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양 공주는 그 물길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건 내가 새로 만든 곡수유상이니, 다들 함께 즐겨보시지요.”곡수유상은 고대 문인과 선비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놀이로, 귀부인들과 규수들이 모여서 종종 즐기곤 했다.곡수유상이란, 구불구불한 작은 물길을 만들고, 놀이에 참여한 자들이 물길 양쪽에 앉아 물 위에 술잔을 띄우는 놀이다. 술잔이 물길을 따라 흘러와 누구 앞에서 멈추면, 그 사람이 술을 마시는 식이었다.문인들은 술을 마실 때 시를 짓거나 글을 쓰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재능을 뽐낼 수 있었기에, 유생이나 학자들에게 특히나 인기가 많았다.“좋습니다!”몇몇 규수와 공자들이 동시에 환호했다.금양 공주는 큰 소리로 외쳤다.“조용한 놀이니, 끝나고 조금 지쳐 보이면, 그 다음엔 투호나 활쏘기를 하시지요.”“좋습니다!”다들 손뼉을 치며 호응했고, 이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남자와 여자는 일정 거리로 나뉘어 앉았고, 여자들은 앞쪽에, 남자들은 뒤쪽에 자리 잡았다.“언니! 여기 앉으세요!”백비아는 친근하게 백진아의 팔을 잡으며 옆에 앉히며, 백진아에게 거절할 틈도 주지 않았다.백진아는 처음 참석하는 자리고, 친숙한 사람도 없었기에, 혼자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비록 곡수유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적이 있어, 놀이 방법은 알고 있었다.이 놀이에서는 상류에 앉은 자리일수록 벌주를 받을 가능성이 낮았는데, 지금 그녀가 앉은 위치는, 분명 가장 벌주를 받기 쉬운 자리였다. 누군가 일부러 그녀를 노린 듯했다.원래도 어느 정도 경계심을 품고 있던 백진아는, 이런 의도적인 배치 때문에 경계심이 더 치솟았다.하지만 그녀는 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그녀를 노리고 수작을 부렸으니, 백진아가 핑계를 대서 놀이에 참여하지 않아도 상대는 더 심한 계략을 쓸 것이다.초하루를 피해도 보름을 피할 수 없지 않은가? 게다가 백진아는 후궁 여인들의 수작에 대적할 자신이 있었다.분홍색 옷을 입은 궁녀들이 일렬로 들어왔고, 각자 작은 찻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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