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891 - Chapitre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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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6개월 정도 됐을 때부터.”최수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렇게 빨리요?”애초에 박하린을 잘 돌봐 달라고 했던 송지훈의 유언이 있었다.주민혁은 이를 당연히 받아들였었으나 나중에 일의 진상을 깨닫고 나서는 바로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려고 했다.하지만 그때는 이미 최수빈이 아이와 정이 든 탓에 차마 떼어놓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그리고 마침 1년쯤 지나 주변 상황도 급격히 불안해졌다.여러 일들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듯 그렇게 굳어졌다.게다가 욕심이 많은 박하린은 결과적으로 최수빈과 주예린을 지켜주는 방패 역할까지 하게 됐다.주민혁은 세상을 다 품을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었다.그의 마음속에는 오직 최수빈과 주예린의 안전뿐이었다.최수빈은 그가 지난 세월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 어떤 사정들을 품고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었다.그래서 시선을 내리깔고 더는 묻지 않았다.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캐물어 봐야 소용없으니 말이다.어차피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는 법이었다....다음 날 새벽,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주민혁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주기훈이었다.“지금 당장 뉴스 봐! 빨리!”전화를 받자마자 분노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인터넷이 난리야! 주씨 가문을 웃음거리로 만들 작정이냐? 위에서도 이미 연락 왔다! 당장 처리해!”상황을 알아차린 주민혁인 고개를 숙여 뉴스 앱을 열었다.실시간 검색어 상단에는 ‘주씨 가문, 아이를 유기하다’ 라는 제목의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어제 레스토랑에서 주시후가 울부짖던 장면이 그대로 사진으로 실려 있었고 기사 내용은 자극적으로 살이 붙어 있었다.[주상 그룹 후계자 주민혁, 친아들을 냉정하게 보육원으로 보내...]댓글 창은 그와 주씨 가문을 향한 비난으로 가득했고 심지어 과거의 각종 소문들까지 끌어와 파헤치고 있었다.왜곡된 기사들을 바라보며 주민혁은 헛웃음을 흘렸다.“이제 와서 조급해지신 거예요? 그때 시후를 데려갈 때는 왜 아무 말도 안 하셨죠? 그동안 가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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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최수빈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주민혁을 노리고 벌인 일이었다.어제 주시후의 등장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서로 언쟁이 일어나길 유도하고 그 장면을 찍어 이슈로 키우기 위해서 누군가 일부러 레스토랑에 나타나게 한 게 분명했다.최수빈은 미간을 세게 찌푸린 채 기사 화면을 캡처해 저장하고 주민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뉴스 봤어요. 잘 처리할 수 있겠어요?]잠시 후 답장이 왔다.[신경 쓰지 마. 내가 처리할게.]그 짧은 문장을 보고 나서야 최수빈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그날 오후, 주민혁은 은산시로 돌아왔다.도착하자마자 긴급회의를 열고 홍보팀에 이번 여론 사태를 전담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그는 주기훈이 말한 것처럼 연기를 하며 주시후를 데려오지 않았다.대신 이러한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주시후는 그의 친자가 아니며 박하린의 아이라는 점, 당시 박하린이 양육이 어려워 최수빈과 함께 잠시 돌봤을 뿐이라는 점, 이후 박하린이 귀국하면서 아이를 다시 데려가 직접 키우게 됐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아이가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 이유 역시 박하린이 수감되면서 보호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며 이는 정상적인 사회적 보호 조치일 뿐 유기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해명문이 공개되자 온라인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지기 시작했다.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민혁이 친자 관계가 아님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시하자 대다수는 이 사안을 차분히 바라보기 시작했다.주기훈은 입장문을 보고 분노해 휴대폰을 집어 던질 뻔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체면은 상하지 않았지만 모든 공격의 틈을 완전히 막아버린 대응이었다.그가 연기하자고 제안한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식이었다....퇴근하던 길, 최수빈은 려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와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에요? 민혁 씨 쪽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거예요?”“수빈 씨, 대표님 문제가 아니라... 주선웅 씨 쪽에서 움직임이 있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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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려운은 주선웅이 주시후를 데려갔다고 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주선웅은 원래 계산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한 수,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인물이었다. 확신이 없으면 절대 행동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다.그가 주시후를 데려가면 주민혁이 즉각 움직일 건 뻔했다.경계할 뿐 아니라 분노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았을 텐데 왜 이렇게 성급하게 판을 드러낸 걸까?단순히 아이를 협상 카드로 쓰려는 목적이었다면 훨씬 조용하고 은밀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굳이 이렇게 빠르게 존재를 노출할 필요는 없었다.최수빈은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순간,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바로 주선웅의 진짜 목표는 주시후로 주민혁을 협박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오히려 이 일을 미끼로 삼아 주민혁을 주씨 가문 저택으로 끌어들이려는 계획일 가능성이 컸다.저택은 주기훈의 영역이자 주선웅이 수년간 세력을 쌓아온 곳이었다.때문에 주민혁이 그곳으로 돌아가는 건, 그들 부자가 짜 놓은 덫 안으로 들어가는 셈이었다.이 정도는 최수빈조차 떠올릴 수 있는 가능성인데 주민혁이라면 당연히 모를 리 없었다.그런데도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최수빈이 곧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고 주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신호음 하나하나가 심장을 두드리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여보세요?”마침내 주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동하느라 쉰 기색이었고 그와 함께 차가 달리는 소리도 섞여 있었다.“지금 어디예요?”“교외로 가는 중이야. 그 사람들이 저택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려 비서가 말했거든.”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왜?”최수빈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이거 함정일 수도 있어요. 선웅 씨가 일부러 민혁 씨를 저택으로 유인하려는 걸지도 모른다고요. 그 사람이 정말 거기에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휴대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 최수빈은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떠올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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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주선웅은 손에 들고 있던 옥패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웃었다.“왜? 민혁아, 형이 돌아온 게 그렇게 반갑지 않아? 나도 다 주씨 가문을 위해서 하는 일이야. 이렇게 어린아이를 밖에 내버려 둬서 사람들이 우리 가문을 손가락질하게 둘 순 없잖아.”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일부러 도발하듯 덧붙였다.“게다가 이 아이에게는 주씨 가문의 피가 흐르잖아. 아빠라는 사람이 언제까지 모른 척할 생각이야?”“그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야.”주민혁이 비웃듯 말했다.“이미 보낸 애를 왜 다시 데려와?”주시후는 그 말을 듣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주기훈이 책상을 세게 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주시후를 가리키더니 이렇게 소리쳤다.“네가 인정하든 말든, 세상 사람들은 저 아이를 네 자식으로 알고 있어! 네 형이 직접 데려왔으니까, 이제 넌 애 책임지고 키워야 해! 안 그러면 주씨 가문 이미지는 끝장이야. 회사 주가도 흔들릴 텐데 네가 책임질 수 있겠어?”진서령이 급히 다가와 주민혁의 팔을 붙잡더니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민혁아, 아버지 말 좀 들어. 저 아이 너무 불쌍하잖니. 집에 두고 우리가 함께 돌보면 밖에서 고생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주나연도 한숨을 쉬며 거들었다.“그래, 민혁아. 지금은 감정을 내세울 때가 아니야. 일단 아이를 집에 두고 소문부터 잠재우자.”주민혁은 눈앞에 선 가족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피식 냉소했다.주기훈이 신경 쓰는 건 언제나 주시후의 삶이 아니라 가문의 체면이었다.주선웅 역시 가문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그에게 주시후를 떠안기고 이미지를 망가뜨리려는 속셈이었다.친아들을 버린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주씨 가문을 이끌 자격이 없다는 공격을 퍼붓기 쉬워지니 말이다.“아들로 칠 수 있습니다.”잠시 침묵하던 주민혁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는 주기훈과 주선웅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대신 후계자의 신분으로 키워줘요. 최고의 가정교사를 붙이고 최고의 학교에 보내고 주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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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우리는 그저 네가 아이를 받아들이고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마련해 주길 바랐을 뿐이야. 굳이 이렇게까지 일을 키울 필요는 없잖아. 게다가 회사 자원은 주씨 가문의 정통 후계자를 위해 쓰는 거지, 아무렇게나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야.”“정통 후계자?”주민혁이 비웃듯 웃었다.“형 말은, 내가 주씨 가문의 후계자인데도 자원 배분을 결정할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야?”주선웅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뜻이 아니야. 다만 이 일은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자는 거지.”“신중하게?”주민혁이 한 걸음씩 다가섰다.“아이를 데려올 때는 신중했어? 그때는 아무 생각도 안 하다가 이제 와서 점잖은 소리 하네.”두 사람의 분위기가 날카로워지자 주기훈이 급히 끼어들었다.“그만들 해! 그냥 보통 아이처럼 키우면 되지, 무슨 후계자 타령이야?”주씨 가문 저택 거실에는 숨 막히는 정적이 내려앉았다.주선웅은 여론과 가문의 압박 앞에서 주민혁이 결국 물러날 거라 확신하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주민혁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이를 데려온 사람이 책임지는 걸로 하죠.”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제 조건은 하나예요. 전 저 아이 인정 못 합니다.”“이 자식이 감히!”주기훈이 책상을 치고 벌떡 일어나더니 손가락으로 주민혁을 가리키며 온몸을 떨었다.“밖에서 주씨 가문에 대해 뭐라고 떠드는지 알아? 네가 아이를 부정하면 가문 전체가 손가락질을 당해! 이렇게 가문의 체면에 대해 신경 안 쓸 거면 당장 지분 내놓고 가문에서 나가!”“여보, 안 돼요!”진서령이 다급히 일어나 주기훈의 팔을 붙잡았다.“민혁이는 주씨 가문의 중심이에요. 회사도 저 아이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주민혁은 분노로 일그러진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제가 이 가문을 위해 몇 년을 바쳐 일했는지 아세요? 사업을 따오고 위기도 막아냈는데... 결국 제가 한 모든 노력이 가문을 위한다는 형의 말 한마디보다 못한 겁니까? 결국 이유는 하나죠.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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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주선웅은 말문이 막혔다.주기훈은 금방이라도 싸울 듯 맞서는 두 사람의 모습과 옆에서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주시후를 바라보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 화도 나고 조급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만약 주민혁이 정말 떠나버린다면 주선웅 혼자서 주씨 가문을 떠받칠 수 있을까.지금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결정일까.그때였다.집사가 지분 양도 계약서를 들고 들어와 떨리는 손으로 주민혁의 앞에 내밀었다.진서령이 다시 말려보려 했지만 주민혁은 눈빛 하나로 제지했다. 그러고는 망설임도 없이 펜을 들어 계약서에 이름을 적었다.“사인 다 했어요. 오늘부로 저는 주씨 가문과 아무 관계도 없는 겁니다.”주민혁은 펜을 내려놓고 계약서를 주선웅의 앞으로 밀어두었다.“회사 인수인계는 려 비서랑 직접 정리해. 그리고 시후도 형이 데려온 만큼 책임지고 보살펴. 더 이상 이용하지 말고.”말을 마친 그는 진서령을 향해 돌아서며 목소리를 한층 부드럽게 낮췄다.“엄마, 앞으로 자주 찾아올게요. 주씨 가문 일은 너무 마음 쓰지 말고 몸부터 챙기세요.”진서령은 아들의 단호한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주기훈은 테이블 위에 놓인 계약서를 보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말하려 했으나 결국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주민혁은 거실에 있는 누구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저택을 빠져나갔다.남겨진 거실에서 주선웅은 지분 양도 계약서를 바라보며 서 있었지만 예상했던 기쁨은 찾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 한구석이 불안하게 가라앉았다.주민혁은 애초에 권력을 탐한 적이 없었다. 주선웅이 귀국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늘 그랬다.여태 그저 형식적인 행동이라고 여겼었는데 오늘 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그럼에도 계약서를 손에 쥔 순간, 묘하게 무거운 감정이 내려앉았다.주기훈은 상석에 앉아 창밖으로 떠나가는 주민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그리고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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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주기훈은 짜증과 피로가 섞인 눈빛으로 주선웅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너는 이미 충분히 큰 이득을 봤어. 그 정도는 스스로도 알 거다. 이 회사, 그동안 전부 민혁이가 대신 굴려온 거야. 내가 양보하라고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쉽게 넘겨줄 리 없었을 텐데 여기서 네가 의심할 자격은 없어.”그러다 또 조금 멈칫하더니 굳게 굳은 주선웅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덧붙였다.“쓸데없는 생각 말고 회사나 제대로 운영해. 그게 제일 중요하다.”주선웅은 옆에 늘어진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힘이 들어갔다.주기훈의 눈에 그는 무엇을 하든 늘 주민혁의 양보에 기대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그래서 피식 비웃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진서령은 눈가가 붉어진 채로 주선웅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형제 사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틀어졌을까요...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할 사이인데 원수처럼 굴잖아요.”그녀를 향해 돌아보는 순간, 주기훈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었다. 말투에도 질책하는 기색이 숨김없이 드러났다.“당신이 좀 더 현명했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번지지는 않았어. 줄곧 희경이를 질투하더니 그 감정이 선웅이한테까지 이어졌잖아. 민혁이는 당신 친아들이야. 그런데 여태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 적이 없지. 그러니 애가 선웅이한테 고개 숙이고 물러날 생각을 하겠어?”그 말은 망치처럼 진서령의 가슴을 내려쳤다.그녀는 멍하니 주기훈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수십 년 동안 묵묵히 집안을 돌보고 주민혁을 정성껏 키워왔건만 남편의 눈에는 자신이 형제 사이를 갈라놓은 원흉으로 보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주기훈은 더 이상 그녀를 보지 않고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거실을 떠났다.그렇게 넓은 방에는 진서령만 덩그러니 남았다.주나연은 넋을 잃은 듯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그러고는 조심스레 어깨를 두드려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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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주민혁은 그를 힐끗 바라보며 입가에 비웃음을 띄었다.“형 어머니? 진작 죽은 사람 아니었어? 그때 두 사람이 같이 사망진단서 위조해서 주씨 가문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때는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안 했나 보지? 이제 와서 나한테 물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주선웅의 동공이 순식간에 수축했다. 꽉 쥔 주먹이 미세하게 떨렸다.주민혁이 이미 과거 일을 파헤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춰낼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분노를 억누르더니 위협적인 눈빛을 보냈다.“우리 엄마한테 무슨 짓 하면 절대 가만 안 둬.”“걱정하지 마.”주민혁은 미소를 거두고 차갑게 말했다.“난 형처럼 잔인하지 않아. 어른한테 화풀이할 정도로 비열하지도 않고. 다만, 그 사람이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할 뿐이지.”말을 마치고 나서 그는 더 이상 주선웅을 보지 않은 채 차 문을 열어 탔다.그렇게 시동을 건 차량은 곧장 밤길 속으로 사라졌다.주선웅은 그 자리에 서서 멀어지는 테일 라이트를 바라봤다.주민혁이 말한 건 반드시 현실이 될 거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희경이 그의 손에 넘어간 이상 무사할 리 없었다.하지만 이제 막 회사를 넘겨받은 상황에서 기반도 불안정했고 지금의 그는 주민혁과 정면으로 맞설 힘조차 없었다.이윽고 그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리 엄마가 어디 계신지 당장 알아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찾아내.”전화를 끊고 그는 차에 몸을 기대며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가슴속에는 답답함과 분노가 뒤엉켜 끓어올랐다.온갖 수를 써서 주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손에 넣었건만 여전히 주민혁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현실이 그를 거의 미치게 만들었다.한편, 주민혁은 밤거리를 가르며 차를 몰고 있었다.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은 의외로 고요했다.주씨 가문의 지분을 내려놓은 것은 손해 본 게 아니라 오히려 오랫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은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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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주민혁이 그녀를 숨겨두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주기훈은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걸쳐 둔 재킷을 움켜쥐고 밖으로 나섰고 급한 걸음에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서재 문 앞에 다다르자 물컵을 들고 오던 진서령과 정면으로 부딪쳤다.“이 밤중에 어디 가는 거예요?”진서령은 넘어질 뻔한 주기훈을 붙잡으며 그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회사에 무슨 일 생긴 거예요?”시선을 피하는 주기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말투도 어딘가 딱딱했다.“아니야. 급한 업무가 하나 있어서 나가봐야 해.”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진서령의 손을 뿌리치듯 놓고 현관 쪽으로 급히 걸어갔다. 제대로 된 설명조차 남기지 않은 채였다.진서령은 그 자리에 서서 황급히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더욱더 의심스러워했다.주기훈은 늘 침착한 사람이었는지라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저렇게까지 흔들린 적이 없었다.조금 전 그의 눈빛에는 분명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기색이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결국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가 지갑과 휴대폰을 챙기고 나서 밖으로 뛰쳐나갔다.이윽고 택시 한 대를 세운 뒤, 기사에게 말했다.“앞에 가는 검은 세단 따라가 주세요.”그렇게 택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주기훈의 차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진서령은 뒷좌석에서 창밖으로 밀려가는 거리의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왠지 그의 이상한 행동이 손희경과 관련돼 있는 것 같았다.수년 동안 손희경은 그의 마음속에서 넘지 못할 벽 같은 존재였다. 때문에 이렇게 늦은 밤 갑자기 나선 것도, 십중팔구 그 여자 때문일 터였다.그 무렵, 주기훈은 차 안에서 그 익명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연결되자마자 변조된 듯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생님, 손희경 씨의 정확한 위치가 궁금하십니까?”“누구시죠? 대체 왜 나한테 이런 걸 알려주는 겁니까?”주기훈은 들끓는 감정을 억누르며 낮게 물었다.“제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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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바로 그때였다.“쾅!”굉음과 함께 서재 문이 누군가에 의해 거칠게 걷어차이며 열렸다.“손희경은 어디 있어?”주기훈이 성큼성큼 다가와 주민혁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 목소리는 살기 어린 분노로 인해 떨리고 있었다.“어디에 숨겨뒀어? 당장 말해!”좋지 않은 몸 상태에 팔이 잡아당겨 지는 통증까지 겹치며 주민혁의 얼굴이 이내 창백해졌다.그는 힘껏 손을 뿌리치고 벽에 기대 숨을 몰아쉬며 차갑게 노려봤다.“어쩌다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 누가 그분이 제 손에 있다고 알려줬어요?”“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손희경이 어디 있는지만 말해!”주기훈은 한 걸음씩 몰아붙였다.“그 여자는 주씨 가문 사람이야. 설령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네가 멋대로 처분할 자격은 없어! 당장 넘겨.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주민혁은 이성을 잃은 주기훈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수십 년 동안 주기훈의 마음속에 손희경이 어떤 존재였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이성 따위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하지만 손희경이 저지른 일들은 단순한 잘못이 아니었다.그녀는 구교진을 해했고 진서령을 파멸로 몰았으며 주씨 가문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때문에 그런 여자를 쉽게 풀어줄 수는 없었다.“다시 말하지만 전 그분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주민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설령 알고 있다 해도 아버지한테는 말 안 할 겁니다. 그분이 주씨 가문 사람이라고요? 주씨 가문의 귀신이겠죠.”주민혁이 차갑게 웃었다.“이미 죽은 사람 아니었나요?”“살아 있잖아! 네가 숨겨놓은 거잖아!”주기훈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소리쳤다.“당장 내놔!”그러자 주민혁이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내놓으면요? 그럼 뭐 하시게요? 지금 아버지의 옆에는 진서령이라는 부인이 있잖아요. 손희경 그분이 살아 돌아와 봤자, 남들 눈에는 한 가정을 파괴한 상간녀일 뿐이에요. 정말 그분을 세상에 드러낼 생각이면 그때 저희 엄마는 어디에 둘 건데요?”날카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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