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다가가 확인해 보니 급히 버리고 간 포장재 몇 개만 남아 있었다. 그 표면에서는 해외에서 사용하는 특수 연료의 흔적이 검출됐고 엘리아스가 이전부터 즐겨 쓰던 보급품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곧이어 국경 인근의 한 폐가에서도 최근 누군가 드나든 흔적이 발견됐다.집 안에는 지문도, 버려진 물건도 없었으나 벽 한쪽에 남은 갓 식은 담뱃재와 창밖의 짓밟힌 잡초만이 누군가 머물렀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었다.놀라울 만큼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것이 누가 봐도 이런 일에 익숙한 자의 솜씨였다.그 뒤로도 보고는 계속해서 들어왔다. 산림과 가까운 지역을 감시하던 은밀한 초소에서 밤중에 누군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이었다.몸놀림은 민첩했고 장비도 전문적이었다. 상대는 초소의 존재를 알아차리자마자 곧바로 우회해 빠져나갔고 추적할 만한 흔적은 조금도 남기지 않았다.하나, 둘, 셋...띄엄띄엄 흩어진 채, 그냥 지나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미미한 흔적들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단서들이었지만 그 모든 정보가 주민혁의 손에 모이자 결론은 하나로 좁혀졌다.엘리아스와 심종연은 떠나지 않고 아직 국내에 남아 있었다. 다만 완전히 숨어들어 이전보다 더 큰 판을 짜고 있을 뿐이었다.주민혁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 건 따로 있었다.상대가 이토록 오랫동안 지나치게 조용한 건, 그를 두려워해서가 아닐 가능성이 컸다.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그가 방심할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질 순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순간을 말이다.그리고 주민혁의 신경을 가장 확실하게 흔들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최수빈뿐이었다.이러한 생각이 들자 그는 곧바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상대가 이미 최수빈의 해외 파견 사실은 물론, 그녀가 정세가 불안한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것까지 알고 있을 수 있었다. 어쩌면 최수빈 쪽에서 일부러 일을 벌여 자신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도 몰랐다.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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