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51 - Chapter 160

204 Chapters

제151화

금양 공주는 그 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내가 새로 만든 곡수유상이니, 다들 함께 즐겨보시지요.”곡수유상은 고대 문인과 선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로, 귀부인들과 규수들이 모여서 종종 즐기곤 했다.곡수유상이란, 구불구불한 작은 물길을 만들고, 놀이에 참여한 자들이 물길 양쪽에 앉아 물 위에 술잔을 띄우는 놀이다. 술잔이 물길을 따라 흘러와 누구 앞에서 멈추면, 그 사람이 술을 마시는 식이었다.문인들은 술을 마실 때 시를 짓거나 글을 쓰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재능을 뽐낼 수 있었기에, 유생이나 학자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많았다.“좋습니다!”몇몇 규수와 공자들이 동시에 환호했다.금양 공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조용한 놀이니, 끝나고 조금 지쳐 보이면, 그 다음엔 투호나 활쏘기를 하시지요.”“좋습니다!”다들 손뼉을 치며 호응했고, 이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남자와 여자는 일정 거리로 나뉘어 앉았고, 여자들은 앞쪽에, 남자들은 뒤쪽에 자리 잡았다.“언니! 여기 앉으세요!”백비아는 친근하게 백진아의 팔을 잡으며 옆에 앉히며, 백진아에게 거절할 틈도 주지 않았다.백진아는 처음 참석하는 자리고, 친숙한 사람도 없었기에, 혼자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비록 곡수유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적이 있어, 놀이 방법은 알고 있었다.이 놀이에서는 상류에 앉은 자리일수록 벌주를 받을 가능성이 낮았는데, 지금 그녀가 앉은 위치는, 분명 가장 벌주를 받기 쉬운 자리였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를 노린 듯했다.원래도 어느 정도 경계심을 품고 있던 백진아는, 이런 의도적인 배치 때문에 경계심이 더 치솟았다.하지만 그녀는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그녀를 노리고 수작을 부렸으니, 백진아가 핑계를 대서 놀이에 참여하지 않아도 상대는 더 심한 계략을 쓸 것이다.초하루를 피해도 보름을 피할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백진아는 후궁 여인들의 수작에 대적할 자신이 있었다.분홍색 옷을 입은 궁녀들이 일렬로 들어왔고, 각자 작은 찻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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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또 한 잔의 술이 어느 공자 앞에서 멈추었고, 공자도 시원하게 술잔을 비웠다.궁녀는 다시 물길에 술을 따라 넣었다. 물 위의 술잔이 점점 많아지면서, 술잔이 멈출 확률도 점점 높아졌다.“멈췄습니다! 술잔이 능왕비 앞에서 멈췄어요.”“또 능왕비네.”“어머, 또 능왕비입니다.”“정말 신기하네요, 석 잔의 술이 동시에 능왕비 앞에서 멈추다니!”이렇게 술잔은 자주 백진아 앞에서 멈췄다. 비록 다른 사람들도 꽤 마시긴 했지만, 그녀와 비교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백진아는 절대 우연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관찰해도, 당장 눈에 띄는 인위적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어느새 백진아는 스무 잔이 넘는 술을 마셨다. 원래 몸주인은 술을 잘 마시는 체질이 아니었기에, 어느새 얼굴이 붉어지고 머리도 약간 어지러웠다.혜비를 모시는 방 태감이 다급하게 달려와 남자 쪽으로 향했고, 연천능 귀에 몇 마디 속삭였다.연천능은 일어서더니, 소리 없이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유여매는 이를 보고 눈을 반짝이며 흥분했지만, 곧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백진아는 술을 두 잔 더 마신 후, 달아오른 볼을 만졌다. 비록 과일주는 독한 술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많이 마시면 취하기 쉬웠다. 잠시 공간으로 들어가 영천수와 함께 마셔야 했다.백진아는 놀이를 하며 시를 짓거나 춤을 추며 재능을 겨루는 줄 알았지만, 단순하게 그저 술을 마실 줄은 몰랐다.백진아는 취해서 사고 치는 걸 피하려고, 술잔이 다시 멈추기 전에 일어나 말했다.“실례하겠습니다. 잠시 쉬어야겠습니다.”백비아는 조용히 그녀의 소매를 잡더니, 머뭇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언니, 조… 조심하세요…”말을 마친 뒤, 일부러 금양 공주의 위치를 흘낏 훔쳐보았다. 거의 공개적으로 백진아에게 금양 공주가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었다.백진아의 상황을 눈치챈 금양 공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능왕비, 무슨 일입니까?”“마마, 언니께서 쉬시려고 합니다.”백비아는 고개를 숙이고,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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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고대에는 배수 시스템이 없었다. 시골에는 그냥 구덩이 뿐이었고, 도성의 명문가들도 그저 같은 것을 쓸 뿐이었다. 그래서 뒷간은 냄새가 심해, 대부분 외진 곳에 있었다.백진아 일행은 호숫가의 작은 길을 따라 점점 외진 곳으로 걸어갔다. 오솔길에서 다니는 사람들도 점점 드물어졌다.백진아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해, 손 마마의 귀에 바짝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따가 무엇을 보든, 무조건 입을 다무시게!”손 마마는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백진아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백진아는 허리를 숙여 길가에서 돌 하나를 집더니, 궁녀의 뒷머리를 향해 내리쳤고, 궁녀는 눈을 크게 뜨더니 그대로 쓰러졌다.백진아는 그녀를 안아 들고는, 놀란 표정의 손 마마를 향해 말했다.“빨리 끌고 가는 것을 도와주게! 사랑방이나 뒷간으로 가면 안 되네. 여기서 벗어나야 하네.”손 마마는 긴장한 채로 궁녀의 상황을 확인했다. 궁녀가 죽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손 마마는 말없이 백진아를 도와 궁녀를 길가 꽃밭 속에 숨겼다.계속 앞으로 나가고 있었는데, 백진아가 갑자기 멈췄다.손 마마는 순간 당황한 채 물었다.“왕비 마마, 무슨 일입니까? 뒷간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백진아는 턱을 잡고 잠시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다가, 중얼거렸다.“뭔가 이상하네.”백비아가 금양 공주와 함께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면, 왜 조심하라고 알려줬을까?자매 간의 정 때문에? 그럴 리는 없었다!하지만 백비아는 분명 백진아에게 경고를 전했고, 그녀는 백비아의 경고 덕분에 뒷간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뒤였다. 백진아가 손 마마에게 물었다.“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이냐?”손 마마는 좌우를 살핀 뒤, 왼쪽 꽃길을 가리키며 낮게 말했다.“당연히 저쪽이죠. 오른쪽은 호수입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왼쪽으로 가야 합니다.”백진아는 말했다.“만약... 백비아가 일부러 귀띔해 주었고, 내가 백비아의 계략에 속아 뒷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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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얼마 지나지 않아, 먼 곳에서 걸어나오는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그중 한 명은 유여매의 시녀 향명이었고, 다른 한 명은 백비아였다. 백비아의 치마에는 큰 얼룩이 묻어 있었다.두 사람의 발걸음이 다소 급했고, 재빨리 백진아가 숨어 있는 나무 아래까지 도착했다.백비아는 기절해 있는 궁녀를 한눈에 확인하고, 다가가 살펴본 뒤 말했다.“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가야겠구나. 안 그러면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겠어.”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했고, 곧 호숫가의 작은 길에서 사라졌다.백진아는 좀 더 보고 싶어 공간에서 나와 천천히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간신히 멀리 위치한 뒷간을 볼 수 있었다.궁 안의 뒷간은 꽤 화려하게 지어져 있었고,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결코 더러운 장소로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문 앞에 도착했고, 향명이 백비아를 위해 문을 열며 정중히 안내했다.백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향명은 문을 닫더니, 소매에서 자물쇠를 꺼내 문을 잠갔다.백진아는 눈을 좁히며 의아했다.’이게 뭐야? 개싸움인가?’곧 뒷간의 문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아마도 안에 있는 백비아가 문을 밀고 있을 것이다. 백진아는 공포에 찬 백비아가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들었다.그러나 향명은 꿈쩍도 하지 않고, 오히려 차갑게 웃었다.결국 뒷간 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듣기 거북한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향명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욕을 내뱉었다.“천한 년! 감히 아가씨를 팔아먹다니! 천한 서녀가 감히 왕야를 탐내? 제 신분도 모르고!”향명은 말을 마치고 자물쇠를 챙겨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백진아는 멍하니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자신이 나무에 올라온 선택이 정말 옳았음을 느꼈다. 만약 뒷간에 간 사람이 그녀였다면, 지금쯤 불행의 주인공은 바로 그녀였을 것이다.하지만,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백비아는 유여매와 금양 공주를 위해 그녀를 함정에 빠뜨렸고, 유여매는 백비아를 이용했으니,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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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내시는 뒤돌아보더니, 쓰러진 궁녀의 인중을 세게 눌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궁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금양 공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능왕비를 뒷간으로 데려가라 했는데, 어찌 꽃밭에서 기절해 있는 것이냐?”궁녀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마마… 능왕비께서… 저를 때려 기절시키셨습니다…”“뭐라고?!”금양 공주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크게 물었다.“어찌 널 기절시켰다는 것이냐?”궁녀는 조금 전 백진아가 가려 했던 꽃길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능왕비께서 손 마마에게 뒷간에 가기 싫다고 하시더니, 저쪽으로 가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는 갑자기 저를 기절시키셨습니다.”“그렇구나.”금양 공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날카로운 눈빛을 내뿜었다.“가자. 내 궁녀를 때려눕히고, 능왕비가 어디에 가려는 것인지 직접 봐야겠구나!”말을 마치고, 금양 공주는 호기심 가득한 아가씨와 공자들을 이끌고 꽃길로 빠르게 걸어갔다.나무 위의 백진아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사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미 궁녀를 기절시켰다. 하지만 궁녀는 아예 그녀를 그쪽 길로 유도하려고 거짓 증언을 하고 있었다. 즉, 모든 것이 이미 짜인 함정이었다.이건 ‘이중 덫’이었다. 그녀가 어느 길을 선택해도 결국 함정에 빠져버릴 것이다. 궁녀를 기절시키지 않았더라도, 궁녀는 어떻게든 그녀를 구덩이로 몰아넣었을 것이다.그리고 이 세 사람은 서로를 이용하고, 서로를 속이고 있었으니 말이다.백비아의 경고는 백진아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었다. 혹시 그녀가 금양 공주에 덫에 걸려도, 백비아는 경고했었다는 이유로 그녀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유여매는 겉으로는 백비아와 함께 금양 공주를 돕고 있지만, 뒤로는 백비아에게도 덫을 놓았다.백비아는 그저 아는 것이 적은 조수일 뿐이었다. 백진아는 위기를 피했지만, 그녀는 홀로 함정에 빠졌다. 그야말로 자업자득이었다.백진아는 미리 준비해 둔 약과 약 가루를 꺼내 몸 곳곳에 숨겼다. 혹시 첫 계략이 실패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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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이 장면을 떠올리자, 금양 공주는 기쁨을 참을 수 없었고, 백진아가 모두에게 조롱받는 장면을 빨리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그래서 다급하게 정자의 문을 밀었지만…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백진아는커녕, 미리 사주한 남자도 없었고, 그림자조차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금양 공주는 멍해져서 믿기지 않는 듯 정자 안팎을 살펴보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뒤에서 공자들과 아가씨들의 수군거림이 들렸다.그들은 후궁 내 다툼과 술수에 익숙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금양 공주의 모습을 보고, 밀회 현장이라도 잡으러 온 줄 알았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자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었다.금양 공주의 신분 때문에, 아무도 직접적으로 비웃을 수는 없었지만, 눈 속에 담긴 조소를 감출 수는 없었다.공자들은 뒤로 물러서 있었다. 오만하고 무식하며 교활한 공주라니? 만약 황후의 압박이 없었다면, 그들은 그녀의 생일을 위해 이 자리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그녀가 고지행에게 집착하고 있기에, 그들도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금양 공주는 화가 치밀어, 고개를 돌려 돌에 맞았던 궁녀를 향해 소리쳤다.“어찌 된 것이냐? 이쪽으로 온다고 하지 않았느냐? 사람은 어디 있단 말이냐?!”궁녀는 급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마마, 노비도 모릅니다. 먼저 뒷간으로 간 것 같습니다. 능왕비께서 술을 많이 드셨으니까요.”금양 공주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빨리 뒷간에 가서 확인하거라. 이렇게 오래 돌아오지 않았으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되지!”그녀는 두 가지 계획을 준비했기에, 뒷간으로 가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유여매 언니가 이미 다른 계획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금양 공주는 안절부절못하며 무리를 이끌고 뒷간으로 달려갔고, 이번엔 실망하지 않았다. 가까이 가기도 전,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순간, 금양 공주의 시커먼 얼굴에 교활한 미소가 스쳤다.곧이어, 이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 아는 공자들은 당황하거나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고, 상황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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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바닥에 쓰러진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금양 공주의 목소리가 굳어졌다.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어찌 너인 것이냐? 백진아는 대체 어디에 있느냐?”어느 대담한 아가씨가 상대의 얼굴을 보더니 깜짝 놀라 말했다.“어머! 백 장군 댁 서녀 백비아 아닙니까?”그때 서야 송 공자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은 듯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문밖에 잔뜩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자,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는 바닥에 흩어진 옷을 움켜쥐며, 부끄러움과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뭘 봐?! 당장 물러가거라!”이때 누군가가 비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송 공자께서 오늘 기분이 좋으셨나 봅니다. 이런 곳에서 여인을 품으시다니!”그러고는 폭소가 터졌다.그 소리에 백비아도 정신을 차리고 냅다 비명을 질렀다.송 공자는 그래도 양심이 있긴 한지, 백비아의 옷을 집어 올려 그녀에게 다시 덮어 주고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보지 말거라! 어서 문 닫거라!”금양 공주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왜 백진아가 아니라 백비아가 있는 거지?’그녀는 궁녀에게 빨리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이 열렸고, 비단옷을 차려입은 키가 작고 통통한 송 공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작은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고, 얼굴에도 홍조가 가시지 않았다.그 뒤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멍한 표정을 한 백비아가 뒤따라 나왔다.“백비아!”금양 공주는 분노와 실망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너는 서녀라 궁중 연회에 참석할 자격조차 없었다. 하지만 여매 언니의 체면을 봐서, 언니의 부탁을 받고 널 데려온 것이다! 그런데 네가 이런 수치스러운 짓을 저지르다니!”주변에서도 조롱이 이어졌다.“아무리 서녀라도, 그래도 아가씨인데… 어찌 이런 풍기 문란한 짓을!”“서녀는 역시 서녀입니다! 체면도 없는지!”정실의 자식들 대부분은 첩의 자식들을 깔보았다.“공주마마의 곁에서 아부하면서 지내는 가여운 처지에. 연회에 청해왔더니, 마마의 생신에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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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백비아는 조소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유여매가 선량하다고요? 그녀는 독을 품은 독사입니다! 제가 능왕 전하를 빼앗을까 봐 두려웠던 거예요! 저는 분명, 능왕의 첩만 원하고, 유여매의 신분을 위협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얼굴이 망가졌으니, 제가 능왕의 총애를 가로챌까 봐 저를 해친 거라고요!”금양 공주는 그녀를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능왕 오라버니의 첩이 되겠다고? 너무 재밌구나!”백비아는 머리를 감싸 쥐고 울부짖었다.“유여매가 그렇게 약속했습니다! 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입니까? 알몸의 남자가 있었는데, 향명이 문을 잠가 버렸습니다! 당신들이 수작을 썼고, 날 해친 것입니다…”“헛소리!”금양 공주가 날카롭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방탕한 계집, 스스로 송 공자를 유혹해 놓고, 이제 와서 나와 여매 언니를 모함하겠다는 것이냐?”그러고는 냉랭한 눈빛으로 송 공자를 노려보며 위협적인 말투로 말했다.“송 공자. 백비아가 불러냈는지 말해보게.”송 공자가 어찌 공주의 뜻을 거스르겠는가? 그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먼저 만나자 하니,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만… 오자마자 제 옷을 벗기기 시작해서… 저도 어쩔 수 없이, 하하…”그의 작은 눈과 벌겋게 된 코는 음탕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보는 이들조차 역겨움을 느낄 정도였다.백비아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비명을 질렀다.“아니야, 아니라고! 난 끝났어! 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왜 백진아가 아니라 난데!”현장에 있던 이들은 하나같이 영악했다. 다들 상황을 눈치챈 듯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금양 공주는 그녀가 더 위험한 말을 할까봐 두려워, 입을 막고 끌고 가라고 명했다.백진아는 유여매를 뒤따라, 그녀가 외진 작은 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문틈으로 안을 살피니, 뜰은 꽤 낡아 보였고, 인기척도 없었다.유여매는 곧장 안채로 들어갔다. 백진아가 문을 슬쩍 밀어 보니, 잠겨 있지 않았다. 이상하지 않은가?나쁜 짓을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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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유여매는 문을 닫고 침상 앞으로 걸어가 몸을 숙이며 손끝으로 연천능의 잘생긴 얼굴을 스쳤다.“능왕 오라버니, 이런 방법까지 써서 오라버니를 가지려 해서 미안합니다. 전부 다 그 천한 백진아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백진아는 못내 눈을 흘겼다.’나랑 무슨 상관인데? 진짜 미쳤나 보네?’유여매는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다소 광기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천능 오라버니, 자!”연천능은 흐릿해진 정신을 애써 잡으며, 그때야 유여매가 침상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는 헛것을 본 줄 알았는지 믿기 어렵다는 듯 물었다.“…유여매?”그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고, 이를 악물며 참는 듯했다.유여매는 겉치마를 벗어 요염하게 바닥에 던지고는 불쌍한 척을 하며 말했다.“능왕 오라버니, 전에는 항상 저를 여매라고 부르셨잖습니까! 어찌 이렇게 저를 낯설게 대하십니까?”연천능의 눈동자는 붉게 물들었고, 차갑게 이를 악물며 말을 내뱉었다.“꺼져.”“능왕 오라버니, 오늘만 지나면 오라버니는 저를 떠날 수 없게 될 것입니다!”유여매는 붉은 속옷만 남기고 연천능에게 달려들었다.연천능은 그녀가 달려들자 신음하며 움찔했지만, 밀쳐내려는 마음과는 달리 본능적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입으로는 계속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꺼져!”유여매는 몸을 떨며 그를 꽉 껴안았다.“능왕 오라버니, 참지 말아요. 절 원하시면 그저 편히 가지세요.”백진아는 두 사람이 껴안는 것을 보자, 순간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반면, 연천능은 전혀 원치 않아서, 들어가서 이 상황을 막아야 하나 싶었다.하지만, 이 둘은 원래 어려서부터 오붓한 사이지 않은가? 원래 주인이 두 사람의 인연을 망쳐놓지 않았는가? 유여매는 지금도 백진아가 죽기만 하면 자신이 능왕비가 될 거라 여기는 여자다.연천능 역시 원래 주인이 그의 혼사를 망친 것 때문에 원한을 품고 있었고, 1년 동안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또 나서서 둘의 일을 망치면 오히려 더 미워할지도 몰랐다.차라리 두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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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방 안의 향이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분명했다.백진아는 연천능이 자기 몸에 금비녀를 꽂아가며 버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문을 밀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연천능은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희미한 불빛 속에서 백진아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고, 마치 모든 생명을 구원하는 선녀처럼 보였다.“살려… 살려줘…”약기운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는 살려달라는 부탁보다 색기 어린 애원처럼 들렸다.유여매는 백진아를 보자, 새빨개진 눈으로 날카롭게 외쳤다.“꺼져!”백진아는 재빨리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비녀를 집어 유여매의 혈 자리에 꽂아 그녀를 기절시키고, 한 발로 차서 연천능에게서 떼어냈다.하지만 연천능은 유여매한테서 벗어나자마자, 백진아의 다리를 덥석 끌어당겨, 그녀를 쏙 품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뒤집어 백진아를 아래에 깔아 눌렀다.‘이게 뭐야, 사람을 구하러 왔다가 내가 잡혀버렸다고?’연천능의 숨결은 거칠고 뜨거웠고, 정신없이 그녀의 몸을 마구 ‘물어뜯기’ 시작했다.정말 깨무는 수준이었다.‘아니, 개띠야? 게다가 아까 유여매가 들이대도 버텨내던 사람이, 지금은 왜 미친 듯이 달려드는 건데?’백진아는 그를 밀어낼 힘이 없어 물어뜯기는 걸 감수하면서, 서둘러 몸에서 해독약 두 알을 꺼내 그의 입에 넣으려 했다.하지만 그의 입은 지금 너무 바쁘지 않은가? 게다가 무공까지 있어, 그녀의 손을 쉽게 피해서 약을 먹일 수가 없었다.그래서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약을 자신의 입에 넣고, 그가 그녀의 입을 물 때 약을 그의 입으로 밀어 넣기로 했다. 하지만 약을 삼켜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연천능은 이미…지금의 연천능은 평소의 냉혹함이 사라졌고, 더욱 눈부시게 잘생겨 보였다.백진아는 울고 싶었다. 이대로 가면… 그녀도 순순히 당해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렇게 원치 않는 상황에서 몸을 잃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떤 상황에서도 원치 않는 상대에게 절대 순결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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