양이처럼 그의 품으로 머리를 파묻고 차갑고 단단한 가슴팍에 볼을 부벼대며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느꼈다.이내 그녀가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간질이더니, 이내 볼록하게 솟아오른 그의 목젖 위로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부드럽고 뜨거운, 아픈 사람 특유의 연약함이 묻어나는 스킨십이었다.“음...”장성훈의 목구멍에서 극도로 참아낸 신음이 터져 나왔다. 목젖이 세차게 일렁였고 목에 푸른 힘줄이 돋았으며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듯 단단해졌다.그를 지탱하던 이성이 마침내 산산조각 나기 직전이었다.그는 어금니를 악물며 마음속에서 미쳐 날뛰는 욕망을 억누르며 두 손을 허공에 둔 채 안지도 밀어내지도 못하고 굳어 있었다.그녀는 지금 열이 펄펄 끓어 혼미한 상태였고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결코 기회를 틈타 못된 짓을 저지를 수는 없었다.장성훈은 눈을 감고 잡념을 강제로 억눌렀다. 이내 가슴속에는 미어지는 안타까움과 자책감만이 가득 차올랐다.그는 조심스레 그녀를 밀어내어 소파에 다시 눕히고 담요를 덮어준 뒤, 주방으로 가 빠르게 불을 켰다.이내 주전자가 소리를 내며 끓기 시작하더니 금세 따뜻한 물이 준비되었다.장성훈은 미리 챙겨온 감기약을 꺼내 들고 미온수를 컵에 담아 온도를 확인한 뒤에야 소파 옆으로 돌아왔다.그는 무릎을 굽혀 앉아 독한 고열로 발그레하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가씨, 약 드세요. 그래야 안 아프죠.”하지만 강지안은 비몽사
Magbasa pa

제1698화

이번만큼은 강지안도 깊고 편안한 단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늘 꿈속에서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굴던 그 남자가, 이번에는 정말로 제 곁에 존재하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장성훈은 소파 곁에 조용히 걸터앉아 그녀를 지키며 눈 한 번 붙이지 못한 채 그렇게 밤을 꼬박 새웠다....이튿날, 강지안은 전신을 감싸 안는 안락한 잠기운 속에서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어젯밤 온몸을 덜덜 떨게 만들던 오한과 머리가 깨질 듯한 고열의 증상은 눈에 띄게 완화되어 있었고 열은 흔적도 없이 내린 채 그저 가벼운 몸의 피로와 탈력감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목구멍 역시 살짝 건조할 뿐 더 이상 유리 조각을 삼킨 듯한 날카로운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그녀는 소파에 누운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어젯밤의 기억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파편처럼 떠올랐다.살을 들이치던 차가운 강바람, 저 멀리서 소리 없이 서 있던 실루엣, 몽롱한 의식 속에서 열리던 현관문과 익숙한 체취, 그리고... 자신을 품에 안고서 나직이 속삭이며 약을 먹여주던 한 남자.장성훈, 그가 온 거였다.그는 밤새도록 그녀의 곁을 지켰고 그녀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그의 품에 안겨 목젖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그의 손가락 끝이 입안으로 들어왔을 때 단단하게 굳으며 떨리던 그의 촉감은 지금도 생생했다.강지안의 뺨이 발그레하게 붉어졌고 심장이 작게 요동쳤다.그것은 한낱 꿈이 아니었다.최소한 그녀의 느낌은 그랬다.그녀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켜 본능적으로 거실을 쭉 둘러보았다.하지만 이내 그녀의 몸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거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소파 곁에 놓인 의자는 싸늘하게 식어 침묵만을 지키고 있었고 러그 위에는 그 어떤 발자국도 남아 있지 않았다. 테이블 위 역시 물컵도 알약 포장지도 없이 정갈하기만 해, 누군가 머물렀던 흔적은 단 한 조각도 찾아볼 수 없었다.마치 어젯밤의 그 다정했던 보살핌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인 양 사방이
Magbasa pa

제1699화

“기분은 좀 어때요? 열은 내렸습니까?”“네, 완전히 내렸고 많이 좋아졌어요. 다만 사지가 좀 나른할 뿐이에요.”강지안이 나직하게 대답했다.“네, 워낙 기본 체질이 좋아서 회복이 빠르네요.”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목소리 톤을 한층 더 낮추었다.“하지만 꼭 명심하세요. 지금 중요한 건 몸 상태가 아니라 정신 상태입니다.”강지안은 순간 흠칫했다.“지안 씨의 기억 상실은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결과거든요.”의사는 진중한 어조로 한 자 한 자 소중히 경고했다.“절대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 안 됩니다.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감정이 치솟아서는 안 되며, 우울함이나 고통, 자책감 속에 너무 오래 갇혀 계셔도 안 됩니다. 감정이 요동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기억 회복은커녕, 지금 겨우 유지하는 밸런스마저 깨질 수 있으니까요.”강지안은 침묵했다.그녀라고 밸런스를 유지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녀도 제발 평온해지고 싶었다.머리 아픈 인간관계나 사건들 따위는 다 잊은 채 조용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최근 그녀에게 들이닥친 풍파들은 매번 감당하기 힘들 만큼 거대한 파괴력으로 그녀의 가슴을 짓밟고 지나갔다.문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 위로 떨어지니, 숨 쉴 틈조차 없었다.멘탈을 붙잡고 싶어도 현실이 도무지 도와주지 않았다.“알겠습니다.”강지안은 지친 기색이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노력해 볼게요.”그녀의 멍하고 지친 얼굴을 보던 의사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며 목소리 톤을 바꿨다.“요즘 엄청 고달프다는 거 압니다. 아니면 이건 어때요? 오늘 저녁에 의학 세미나가 하나 있는데, 전부 업계 최고들이 모이는 자리예요. 주제도 지안 씨가 전공하던 분야고요. 같이 갑시다.”강지안이 고개를 들었다.“세미나요?”“네.”의사가 온화한 얼굴로 설득했다.“일상생활이 너무 고통스럽고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일에 미쳐서 관심을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지안 씨는 의사이고 또 연구원이니 제일
Magbasa pa

제1700화

강지안은 의사와 약속한 대로 시간에 늦지 않게 세미나장에 도착했다.세미나가 열리는 곳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차분한 분위기의 학술 교류 센터로, 온화한 불빛이 회장 안을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다.오가는 이들은 하나같이 깔끔한 정장 차림의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동종 업계 사람들이었다.이는 기억을 잃은 뒤 그녀가 진짜 자신의 무대로 돌아온 실질적인 첫걸음이었다.곁에서 동행한 의사는 나직한 목소리로 지인들을 소개해 주며 그녀의 불편한 다리 상태를 수시로 살폈다. “천천히 걸어요. 다리가 아직 완치되지 않았으니 무리해선 안 됩니다.”강지안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시선으로 회장 전체를 둘러보았다.낯이 익은 얼굴들은 제법 있었지만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억이 불투명 유리 뒤에 갇힌 것처럼 아주 가까이에 있는 듯하면서도 선명한 형체가 잡히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이 말을 건네는 순간 느껴지는 친근하고도 존경 어린 어조는 그녀로 하여금 똑똑히 깨닫게 해주었다. 과거의 강지안은 이 학계에서 진정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무수한 존경을 받던 대단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접수처 인근에 도달했을 때, 나이 지긋한 노교수 한 분이 먼저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지안 씨, 오랜만이야. 일전에 건강이 조금 안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안색이 좋아 보여 다행이야.”강지안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며 공손하게 답했다.“염려해 주신 덕분에 아주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이어 몇몇 젊은 의사들과 연구원들이 잇달아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일전에 공동으로 진행했던 연구 과제에 관해 묻는 이도 있었고 그녀가 이전에 발표했던 논문을 언급하는 이도 있었으며 꼭 가르침을 구하고 싶었다며 싹싹하게 웃는 이도 있었다.그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한결같이 진정 어린 존경심이 담겨 있었고, 거기에는 비열한 계산도, 음흉한 기만도, 그녀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지긋지긋한 집착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강지안은 이들의 부름에 정성껏
Magbasa pa
PREV
1
...
168169170171172
...
177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