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321 - Bab 330

604 Bab

제321화

“들어오세요.”이내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도우미는 조심스레 쟁반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자리를 떠났고 주민혁은 여전히 창가에 서서 최수빈을 바라봤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밥 다 먹으면 내가 데려다줄게.”최수빈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저 차 끌고 왔어요.”그 말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이제 주민혁의 도움은 필요 없다는 것.“차는 내가 사람 시켜서 네 아파트로 옮겨놓을 거야.”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지금 상태로 운전하는 건 위험해.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아직 어린 예린이까지 데리고 가지 말고.”최수빈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수긍했는지 고개를 숙여 식탁 위 음식을 바라봤다.모두 그녀가 가장 좋아하던 메뉴였다.“이거 할머니가 보내신 거예요?”주민혁이 창가에 기대선 채 짧게 답했다.“할머니 말고 네 입맛을 아는 사람이 또 있나?”그 말에 최수빈은 미소도 짓지 않았다.자신을 위해 챙긴 음식이라면 그건 연기일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굳이 여기 계실 필요 없어요.”최수빈이 조용히 말했다.“이거 다 먹고 나면 바로 내려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주민혁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고 그의 발소리는 복도를 따라 멀어졌다.방 안에 남은 건 가벼운 기침 소리와 약한 숨소리뿐이었다.혼자 남아 있던 최수빈은 젓가락을 들었다가 곧 내려놓았다.솔직히 입맛이 전혀 없었다.잠시 후, 문이 살짝 열리며 작은 얼굴이 쑥 들어왔다.주예린이었다.“그거 뭐야?”최수빈은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태블릿 PC를 보며 물었다.“아빠 거예요.”주예린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침대 앞으로 다가왔다.“엄마, 지금은 좀 괜찮아요?”“응. 이제 열은 좀 내렸어.”사실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아까보단 나았다.“예린이는 오늘 밥 먹었어? 왜 엄마 깨우러 안 왔어?”“다들 엄마더러 푹 쉬라고 해서요. 그렇지만 저도 엄마가 걱정돼서 계속 위층에서 기다렸어요.”
Baca selengkapnya

제322화

진서령의 말은 귀를 찌르는 가시 같았다.최수빈은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를 천천히 들었고 눈빛엔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요즘 집안에 일손이 그렇게 모자라요? 그럼 제가 아드님께 말씀드릴게요. 생활비 좀 더 올려서 사람을 더 쓰시라고.”그녀의 목소리는 평온했지만 칼처럼 날카로웠다.“아니면 직접 일해보세요. 요즘 시급도 괜찮다던데요? 마침... 시간도 많아 보이시니까.”순간, 진서령의 표정이 확 변했다.분노가 치밀었지만 주변에 도우미들이 있어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최수빈은 그 모습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지나쳤고 주예린은 엄마를 올려다보며 속삭였다.“엄마, 아까 너무 멋있었어요.”그 말에 최수빈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때는 이미 밤 8시를 훌쩍 넘긴 시각이었기에 최수빈은 원금영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다.“이 시간에 가려고? 오늘 하루 종일 피곤했을 텐데.”원금영이 걱정스레 묻자 최수빈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괜찮아요, 할머니. 예린이 내일 보충 수업이 있어서요.”“그럼 적어도 민혁이가 너희를 데려다주게 해.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니까.”“그럴 필요 없어요. 하도 바쁜 사람이잖아요.”그때, 문가에서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데려다줄게.”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주민혁이었다.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다가와 최수빈의 손에서 주예린을 부드럽게 끌어냈다.“아빠?”낮은 목소리에 주민혁은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왜 그래? 나 몰라보겠어?”“그래, 다 같이 내려가.”원금영이 나직이 말했다.“수빈아, 아픈 몸으로 운전하지 마. 그냥 민혁이랑 가.”“나도 갈래!”위층에서 들려온 목소리.주시후가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그러고는 곧장 주예린을 밀쳐냈다.“이건 우리 아빠야! 네가 왜 손을 잡아!”주예린이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한 그 순간 주민혁이 잽싸게 팔을 뻗어 아이를 붙잡았다.“주시후.”짧은 한마디였지만 주민혁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Baca selengkapnya

제323화

진서령의 기세는 매섭기 그지없었다.주시후에게 사과를 시키기라도 하면 마치 세상에 큰 불공평이라도 생길 것처럼 굴었다.“할머니.”주시후가 진서령의 품에 머리를 비비며 투정을 부렸다.“저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억지로 저한테 사과하래요. 별일도 아닌데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어요.”진서령이 아이를 달래듯 껴안으며 말했다.“우리 시후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뭐가 문제겠어?”그녀는 곧장 최수빈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같은 자식인데 편애는 하지 말아야지. 아들이라고 해서 꼭 더 큰 희생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순간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고 원금영의 눈빛이 매섭게 번쩍였다.“내가 다 보고 있었어. 너 지금 나 원금영의 눈이 멀었다는 뜻이야?”원금영은 지팡이를 탁 내리치며 진서령을 가리켰다.“주씨 가문 후계자는 꼭 아들이어야 할 필요 없어. 딸이라도 능력 있으면 그게 후계자야!”그 한마디에 진서령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어머니, 그건 농담이라도 함부로 하시면...”“농담이 아니다.”원금영의 목소리가 단단하게 울렸다.“주씨 가문은 언제나 유능한 사람이 자리를 잇는 법이야. 민혁이 아버지 형제들의 자식들도 다 봤지만 그나마 나은 게 민혁이였지. 그렇지 않았다면 주씨 가문의 재산이 민혁이 손에 들어오지도 못했을 거야.”그녀는 다시 조용히 말을 이었다.“앞으로 만약 예린이가 시후보다 더 뛰어나면 그땐 누가 후계자인지 아무도 장담 못 하겠지.”그 말에 주시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전 싫어요!”아이는 진서령의 품을 뿌리치며 울먹였다.“할머니도 아빠도... 다 싫다고요!”말이 끝나자마자 주시후는 최수빈을 세게 밀쳐내고 그대로 현관 쪽으로 뛰어나갔다.“시후야!”그리고 진서령이 놀라 부르짖으며 아이의 뒤를 쫓아갔다.이미 원금영은 화가 나 혈압이 치솟았는지 의자에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할머니!”그 모습을 본 최수빈과 주민혁이 급히 달려와 부축했다.“증조할머니, 너무 화내지 마세요. 저는 괜찮아요.”주예린이 눈물이
Baca selengkapnya

제324화

최수빈은 막 주예린을 차에 태운 참이었다.그런데 저 멀리서 주민혁이 성큼성큼 걸어왔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은 싸늘하고 차가웠다.최수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민혁을 흘끗 바라봤다.그가 이 시간에 굳이 나올 이유는 하나였다.원금영이 시켰기 때문.방금까지 열이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는 여전히 멍했고 몸엔 힘이 하나도 없었다.그래서 굳이 주민혁과 말다툼할 기운조차 없었다.“그럴 여유 있으면 도망간 아들부터 찾는 게 어때요?”주시후는 이미 집을 뛰쳐나갔다.그 아이가 점점 더 반항적이고 제멋대로 변해가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예전엔 조금 까불어도 누군가 단단히 눌러주면 금세 순해지던 아이였다.하지만 요즘은 제멋대로였다.아무도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니 금세 길을 잃었다.주민혁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앞으로는 다시는 이 집에 안 와도 돼.”최수빈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그러면 저야 고맙죠.”그녀는 말을 끝내고 운전석 문을 열어 그대로 차를 몰았다.차 안은 고요했고 주예린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그 표정엔 억눌린 서운함이 가득 드러나 있었다.최수빈은 백미러로 뒷좌석의 딸을 바라봤다.그 아이가 왜 아버지를 그리 그리워하는지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한때 주민혁은 주예린을 세상에서 제일 귀하게 여겼다.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언제부턴가 그의 모든 사랑은 주시후에게로 향했고 주예린에게 남은 건 무관심뿐이었다.아버지의 태도 변화는 어린아이에게 상처였다.어린아이는 이유를 잘 몰랐다.그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매일 생각할 뿐.그래서 가끔 ‘아저씨’라고 부르면서도 입술이 떨리곤 했다.밖에서는 주민혁이 주예린을 딸로 인정하지 않았고 최수빈 또한 주씨 가문의 며느리로 불리지 않았다.최수빈은 깊은 숨을 내쉬며 묵묵히 운전했다....집에 도착한 뒤, 그녀는 주예린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힌 후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예린아.”그러나 딸은 이미 엄마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듯했다.“괜찮아요, 엄마.”주
Baca selengkapnya

제325화

최수빈은 외삼촌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그는 이미 암 말기라 죽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죽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어떤 일을 해주고 싶었다.최수빈은 이혜정의 말에 몸이 덜덜 떨렸다.“괜찮아요, 괜찮아요. 외삼촌... 괜찮으실 거예요.”이 말이 과연 자신을 위로하는 건지, 엄마를 달래는 건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이성민 환자 보호자 계신가요?”응급실에서 간호사가 문을 밀며 나왔다.“네, 여기 있어요.”최수빈과 이혜정은 즉시 다가가 물었다.“지금 상태는 어떤 거예요?”간호사는 간략하게 설명했다.“현재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하지만 장기 이식이 필요해요. 너무 오래 기다릴 수 없습니다.암세포가 악화하면 더 이상 제어가 불가능해지거든요.”장기 이식은 이미 오랜 시간 대기 중이었지만 그런 건 마음만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이혜정은 이미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 언제쯤...”간호사가 말을 이었다.“전국적으로 자원이 부족해서 순서대로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은 항암치료로 치료해야 하니까 환자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권유하세요.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의 암 환자는 과로하면 급사할 위험이 있습니다.”이성민은 퇴원은 가능했고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기만 하면 됐다.이혜정은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병원을 계속 관찰하며 머물게 했기에 급사 전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계속 입원하며 관찰해야 합니다.”간호사는 담담하게 계속 말했다.“보호자도 환자의 몸을 책임져야 합니다. 제가 보기엔 병실에서 혼자 창밖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더군요. 암 환자는 곁에 누군가 있어야 해요. 혼자 두면 기분이 우울해져서 회복에도 좋지 않습니다.”간호사는 최수빈과 이혜정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보호자들이 많이 바쁘신가요?”이혜정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이성민이 쓰러지기 전까지 그는 그녀의 주축이었고 버팀목이었다.그가 쓰러진 뒤에도 이혜정은 회사를 놓지 못하고 업무와 병원을 오가며 바쁘게
Baca selengkapnya

제326화

이혜정은 자신에게 더 이상 경제적으로 최수빈을 도울 힘이 없다는 걸 느꼈다.그래서 더욱 딸에게 짐이 되거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원래도 이혜정은 최수빈에게 이성민의 암 투병 소식을 알릴 생각이 없었다.그날 밤 우연히 들켜버리지만 않았더라면 이 일은 끝까지 비밀로 했을 것이다.그녀는 온 얼굴이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목구멍은 막혀 버린 듯 말이 나오지 않았고 무언가를 말하려 해도 끝내 소리로 이어지지 않았다.그날 밤, 최수빈은 그런 어머니를 오랫동안 달래야 했다.동비 그룹의 사업은 요즘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있었고 최수빈은 여전히 정기적으로 회사 계좌에 자금을 대고 있었다.이혼 후 받은 위자료와 각종 보상금이 넉넉했기에 생활비에 걱정이 없었다.그녀가 꾸준히 동비 그룹을 지원하자 회사도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다.“회사 일은 전문 경영인을 두면 될 것 같아요. 이제 안정 단계에 들어섰으니까 모든 걸 직접 발로 뛰실 필요 없고 채용도 제가 맡아서 관리할게요. 엄마는 매달 한 번씩 회사에 가서 프로젝트랑 재무 상태만 점검하시면 돼요.”회사 운영이 자리를 잡으면 이제 손을 놓을 때가 온 것이었다.하지만 이혜정은 최근 회사 일로 동분서주하느라 마음과 몸이 다 지쳐 있었다.그래도 다행인 건 그들의 AI 프로젝트가 기술력과 참신함 덕분에 여러 계약을 따냈다는 점이었다.심지어 장기 계약을 원하겠다는 기업도 여럿 생겼다.이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하자.”이제야 동생의 병간호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간호사의 말이 아직 귓가에 맴돎과 동시에 그동안 회사 일 때문에 병원 쪽을 많이 소홀히 한 게 마음에 걸렸다.아무리 성실한 간병인이 있어도 가족의 손길만은 대신할 수 없었다.이튿날, 이성민은 눈을 떴고 이혜정은 미리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해 병실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그는 붉게 부은 그녀의 눈을 보자마자 어젯밤에 또 울었다는 걸 눈치챘다.“또 나 때문에 걱정했구나. 미안해.”“무슨 그런 말을 하니?”이혜정은 살짝 코끝을 훔치
Baca selengkapnya

제327화

최수빈은 완성된 식탁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외삼촌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VIP 병실을 예약해 두었는데 어젯밤 병원 측에서는 아직 조정 중이라고 했다.이전에는 경제적 여건이 안 돼서 병실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나아졌으니 반드시 업그레이드해야 했다.무엇보다 외삼촌은 막 수술을 마친 직후라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그런데 일반 병실에 머무는 건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식사를 마친 주예린은 곧 한재준이 보낸 차량을 타고 나갔다.오늘은 한재준의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예린이를 제자로 직접 가르치겠다’던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고 정말로 하나하나 정성껏 커리큘럼을 짜서 주예린을 학생으로 키우고 있었다.송미연의 말대로라면 주예린은 아마 한재준이 받은 제자 중 가장 어린 학생일 것이었다.한재준은 주예린과 시간을 보내며 점점 정이 들었다.영리하고 예의 바르며 말도 고운 아이였으니 말이다.그렇게 주예린을 차에 태워 보내고 난 뒤, 최수빈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복도에서 어머니가 간호사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가갔다.“무슨 일이에요?”이혜정은 딸을 보자마자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너희 외삼촌 VIP 병실 말이야, 우리가 신청한 방이 다른 사람한테 선점됐대. 그러니 지금 가서 직접 협의하라네. 우리가 돈을 아무리 더 내도 상대 쪽이 그만큼 더 내겠다고 버틴다잖아.내가 지금 그게 말이 되냐고 따지는 중이야.”최수빈은 눈썹을 찌푸렸다.“누가요?”이혜정의 얼굴도 싸늘하게 굳었다.“누구긴 누구야.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지, 자기들 세상인 줄 아는 거야.”간호사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입술을 깨물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병원에도 병원 규정이 있어서요. 원칙상 먼저 입원 수속을 마친 쪽이 우선권을 가집니다. 대신 상대 쪽에서 보상은 해드린다고...”감기가 아직 낫지 않은 최수빈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
Baca selengkapnya

제328화

박하린은 잠시 멍하니 최수빈을 바라보다가 몇 초 후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 원래 수빈 씨가 예약해 둔 병실이었어요? 혹시 가족 중에 아픈 분이라도 있는 거예요?”그녀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수빈 씨 쪽 환자분 상태가 그렇게 심각한 게 아니라면 양보 좀 해주면 안 될까요? 저희 삼촌이 병세가 많이 나쁘셔서 VIP 병실에서 조용히 회복해야 하거든요.”박하린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게다가 우리 서로 아는 사이잖아요. 그렇다면 더 원만하게 얘기할 수 있겠죠?”최수빈은 코웃음을 터뜨렸다.눈빛은 싸늘했고 말투도 평온했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가시가 박혀 있는 듯했다.“그 말 참 신선하네요. 병원에서도 아는 사람이면 우선순위가 생기나 봐요? 그럼 나중에 장례식장이라도 잡을 땐, 회원 할인이라도 받으시겠어요?”그녀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카로웠다.이에 박하린은 표정이 굳어지며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수빈 씨...!”하지만 그때 간호사가 다가왔다.“박하린 씨, 환자 보호자분 맞으시죠? 병력 기입이랑 서류 서명이 필요합니다.”박하린은 최수빈을 가리키던 손을 애써 내리고 아무 말 없이 간호사를 따라 나갔다.그녀가 나가자 병실 안에는 최수빈, 주민혁 단둘만 남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정적이 번졌다.주민혁은 창가에 느긋하게 기대 서 있었다.그 시선이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최수빈에게 닿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이 병실을 양보해준다면 어떤 조건이든 들어주지.”최수빈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마치 돈이면 모든 걸 살 수 있다는 듯, 그의 말투에는 익숙한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심지어 최수빈조차도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주민혁 씨. 세상에는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어요. 그리고 매번 돈으로 사람을 모욕하는 버릇 좀 고치세요.”남자는 가볍게 웃었다.“난 거래를 제안한 거야.”그의 말은 나직했지
Baca selengkapnya

제329화

그 자리에서 최수빈은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다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마음을 다잡았다.감정을 억누르고 몸을 일으켜 병실을 나가려는 순간, 마주 오는 조윤미와 딱 부딪쳤다.조윤미는 그녀를 보자마자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들었어요. 이 병실을 그쪽 외삼촌이 예약했다면서요? 미안하지만, 이 병실은 우리가 쓰기로 했어요. 그쪽 외삼촌 병세가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잖아요? VIP 병실은 꼭 필요한 환자에게 양보해야죠.”태도는 당당했고 마치 이 병실이 원래부터 자기네 것이라도 되는 듯했다.최수빈은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다잡으며 냉랭하게 말했다.“아까 제가 한 말이 부족했나요?”조윤미는 팔짱을 끼고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참 버르장머리가 없네요. 세상 물정도 모르고 까불긴... 민혁이가 어떤 사람인지 알잖아요? 걔를 상대로 병실을 두고 싸운다고요? 그쪽이 감히 민혁이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민혁이는 우리 편이에요. 그러니까 제 분수나 잘 헤아려요.”조윤미의 표정이 더 차가워졌다.“남 탓하지 말고 그쪽이 민혁이 마음을 붙잡지 못한 걸 탓해야죠.”그러자 최수빈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남자 마음을 잘 잡는다는 사람이, 남의 남편을 훔쳐요?”목소리는 낮았지만 칼날처럼 매서웠다.“제가 한 번 공개해볼까요? 댁이랑 그 귀하신 따님이 어떻게 남의 가정을 깨뜨렸는지? 엄마랑 딸이 나란히, 그것도 뻔뻔하게 불륜녀 행세를 하잖아요.”그 말에 조윤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요?”그러더니 냉소를 터뜨렸다.“헛소리 작작 해요. 그 입으로 떠든다고 누가 믿을 줄 알아요?”최수빈은 차갑게 웃었다.“아... 그 남자랑 침대 위에 있는 사진을 얼굴에 대고 보여줘야 인정하나 보죠?”“이...!”분노에 휩싸인 조윤미가 손을 내질렀고 곧 따귀 소리가 병실에 퍼졌다.“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해요? 그쪽 같은 게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요!”조윤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갈라져 있었다.“아주 엄마랑 똑같네요. 둘 다 쓸모없는
Baca selengkapnya

제330화

박하린은 말을 마치고 차가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봤다.“어쨌든 어른한테 손을 댄 건 수빈 씨 잘못이에요. 우리 엄마한테 사과해요.”설마 최수빈이 어른에게 맞대응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에 그녀는 완전히 어머니 편에 섰다.그러자 최수빈은 냉랭한 표정으로 박하린을 응시했다.“사과요?”입가에 냉소가 번졌다.“병실 문 안 잠겨 있었죠? 바로 맞은편 복도에 CCTV가 있어요. 방 안 상황 전부 녹화됐을 겁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휴대폰을 꺼냈다.손끝이 떨렸지만 단호하게 112를 눌렀다.짧게 상황을 설명한 후 전화를 끊고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경찰 오고 경찰이 저더러 사과하라 하면 할게요.”“수빈 씨...!박하린은 말이 막혔다. 이렇게까지 강단 있게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까짓 일로 경찰을 부른다는 거예요?”그녀가 비웃듯 말했다.“이까짓 일이라 생각하면 경찰한테 그렇게 말하세요.”최수빈은 담담하게 대꾸하고는 몸을 돌렸다.걸음걸이가 비틀거렸고 바닥을 디딜 때마다 마치 솜 위를 걷는 듯 휘청거렸다.조윤미는 눈물 섞인 목소리로 주저앉듯 외쳤다.“그냥 환자 가족으로 병원에 왔을 뿐인데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는 거야?! 내가 먼저 때렸다고? 그건 저 여자가 입으로 나를 욕했으니까 그렇지!”“어린 게 입만 살았어. 저런 사람은 한 대쯤 맞아야 해. 민혁아, 그렇지 않니? 경찰이 와도 다 알아줄 거야. 먼저 도발한 건 저쪽이니까.”한쪽에 서 있는 주민혁은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으며 눈매도 얼음처럼 굳어 있었다.그러더니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그럼 경찰에게 그대로 말씀하세요.”짧고 단호한 한마디, 이 말과 함께 주민혁은 싸늘한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민혁 오빠!”박하린이 급히 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묵묵히, 단호하게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박하린이 다급히 뒤쫓으려 하자 조윤미가 팔을 붙잡았다.“하린아, 이게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 모녀를 버리겠다는 거야?”“엄마!”박하린은 이맛살을 깊게 찌푸렸다.“왜 이렇게 경솔해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3132333435
...
61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