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혁은 주기훈이 올 거라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다만 문을 열고 들어와서조차 단 한마디의 안부도 없이, 곧장 주선웅을 대신해 따져 들 줄은 몰랐다.“아버지는 참 직설적이시네요.”주민혁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분명한 거리감이 느껴졌다.“들어오시자마자 제 상태가 어떤지, 사고가 어떻게 난 건지는 묻지도 않으시고 바로 형 몫부터 챙기시네요. 참 공평하신 분이에요.”주기훈의 얼굴이 굳어졌다.“나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러 온 거야. 네 몸 상태는 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네 형이 추진하는 사업이 시 전체 경제 지표와도 연결돼 있다. 넌 인맥도 넓은데 좀 도와서 조율해 주면 어디가 덧나? 가족끼리 꼭 그렇게 선을 긋고 가야겠어?”“가족이요?”주민혁은 마치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눈빛은 순식간에 식어 있었다.“예전에 주상 그룹 핵심 사업을 전부 형에게 넘기실 때는, 왜 그때는 가족이라는 말을 안 하셨습니까? 외부 사람들과 손잡고 제 권한을 모조리 빼앗아 갈 때도, 그때는 왜 가족이 아니었죠? 아무리 제가 형 대신 회사를 운영해왔다고 해도, 지금 제가 쥐고 있는 자금이든 인맥이든 전부 형 것이라는 말입니까? 그럴 능력이 있으면 본인이 직접 와서 가져가라고 하시죠.”주기훈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자 주민혁은 비웃듯 한쪽 입꼬리를 씩 올렸다.“저도 아버지처럼 체면을 중요시합시다. 그래서 일은 늘 원칙대로 하죠. 자원이 필요하면 스스로 협상하든지, 행정 쪽으로 정식 절차를 밟든지 해야지 왜 제게 손을 벌립니까? 게다가 지금 아버지는 서울시의 거물이시잖아요. 인맥도 권한도 저보다 훨씬 넓은 분이시잖아요. 형이 그렇게 안쓰러우면 직접 도와주시면 될 일입니다. 왜 굳이 저를 압박하시죠?”주기훈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때문에 예전 주씨 가문과 회사가 가장 힘들었을 때조차, 그는 한 번도 앞장서 돕지 않았다.그 모든 시간은 전부 주민혁이 이를 악물고 버텨낸 것이었다.“너...!”주기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주민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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