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눈빛은 유난히 깊었고 그 시선이 닿는 순간, 최수빈은 직감적으로 느꼈다.주민혁은 이 일에 나서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하여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보더니 차갑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참, 한가한가 봐요?”이 말 한마디만 남기고 그녀는 몸을 돌려 걸어 나갔다.주민혁은 이미 그녀에게 있어서 과거의 사람이었고 둘 사이의 이야기는 끝났기에 미련 따위는 없었다.박하린의 사건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었고 그 안에는 국가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주민혁은 조용히 최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그 섬세한 어깨, 점점 멀어지는 그림자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그리고서야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고 그는 돌아서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권우진이 주민혁을 보며 말했다.“오늘은 한가하신가 봐요?”그러자 주민혁은 짧게 시선을 주고 곧장 사무실 쪽으로 걸어가며 대답했다.“오늘은 보이차로 합시다.”권우진은 이 말에 더 묻지 않고 조용히 그를 따라갔다....병원을 나온 최수빈은 변호사와 만나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으므로 근처 카페로 향했다.며칠 전 있었던 술자리에서 누가 약을 넣었는지, 그 일의 실마리를 여전히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람은 심종연이었다.권성우는 그녀를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요즘 수빈 씨 일만 해도 하루가 모자라요. 우리 로펌 전체가 수빈 씨 사건으로 돌아가고 있거든요.”농담조의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는 진심이 섞여 있었다.“이 정도면 우리 로펌의 VIP 고객이네요.”최수빈은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자리에 앉았다.그렇게 둘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한참 후, 회의가 끝나자 변호사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먼저 떠났고 그녀가 카페 문을 나섰을 때 하늘은 어느새 잿빛으로 가득했다.검은 구름이 도시 위로 낮게 깔려 금방이라도 폭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은산시는 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묘했다.손목시계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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