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천천히 마신 뒤, 먼저 침묵을 깼다.“모레면 떠난다면서요? 은산시 쪽 일이 많이 급해요?”“응. 형 어머니 쪽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있어서 직접 가서 정리해야 해.”주민혁의 목소리는 낮고 잔잔했지만 짙은 피로가 묻어 있었다.“려운이 내 상태에 대해 말한 거지? 이렇게 자리를 만든 것도 날 설득하려는 거고.”최수빈은 찻잔을 내려놓고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에는 숨기려는 기색이 없었다.“설득하려는 게 아니에요. 어떤 결정을 하든, 나랑 예린이는 민혁 씨의 편이라는 걸 말해 주고 싶었어요. 다만 예전처럼 혼자서 다 떠안고 우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해요. 구 원사님의 누명도, 주선웅 씨의 음모도, 민혁 씨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에요. 우리는 함께 마주할 수 있어요.”그녀의 결연한 눈빛에 주민혁의 마음이 복잡하게 흔들렸다.멀어지게 하고 싶었다. 위험에서 떼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거절의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주민혁은 최수빈이 더 이상 예전처럼 그의 뒤를 따르기만 하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지킬 힘도, 진실을 알 권리도 갖춘 사람이었다.그때, 종업원이 요리를 들고 들어오며 긴 침묵을 깨트렸다.테이블 위에 익숙한 음식들이 차려지자 주민혁의 가슴이 살짝 저려 왔다. 그녀는 아직도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하고 있던 것이었다.식사는 조용히 이어졌다.최수빈은 더 이상 결정을 재촉하지 않았고 대신에 주예린의 학교 이야기, 항공우주 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이야기를 가볍게 꺼냈다.주민혁은 말없이 듣다가 가끔 짧게 응답할 뿐이었다. 눈가에 내려앉아 있던 피로도 조금씩 옅어지는 듯했다.식사를 마친 뒤, 그는 최수빈을 집까지 데려다주었다.차가 아파트 앞에 멈추자 최수빈은 안전벨트를 풀고 바로 내리는 대신 그를 돌아보았다.“민혁 씨, 민혁 씨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나를 믿어 줘요. 그리고 민혁 씨 자신도.”주민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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