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301 - Bab 310

816 Bab

제301화

심종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먼저 마음껏 놀고 계세요. 전 금방 다녀오겠습니다.”이내 그가 자리를 뜨자 송미연이 떠나가는 심종연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봐, 이게 진짜 괜찮은 남자지.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큰 데다가 매너까지 있잖아. 게다가 세심하기도 하고.”최수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그렇게 마음에 들면 네가 가서 고백이라도 해.”“뭐라고?”예상치 못한 말에 송미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진짜 바보 아니야? 심 대표님은 누가 봐도 너한테 마음 있는 거잖아. 그런데 나보고 가서 대시하라고? 나보고 광대 노릇이나 하라는 거야?”“나랑 육 대표님도 봤어. 심 대표님은 그냥 예의로만 구는 거면 비서 시켜서 우리 챙기라고 하면 끝이잖아? 그런데 며칠째 직접 발로 뛰고... 그것도 특히 너한테 신경을 써.”송미연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진짜 답답하다. 연애할 땐 그렇게 감 하나도 없더니 막상 괜찮은 남자 앞에서는 왜 이렇게 둔해져?”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머릿속으로 최근 일을 하나씩 떠올려보니 정말 어딘가 이상하긴 했다.하지만 그건 그거고 심종연과 자신은 어디까지나 일 때문에 엮인 사이였다.사적인 감정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오해라도 생기면 곤란해.”“흥, 그러면 지켜보기나 해. 나중에 심 대표님이 고백하면 놀라지나 말라고.”옆에 있던 육민성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냥 수빈이 긴장 풀라고 그러는 거야. 대회 앞두고 있으니까.”최수빈은 살짝 숨을 내쉬며 미소 지었다.“그럼 다행이네요.”이내 육민성이 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그렇지만 미연이 말도 완전 틀린 건 아니야.”최수빈은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작은 연회장 안은 화려했다.과일과 케이크가 정갈하게 놓여 있고 여기저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분위기는 제법 부드러웠다.잠시 후, 육민성이 잔을 들고 다가왔다.“지루하면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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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잔잔하던 연회장은 어느새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박하린에게 향해 있었다.누가 봐도 부러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눈빛이었다.주민혁이 등장하자 자연스레 그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그는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다.어느 자리에서든 중심에 서는 남자.그 틈에서 박하린이 고개를 돌렸고 시선이 정확히 한곳에 멈췄다.최수빈.입꼬리를 살짝 올린 박하린은 잔을 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등에 업은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이내 그녀는 최수빈 앞에 멈춰 섰고 잔을 흔들며 부드럽게 말했다.“혹시 저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죠?”도저히 의도를 모를 말투 때문에 최수빈은 고개를 살짝 든 채 가만히 박하린을 쳐다보기만 했다.담담한 그녀의 눈빛에 박하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제는 최수빈 씨 이혼도 했으니까 사람들이 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불편하지는 않죠?”그제야 최수빈은 상황을 이해했다.이건 인사도, 우연한 대화도 아니었다.‘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네.’곧, 그녀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제가 버린 걸 박하린 씨가 주워갔다면 오히려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 말에 옆에서 지켜보던 육민성과 송미연이 동시에 피식 웃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그러나 박하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싱긋 웃으며 어깨를 폈다.그 오만한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그게 최수빈 씨가 버린 건지, 오빠가 수빈 씨를 버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조심해요. 예전엔 이런 식으로 뻔뻔하게 구는 줄 몰랐거든요.”박하린의 목소리에는 묘하게 억눌린 우월감이 섞여 있었다.속으로는 아직도 질투로 들끓으면서도 겉으로는 승자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후회돼도 이제 늦었어요.”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곧장 뒤돌아섰다.“와, 진짜 대단하다. 도대체 박하린 저 여자 뇌 구조는 어떻게 된 거야?”송미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육민성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냥... 저렇게 자신만만한 게 오래가면 좋겠네.”하지만 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박하린의 뒷모습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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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요? 심 대표님이 안 잡아주셨으면 정말 크게 넘어졌을 텐데...”최수빈이 웃으며 말했지만 심종연의 눈빛은 잠깐 더 깊어졌다.“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사람들이 저희 관계를 오해하는 게 혹시 수빈 씨에게 곤란하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최수빈은 그 말의 깊은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심종연은 그녀가 당황한 것을 보곤 가볍게 웃었다.“괜찮습니다. 우선 경기를 끝내요.”최수빈은 더 이상 그 말에 파고들지 않고 단지 누가 도와준 건 예의상 한마디 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그때 박하린이 주민혁과 함께 다가왔다.그녀는 최수빈을 슬쩍 보더니 능글맞게 말했다.“요즘 혹시 좋은 인연 만나신 건가요?”심종연의 눈빛이 한층 진해졌다.“박하린 씨, 그런 말은 섣불리 하시면 곤란합니다.”그의 말투는 단정했지만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박하린은 잔을 들고 비웃듯 웃었다.“전 그냥 걱정돼서요. 소문이 나면 곤란하잖아요. 남녀 간에 너무 가까워 보이면 사람들 말이 돌아요.”말 하나하나가 최수빈을 겨냥한 비수처럼 날카로웠다.심종연은 잔잔한 미소를 유지한 채 주민혁을 향해 말했다.“제가 보기엔 주 대표님보다 제 눈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정말요? 그러면 더 기대되는군요.”곧, 주민혁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냈지만 냉정함만 가득할 뿐, 미소에 따뜻함은 없었다.“최수빈 씨는 탁월한 분입니다. 일 처리도 깔끔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훌륭합니다. 같이 일하면서 수빈 씨만의 매력에 끌렸습니다.”심종연의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남녀 사이에 무슨 문제 있겠어? 둘 다 미혼인데.”누군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최수빈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는 것 같았다.그의 눈빛은 흔들림 없이 따뜻했고 그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다.그리고 옆에 있던 박하린의 표정은 잔뜩 굳어버렸다.‘심 대표님이 진짜 최수빈 씨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데?’그 사이 주민혁은 여유롭게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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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제원 호텔로 돌아오는 길 내내 최수빈은 심종연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좋아하는 건 제 마음입니다.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그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연회 자리에서 그는 천공연구원 측 인사들에게 좋은 인맥을 여럿 소개해 줬다.그 덕분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고 최수빈은 체면을 세웠다.송미연이 그녀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아직도 멍하지? 우리 다 눈치챘는데 너만 몰랐잖아.”최수빈이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냥 좀 갑작스러웠을 뿐이야.”심종연의 감정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느끼긴 했지만 그 고백이 너무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솔직히 그때 박하린 씨가 그렇게 앞에서 대놓고 시비 걸었잖아. 심 대표님이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한 건 날 위한 배려 같기도 했고.”그녀는 조용히 말을 잇다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그래도 이건 좀 갑작스럽게 느껴져.”송미연은 팔짱을 끼며 킥킥 웃었다.“왜? 사람한테 첫눈에 반하는 게 죄야? 심 대표님이 얼마나 멋있었는데? 네 상황 정리도 해주고 대신 말도 해주고 이게 진짜 성숙한 어른 남자의 매력이지 뭐.”그 말에 최수빈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송미연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심 대표님이 그러셨잖아. 좋아하는 건 자기 일이고 거절해도 괜찮다고. 이런 남자는 진짜 흔치 않아.”그 말은 묘하게 설득력 있었다.심종연은 늘 신중한 사람이다.감정도 철저히 다지고 확신이 있을 때만 표현하는 그런 사람.게다가 온천 여행 때부터 그는 은근히 최수빈의 상황을 물었다.결혼했는지, 혹은 누구와 함께인지.그리고 이혼했다는 말에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그건 심종연이 최수빈의 과거를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었다.육민성이 팔짱을 낀 채 말없이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이제 그만 생각하고 자. 내일 결승전이잖아.”그러자 송미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내일이 제일 중요해. 멍해 있지 말고 쉬어.”최수빈은 방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심종연의 눈빛이 자꾸만 떠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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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노던아이 팀의 발표는 완벽 그 자체였다.데이터 하나하나가 정교하고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었고 그 결과물은 당장 실무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다.철저함 속에서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접근이 돋보였다.비교하자면 박하린 팀은 그야말로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었기에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불과 2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이런 결과물이 나올 리 없었다.진승우의 표정도 조금씩 무거워졌다.‘이대로라면 이번엔 1등은 어렵겠는데...’그는 낮게 중얼거렸다.“노던아이 팀이 이렇게 강했나요? 원래 이런 팀 아니었는데...”박하린은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소피아가 아직 노던아이 팀에 남아 있는 건가?’아니, 그럴 리 없다.소피아는 이미 팀을 떠난 걸로 알고 있었고 그 이후로는 아무런 소식도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이 정도 수준은 소피아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박하린은 불안한 손끝으로 잔을 쥐었다.얼마 전 자신은 국제 우주 정착 설계대회의 1등을 따내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호언장담했었다.결승 진출, 세계대회, 그리고 국가대표와 어깨를 견줄 명예까지 모두 자기 손안에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 그 모든 게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었다.노던아이 팀은 마지막 순서였다.모든 팀의 발표가 끝난 뒤 심사 위원들의 총평이 이어졌다.잠시 후, 사회자가 결과 명단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자, 드디어 기다리시던 순간입니다. 이번 대회의 최종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순간,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주민혁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있었다.그의 눈빛은 한결같이 차분했고 표정엔 감정의 결이 없었다.곧, 진승우가 그를 향해 낮게 물었다.“형, 이렇게 여유로워도 돼요? 원래라면 형이 이겼을 텐데?”주민혁은 무심하게 시선을 돌렸다.“명예 하나쯤 없어도 상관없어.”그의 말투는 담담했지만 안에는 묘한 의미가 섞여 있었다.박하린은 그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주민혁의 의도를 알아챈 것이다.넥스트테크는 어차피 거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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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사회자가 결과 발표를 마친 뒤, 곧바로 시상식이 이어졌다.박하린은 끝까지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이런 국제 규모의 대회 자리에서 바로 항의하는 건 주최 측의 체면을 정면으로 짓밟는 일이다.그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지만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았다.노던아이 팀의 점수는 너무 완벽했다.모든 항목이 거의 만점에 가까웠고 심사위원의 평가는 남달랐다.‘무조건 조작됐을 거야.’그녀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누군가 손을 써서 결과를 바꾼 게 아니라면 이런 점수는 도저히 나올 리 없었다.아니면 정말 팀 안에 숨은 천재가 있는 걸까?그 생각에 박하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그녀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노던아이 팀의 정체를 궁금해하고 있었다.그때, 주민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박하린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박하린은 미소도 없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난 주최 측이랑 노던아이 팀의 담당자 좀 만나고 싶어. 이 데이터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잠도 못 잘 것 같아.”그러자 진승우도 팔짱을 끼며 거들었다.“솔직히 나도 궁금해요. 24시간 안에 저런 완성도라니... 저희 회사도 일주일은 걸려야 그 정도 나오는데.”박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였다.그만큼 저 결과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건 단순한 실력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완벽함이었다.‘노던아이 팀 안에 분명 대형 인물이 숨어 있어.’박하린은 속으로 중얼거렸다.‘그게 누군지 반드시 확인해야 해.’주민혁은 옆에 있던 려운에게 낮게 무언가를 지시했다.이번 대회 1위는 곧바로 아시아 결승 진출, 상위 3팀은 아시아 준결승으로 직행한다.박하린은 이 판을 끝내기 전에 반드시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다.시상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흩어졌다.백스테이지에서 송미연이 환하게 웃으며 최수빈을 껴안았다.“와, 진짜 완벽했어! 역시 수빈이 너밖에 없어! 박하린 씨 표정 봤어? 완전 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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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그냥 얼굴 하나 믿고 여기저기서 봐주는 줄 아는 거예요?”박하린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어갔다.“표정 보면 떨어진 게 분명하네요.”그녀의 시선은 천천히 최수빈에게 향했고 입가에 예의 바른 미소가 걸려 있었다.“최수빈 씨, 방금 발표된 순위 봤죠? 그 대형 스크린에 뜬 데이터들... 이해는 됐어요?”박하린은 일부러 다정한 척 목소리를 낮췄다.“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최수빈 씨가 정말 열심히 하려는 건 봤어요. 이 업계에서 살아남고 싶다는 것도요.”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덧붙였다.“혹시 잘 모르겠으면 저한테 오세요. 저희 팀으로 오신다면 제가 개인적으로 가르쳐줄게요. 제 밑에서 어시스트 역할로 일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예요.”그 말투엔 관대함이 아니라 노골적인 우월감이 배어 있었다.박하린은 국내 대회 2위, 이 업계에서 이미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기에 그녀 밑에서 배우겠다고 하는 이들도 많았다.지금 그 특권을 마치 시혜처럼 내밀고 있는 것이지만 최수빈은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저 박하린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실력에 비해 얼굴이 너무 두꺼운 것 같네요.”짧고 날카로운 한마디에 공기마저 순간 얼어붙었다.박하린은 잠시 말을 잃었지만 곧 미소를 되찾았다.“그래요. 저도 알아요. 최수빈 씨가 저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이유. 제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렇죠?”그녀는 비웃듯 계속 말했다.“그래도 괜찮아요. 최수빈 씨한텐 심 대표님도 계시고 육 대표님도 계시잖아요. 둘 다 업계의 거물이니까 그분들이라면 최수빈 씨 같은 사람도 기꺼이 가르쳐주지 않겠어요?”박하린은 피식 웃으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마지막으로 충고 하나만 할게요. 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믿을 건 얼굴뿐만이 아니에요. 지금이야 얼굴 덕을 지금은 좀 보겠지만 언젠가 그 높이만큼 추락할 거예요.”최수빈은 아무 표정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감정이 단 한 줄기도 비치지 않았다.그러다 천천히 주민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조용히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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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박하린은 거의 반사적으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녀의 시선이 최수빈에게 향했다.최수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화를 마쳤는데 이들이 숨 가쁘게 들이닥쳤다.이건 분명 누군가가 무언가를 흘린 거다.“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박하린의 목소리는 사뭇 단호했다.“이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최수빈은 그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 박하린이 날카롭게 외쳤다.“멈춰요. 언제부터 이 방에 계셨어요? 아까 남자 한 명 못 봤어요?”그 목소리는 초조함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최수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곧,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제가 왜 대답해야 하죠?”그 한마디를 끝으로 최수빈은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질수록 공기 속엔 묘한 냉랭함이 흘렀다.얼마 후, 진승우가 비웃듯 말했다.“요즘은 사람 보는 눈도 없네요. 저 정도로 거들먹대는 거 보니까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는 모양이죠.”박하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혹시 정말 늦은 건가?’“민혁 오빠.”박하린의 목소리에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뭘 그렇게 보고 있어?”박하린이 묻자 주민혁은 짧게 담배를 꺼내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난 다시 마이콜 씨를 만나야겠어요.”박하린의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그 소피아란 사람... 얼굴이라도 알아야지.”그녀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이런 규모의 국제 대회에서 그 전설적인 이름을 직접 볼 수 있는 순간은 거의 없으니까.하지만 그들이 다시 마이콜의 사무실로 돌아갔을 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그럼 CCTV를 보면 되잖아요.”진승우의 말에 주민혁이 성냥불을 켜며 대답했다.“여긴 신축 경기장이라 아직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어.”의심은 여전했지만 증거는 사라졌기에 박하린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마이콜이 보여준 모든 데이터는 완벽했고 어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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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하지만 심종연이라는 사람과는 왠지 자꾸 엮이게 될 것 같았다....최수빈이 은산시로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딸을 데리러 가는 일이었다.511연구원의 문이 열리자 주예린이 눈을 반짝이며 뛰어나왔다.“엄마!”최수빈은 웃으며 팔을 벌려 아이를 단단히 안아 들었다.“우리 예린이 며칠 못 봤다고 또 무거워졌네. 여기서 잘 먹고 잘 지내는구나?”요즘 한창 자랄 나이라 그런지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었다.주예린은 방긋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가 매일 맛있는 거 사줘요. 저는 할아버지랑 있는 게 너무 좋아요!”곧, 뒤쪽에서 한재준이 걸어 나왔다.그는 뒷짐을 진 채 여전히 깊은 눈빛으로 최수빈에게 말했다.“1등 축하해.”주예린이 엄마의 목을 끌어안고 크게 소리쳤다.“엄마가 최고예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멋져요!”그 애정 어린 칭찬에 최수빈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랐다.“누가 이렇게 말을 예쁘게 하래? 이런 건 누가 가르쳐줬어?”“진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가르쳐주지 않아도 할 수 있죠.”주예린은 눈웃음까지 지으며 칭찬했고 그 웃음에 최수빈의 마음이 서서히 풀렸다.아이의 건강하고 맑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동안의 피로가 조금은 녹아내리는 듯했다.이후, 한재준과 함께 511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적 검토를 나눈 뒤 최수빈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일에 몰두했다.주예린은 혼자 TV를 보며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엄마가 일할 땐 절대 방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노트북을 켠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는 이혜정.“수빈아, 내일 생일이지? 뭐 먹고 싶니? 엄마가 맛있는 거 해달라고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게.”그 말에 최수빈의 손이 잠시 멈췄다.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다 보니 날짜조차 잊고 있었다.캘린더를 열자 생일은 단오 전날이었다.단오에는 본가로 가야 했고 며칠 전 주민혁은 이미 일정을 통보했었다.“엄마, 요즘 은산시에 안 계시잖아요. 출장 중이시니까 굳이 제 생일 때문에 안 돌아오셔도 돼요.”이혜정은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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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다음날.최수빈은 새벽부터 511 연구원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정리했다.파일을 정돈하고 나니 시계는 오전 여덟 시, 그녀는 오늘도 평소처럼 주예린을 유치원에 데려다줄 준비를 했다.현관문 앞에서 기다리던 주예린이 환하게 웃었다.작은 손안에는 정성껏 만든 붉은 종이 장미 한 송이가 쥐어져 있었다.“엄마, 생일 축하해요!”그 목소리에 최수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장미는 손끝으로 하나하나 접은 티가 났고 모양은 놀랄 만큼 정교했다.“이거 네가 만든 거야?”“네. 엄마 몰래 만들었어요. 생일 선물은 깜짝이어야 하니까요.”아이의 볼은 마치 장밋빛처럼 붉게 물들었다.“이거 하느라 실패한 게 몇 번이나 됐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마지막엔 꼭 성공하고 싶었어요.”그 말에 최수빈은 가슴이 찡했다.그녀는 몸을 낮춰 주예린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살짝 입을 맞췄다.“고마워, 우리 예린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선물이야.”“엄마, 요즘 너무 열심히 일하잖아요. 저도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게요. 그러면 엄마는 더 이상 그렇게 힘들게 일 안 해도 돼요.”순진한 말 한마디에 최수빈은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그건 엄마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 예린이가 수학 좋아서 공부하는 것처럼, 엄마는 일을 좋아하거든.”“아, 그럼 엄마는 일을 사랑하는 거네요!”주예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금세 이해했다....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최수빈은 보고서를 품에 안고 511 연구원으로 향했다.그리고 복도 끝에서 한재준이 그녀를 보자마자 다가와 말했다.“오늘 생일이라며? 이런 날에도 출근이야?”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미연이가 네 생일이라고 맛있는 식당 예약했대.”“거긴 저녁엔 가면 되니까 낮에는 일해야죠.”최수빈은 평소처럼 책상 위 파일을 가지런히 올려놓았고 한재준은 그 모습을 보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너 요즘 너무 몰아붙이고 있어. 성과도 중요하지만 숨도 좀 쉬어야지.”“전 괜찮아요. 오늘은...”“안 괜찮아.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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