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341 - Kabanata 350

604 Kabanata

제341화

앞뒤가 없는 그 한마디를 최수빈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도 못했고 굳이 따져 묻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하던 일에 다시 집중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려운이 다가와 작은 약병 하나를 내밀었다.“대표님이 주신 겁니다.”그가 말만 남기고 돌아서려 했지만 최수빈이 눈을 내리깔며 짧게 말했다.“잠시만요.”맑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묘하게 압박감이 있었다.려운의 걸음이 멈추더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왜요?”“가져가요.”최수빈은 시선을 들며 말했다.“정말 미안하다면 주 대표님더러 직접 와서 사과하라고 해요. 저는 이런 애매한 보상 따위는 받지 않으니까.”말끝이 차가웠다.마치 이혼 후에도 그는 여전히 자기에게 ‘시혜’라도 베푸는 듯해 역겨웠다.최수빈은 더 이상 주민혁과 아무런 연관도 맺고 싶지 않았다.‘정체불명의, 의미 모호한 이런 물건을 내가 왜 받아야 하는데? 그 사람이 준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받아야 하나? 내가 불쌍해 보이나?’이에 몸이 굳은 채 려운은 한참을 서 있었다.“가져가요.”최수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세 번 말하지 않을 겁니다.”려운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결국 깊게 숨을 내쉬고 약을 가져가 떠났다.“기세가 대단하네.”육민성이 걸어오며 미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그 사람들 제대로 혼났겠어. 그런데 병원 일은 뭐야? 듣질 못했는데.”그 역시 병원 쪽 상황이 걱정된 듯했다.최수빈은 손끝으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괜찮아요. 이미 정리됐어요.”세미나가 끝난 다음 날 오전, 최수빈은 병원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조윤미와 박하린이 박현석의 전원 절차를 밟고 있었다.주민혁은 복도 끝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직접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최수빈을 보자 조윤미는 얼굴빛이 확 굳었고 박하린은 이를 악물었다.“엄마...”“미안해요.”조윤미는 애써 체면을 세우며 딱딱하게 말했다.그 목소리에 주민혁이 통화를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최수빈은 비웃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게 사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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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육민성의 말투가 평소와 달리 단호했다.최수빈은 그제야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곧 육민성의 차가 병원 정문 앞에 멈춰 섰고 최수빈은 차 문을 열며 올라탔다.“전화로는 말 못 할 일인가요?”육민성은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앞을 바라보며 신세계 그룹 본사로 차를 몰았다.이번 프로젝트의 최대 투자자이자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진 곳이었다.그래서 회의 장소도 신세계 그룹으로 정해진 것이다.“넥스트 테크에서 사고가 났어.”곧바로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최수빈은 고개를 돌려 육민성을 바라봤다.“또 협력사 쪽에서 터진 거예요?”육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회사랑 우리는 거의 계약 직전까지 갔었지. 하지만 주민혁이 중간에 끼어들어서 결국 그쪽으로 계약이 넘어갔어. 그래서 우리는 빠졌고.”그제야 모든 게 연결됐다.박하린이 천공과 경쟁하려고 내기 계약을 걸어 계속 방해하던 그 시점, 최수빈은 일부러 다른 쪽인 이유강과 손을 잡았다.그리고 예상대로 박하린이 그쪽으로 따라갔는데 문제는 바로 그 이유강네 회사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게다가 그 이전의 협력사까지 연달아 폭락했다는 소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전생에서는 이 시점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었다.최수빈은 미간을 어루만지며 생각했다.같은 인생을 다시 살아도 사건의 흐름은 완전히 같지 않다.세세한 차이 하나로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이번처럼, 전생의 박하린은 아직 귀국하지 않았던 반면 지금은 이미 돌아와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서늘한 소름이 올랐다.만약 그때 정말로 계약이 성사됐다면, 주민혁과 박하린이 가로채지 않았다면, 이번 폭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천공이 뒤집어썼을 것이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원래는 문제없는 회사였는데...”육민성이 낮게 대답했다.“대표가 뇌물을 받고 내부 유착에 휘말렸대.”“최근 일이에요?”그가 고개를 끄덕였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그리고 문득 주민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가끔은 계약이 무산되는 게 꼭 나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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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최수빈은 간단하게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을 보고했다.그러자 정부 측 참관인 중 한 사람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지금 2단계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건데, 이렇게 일정이 늦어진 이유가 뭡니까?”진승우가 펜을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천공이 주도하고 있죠. 진행이 늦어진 건 전적으로 그쪽들 책임 아닙니까? 앞으로 문제라도 생기면 이런 작은 회사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그는 최수빈을 향해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만약 이 프로젝트를 주도할 능력이 없다면 주도권을 내놓으세요. 아무도 탓하지 않을 겁니다. 능력 안 되면 욕심부리지 말아야죠. 괜히 질질 끌다가 큰 사고 내지 말고요.”말은 부드러웠지만 사실상 천공을 몰아내려는 발언이었다.작은 회사 주제에 군수급 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걸 못마땅해하는 기색이었다.그러자 육민성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진승우를 쳐다봤다.“진 대표님, 정말 말 잘하시네요. 처음에는 저희같이 입찰 따내자고 손잡았잖아요?핵심 기술 전부 천공이 개발한 거고 진 대표님네 회사는 단지 후속 제작만 맡기로 돼 있었죠. 그런데 이제 와서 능력 운운합니까?”그들의 속뜻은‘프로젝트 주도권을 천공에서 빼앗겠다’는 게 분명했다.계약서에 이미 주도권은 천공에 있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때 박하린이 나섰다.“넥스트 테크는 기술 중심 회사예요. 만약 천공이 그 정도 역량이 안 된다면 프로젝트를 저희 넥스트 테크로 넘겨도 되죠.”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덧붙였다.“저는 이런 엉망이 된 판을 수습하는 데 꽤 익숙하거든요.”그 말에 회의실 분위기가 술렁였다.각사 대표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수군거렸다.주민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최수빈을 보았다.“천공 쪽, 문제 있습니까?”그는 두 다리를 꼬고 앉아 한 손으로 탁자 위를 리듬감 있게 두드렸다.“문제없다면 천공이 계속 프로젝트의 핵심 주도사로 남는 거로 하죠. 지연 사유는 상부에 명확히 보고하십시오.”최수빈이 자리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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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신생 기업답게 화려하게 출범해 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던 넥스트 테크였다.그런데 지금은 최수빈의 입에서 ‘무능한 걸림돌’로 규정되며 완전히 추락했다.“하린 씨에게 정말로 이 프로젝트를 감당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 근거를 제시해 주세요.”단호하게 말하며 최수빈은 노트북을 닫고 USB를 빼냈다.“제가 알기로 넥스트 테크는 이미 내부 자금망이 무너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회사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늦어지는 건 우리 프로젝트의 일정이 아니라 국가 프로젝트의 진척입니다. 하린 씨, 신중히 판단하세요.”박하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소식은 분명 회사 안에서 철저히 막아뒀는데 최수빈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근거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박하린은 차갑게 받아쳤다.“아무래도 천공은 넥스트 테크가 떠오르는 게 두려운 모양이죠.”최수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좋아요. 원한다면 정정당당히 붙죠.”그렇게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최수빈은 제자리에 앉았다.그녀는 두려울 게 없었다.공개된 무대에서 실력으로 승부 보면 결과는 명확하니 말이다.그때 정부 측 참관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이건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 간 협력 문제입니다. 저희는 결과만 받으면 돼요.”그러고는 주민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판단은 주 대표님에게 맡기겠습니다.”이 말을 끝으로 정부 관계자는 회의실을 떠났다.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개입할 사안이 아니었다.남은 사람들은 조용히 서류를 정리했고 최수빈과 육민성도 노트북을 덮으며 자료를 챙겼다.그때 박하린이 조급하게 나섰다.“민혁 오빠, 나 믿어. 넥스트 테크는 수빈 씨가 말한 그런 회사가 아니야.”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넥스트 테크의 자금난은 이미 심각했다.지난번 이유강 건으로 큰 타격을 입은 데 더해 이번 사고까지 겹치며 회생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녀는 어떻게든 회사를 지켜내야 했다.의자에 몸을 기대앉은 박하린을 쳐다보는 주민혁의 눈가에는 알 수 없는 웃음이 스쳤다.“물론이지. 난 너한테 그럴 능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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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게다가 자신이 밀려난 상대가 그저 힘 한 번 제대로 써본 적 없는 ‘평범한 학사 출신 여자’라는 사실이 박하린에게는 더욱 모욕이었다.‘최수빈이 뭔데?’그녀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천공이라는 이름에 육민성이라는 배경 덕분에 운 좋게 발판을 잡았을 뿐이었다.그렇게 운 좋게 틈을 파고들어 자리를 차지했을 뿐이지, 실력 따윈 없었다.그때 주민혁이 일어섰다.“민혁 오빠...”조심스레 불렀지만 말끝이 흐려졌다.주민혁의 시선이 천천히 박하린에게로 향했다.“괜찮겠어?”짧은 한마디였지만 묵직했다.그 말 한마디가 박하린을 ‘못하겠어’라고 말할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몰았다.“괜찮아.”박하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회사가 이제 막 자리를 잡는 중이라 문제도 많고 시행착오도 있지.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그녀는 애써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내 능력, 오빠가 제일 잘 알잖아.”주민혁은 무표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움이 필요하면 말해.”이 말을 끝으로 그는 자리를 떴다....회의가 끝난 직후, 박하린은 서둘러 조윤미를 만나기 위해 지창으로 향했다.상황을 들은 조윤미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회사가 왜 계속 적자야? 지난번에 메워준 그 200억도 아직 복구 안 됐잖아. 이번에 또 구멍을 메우려면 회사 공금을 전용해야 하는데 그건 절대 안 돼.”그녀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지금 우리 회사도 자금 흐름이 거의 끊겼어. 나더러 무슨 수로 돈을 만들어 오란 말이야?”박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이제는 한 회사를 걸고 다른 회사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지창은 박씨 가문의 핵심 사업이었다.조윤미가 오랫동안 공들여 일궈왔고 지금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상태였다.하지만 넥스트 테크 역시 그녀가 온 힘을 쏟아 세운 회사였다.이제 막 궤도에 올랐는데 이 타이밍에 무너질 순 없었다.무엇보다 이번 항공 프로젝트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박하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비록 주도권은 얻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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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조윤미는 박하린이 낸 재정 손실을 메워주었다.넥스트 테크는 출범 이후 분명 여러 우수한 프로젝트를 따냈지만 시간이 너무 짧아 아직 완공된 건 하나도 없었다.협력사를 고르는 박하린의 안목이 좋지 않아 모든 프로젝트의 진행은 막혀 있었다.지금은 재정 위기는 해결됐지만 새 자재 공급업체를 찾아야만 했다.조윤미는 400억을 박하린에게 송금했다.“이번 일은 무조건 성공해야 해. 실패는 안 돼. 만약 실패하면...”조윤미는 말을 멈췄고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만약 실패한다면 모녀는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다.조윤미는 사실상 딸과 함께 모든 걸 걸고 있는 셈이었다.박하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엄마, 실패하지 않을 거예요. 혹시라도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민혁 오빠가 도와줄 거고요.”주민혁, 그가 바로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다만 정말 불가피할 때가 아니면 주민혁에게 손을 내밀고는 싶지 않았다.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해결하고 정말 안 되더라도 누군가가 그녀를 받쳐줄 것이었다.어떤 일이 있어도 그 정도로 파국을 맞을 일은 없을 거라 믿었다.조윤미는 딸을 잠시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려다 결국 삼켰다.‘그래, 어쨌든 주민혁이 있잖아. 하린이를 그렇게 아끼는 사람인데 설마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겠어?’“민혁 오빠가 삼촌 위해서 개인 요양원 마련해줬어요. 최고의 의사들을 불러서 병원보다 훨씬 좋아요. 우리 집 일이라면 뭐든 직접 챙기고 있다고요.”박하린이 말했다.“주씨 가문은 집안 배경을 중요하게 여기고 시후는 또 제 친아들이잖아요. 주씨 가문이 시후를 후계자로 키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요. 이번에 우리 회사를 차려준 것도 결국 주씨 가문과의 체면 때문이에요. 나중에 내가 그 집에 들어가면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집안이 되는 거예요.”박하린은 주민혁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더더욱 넥스트 테크를 크게 키워야 했다.그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다. 자신이야말로 주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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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하지만 당당하고 자존심이 강하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따르는 건 아니다.출발선이 너무 높고 기초가 단단하지 않다면 그 허망한 자리는 결국 어느 날 무너져 폐허가 된다.사람의 성공과 실패, 얻음과 잃음은 크고 작든 모두 어떤 인과가 숨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이유 없는 결과란 없다.육민성이 최수빈을 바라보며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런 일에 대해서는 꽤 냉정하게 보는구나. 생각도 깊고.”결국 최수빈은 남편에게 배신당해 결혼 생활에서 벗어난 사람이었다.그리고 박하린은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도발을 이어가던 여자이고 말이다.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하지만 큰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사적인 감정에 매이지 않는다.최수빈은 일에 바쁘고 논문 준비에도 몰두하느라 박하린의 도발이나 잔재주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런데도 박하린은 늘 굳이 얼굴을 들이밀어 맞을 자리를 내주는 사람이었다.최수빈은 차 문을 열고 타오르며 고개를 숙여 데이터 분석 자료를 확인했다.그리고 담담히 한마디 던졌다.“둘 다 해로우면, 덜 해로운 쪽을 택해야죠.”...다음 날 아침.최수빈은 주예린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차를 몰아 511연구원으로 향했다.도착해보니 구정우는 일찍이 도착해 한재준과 함께 사무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왔니?”한재준이 그녀를 보며 손짓했다.“이쪽은 구정우 원사님이야. 국가항공청 소속이지.”이런 거물급 인사를 그녀는 이전에 뉴스에서만 봤었다.“안녕하세요, 원사님. 저는 최수빈이라고 합니다.”구정우는 그녀를 한 번 보고는 제법 마음에 드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좋군.”그가 말했다.“이 학생이 바로 자네가 말하던 육민성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제자인가?”한재준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한 번 같이 일해보면 알게 될걸세.”그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습니다.”최수빈은 겸손하게 웃었다.“선생님께서 제 편이라서 좋게 말씀해주신 거예요.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고 싶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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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그녀가 국가항공청의 시험을 통과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국가항공청이 먼저 손을 내민 것도 박하린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쉽게 기대어 올라설 생각은 없었다.“감사합니다, 원사님. 하지만 저는 조금 더 다지고 성장하고 싶어요.”기초를 탄탄히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이 업계의 일은 단기간에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밟아 나가는 게 진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구정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감탄이 어린 눈빛을 보냈다.“요즘 젊은 사람 중에 이렇게 마음가짐이 단단한 이는 드물지.”회의가 끝난 뒤, 육민성이 물었다.“앞으로의 진로 계획은 생각해둔 게 있어?”“계획이요?”최수빈이 데이터 속에서 얼굴을 들었다.“천공을 세계적인 무대에 세우는 게 제 계획이에요.”“국가항공청에서도 손을 내밀었잖아. 그건 더 좋은 기회야.”최수빈이 갑자기 웃었다.“선배, 설마 제가 스카우트돼서 떠날까 봐 걱정하시는 거예요? 천공이 세계로 뻗어 나가면 자연스럽게 국가사업과도 연결되겠죠. 그때 항공청과 직접 협력하면 그게 바로 나라를 위한 일 아니겠어요?”지금은 선생님들이 그녀에게 국가 차원의 인맥을 닦아주고 있었고 511연구원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 특성상 그런 접촉은 필수였다.그때,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최수빈 씨, 구정우 원사님께서 잠깐 오시랍니다.”최수빈은 잠시 멈칫하더니 구정우의 사무실로 향했다.구정우는 그녀를 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정말 항공청에 올 생각이 전혀 없나?”젊은 나이에 최수빈은 이미 이런 능력을 갖췄기에 앞으로가 두려울 정도로 기대되는 인재였다.지금 국가 고위층에서 가장 부족한 건 인재였고 이런 사람을 길러내기란 쉽지 않았다.그리고 훗날 그녀가 국제무대에 선다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드시 그녀를 스카우트하려 들 것이었다.그래서 구정우는 선수를 치고 싶었다.“원사님, 전 어디 있든 결국은 나라를 위해 일할 겁니다.”그녀의 뜻은 확고했다. 지금은 들어갈 때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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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박하린은 진짜로 확인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사무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문 앞에 다다르자 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노크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그리고 문을 연 사람이 누구인지 본 순간, 박하린은 순간 멈칫했다.“수빈 씨...?”최수빈 역시 511연구원에서 박하린을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무슨 일이세요?”박하린은 시선을 위아래로 훑으며 물었다.“혹시 구정우 원사님 도와서 문서 정리하고 있는 거예요?”뒤이어는 안쪽을 힐끗 들여다봤으나 방 안에는 최수빈 혼자뿐이었다.최수빈은 평온하게 대답했다.“무슨 일이든 말씀하세요.”박하린은 팔짱을 끼고 비웃듯 말했다.“난 논문 지도받으러 구정우 원사님을 찾으러 온 거예요. 그런데 수빈 씨가 그분 대신 나를 지도할 수 있겠어요?”둘은 애초에 같은 레벨이 아니었다.박하린은 지금 SCI 논문을 투고 중이었고 최수빈은 그 논문 분야 근처에도 닿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손에 든 서류를 흘끗 봤다.주민혁이 구정우를 지도교수로 붙여줬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그러니 박하린이 자신의 논문을 들고 온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안에서 기다리세요.”최수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박하린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는 여유롭게 안으로 들어섰다.“현재 모든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에요. 넥스트 테크도 충분히 협업할 준비가 돼 있죠.”천공은 이미 중부의 자재 회사와 계약을 맺었고 또 다른 파트너인 플라잉 테크와도 협력 중이었다.그래서 새 협력사를 급히 찾을 이유는 없었다. 두 회사가 협력 관계인 지금, 천공의 자원이 곧 자신의 자원이라 여겼으니 말이다.하지만 최수빈은 그 눈빛만으로도 박하린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계산들을 훤히 꿰뚫어 봤다.“하린 씨, 어제 회의 때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죠.”최수빈은 침착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제가 다시 상기시켜드려야 할까요? 곧 내기 계약 조항이 발동된다는 걸요. 대체 뭘 근거로 저희가 계속 협력할 거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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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최수빈과 주민혁 사이에는 오직 ‘업무적인 이야기’만이 남아 있었다.주민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누가 그런 말을 해?”최수빈은 더 이상 말장난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넥스트 테크의 재정 구멍을 민혁 씨가 메웠다 해도 그 회사는 연속으로 실적을 내지 못했어요. 그들에게 맡긴 부분의 진행 속도는 계속 늦어지고 있고 상부에서는 이미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밀어붙이겠다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그 책임은 민혁 씨가 직접 윗선에 보고해야 할 거예요. 정부 입찰의 군수 프로젝트는 장난이 아닙니다. 주민혁 씨, 신중하게 판단하세요.”주민혁은 차분히 그녀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손끝으로 담뱃갑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그게 네 생각이야?”최수빈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는 늘 이렇게 반문하며 상대의 반응을 살피는 식이었다.그리고 이런 주민혁을 최수빈이 처음 상대하는 것도 아니었다.주민혁은 단 한 번도 남의 논리 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이었고 늘 상대의 말 속에서 숨은 뜻을 캐내는 쪽이었다.금융계 협상 테이블에서 단련된 사람답게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모호하면서도 수십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그런 사소한 일은 하린이 스스로 해결할 거야.”주민혁의 낮은 목소리가 담담히 울려 퍼졌고 최수빈은 그 말의 의미를 곧장 이해했다.박하린에게는 스스로 회사를 살릴 능력이 있으니 여전히 프로젝트에 남길 결정을 했다는 뜻이었다.그때 멀리서 구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혁 씨, 혹시 하린 씨를 데리고 온 건가요?”주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원사님.”구정우가 다가오며 웃었다.“이 업계를 떠난 후로 이런 곳에는 좀처럼 안 오더니... 혹시 마음에 두는 사람이 생겨서 따라온 겁니까?”남자는 짙은 미소를 띠며 조용히 대답했다.“그렇게 놀리실 일은 아닙니다.”“아쉬운 일이죠.”구정우는 고개를 저었다.“민혁 씨 스승님께서 너무 일찍 돌아가셨잖아요.”이 말에 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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