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31 - Chapter 140

204 Chapters

제131화

하지만 백진아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술용 칼 등을 꺼낼 때 이미 어떻게 변명할지까지 생각해 두었고, 모든 것을 이미 죽은 스승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백진아는 이경과 후두경을 보물 다루듯 소매 안쪽 주머니에 넣으며 경계하듯 말했다.“이건 스승님이 내게 남겨주신 비밀 도구다. 그러니 늘 몸에 지니고 다녔지!”연천능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들은 줄곧 그녀를 안고 이동했지만, 그녀의 소매나 품 안에 이런 무게 있는 물건이 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변명하고 뒷간에 간 사이, 어딘가에서 가져온 것이 분명했다.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비밀을 갖고 있는 걸까?백진아는 그의 눈빛 속에 담긴 의심을 바로 알아차리고는, 재빨리 새로운 꾀를 생각해 허벅지를 내리쳤다.“휴대하기가 불편하니, 다리에 묶고 다녔습니다. 급히 뒷간에 간 김에 챙겨왔지요.”연천능의 귓불이 살짝 붉어졌다. 확실히… 그는 그녀의 다리까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고지행은 포기하지 않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이제 저의 스승님이 되었는데, 제자인 제게 전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백진아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어찌 이런 말을! 이건 스승님께서 돌아가시기 직전 물려주신 것이다. 지금 스승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냐?”“아… 아닙니다!”고지행은 급히 손을 저었다.“안 받겠습니다! 허나… 보는 것도 안 될까요?”하지만 백진아는 고개를 높이 들고 오만하게 말했다.“안 된다!”“아이고…”고지행은 어깨를 축 떨어뜨리고 풀이 죽어버렸다.연천능의 입가가 아주 미묘하게 올라갔다.“무지개 수정화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냈느냐?”고지행은 힘없이 대답했다.“무지개 수정화는 칠성산의 무지개 계곡에서만 자란다고 합니다. 백 리 안에 단 한 송이만 자라고, 꽃이 피었을 때 따야만 효력이 있지요. 십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꽃 피는 시기도 고작 열흘뿐이라 찾기가 극도로 어렵지요.”백진아가 말했다.“그럼, 가도 운이 좋아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냐?”고지행은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신의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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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백진아는 의아했다. 평소 오감이 예민한 편인데, 어찌 남이 마차에서 안아 내렸는데도 깨어나지 않았지? 설마 그 얄미운 연천능이 자신이 깰까 봐 일부러 동작을 조심스럽게 했다는 건가?탁자 위에 자신의 약상자가 놓여 있는 걸 발견한 그녀는 소매 주머니에 있던 이경과 후두경을 꺼내 약상자 안에 넣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야 씻으러 갔다.손 마마는 그녀가 벗어놓은 옷가지를 챙기며 말했다.“이 옷은 늙은이가 세탁을 맡기겠습니다. 씻고 나시면 하인이 옷을 가져다드릴 것입니다.”백진아는 의아했다.“그럴 필요 없네. 내가 직접 빨아도 되니.”전에는 아무도 이런 일을 신경 쓰지 않았기에, 백진아는 늘 옷을 공간에서 영천수로 직접 빨았었다.‘오늘 손 마마한테 대체 무슨 바람이 분거지?’혹 연천능이 그녀를 안고 돌아오는 걸 보고, 총애받는다고 생각해서 태도가 바뀐 건가?손 마마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그럴 수 없지요. 왕비께서 옷을 직접 빠시다니요?”백진아는 그저 편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속옷을 남이 건드리는 게 익숙치 않아, 손수 개조한 작은 팬티와 간이형 브래지어만 따로 챙겼다.“이건 내가 직접 빨겠네.”손 마마가 웃으며 답했다.“예. 이 옷들은 보내고, 곧 아침 식사도 가져오겠습니다.”“수고가 많네.”백진아는 무심코 화장대 쪽을 보다가 노란 테가 둘린 붉은 색 책자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가까이 가서 열어 보니, 황후가 보낸 초대장이었다. 모레 황궁에서 잔치를 베풀어 금양 공주의 생신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백진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콧소리를 내고는 초대장을 휴지통에 던져 넣었다. 그녀는 금양 공주를 싫어하는데, 일부러 찾아가 생일을 축하해줄 이유도 없지 않은가?잠시 후 손 마마가 아침을 가져와 본청의 탁자 위에 차려놓았다.백진아가 식사를 시작하자, 손 마마는 곧바로 침실을 정리하러 들어갔다.“아이고!”손 마마는 작게 비명을 내지르더니, 그 초대장을 들고나와 말했다.“왕비 마마, 이건 황후께서 보내신 초대장입니다.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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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화씨의 눈빛에 순간 두려움이 스쳤지만, 여전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왕야께서 청초의 죄를 사해주고, 잘 보살피라고 하셨습니다. 만약 청초가 죽기라도 하면, 어찌 왕야께 말을 꺼내겠습니까? 아가씨, 부디 용서해 주세요!”향명은 유여매 대신 앞으로 나서더니, 화씨의 뺨을 한 대 후려갈기며 호통쳤다.“건방지게! 왕야를 들먹이며 우리 아가씨를 압박하려는 것이냐? 어디서 그런 배짱이 생긴 거야!”유여매의 눈빛이 한층 냉담하게 가라앉았다.“이건 혜비 마마의 명이다. 효심이 지극한 왕야께서, 어떻게 천한 계집 하나 때문에 혜비 마마의 뜻을 거스르겠냐? 천한 계집을 감싸고 있으니, 너도 같이 맞아야겠구나!”향명이 형벌을 집행하는 사내에게 말했다.“뭐 하고 있냐? 때리거라! 둘 다 때려죽여!”“할머니를 때리지 마세요! 아가씨, 제발 할머니만은 때리지 말아 주세요!”성이가 절뚝이며 밖으로 걸어 나와 비틀거리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져 버렸다. 그녀는 울면서 애써 밖으로 기어 왔다.“할머니! 할머니!”유여매의 눈빛은 더 독해졌고, 차갑게 명령했다.“쳐라!”‘저 천한 몸종이 정말로 걸을 수 있게 되었다니?’유여매는 백진아가 살리려는 사람을, 모조리 망칠 생각이었다.향명도 소리쳤다.“누가 막는 것이냐? 막는 자도 함께 치거라!”건장한 사내가 몽둥이를 높이 쳐들어 화씨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그대로 맞으면 화씨의 목숨은 위태로워질 것이다.“멈추거라!”맑고 단단한 목소리가 울리자, 모두가 문 쪽을 향해 돌아보았다.유여매는 눈을 가늘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내 착각인가? 저 천한 년은 왕야와 화리를 하고 백가로 돌아간 게 아니었나? 어째서 다시 온 거지?’백진아는 약상자를 들고 성큼성큼 들어오며 차갑게 말했다.“누가 감히! 이 아이는 능왕 전하께서 친히 죄를 면해주신 분이다. 왕야의 명을 누가 감히 어기겠다는 것이냐?”향명의 눈빛이 흔들렸다.“왕비 마마, 이 계집은 혜비 마마께서 직접 몽둥이로 때려죽이라고 하신 자입니다.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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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짝! 짝!’백진아는 다시 두 대를 후려갈겼다. “천한 계집이 감히 말대꾸하는 것이냐?”백진아는 말을 마치고 향명의 무릎 뒤를 걷어찼고, 향명은 그대로 바닥에 꿇어앉았다.유여매는 인내심이 강해 금세 감정을 다잡더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목소리로 흐느꼈다.“저는 그저 혜비 마마를 대신해 천한 계집 하나 처분하려 했을 뿐입니다. 왕비 마마께서 왜 이리 저를 곤란하게 하시는지…”‘백진아가 저 천한 년을 지키고 싶어 한다면, 반드시 죽여버리고 말겠어.’백진아는 담담히 말했다.“하지만 능왕 전하께서 청초를 용서하셨고, 특별히 나를 데려와 청초의 진료를 명했다.”유여매는 난처한 척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하지만 저도 참 곤란합니다. 혜비 마마는 왕야의 생모이십니다. 헌데 제가 어찌 왕야께 불효라는 말을 듣게 할 수 있겠습니까…”유여매는 연천능을 위해 마음을 다 쓰는 것처럼 보였고,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녀 말이 진짜인 줄 알 정도였다.백진아가 비웃었다.“너도 왕야께서 불효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럼, 이 일을 왕야께 바로 전해야겠구나.”유여매는 털썩 무릎을 꿇고, 애처롭고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어찌 제 뜻을 그렇게 왜곡하십니까? 왕비 마마께서야말로 왕야의 명성을 더럽히려는 겁니까?”그 말에 주변 하인들의 눈빛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주인의 명성을 건드리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백진아는 속으로 연기하는 유여매를 욕하며, 눈을 굴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혜비 마마의 명이라며 청초를 죽이라 했지만, 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대체 누가 알겠느냐? 나는 왕야께서 청초를 용서하시는 걸 직접 들었다. 능왕부에서 왕야의 명을 따르지 않는 자도 있단 말이냐? 좋다. 그렇다면 직접 왕야를 모셔서 따져야겠구나!”백진아는 연천능이 그녀의 편을 들지 않는다면, 조 마마를 치료해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마침, 눈에 정평의 아들 정순지가 보이자, 백진아는 입을 열었다.“순지야, 가서 왕야를 모셔 오거라!”정순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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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유여매는 무릎을 꿇은 채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바람에 날아갈 것 같은 연약한 자태에 눈가에 눈물이 맺혀 정말로 가련하기 짝이 없었다.백진아도 곧바로 연기하며, 유여매의 말투로 외쳤다.“왕야… 이제야 오셨습니까…!”그리고는 가슴을 감싸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 너무 억울합니다, 너무 억울해요! 흑...”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눈을 몇 번 빠르게 깜빡였다. 그녀의 눈망울은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아기 사슴 같아서 귀엽고 안쓰럽기까지 했다.“풉!”호위 하나가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능왕 앞이라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애써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참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다른 하인들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걸 보니 모두 웃음을 참고 있는 게 분명했다.연천능도 사실 웃고 싶었다. 그녀가 일부러 과장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 한쪽이 묘하게 짠했기 때문이다.그래도 그의 인내심은 남달랐기에, 겉으로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향명은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울먹였다.“왕야, 저희 아가씨는 혜비 마마께서 곤장형을 내려 죽이라 명한 노비 청초가 아직 살아 있는 걸 발견하시고, 대신 처분하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왕비께서 막아서더니, 왕야께서 청초를 사면하고 화씨에게 돌보라고 명하셨다며 거짓말을 하셨습니다. 노비는 왕야께서 혜비 마마의 뜻을 거스르실 리 없다고 여겨, 그저 두 마디만 물었을 뿐인데... 왕비께서 저를 내려치시더니 아가씨를 모욕하셨습니다!”“흑흑흑…”그러자 유여매도 맞춰서 더욱 서럽게 울었다.향명의 머리는 나쁘지 않았다. 몇 마디로 연천능이 청초를 죽이려 했지만 백진아가 거짓말을 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상황을 만들어냈다.연천능이 청초를 살려줬다고 인정하면 불효가 될 것인데, 명망 높은 능왕이 천한 노비 하나 때문에 불효의 죄명을 뒤집어쓸 리 없었다.백진아는 팔짱을 끼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연천능을 바라봤다.“왕야. 청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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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유여매는 당혹스러웠다.언제부터 능왕이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무정해진 걸까?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더 무정한 말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연천능은 무심하게 그녀를 한번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유여매 아가씨의 몸이 좋지 않으니, 더는 왕부의 일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거라. 그리고 앞으로 능왕부의 모든 일은 집사가 맡을 것이니, 넌 편히 쉬거라.”“유여매 아가씨라니요?”유여매의 눈이 슬픔으로 가득 찼다.“예전엔 저를 여매라 부르시지 않으셨습니까...”그러자 백진아가 바로 나서서 귀띔해 주었다.“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 너의 집사 권한이 박탈됐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유여매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지는 것을 보고, 백진아는 속이 다 시원했다.“어머나, 왕야께서 너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네가 힘들까 봐, 편히 쉬라고 하는 것이지 않느냐?”“저 계집이 죽었는지 얼른 확인해 보지 그래?”연천능은 백진아를 보며 못 말리겠다는 듯 한마디 던지고, 소매를 휘날리며 떠났다.이내 백진아는 재빨리 약상자를 들고 청초에게 달려가 상처를 확인했다.“다행이네. 크게 다치진 않았네.”화씨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두 대나 맞았습니다.”청초는 백진아의 팔에 매달려 흐느꼈다. 소리 내어 우는 것이 아닌, 낑낑대는 강아지처럼 작게 흐느껴 울었다. 그 모습에 백진아는 가슴이 찢어질 듯했지만, 그래도 정신이 돌아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품에 안고 조용히 위로했다.“이제 괜찮아. 다 끝났으니, 무서워하지 말거라.”“흑… 흑…”청초의 울음소리가 조금 커졌다.화씨가 한숨을 쉬었다.“울었으니 다행입니다. 가여운 청초... 이렇게라도 울어야 풀리겠지요.”그때, 성이가 몸을 겨우 지탱하며 비틀비틀 걸어왔다. 한 걸음 한 걸음, 쓰러질 듯 힘겹게.“왕비 마마께 예를 올립니다!”그의 눈동자는 기쁨에 젖어 있는듯 별처럼 반짝였다.화씨가 그제야 그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질렀다.“아니, 아이고! 성이야… 걷는구나?”정평, 정순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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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그 뱀은 온몸이 옥빛으로 반짝였고, 성인 엄지손가락만큼 굵으며 길이는 두 자 남짓했다. 혀끝이 새까맣게 물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독성이 강한 녀석 같았다.다행히 백진아는 오감이 예민했다. 그래서 풀숲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 순간부터 이미 경계하고 있었기에, 바로 몸을 옆으로 틀어 뱀의 첫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초록 뱀은 목표를 놓치자 철퍽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곧바로 고개를 홱 돌려 독기 어린 눈으로 백진아를 노려보더니 다시 튀어 오르려 했다.백진아 또한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발로 뱀의 머리를 꽉 밟고, 손으로는 뱀의 급소를 정확히 잡아챘다.백진아는 뱀으로 독을 채취해 온 경험이 많았다.아직 초봄이라 사실 뱀이 돌아다닐 계절이 아니었다. 게다가 뱀이 평범해 보이지 않아, 그녀는 연구용으로 이 뱀을 살려두고 싶었고, 독을 채취하는 용도로 쓰려했다.혹시 근처에 호위가 있을지도 모르니, 그녀는 뱀을 공간에 넣지 못했고, 그대로 뱀을 움켜쥔 채 연란거로 돌아갔다.백진아가 돌아오니, 고지행이 약방에서 무엇인가 계속 뒤적이고 있었다.그는 백진아가 돌아오자,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스승님, 칠성산에 오를 때 쓸 호신하실 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급히 써야 할 두 가지 약재가 지금 저희 약방에 없으니, 약재가 생기면 다시 채워드리겠습니다.”백진아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괜찮으니 쓰거라.”그리고 손에 든 초록 뱀을 살피며 말했다.“먼저 쓸 만한 우리 하나만 좀 찾아오거라.”“우리라니요? 무슨...”고지행은 놀라서 고개를 돌렸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뱀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성큼 물러서더니, 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이건… 어디서 난 것입니까?”“뒷산 근처의 오솔길에서 날 공격하더구나!”백진아는 일부러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하하, 신의라고 불리는 남자가 뱀을 무서워한다니.’“아! 아,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고지행은 몇 걸음 더 물러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답했다.백진아는 그 모습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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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백진아는 만일을 대비해, 각종 독 가루와 독수까지 모두 만들어 놓았다. 그녀 또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괴롭히도록 둘 수는 없었다.이틀 뒤의 궁중 연회도 아마 순조롭게 지나가지는 않을 것 같았다.물론 남을 해칠 수 있는 약을 만들 때, 그녀는 밖에서 가져온 약재만 사용했었다. 시스템에서 교환한 약품을 이용해 먼저 해를 가하면 백 배의 금화를 벌금으로 내야 했기 때문이다. 단, 방어적인 상황일 때는 시스템이 상황에 따라 판단해 처리할 생각이었다.그녀는 또 금화를 사용해 센 마취 바늘과 휘발성 마취제, 그리고 응급 상황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각종 약을 교환했다.백진아는 마음대로 공간에서 물건을 꺼낼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창고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다시 들어와서 꺼내야 했다.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녀는 창고 옆 빈터에 대나무로 울타리를 둘러 작은 병아리들을 키워 뱀 먹이로 쓰려고 했다.대나무는 백부의 잡물 방에서 찾아온 것이었다. 요즘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심지 않아 대나무가 남아돌아서, 잘라서 울타리를 만들기에 딱 좋았다.한편, 유여매는 매원에서 자수바늘을 움켜쥐고 하녀를 마구 찌르고 있었다.“이 천한 것! 왜 죽지 않는 거야! 왜 그냥 죽지 못해!”그녀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광기와 독기가 뒤섞여 마치 격노한 독사 같았다.하녀는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고 버텼다.그녀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지만, 그저 아가씨가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해 잡힌 것뿐이었다. 아가씨의 분이 풀리기 전에는 아무리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그때, 향명이 바깥에서 뛰어 들어왔다. 하지만 유여매가 또 하인을 학대하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얼른 돌아 나가려고 했다.“서거라!”유여매의 낮고 날 선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세웠다.향명은 돌아가려던 동작을 멈추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아가씨.”유여매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네 꼴을 보아하니, 실패했나 보구나?”향명은 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박았다.“아가씨, 용서해 주십시오! 절대 실패할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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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향명은 돈주머니를 받아 들며 웃었다.“아가씨, 안심하십시오. 노비가 반드시 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혜비 마마께도 아가씨가 얼마나 착하고 무고한 분인지, 능왕부에서 그렇게 큰 억울함을 겪고도, 원망하지 않았다는 걸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유여매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그렁했다.“혜비 마마께 이렇게 전해라. 지금 왕야와 왕비의 사이가 아주 돈독하다고. 나도 더는 어리지 않아 아무 남자라도 좋으니, 내 혼사를 부탁드린다고.”향명의 눈빛이 반짝였다.“명심하겠습니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잘 알고 있습니다!”유여매는 흡족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저었다.“가서 처리해.”향명은 사면받은 듯 벌떡 일어나 급히 나갔다. 그녀가 대문을 나서자, 누군가 몰래 뒤를 따라붙었다. 평소 백진아를 미행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연란거 사랑방에서.연천능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고지행을 경멸스럽게 바라보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만하거라!”고지행은 뜨거운 차 두 잔을 들이켜고 나서야 진정되었고, 억울한 듯 말했다.“제가 겁이 많은 게 아니라, 백진아가 너무… 무서웠습니다! 독사를 잡고도 오히려 좋아하더라니까요!”연천능은 길고 고운 손가락으로 탁자 위를 두드리며 물었다.“그 뱀, 월국 무족의 물건이냐?”고지행이 고개를 끄덕였다.“반보 저승이라고 불리는 센 독입니다. 백 가지가 넘는 독초와 독충으로 먹여 키워서 추위도 안 타고, 겨울잠도 안 잡니다.”연천능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향명이 드나들던 그 허름한 작은 집과 분명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필 그날 백진아도 그 근처에서 감시를 벗어났으니… 참으로 수상하구나.”고지행은 고개를 저었다.“백진아는 우연이었을 겁니다. 정신이 온전치 않아 보이고, 난폭한 구석이 있지만, 그래도 솔직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고지행은 비록 백진아를 정말 스승으로 모시려는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못내 백진아에게 마음이 갔다.연천능은 고지행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백진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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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고지행은 그것이 철사로 촘촘하고 단단하게 짜인 뱀 장인 것을 확인하고, 이 정도면 뱀이 절대 빠져나오지 못하겠다고 판단해 그 장을 들고 백진아에게 가져갔다.백진아는 공간에서 한창 바쁘게 작업하다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와 문을 열어 주었다.그리고 고지행 손에 들린 장을 보고서는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좋다. 딱 적당하구나.”고지행은 겁먹은 듯 방 안을 살금살금 둘러보며 물었다.“그 뱀은요?”백진아는 표정 하나 안 바뀐 채로 나무 선반 위의 단지를 가리켰다.“저기 있다.”그제야 마음을 놓은 고지행은 조심스레 들어오며 웃었다.“나중에 뱀 먹이로 달걀 한 바구니 보내드리겠습니다.”“그래.”백진아는 그제야 뱀이 달걀을 특히 좋아한다는 걸 떠올렸다. 아까 공간에서 애써 울타리 만든 건 괜한 고생이 아닌가?하지만 나중에 닭이나 오리라도 길러 먹을 걸 생각하니 상관없었다.그녀는 눈을 굴리며 물었다.“어떤 뱀인지 알고 있느냐?”“이름은 반보 저승이며, 월국 의원이 독으로 키운 독사입니다. 의미상으론 고독에 가깝죠.”고지행은 약 솥의 물이 끓는 것을 보고 서둘러 뚜껑을 열고, 약재를 하나 더 넣었다.또 고독이라고? 백진아의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이런 게 어떻게 왕부 안까지 들어온 것이냐? 다른 뱀이 또 있을지도 모르고... 왕야께서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냐? 왕야한테 말했느냐?”그녀는 장을 내려놓고 고지행이 약을 달이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백진아는 약을 만들 때 첨단 기구만 써왔기에, 이렇게 약 솥으로 직접 끓이는 건 처음이었다. 이 약 솥도 사실 장식용으로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말했으니, 왕야께서 조사할 겁니다.”고지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가 신기해하는 눈빛으로 약솥을 보는 것을 보자 묘한 미소를 지었다.“왜요? 약 솥을 처음 쓰는 것입니까?”약 솥은 새것이나 다름없었고, 한 번도 사용한 흔적이 없었다. 게다가 백진아의 약상자에는 이상한 약만 잔뜩 있으니... 고지행은 백진아가 약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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