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561 - Kabanata 570

604 Kabanata

제561화

심사위원의 발표가 끝나자 현장은 일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일부는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또 어떤 이들은 본능적으로 주민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줄곧 주 대표님 아내라 자칭해왔는데... 당사자인 주 대표님 반응은 어떨까?’진승우 역시 무의식적으로 주민혁을 바라봤다.하지만 남자의 표정은 한없이 냉담하고 무심했다. 마치 지금 이 발표가 전혀 놀랍지도 당황스럽지도 않은 듯, 잠깐 미간을 좁혔을 뿐이었다.사람들 표정이 하나같이 복잡해졌다.이쯤 되니 지금까지 선을 넘었던 건 박하린뿐이었고 정작 주민혁은 한 번도 그녀를 ‘자신의 사람’이라고 입 밖에 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만약 박하린이 진짜 미래 주민혁의 아내라면 남편이라는 사람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박하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핏기를 잃었다. 입술마저 하얗게 질린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늘어진 두 손이 가늘게 떨리는 걸 멈추지 못했다.그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심사위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뭐라고요?”정말이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기를 바랐다.‘자격 취소라니? 말도 안 돼. 왜? 도대체 왜?’겨우 목소리를 되찾은 그녀는 말을 뱉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그때, 심사위원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들어 보이며 또박또박 말했다.“본 대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표절 및 도용 사실이 확인된 참가자는 자격이 즉시 취소됩니다.”온몸이 떨려오는 와중 박하린은 몇 주 전 있었던 최수빈의 고소 사건이 떠올랐다.‘하지만 그건 분명 민혁 오빠가 처리했을 텐데... 분명히 다른 사람을 내세워 덮었을 텐데...’당황한 눈빛으로 그녀는 본능적으로 주민혁을 바라봤다.그러나 그는 자리에 편히 앉은 채, 고고하고 단정한 태도로 가볍게 시선을 들 뿐이었다.그러고는 박하린을 똑바로 바라보며 얇은 입꼬리를 조용히 올려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 하나에 박하린의 가슴이 마치 바늘에 찔린 것처럼 쿡 하고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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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이 일이 퍼지면 세상 사람들이 다 비웃겠네요.”국가에 기여했다고 해서 최수빈이 무슨 면죄부라도 받은 듯 굴어서는 안 된다. 그걸 들먹이며 정당화하는 건 더더욱 안 되고 말이다.이에 하승현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박하린 앞으로 내밀게 했다.박하린은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레 그 서류를 내려다보았다.공식 문서로 보이는 그 파일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청운 X7은 제외하더라도 오늘 최수빈이 제출한 모든 계산 자료는 십여 년 전부터 511연구원에 이미 초기 데이터로 등록되어 있었고 그 데이터 초안은 최수빈과 한재준이 함께 설계하고 완성한 것이었다.확실하고, 부정할 수 없는 국가 공문서였다.순식간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박하린은 손을 벌벌 떨며 페이지를 넘겼다.공문서 외에도 포함되어 있던 건, 박하린이 표절한 전 과정을 낱낱이 정리한 기록이었다.언제 무엇을 어떻게 가져갔는지 그대로 적혀 있었다.다리에 거의 힘이 풀릴 지경이었지만 박하린은 간신히 서류를 접어들고 고개를 들었다.“절대 말도 안 돼요. 이건 뭔가 오해가 있는 거예요.”‘민혁 오빠가 분명 이 문제는 전부 해결됐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이 타이밍에,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 자리에서 이런 발표가 나올 수 있는 거지? 틀림없는 조작이야. 분명 어딘가에서 착오가 생긴 거라고. 오빠가 자신 있게 말했어. 표절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박하린은 뭔가 깨달은 듯 본능적으로 무대를 내려다보았다.그곳에는 주민혁이 앉아 있었는데 눈빛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깊은 밤처럼, 숨결 하나조차 일렁이지 않는 눈동자였다.그의 표정을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기에 박하린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 찼다.하승현은 고개를 들고 박하린을 직시했다.“증거가 이토록 명확한데 뭐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모든 게 끝장날 듯, 박하린은 무너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러다 반사적으로 최수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미워하는 바로 그 여자뿐이었다.최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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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이 데이터의 수치, 공정 기재 사항,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십여 년 전 등록된 기술 문서와 오차 하나 없이 정확히 일치합니다.”하승현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을 담근 듯 차가웠다.“국가 중점 연구원의 핵심 멤버로, 항공우주 프로젝트의 소재 개발을 담당했던 기술진이 직접 참여한 결과물인데 하린 씨의 삼류 회사 따위에서 만든 조악한 결과물로 그 위에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넥스트 테크가 삼류 회사라고?’송미연은 들으면서 하마터면 박수를 칠 뻔했다.넥스트 테크라는 회사는 그저 든든한 후광 하나 믿고 설치는 것이지 실력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게 없었다.심지어 객석에 앉은 사람들조차 속삭이기 시작했다.한때 그럴듯한 이름값을 내세웠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것도 아닌 회사, 성과 하나 제대로 낸 적 없고 자랑할 만한 실적도 없는 곳이었다.박하린은 무대 위에서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숨이 턱 막혀왔고 모욕이란 모욕은 다 당한 기분이었다.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이 상황에서 말을 꺼내려면 뭔가 압도적인 증거가 필요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해도 허공에 흩어질 뿐이었다.지금 그녀는 전 세계의 시선 앞에서 공개적으로 조롱받고 있었다. 국내 최고급 인사들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바닥에 내팽개쳐졌다.이런 장면은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게다가 이 자리에서 하승현이라는 이름은 개인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가 자체를 상징했다.바로 그때, 한재준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박하린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대회 결과에 불복하는 거라면 지금 하린 씨 앞에 초기 데이터가 모두 제시되어 있잖아요. 냉정히 말해 지금의 하린 씨의 실력은 십수 년 전의 최수빈 씨보다도 못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계속 겨뤄볼 심산입니까?”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아무도 형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분쟁이 있을 경우, 주최 측은 참가자의 자격을 박탈할 권리가 있다.“지금 최수빈 씨의 실력을 의심하는 겁니까? 아니면 국가 과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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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박하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민혁 오빠’ 하고 부르자 남자는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눈에는 웃음기가 담겨 있었지만 주민혁은 원래 좀처럼 웃지 않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담담하고 무표정하던 그가 보여준 이 눈웃음 하나가, 박하린의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게 만들었다.온몸의 뼈가 풀리는 듯 다리에 힘이 빠져 그대로 무너질 뻔했다.오늘은 그저 대회를 치르러 온 것일 뿐, 설사 명예를 잃더라도 그게 전부일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설 수 있는 자리조차 사라져버릴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였다.백지장 같은 얼굴을 한 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숨통이 조여왔다.진승우는 주민혁을 바라보며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방법을 좀 생각해보는 게 어때요? 하린 씨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잖아요.”그 말에 송미연이 코웃음을 치며 웃어버렸다.“그러니까 그쪽이 바보라는 겁니다. 이 판국에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한다고요? 이제 거의 끝장났는데도 아직도 감싸는 거예요? 좋아요, 그렇게나 박하린 씨한테 충성스럽다니... 어디 국가랑 한번 맞서 싸워봐요. 박수 쳐줄 테니까.”진승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럼에도 그와 박하린은 친구였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나름의 우정이 있는 사이라 친구가 위기에 처했는데 손 놓고 있는 건 옳지 않다고 믿었다.조윤미는 한쪽에서 내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고 딸이 끌려나간 이후에는 조용히 자리를 물러났다.무언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진승우는 여전히 주민혁을 바라보며 그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송미연은 두 팔을 팔짱 낀 채 차갑게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주 대표님, 왜 아무 말이 없으세요?”목소리에는 오만한 기색이 역력했다.‘늘 그렇듯 박하린을 가장 열심히 챙기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같이 붙어 다니며 바닥부터 하나하나 판을 짜고 인맥을 엮어 박하린을 업계의 별로 만들려 했던 사람 아니었나? 이제 박하린이 무너졌으니 가장 상심해야 할 사람도 주민혁 아닌가? 무엇보다 박하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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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시상식은 주최 측의 공식 상장 외에도 국내 과학기술원의 특별 표창이 함께 수여되었다.최수빈은 국가과학원으로부터 정식 초청 연구 인사 자격을 부여받았다.“시상자를 모시겠습니다.”사회자의 멘트와 함께 무대 반대편에서 한 남자가 상패를 들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검정색 정장을 입은 남자는 고귀하고도 단단한 분위기를 풍기며 무대 위로 올랐다.최수빈은 그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오늘의 시상자가 주민혁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주민혁은 조용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옅은 미소를 띤 채로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그리고 최수빈은 주민혁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고 안에는 그녀가 알 수 없는 감정들이 가득했다.곧 주민혁이 상패를 그녀에게 건네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축하해. 바라던 걸 이뤘네.”최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이 자리에서의 체면을 지키듯 상패를 받아들었다.그 순간, 두 사람의 손끝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매우 짧은 순간이었지만 최수빈은 그 상패에 아직 남아 있는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이해되지 않았다.‘그렇게 아끼던 박하린이 조사를 받으러 끌려나갔는데 어떻게 이렇게 여유롭게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걸까?’“팡, 팡!”무대 위로 컨페티가 흩날렸고 조명이 밝게 쏟아지며 최수빈은 그 한가운데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났다.금빛 컨페티가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의 머리 위로 쌓였다.주민혁은 그중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가져갔고 최수빈은 그 순간 살짝 뒤로 물러섰다.그러고는 날이 선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봤다.그녀의 그런 냉담한 표정에 주민혁은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더니 손바닥을 펴 보였다.안에는 반짝이는 금빛 컨페티 한 조각이 들려 있었다.“행운의 조각이야.”...무대 아래의 관객석에서는 술렁임이 이어졌다.한때 부부였던 두 사람이 이토록 낯선 방식으로 재회한다니 묘하게 기이한 장면이었다.송미연조차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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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그녀의 얼굴에는 순진하고 맑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하지만 주민혁을 이 자리에 초대한 건 한지원이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다.오늘 같은 자리에서 필시 누군가는 웃게 되고 누군가는 울게 될 것이었다.그가 사랑했던 여자가 곧 감옥으로 끌려갈 처지였고 그런 상황에서 한지원은 주민혁을 불러 함께 축하하자 했다.목적은 분명했다.자신이 오랫동안 우러러보던 우상인 최수빈을 위해, 박하린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하고 싶었던 것이다.박하린의 모든 행동은 그야말로 역겹기 짝이 없었다.한지원은 주민혁이 그런 여자를 대체 왜 좋아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눈이 멀어도 단단히 먼 것 같았다.진짜 보석은 외면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유리구슬에 마음을 빼앗기니 말이다.‘지금 얼굴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분하고 담담해 보이지만 아마 이 자리를 뜨자마자 온갖 인맥을 동원해 그 여자를 구하려 들겠지.’그래서 한지원은 오히려 지금 이 타이밍에 주민혁을 불러내 마음껏 불편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만약 오지 않는다면 그는 돌아가서 모든 상황을 수습하려고 안간힘을 쓸 게 분명했다.주민혁은 담담한 시선으로 이들을 한 번 둘러본 뒤, 시계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축하 파티는 여러분들끼리 하세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요.”이 한마디를 남긴 채 그는 자리를 떴고 현장에 오래 머무르지도 않았다.그가 떠나는 걸 본 진승우도 재빨리 뒤따라 나갔다.하지만 육민성은 그가 하승현의 차에 올라 함께 떠나는 걸 발견했다....한편, 최수빈은 지금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떠오르고 있었다.그녀의 정체가 밝혀진 이후, 천공 연구원의 문은 발 디딜 틈도 없었고 전화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지금 이 국제 대회 자리에서도 해외의 인사들이 잇달아 협업을 제안해왔다.그들이 처음 꿈꿔왔던 전 세계 진출이라는 목표가 눈앞에 닿은 것이다.최수빈은 정말이지 업계에서 보기 드문 인재라 그녀와 손잡는 것만으로도 기술의 최전선에 서게 되는 셈이었다.물론 해외 기업들 역시 뛰어난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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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육민성은 최수빈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 자료들 전부 초기 데이터야. 박하린이 이걸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네 컴퓨터나 뭐 다른 걸 박하린이 본 적 있어?”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처음 터졌던 표절 사건부터 지금까지 뭔가 보이지 않는 손이 계속해서 상황을 부추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최수빈도 박하린이 어떻게 자신의 초기 데이터를 알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기억을 더듬었다.‘혹시 주민혁의 서재였을까?’박하린은 원래부터 회사 협업 건에서도 계속 밀리고 있었기에 이번 대회는 그녀가 업계 평판을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그런데 그 중요한 순간에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이다.그녀는 마음속 깊이 성공을 갈망했고 그만큼 이기고 싶어 했다.그러다 보니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엇나가고 말았다.송미연은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러게, 내가 뭐랬어. 악행을 너무 많이 저지르면 언젠가는 스스로 무너진다니까?”사실 사람은 막다른 길에 몰리면 반등하고 싶어 하는 법이다.당당하게 일어설 기회를 노리게 되고 그래서 더더욱 무리수를 둔다.지금의 박하린이 딱 그랬다.이기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커서 결국에는 지름길로만 가려고 했고 그 잠깐의 선택이 오늘 그녀를 파국으로 이끈 것이다.육민성이 입을 열었다.“그런데 하 이사님 같은 인물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날 수 있을까? 그분이 온다는 얘기는 사전에 전혀 없었잖아.”마치 누군가가 철저하게 준비해서 보낸 사람처럼, 그는 모든 걸 폭로했다.하승현의 등장은 예상 밖의 일이었고 최수빈 역시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그러나 그와 주기훈과 관계가 각별했는지라 자연스레 주민혁과의 연결고리가 떠올랐다.주민혁이 박하린과 결혼하려는 상황에서 주기훈은 그 결혼을 원하지 않았다.그렇다면 박하린이 걸어가는 길은 죽음의 길이나 다름없었다.‘아들이 아버지를 이길 수 있을까?’...박하린이 끌려간 이후, 그곳에는 전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다.백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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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하지만 현재 박하린의 일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솔직하게 전부 털어놔.”조윤미는 딸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우리 가문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말지를 결정짓는 문제야. 장난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고.”지금,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웠던 박하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설마 자신이 최수빈 같은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짓밟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그녀는 과거에 아이를 포기하고서라도 해외 유학을 선택했던 여자였다.자신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아이에게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았다.반면 최수빈은 어떤가? 주민혁과 결혼까지 했고 심지어 그 아이를 5년, 6년이나 키우면서도 불쌍하리만큼 순진하게 살아왔다.최수빈은 그 오랜 시간 동안 집안일만 하며 살아왔는데 전문성이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눈부시게 성장해 있었다.그녀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도 박하린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어차피 오랫동안 업계에서 사라졌던 사람이었으니 말이다.이 바닥에서는 단 하루만 뒤처져도 한없이 무너지는 게 현실인데 5, 6년 동안 업계를 떠나 있었던 최수빈이 실력을 유지하고 있을 거라고는 도무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최수빈은 그 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냈다.박하린은 자신이 이번에는 분명히 방심했다고 느꼈다.“입 다물고 얼굴만 가리고 있으면 뭐가 달라져?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처음부터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지.”조윤미 역시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말을 해야 내가 해결 방법을 찾든 말든 하지 않겠어?”지금 박하린이 뒤집어쓴 죄명은 결코 가볍지 않다.국가 기밀 자료 표절 및 도용, 작게 보면 그나마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겠지만 크게 보면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중죄였다.그런데 박하린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머릿속엔 오직 하나,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그녀가 목숨처럼 갈고닦아온 화려한 미래, 모든 걸 걸고 바랐던 성공, 이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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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박하린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한참이나 울렸지만 끝내 아무도 받지 않았다.포기하지 않고 연이어 여러 번 전화를 걸었으나 끝까지 받는 사람은 없었다.하여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비서 려운에게 전화를 돌렸다.하지만 려운조차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조윤미는 얼굴이 굳어졌다.“네가 이제 버려진 카드가 된 것 같구나.”박하린은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듯 멍해졌다.‘설마 정말 이런 결말일 줄이야... 말도 안 돼.’그렇게 그녀가 다시 한번 려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번에는 다행히 연결되었다.“여보세요.”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차갑고 무미건조했다.그 소리를 듣는 순간, 박하린은 손에 든 전화를 그대로 끊어버렸다.그러고는 핸드폰을 멀찍이 던져버린 뒤,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절망에 가득 차 뒷머리를 감쌌다.이번 일은 온전히 자기 잘못이라 더는 변명할 여지가 없었고 주민혁이 계속 도와줄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무엇보다도 그녀는 그의 앞에서 늘 당당하고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다.고개를 숙이지 않고 기품 있게 살아온 사람, 그런 자신이 지금 와서 주민혁에게 왜 문제 해결을 안 했냐고 따진다는 건, 스스로 그 자존심을 내팽개치는 일이었다.처음부터 잘못된 일이었으나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그쪽에서 겨우 전화를 받았는데 왜 끊어버려?”다급해진 조윤미는 박하린의 행동을 보며 나무랐다.지금은 단순히 박하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박하린이 연루된 이 사건으로 인해 박씨 가문과 관련된 기업들까지 크고 작게 연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박하린은 분명 이번 일을 계기로 단번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는데 하필 지금 이 타이밍에 산산조각이 나며 곤두박질치고 만 것이다.박씨 가문은 늘 애매한 위치에 있어 좀처럼 상위 계층으로 발돋움하기가 어려웠다.때문에 이번에는 확실한 기회였는데 눈앞까지 다가온 그 성공의 문턱에서 갑작스럽게 천 길 아래로 떨어진 셈이었다.심지어 지금은 예전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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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박하린은 그대로 굳어버린 채 움직이지 못했다.한재준이 이미 그녀가 찾아올 걸 예상하고 미리 집사에게 ‘절대 들이지 말라’고 지시해둔 것이었다.박하린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애써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쉰 듯 건조했다.짧은 시간 안에 그녀는 눈에 띄게 초췌해 있었다.“그럼 제가 사 온 이 선물들만이라도 한재준 씨께 전해주세요.”하지만 집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차가운 표정이었다.그렇게 그는 그녀와 조윤미, 두 사람 모두를 문 앞에서 돌려세워 보냈다.박하린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고 입술은 핏기없이 하얘졌다.조윤미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이러한 굴욕은 여태 당해본 적 없는 것이었다.“지금처럼 돌아다니며 애원할 바에는 그냥 곧장 주민혁을 찾아가.”박하린은 억울하고 괴로운 마음에 조윤미를 노려봤다.“뭘 해도 그 사람한테 의지해야 해요? 무슨 일이든 다 그 사람한테 매달려야 해요?그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하면 내가 꼭 부탁해야 해요?”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엄마, 나랑 같이 다니기 싫으면 그냥 돌아가요. 그런데 왜 내가 잘 나갈 때는 그 덕을 보면서 아무 말도 안 했어요?”사실 조윤미는 철저한 이익 중심의 사람이었고 자기 딸한테조차 그랬다.만약 박하린이 자기 친딸이 아니었다면 경찰서 앞까지 마중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었다.지금까지 써왔던 가면이 한순간에 벗겨지는 느낌에 조윤미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그리고 박하린을 싸늘하게 바라보더니 순간적으로 손을 번쩍 들어 뺨을 후려쳤다.“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 너 낳고 키워줬더니...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뺨을 세게 맞은 박하린은 얼굴이 저릿하게 아파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조윤미를 바라보았다.조윤미의 손바닥도 화끈거릴 만큼 아팠다.그러다 방금 자신이 뭘 했는지 뒤늦게 깨닫자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미안해. 그냥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어...”하지만 이제 박하린은 엄마가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기대조차 품고 있지 않았기에 아무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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