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Bab 111 - Bab 120

204 Bab

제111화

황제는 천하의 생사 대권을 손에 쥔 사람이다!그가 누구를 죽이고 싶으면, 아무 말도 필요 없이 그저 눈빛 하나면, 눈치 빠른 신하들이 대신 처리해 주었다. 백진아는 과거 혜비의 유리궁에서 황제를 본 적 있었다. 그마저도 거의 맞아 죽기 직전이었고, 스쳐 지나간 황제의 옷자락만 보았을 뿐이다.그러니 이번이 처음으로 황제를 뵙는 자리라, 그녀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진아는 이내 황제가 지내는 궁에 도착했다. 그리고 외전의 작은 쪽문에 안내되었다.문 앞을 지키고 있던 환관이 그녀를 보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능왕비 마마 납시오...”수십 명의 병사가 칼을 짚은 채 서 있었고, 차가운 살기가 온 공간을 압박했다.백진아는 숨 막힐 정도로 무겁고 냉엄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그녀는 예법을 잘 모르니,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그대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하지만 황제는 없었고, 대신 혜비가 금실단목으로 만든 넓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혜비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차갑고 서늘한 눈만 드러낸 채 독기 어린 시선으로 백진아를 노려보고 있었다.백진아 역시 면사를 쓴 상태였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경계하듯 허리춤을 만졌는데, 약 가루가 숨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혜비가 왜 여기 있는 거지? 혹시 황제를 이용해 내 목숨을 노리는 건가?’혜비 옆에 있던 태감 방 태감이 갈라진 목소리로 호통쳤다.“대담하십니다, 능왕비! 혜비 마마를 보고도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지 않는다니요!”백진아는 일부러 놀란 척하며 혜비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말했다.“이분이… 혜비 마마신가? 이렇게 꽁꽁 싸매고 계신 데 내가 대체 어찌 면사를 뚫고 알아볼 수 있겠소?”그러고는 어깨를 한번 흔들거리고 어설프게 허리를 숙였다.“혜비 마마를 뵙겠습니다!”백진아는 혜비가 일어나라고 말하기도 전에, 벌써 똑바로 서 있었다.혜비는 2품 빈비고, 왕비도 2품이다. 게다가 빈비는 황제의 후궁이고, 왕비는 황자의 정실이다. 따지고 들면 백진아가 큰절하지 않아도, 무례하다고 하기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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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모비? 혜비였다!이렇게 얕은 수로 감히 그녀를 함정에 넣다니? 유여매와 백비아가 앞서 퍼뜨린 그 소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백진아는 혜비를 바라보았다. 혜비의 눈에는 쾌재와 즐거움이 가득했고, 자신의 실수를 보길 바라는 듯한 모습이었다.혜비는 백진아가 실수를 저질러 황제에게 엄벌을 받고, 폐위되어 죽기를 바랐다. 그렇게 되면 유여매의 자리가 생길 테니.황제가 이 여자를 처리해 주는 것이 혜비에게는 완벽한 수법이었다. 황제가 백진아와 연천능의 혼사를 허락하고, 또 직접 폐위시킨다니…! 이보다 더 완벽한 방법이 있을까?이때, 연천능과 고지행이 황제 뒤를 따라 들어왔는데, 그 뒤에는 두 명의 어의가 따르고 있었다.고지행은 평소의 건방진 태도를 버리고, 진지하고 엄숙한 모습이었다.연천능은 여전히 냉담하고 고고한 태도였다.백진아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도 은근히 쾌재를 부리는 게 아닐까? 그도 황제가 능왕비인 그녀를 폐위시키길 바라지 않을까?황제는 황좌에 앉았다. 그리고 독수리처럼 날카로운 눈빛이 백진아를 향해 번뜩였다. 순식간에 백진아는 살벌한 살기를 느꼈다.백진아는 긴장되었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당당하게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겠습니다!”하지만 황제는 그녀에게 일어나라고 말하지 않고, 그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나이 마흔을 조금 넘긴 황제는 멋진 수염을 기르고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위엄이 느껴졌다. 황제는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질 지경이었다.백진아의 심장은 두근거렸고, 다리가 저려 몸을 반쯤 숙였다.“아바마마, 용체가 중요하니 진맥부터 서두르시지요.”연천능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그의 싸늘한 말이 백진아에게는 묘하게 따뜻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자연스레 옆을 힐끗 보았는데, 연천능이 황자 복장에, 준수하고 귀한 분위기를 풍기며 태연하게 서 있었다.혹시 지금 그녀를 위해 상황을 막아주는 것일까? 백진아의 마음속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희망이 피어올랐다.연천능의 말 때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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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황제는 뻣뻣한 목을 주무르며 말했다.“요통과 경부 통증이 있다. 발작이 오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픈 통증이다. 어의와 명의에게도 진찰을 받아봤지만, 치료는 불가능했고, 그저 많이 쉬라고 권고할 뿐이었다. 매일 조회에 나가 정무를 처리하는데, 어찌 충분히 쉴 수 있겠냐?”백진아는 곧바로 추측했다. 황제는 경추와 요추 질환을 앓고 있을 것이다. 이건 사무실에서 오래 앉아 있는 사람들이 흔히 겪는 병이었다.확실히 근본 치료는 어렵고, 재발도 쉬웠다. 게다가 발작이 오면 통증이 심해지고 신경이 압박되기에, 성질이 급해지고 짜증이 나기 쉬웠다.황제는 조정에서 문서를 검토하며, 대신들과 회의하고, 식사할 때도 앉아 있으면서 운동은 거의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추와 경추 질환이 생기는 것도 당연했다.그래도 고질병이 아니니, 백진아는 살짝 안도했다. 그러고는 엄숙하게 말했다.“폐하, 제가 진맥해 보겠습니다.”황제는 바로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백진아, 내 기대를 저버리지 마라.”이건 일종의 협박인가?“최선을 다하여 폐하의 은혜를 헛되이 하지 않겠습니다.”백진아는 침착한 목소리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답했다.혜비는 살짝 눈을 반짝이며, 옆에서 냉담하게 말했다.“폐하, 먼저 진맥부터 승낙하시지요.”혜비는 자신의 병은 분명 백진아가 독을 쓴 것이기 때문에 생긴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녀는 백진아가 해독제만 주면 그만, 백진아의 의술이 진짜 뛰어나다고도 믿지 않았다.황제는 담담하게 말했다.“허락하마!”곧이어 궁녀들이 은쟁반과 수건 등을 들고 왔다.손을 씻으라는 의미였다.백진아는 네 명의 궁녀의 시중을 받으며, 느긋하게 손을 씻고 황제 앞으로 나갔다.어의가 따뜻한 옥 진맥 베개를 옆 탁자에 놓았고, 황제는 손목을 올렸다. 그 옆에서 내시가 비단 수건을 황제의 손목 위에 덮은 다음, 물러서며 백진아에게 말했다.“능왕비, 진맥하시지요.”백진아는 손을 내밀어 진맥했다. 확실히 요추와 경추 문제였다. 다른 이상은 없었고, 침술과 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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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혜비가 곧바로 말했다.“폐하, 의술 앞에서는 남녀 구분이 없습니다. 그저 상황에 따라야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으로서는 폐하의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게다가 단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황제는 즉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표정은 변덕스러웠고, 군주의 깊이를 풍기며, 쉽게 짐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겼다.“폐하, 폐하의 옥체가 최우선입니다. 중요한 일이니 세세한 것에 구애될 필요 없사옵니다.”말하는 이는 소 어의였다.백진아는 유리궁에서 소 어의를 본 적이 있기에, 혜비의 측근일 거라 추측했다.황제가 시선을 들어 날카로운 눈빛을 백진아에게 던지며 말했다.“치료해주면, 죄를 용서하노라.”그 말에 백진아는 할말을 잃고 말았다.이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인 건가?“그럼, 명을 내려주십시오. 이 일로 소문을 퍼뜨리거나, 악용하는 자가 있으면, 곧바로 목을 치셔도 됩니다.”황제는 방 안 사람들을 훑어보며 냉정하게 말했다.“들었는가?”황제의 말에 다들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며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백진아는 속으로 혀를 찼다.‘이래서 다들 목숨 걸고 황제가 되고 싶어 하는 거구나?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이 얼마나 짜릿한지 알겠네.’황제가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일어나거라.”백진아는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폐하, 부디 옷을 벗고, 침상 위에 엎드려 주시옵소서.”초봄이라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컸기에, 다들 그렇게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남녀 간 예법도 고려해야 하고, 황제가 고뿔에 걸릴까, 걱정도 되었다.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고 예리한 눈빛으로 백진아를 보며 말했다.“만약 치료하지 못하면, 너를 불경죄로 간주할 것이다. 그래도 계속하겠는가?”이 말은 그녀가 정말 치료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뜻이었다.조금 전 그녀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기에, 이제와서 주저하면 방금 말이 거짓임을 인정하는 셈이 되었다.백진아는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기에, 그녀는 담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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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백진아는 연천능에게 시집온 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순결을 뜻하는 붉은 점인 수궁사가 아직 그대로 있었다. 그것은 백진아에게 치욕일 뿐만 아니라, 백근당의 체면까지도 구기는 일이었다.게다가 이 혼인을 내린 황제조차도 체면을 잃은 셈이었다.그 붉은 점을 본 사람들은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곧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고지행은 미간을 찌푸리며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아무리 명목뿐인 스승이라지만, 손목을 아무에게나 보이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정작 백진아는 그런 건 전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녀는 은침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있었다. 비록 황제가 신뢰하는 어의가 준 것이지만, 혹시라도 누가 손을 댔을까 싶어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침에 아무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능숙하고 정확하게 황제의 등 쪽 혈 자리에 은침을 놓았다.그 침의 정확함과 속도는 두 어의와 고지행 모두를 감탄하게 했다.그들은 황제에게 침을 놓을 때 극도로 신중하게, 여러 번 혈 자리를 확인한 뒤에야 겨우 침을 내리는데, 백진아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순식간에 황제의 등 곳곳에 침을 꽂았다.백진아는 몇몇 혈 자리에서 침을 재빨리 비틀었다 뺐다 하며 자극을 주었다. 이때, 침 끝이 떨리며 어두운 붉은색의 작은 핏방울이 튀어나와 그녀의 손과 소맷자락, 그리고 비단 방석 위로 튀었다.이를 본 혜비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무엄하구나! 감히 황제를 해치려 들다니!”황제의 측근 환관 또한 놀라며 급히 외쳤다.“그만하십시오! 옥체가 피를 흘리게 한다니, 이는 곧 시해하려는 짓입니다!”두 사람의 외침에, 병사들이 즉시 달려와 칼을 번쩍 들고 백진아를 포위했다.“당장 멈춰라!”장검이 번뜩이며 백진아의 목에 걸렸다. 날이 지나치게 날카로워, 그녀의 목가 쪽 머리카락 한 올이 스르르 잘려 떨어졌다. 심지어 피부도 살짝 베여, 핏방울이 맺혔다.“조용히 하거라! 차질이 생기면 너희가 책임져야 할 것이다!”백진아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리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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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궁인들이 즉시 황제에게 다가가, 재빨리 등을 닦아주었다.백진아가 말했다.“조금 아플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현상이라 괜찮을 겁니다. 아무도 제게 먼저 황제를 치료하러 오라고 명하지 않았기에, 특제 약은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 약만 있어도 통증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을 텐데…”황제는 담담하게 “그래, 괜찮다” 라고 답하고는 말했다. “어서 그 약의 처방을 적어서 어의원의 조제를 돕거라.”황제는 백진아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 만약 그녀에게 치료를 맡겼는데, 앙심을 품고 미리 손을 쓰면 어찌하나. 황제에게 쓰는 약은 엄격한 검증을 거친 것이며, 외부에서 들어온 약재는 쉽게 쓰지 않는다.백진아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본격적인 정골 치료를 시작했다.치료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백진아는 의심이 많은 황제를 위해, 조금 더 고생시키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헤!’고지행은 그녀의 이마에 진땀이 흐르는 것을 보고 물었다.“너무 덥진 않습니까? 잠시 쉬는 것이 어떻습니까?”숯 난로가 활활 타고 있었고, 침술도 집중력이 많이 필요했기에 백진아는 너무 몰두한 나머지 땀이 다 흘릴 정도였다.“괜찮다. 폐하께서 추위를 타시면 안 되니.”백진아는 황제의 등을 밀었고, 막힌 경락을 풀 때마다 황제는 침상과 이불을 잡고 신음했다.백진아는 시원스럽게 경락 요법의 요점도 상세히 설명했다. 두 어의와 고지행에게 옆에서 보도록 명한 것도, 결국 감시와 함께 요령을 배우라는 뜻 아닌가?경락이 끝나자, 황제의 몸이 풀리며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전신을 감쌌다.그러자 황제가 감탄하며 말했다.“의술이 정말 뛰어나구나…!”고지행은 한숨을 내쉬며 백진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연천능 역시 미묘하게 안도했지만, 본인조차 자각하지 못했다.백진아는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겸손하게 말했다.“과찬입니다. 그저 조금 익혔을 뿐입니다.”어의들은 당황스러웠다. 조금 안다고? 그럼, 그들은 무엇인가?백진아가 덧붙였다.“폐하, 장시간 앉아 계셔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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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아직 무릎을 꿇고 있던 혜비는 황제가 백진아에게 상을 내리려 한다는 말을 듣고, 이를 깨물며 분노로 이를 갈았다.하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왜 미리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말했을까!그녀는 눈빛을 번뜩이더니, 백진아를 꾸짖기 시작했다.“능왕비, 폐하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네 본분이거늘, 어찌 황제에게 상을 요구하느냐?”백진아는 무릎을 꿇고 있는 그녀가 아직도 태도를 고치지 않은 것을 보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상은 혜비 마마께 드리는 것이 마땅합니다. 마마께서 전력을 다해 추천하지 않았다면, 저도 폐하를 치료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겁니다. 공로는 모두 혜비 마마의 것입니다.”혜비는 피를 토할 지경으로 화가 났고, 어지러움에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황제는 그제야 혜비에게 눈길을 주며 웃었다.“혜비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구나. 어서 일어나시게.”그러고는 백진아에게 말했다.“혜비에게 다른 상도 있으니, 원하는 상을 말해보거라.”백진아는 연천능을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저는 화리를 원합니다!”백진아의 말 한마디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심지어 연천능까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백진아가 연천능에게 얼마나 깊이 빠져 있었는지, 어떻게 혼인하게 되었는지 모두가 알고 있는데, 어찌 화리를 요구하는 걸까?아직 순결을 잃진 않았지만, 그래도 백진아 입장에서는 이미 큰 이익을 본 셈이었다. 연천능에게 시집가고 싶어 하는 여인이 얼마나 많은데!연천능도 백진아가 황제 앞에서 화리를 말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자기 앞에서 질투 때문에 장난치는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진심인 것을 알게 되었다.그는 못내 마음속이 답답하며, 무엇인가에 억눌린 듯 아픈 느낌을 받았다.연천능은 줄곧 하늘이 무너져도 변치 않는 무표정을 유지했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굳은 표정으로 백진아를 노려보며 분노하고 있었다.혜비는 흥분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좋아! 폐하, 허락하시지요!‘황제는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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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백진아와 혜비가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폐하…”황제가 손을 들어 그들을 막고, 사람들을 내쫓으며 말했다.“됐다. 물러가라. 신하들과 의논할 일이 남았으니.”백진아는 더 애원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고, 풀이 죽은 채 물러났다. 그리고 혜비가 아직 나오지 않은 틈을 타, 다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면 혜비에게 잡혀 유리궁에서 꾸중을 들었을지도 모른다.영천수 덕분인지, 백진아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고 바람처럼 빨랐다.그래서 손 마마조차 그녀를 따라잡지 못했고, 숨이 차서 말도 잇지 못했다.그렇게 궁문을 벗어나고 나서야 백진아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아이고!”손 마마는 헐떡이며 뒤따라 나왔고,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며 말했다.“왕, 왕비,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백진아가 말했다.“친정에 일이 있어 먼저 백부로 돌아가야겠네. 자네는 왕야와 함께 능왕부로 돌아가시게.”아까 연천능의 표정을 보니, 돌아가면 귀찮게 굴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녀는 차라리 백부로 돌아가 지내면서, 백경유의 건강도 챙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물론, 백비아의 문제도 확실히 정리해야 하고!백진아는 말을 마치고, 마차에 올라 곧장 백부로 향했다. 손 마마는 멀어져 가는 마차를 보며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분명 궁문 밖에서 기다리며, 궁문으로 소식을 전하는 시종이 들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어찌 왕비가 백부에 일이 있는 걸 알았을까?어쨌든, 지금 그녀는 마차를 쓸 수 없게 되었다.이때, 때마침 연천능과 고지행이 궁문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연천능은 여전히 평소처럼 무표정한 모습이었지만, 오래도록 그를 섬겨온 손 마마는 바로 알아차렸다.연천능은 화가 난 상태다!연천능이 차갑게 시선을 던지며, 궁문 옆에 정차한 마차를 훑어보았다. 능왕부의 마차가 보이지 않자, 그가 냉정하게 물었다.“백진아는?”손 마마가 답했다.“왕비께서는 백부에 일이 있다고, 백부로 돌아가셨습니다.”“하하!”고지행이 웃음을 터뜨렸다.“도망도 꽤 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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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황족은 예법을 중시하기에, 왕비는 마음대로 외출할 수 없었다.심지어 외출할 때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의장대를 데리고, 앞뒤에서 호위하며 성대하게 나가야 했다.그러니 백진아처럼 혼자서, 그것도 시녀도 없이 친정에 들락거리는 것은 황족의 규범에 전혀 맞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서 친정에 몇 번이나 다녀왔었고, 어제만 해도 두 번이나 갔었다.그래서 백진아는 중요한 말만 골라 답했다.“백비아에게 따질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백비아가 유여매와 한패가 되어, 제 의술이 뛰어나다는 헛소문을 퍼뜨렸고, 저를 함정에 빠뜨리려 했습니다.”백우씨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사를 이어갔다.식사 중엔 말하지 않는 법이기에, 백경유도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하녀가 백진아 앞에 상을 차려주었고, 백진아도 주저 없이 젓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자, 하녀가 소화를 돕는 차를 올렸다.백진아는 턱으로 탁자 위에 놓인 보자기를 가리켰다.“신선한 채소, 참외, 오이, 인삼도 있습니다. 전부 폐하께서 하사하신 것입니다.”사실은 마차 안에서, 백경유의 몸을 보양시키기 위해 공간 창고에서 꺼낸 것이었다.백우씨는 입을 삐죽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폐하도 참, 어찌 이렇게 인색하신 것이냐? 과일과 채소밖에 안 주시고? 이 절기에 신선한 것이 귀하긴 하지만...”아직 초봄이라 채소와 과일을 막 심고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황실은 온실이 있어 제철이 아니어도 재배할 수 있었다.백우씨는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하녀에게 참외와 오이를 씻어 오라 지시했다.참외와 오이는 껍질과 씨를 제거해 작은 조각으로 잘라, 정교한 접시에 담아 올려졌다. 백우씨는 참외 한 조각을 맛보더니, 눈이 반짝였다.“음, 맛있구나! 달고 과즙도 많아! 향도 참 좋구나. 이런 맛있는 과일은 처음 먹어보는구나.”그리고 백우씨는 한 접시를 통째로 백경유 앞으로 밀어주었다.“어서 먹어라.”“감사합니다!”백경유는 한 조각을 먹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 맛있습니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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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그 말인즉, 백진아에게 다른 일이 없으면 돌아가라고 전하는 것이었다.백진아는 건들건들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는 능왕부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방 하나 치워주십시오.”백우씨와 백경유는 깜짝 놀랐다.옛말에 시집간 딸은 남이라 하지 않았는가? 황족은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집안이라도 시집간 딸이 친정에 와서 지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백진아는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벌떡 일어나 손가락 마디 마디를 꺾으며 말했다.“자! 저는 먼저 백비아를 찾아가야겠습니다.”백우씨는 마치 사람을 때리러 갈듯한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얼굴은 때리지 말거라.”백진아는 환하게 웃더니 갑자기 백우씨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쪽’하고 볼에 입을 맞췄다.“역시 제 어머니답습니다!”백진아는 그 한마디만 남기고 뒤돌아서, 살기를 내뿜으며 걸어 나갔다.이 시대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할 때 매우 내성적이고 보수적이었다. 아무리 모녀 사이라도 성인이 되면 포옹이나 뽀뽀 같은 친밀한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더군다나 백진아와 백우씨의 사이는 항상 서먹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백진아가 저런 짓을 하니, 백우씨는 얼이 빠져 멍하니 그 자세로 굳어져 버린 것이었다. 백경유도 잠시 멍해지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머니…”“응?”그러자 백우씨가 이내 정신을 차리며 눈을 깜빡였다.“너희 누나가 요즘 정신이 좀 이상한 듯하구나. 정신이라도 놓은 것인지...”백경유는 담담하게 말했다.“이제야 깨달으신 건가요?”백우씨는 뺨을 한 번 만지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이만 쉬러 가겠습니다.”백경유는 일어나 문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턱을 넘기 직전, 나지막하게 한마디 덧붙였다.“그래도… 이렇게 정신을 놓은 모습이 예전보다 훨씬 보기 좋습니다.”백우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너무 저돌적이라 백우씨는 오히려 오싹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그녀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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