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141 - Chapter 150

204 Chapters

제141화

고지행이 이렇게 베푸는데, 백진아도 인색하게 굴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고지행이 가져온 약재들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물론, 그 약재들을 연천능이 돈을 대서 마련한 것이라는 건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그녀는 공간에 들어가서 방금 만들어둔 해독약과 가루, 벌레를 쫓을 수 있는 약물까지 넉넉히 꺼냈다.고지행은 해독약 하나를 꺼내 코에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성분이 섞여 있다는 걸 알아챘지만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더 캐묻지는 않았다.그러고는 다시 약물 병 하나를 열어 향을 맡아보고 물었다.“이건 무엇입니까?”백진아가 설명했다.“벌레를 쫓을 수 있는 약물이다. 몸에 바르면 벌레나 모기가 가까이 오지 못하지.”“좋네요. 약 가루나 향주머니보다 훨씬 편하겠습니다.”고지행은 연달아 칭찬했지만, 효능을 모르니 가루도 더 만들기로 했다.칠성산에 며칠 있을지 모르고, 동행할 사람도 많으니, 몸을 지킬 약은 많을수록 좋았다.고지행은 약을 만들며 백진아와 가벼운 대화를 이어갔다.“스승님, 무지개 수정화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십니까? 일곱 가지 색의 꽃잎이라는 건 알지만, 모양은 전해지는 전설마다 달랐습니다.”백진아는 사실 그 꽃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 공간에 있는 옛 약전에서 삽화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나도 의서에서 본 그림만 알뿐,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지행은 원래 기대도 없었는데 백진아가 알고 있다고 하자, 바로 눈빛이 반짝였다.“정말입니까?”“그럼!”백진아는 종이와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무지개 수정화는 귀한 약재다. 채취하고 나면 3일 안에 약으로 써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효력을 잃게 되지. 그래서 실제로 본 사람이 거의 없다.”고지행은 그녀 옆으로 다가와, 그녀가 그려내는 모습을 진지하게 바라봤다.백진아는 이미 조 마마를 살려주기로 연천능과 약속했기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무지개 수정화의 형태, 특징, 환경, 채집 방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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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연천능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앞마당으로 먼저 걸어갔다.앞마당의 본청에 도착하자, 붉은색 큰 상자 여섯 개가 일렬로 놓여 있었고 모두 뚜껑이 열려 있었다. 상자에는 각각 금덩이, 은덩이, 각종 보석 장신구, 최고급 비단, 약재와 약품, 그리고 온갖 장식품과 소소한 기물들이 가득했다.‘세상에, 황제는 정말 씀씀이가 크구나?’백진아는 눈부신 금은보화에 홀려,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유여매는 이미 먼저 와 있었다. 너울을 쓴 얼굴은 어둡게 굳어있었고,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만 같았다. 게다가 백진아와 연천능이 나란히 들어오는 것을 보자, 눈빛에 질투와 분노가 번뜩였다.황제 곁에서 가장 신임받는 사복 태감이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나와 예를 올렸다.“왕야, 왕비 마마께 예를 올립니다!”능왕은 손을 들어 그를 일으키는 시늉을 했다.“사복 태감, 예는 생략하시게. 먼 길 오느라 수고했소.”사복 태감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왕비 마마께 상을 전해드리러 오는 것만으로도 제겐 영광입니다.”백진아도 싱긋 웃으며 말했다.“황제 폐하의 상을 받을 수 있다니, 제게도 큰 영광이지요. 하하...”사복 태감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그는 백진아가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힘껏 외쳤다.“능왕비, 성지를 받으십시오...”“신부, 성지를 받겠습니다!”백진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여섯 상자나 되는 보물을 생각하니, 무릎쯤은 얼마든지 꿇을 수 있었다.성지 내용은 길고 딱딱했으며, 백진아를 향한 칭찬만 가득했다. 황제를 치료한 그녀의 공을 인정하며, 의술을 어의들에게 전수한 데에 대한 포상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사복 태감은 성지를 다 읽고 성지를 접어 백진아에게 건넸다.백진아는 두 손으로 받으며 외쳤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유여매가 향명에게 눈짓하자, 향명은 곧 사복 태감에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유여매는 능왕부의 여주인인 양 우아한 모습으로 말했다.“사복 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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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백진아의 말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유여매의 아픈 곳만 골라 찔렀다.‘며느리? 가족? 온 경성이 저년을 저렇게 바라본다고?’유여매는 어금니를 꽉 물고 버티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결국, 그녀는 또다시 백진아가 화리를 요구했던 일을 끄집어냈다.“폐하와 혜비 마마께서 왕비 마마를 그렇게 아껴주시는데, 마마도 함부로 화리를 요구하며 친정으로 가지 마십시오.”백진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친정은 가야지. 사랑스러운 동생 백비아와 가끔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번에도 그 애가 환자들이 능왕부를 막아선 것이 누군가가 일부러 소문을 퍼트린 것이라 알려줬다. 심지어 돈까지 사주했다더구나.”유여매는 살짝 비틀거리더니, 애써 흔들리는 눈빛을 참으며 힘겹게 말을 뱉었다.“그… 그렇습니까?”‘백비아… 그 계집이 나를 팔아넘긴 건가?’백진아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끄덕였다.“그럼. 모든 것을 나한테 얘기해주었다. 그러니... 사주한 사람에게 상이라도 건네서 고마움을 전해야지 않겠느냐?”“풉! 하하하...!”고지행은 옆에서 구경하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연천능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분명 웃음기가 어렸다.유여매는 마치 알몸이 된 것처럼 부끄러움을 느꼈고, 화가 치밀어 올라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고, 어느새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팠지만, 마음속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다… 알고 있는 건가?’유여매는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공포에 휩싸여 머릿속은 뒤죽박죽해져서 한마디 말도 나오지 않았다.백진아는 유여매가 부들부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자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그녀는 다시 유여매에게 회심의 일격을 가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친근하게 유여매의 손을 잡고 금은보화 상자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시원시원한 말투로 말했다.“자, 마음에 드는 것을 몇 개 골라 가져가거라!”유여매는 백진아가 정말 줄 리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았기에, 급히 손사래 쳤다.“아닙니다.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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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유여매는 비록 능왕부 관리 권한을 넘겼지만, 혜비 마마가 있는 한 언젠가 능왕비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 이 물건들도 결국엔 그녀 것이 될 터였다.백진아는 연천능을 향해 사나운 표정으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이건 폐하께서 저한테 주신 것이니, 어디에 두든 제 결정입니다!”누가 그녀의 금은보화를 빼앗으려 든다면, 목숨 걸고 덤비겠다는 기세였다.‘물어 죽여버릴 거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라고!’백진아는 먹이를 지키는 새끼 사자처럼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고,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연천능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설마 능왕부가 그녀의 물건까지 탐낼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물건이니 네 마음대로 하도록 해라.”그는 그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능왕 오라버니, 잠깐만요!”유여매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라나서며 거의 도망치듯 빠져나갔다.백진아는 그녀의 뒷모습을 차갑게 흘겨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흥, 가식덩어리. 열 받지? 내가 얌전하게 지내니까, 만만해 보였나 봐?’백진아는 속이 후련해졌고, 눈앞에 쌓여 있는 상들을 보며 로또 1등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활짝 웃었다.그녀는 은 한 덩이를 무심히 들어 손 마마에게 던졌다.“사람을 불러서 상자들을 연란거 방으로 옮기거라. 다 옮기면 다들 은 한 덩이씩 상으로 줄 테니.”손 마마도 귀한 물건을 본 적 있는 사람이라, 묵직한 은덩이를 받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은덩이 하나는 일반 하인들에겐 엄청난 액수였다.백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찌 가만히 있는 것인가? 적다는 뜻인가?”손 마마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아주 많습니다.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손 마마는 다급히 물러가더니, 곧 열두 명의 시위를 데리고 돌아왔다.백진아는 은덩이가 가득 든 상자를 가리켰다.“전부 연란거 서쪽 별채로 옮기고, 은덩이 하나씩 가져가 술이나 마시거라.”“감사드립니다!”얼굴에 모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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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연천능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백진아는 무지개 수정화의 모습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그림만 보고 무지개 수정화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하느냐? 채집하거나 보관하는 과정에서 실수하지 않을 자신은 있느냐?”고지행은 장담할 수 없었다.“하지만 백진아도 그저 책자에서 삽화를 본 것뿐입니다.”연천능은 왠지 모르게 고지행을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됐다. 나는 백진아의 실력이 너보다 낫다고 믿는다! 이 정도면 이유가 충분하냐?”고지행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저를 무시하는 것입니까? 어찌 여인에게 홀려 벗을 얕볼 수 있습니까?”연천능의 표정이 싸늘해졌다.“나가거라!”고지행이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고집스럽습니다.”연천능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붓을 들어 다시 업무를 처리했다. 그는 조정과 군부에서 모두 중책을 맡고 있어 늘 바빴고, 하루에 다 봐야 할 문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고지행은 재미가 없어, 이내 서재를 떠났다.연천능은 고개를 숙인 채 계속 글을 쓰다가, 문득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서쪽 별채 쪽을 바라보았다.붓끝에서 먹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백진아는 간신히 밤이 되어서야 여섯 상자가 되는 금은보화를 전부 공간에 넣어서 창고에 정리했다.정말 돈 세다가, 손목이 나갈 정도였다. 진짜 금덩이, 은덩이라, 정리하고 나니 기진맥진이었다.그녀는 전복죽을 한 냄비 끓이고, 삶은 배추를 곁들여 먹었다. 그 후, 영천수가 있는 탕에 몸을 담가 피로를 씻어냈다.그리고 반보 저승을 우리에 옮겨 넣고, 달걀을 먹였다.이제 공간 안에 백진아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도 있게 되자, 그녀는 괜히 덜 외로운 느낌이 들었다.반보 저승은 독성이 극도로 강했다. 그 독으로 만든 혈청도 효능이 더 뛰어날 것이 분명했다. 백진아는 뱀독을 채취하고, 시스템에서 다른 재료들을 금화로 교환해, 혈청 20개를 만들었다.혹시 또 뱀이 그녀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 10개는 대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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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백진아의 시선은 영천수로 향했다.’혹시 영천수 때문인가? 아니면 공간 안의 영기 때문인가?’그녀는 다시 대나무 막대로 뱀의 머리를 톡 건드리며 위협하기 시작했다.“똑똑하게 굴어, 알겠지?”그러자 작은 뱀은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마치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귀여운 모습이었다. 백진아는 이 작은 생물이 조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나무 막대로 뱀 머리를 한번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너는 이제부터 내 애완동물이야! 반보 저승이라는 이름은 너무 별로니까… 예쁜 이름을 새로 지어줄게!”하지만 그녀는 작명에 영 소질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몸 전체가 예쁜 옥과도 같으니… 옥분이라고 하자!”옥분이는 이 이름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알 턱이 없었다. 그저 백진아가 더 이상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 기쁜 듯, 다시 즐겁게 영천수를 마시기 시작했다.백진아는 그 모습을 보고, 뱀이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독한 독사의 이름은 ‘옥분이’로 정해지게 되었다.그다음, 그녀는 영지 포자 10알을 품에 안고 약 밭으로 갔다. 그녀는 일단 1만 금화를 써서 약 밭을 확장한 뒤, 포자를 한 구석에 심었다.지금 그녀는 1급 공간의 약 밭을 소유하고 있기에, 영역을 더 늘리려면 공간을 2급으로 레벨업해야 했다.영지, 현빙초, 인삼 같은 귀한 약재들은 서로 인접한 땅에 심었다. 공간은 각 밭에 심은 약초 종류에 따라 온도, 습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기 때문에, 항상 최적의 환경이 유지된다.현빙초는 벌써 조금 자라 한 뼘 정도 되었고, 늦게 심은 인삼 싹들이 오히려 더 잘 커 있었다. 작은 싹 위에는 옅은 안개가 맺혀 있었는데, 그 안개에는 희미한 보랏빛이 감돌았다.백진아는 혹시 잘 때 또 독충에게 습격당할까 봐, 일을 마치자 그냥 공간 안에서 잠들었다.다음 날 새벽.공간에서 나와 침상에 눕자마자, 백진아는 갑자기 종아리가 따끔하게 찔린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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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백진아는 자신의 앞날이 마치 안개에 휩싸인 듯 흐릿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안개 뒤에는 언제든 튀어나와 그녀를 통째로 집어삼킬지 모르는 괴물이 있는 것 같았다.가슴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올라왔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손 마마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백진아는 얼른 다리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았다. 그리고 장갑을 낀 뒤, 병과 젓가락을 챙겨 공간을 나왔고, 그제야 대답했다.“들었으니, 잠깐 기다리게.”그녀는 서둘러 침상 위의 전갈을 커다란 시약병에 담았다. 이것은 약재로도 쓸 수 있고, 옥분이에게 먹이로 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정리를 마친 후에야 안방을 나와 문을 열었다.손 마마는 쟁반을 들고 들어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왕비 마마, 이것은 왕야께서 경성의 금수방에서 사 오라고 하신 옷입니다.”쟁반 위에는 하얀색 치마와 연보라색 치마, 이렇게 옷 두 벌이 올려져 있었다.백진아도 여러 번 경성을 돌아다녔었기에, 금수방이 경성에서 치마와 저고리를 만드는데에 가장 유명하고 비싼 가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제 입을 옷이 없다고 했더니… 오늘 바로 보내준 건가?’백진아는 못내 연천능의 정성에 감탄했다.그렇다면 독전갈 사건은 그의 짓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그녀가 죽을 줄 알면서 굳이 새 옷을 준비해 줄 이유가 없지 않은가?백진아는 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했다. 이젠 트라우마가 생길 수준이었다.손 마마는 쟁반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왕야께서 이미 내무부로 사람을 보내, 왕비 마마의 조복을 제작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은 금양 공주의 생신을 위한 연회니, 정식 조복은 필요 없고, 평복으로 가셔도 됩니다.”백진아는 옷을 들어 손으로 만져보았다. 비단옷의 촉감은 매끄러웠고, 촘촘한 바느질로 금과 은으로 된 실을 섞어 정교한 문양을 수놓았는데, 화려하지만 너무 과하지 않는, 경성에서 으뜸가는 금수방의 솜씨다웠다.그녀는 씻고 화장한 뒤, 아침을 먹고 연한 하얀색 치마를 입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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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백진아는 재빨리 그의 뒤를 따라가며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감사합니다!”그러자 연천능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는 그저 네가 능왕부의 체면을 구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백진아는 당황함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진짜 분위기 망치는 데에 선수네!’백진아는 입을 다무는 대신 그의 뒤통수를 보며 얼굴을 찌푸리더니, 몰래 욕설을 퍼부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앞뒤로 서서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검은 색 두루마기를 입어, 날카롭고 위엄 있는 왕자의 기품을 드러냈고, 여자는 흰옷 자락을 바람에 흩날려 마치 선녀 같아 보였다.그렇게 두 사람의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 선녀처럼 잘 어울렸다.대문 앞에서 기다리던 유여매는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눈이 아플 만큼 그들을 노려보았다. 질투심이 치밀어 오른 그녀는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만큼 주먹을 꽉 쥐며, 겨우 이성을 붙잡았다.그리고 나서야 그녀는 백진아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깨달았다. 유여매는 사나운 눈빛으로, 옆에 있는 향명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저년이… 어떻게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냐?”향명은 겁에 질려 움찔하더니, 억울한 듯 나지막이 변명했다.“분명 백비아 아가씨가 소개한 사람이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를 속였을지도 모릅니다…”유여매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속으로 백비아까지 원망했다.연천능이 가까이 다가오자, 유여매는 바로 눈빛을 부드럽게 바꾸고, 여리여리하고 우아하게 예를 올렸다.“능왕 오라버니, 왕비 마마.”백진아는 그녀의 강인하고도 독한 인내심에 감탄했다. 연천능 앞에서 그렇게나 망신을 당하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다니… 연기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야 했다.백진아는 자신에게 예를 올리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저 못 본 척하고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 마차에 올랐다.왕비는 규격에 맞는 전용 마차를 탔고, 유여매는 품계가 없기에 뒤쪽의 작은 마차를 타야 했다. 그리고 연천능은 마차를 타지 않고 그들 앞에서 말을 탔다.잠시 후, 그들이 궁문에 도착해 마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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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오늘의 주인공인 금양 공주는 화려한 노란색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분홍빛 수정이 달린 장신구를 착용해, 그야말로 꽃처럼 화사하고 눈부셨다.그녀는 많은 규수들과 공자들에게 둘러싸여, 마치 주인공 같은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공주는 밝게 웃으며 앞으로 다가왔다.“능왕 오라버니, 오셨습니까!”그러곤 그의 뒤쪽을 힐끗 보고, 실망한 듯 말했다.“고지행 오라버니는요?”연천능은 담담하게 답했다.“함께 오지 않았다.”금양 공주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 하지만 유여매를 보자마자, 곧바로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백진아를 쏙 건너뛰고 뒤쪽의 유여매에게 다가가 손을 덥석 잡았다.“여매 언니, 오셨습니까!”유여매는 준비해 온 선물을 금양 공주에게 건네며 부드럽게 말했다.“공주마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마음에 들길 바랍니다.”백진아는 할 말을 잃었다.‘아… 선물 준비하는 걸 까먹었네? 어쩌지?’솔직히 공주에게 선물을 주고 싶진 않지만, 생일잔치에 초대받고 빈손으로 오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다.이때 뒤에서 손 마마가 다가와 상자를 먼저 내밀었다.“이것은 저희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공주님께 드리는 탄신 선물입니다.”금양 공주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여매 언니, 능왕 오라버니, 감사합니다!”그러고는 그녀가 눈짓하자, 옆에 있던 궁녀가 선물을 받아 갔다. 하지만 그녀는 백진아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그리고 유여매의 손을 잡고 익숙한 규수들 쪽으로 가버렸다.젊은 공자들도 몰려와 연천능에게 인사하며 그의 주변을 둘러쌌다.백진아는 오늘의 자리가 규수들과 공자들이 만나는 자리인 것을 느꼈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황후가 이렇게 젊은 공자들을 많이 불렀을까?백진아는 점점 자연스럽게 사람들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조용한 곳으로 피신하려던 찰나, 태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납시오! 황후 마마 납시오!”사람들은 급히 흩어져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황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금양 공주의 생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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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금양 공주의 미간이 가늘게 좁혀졌다. 그녀는 턱을 들고 물었다.“네 얼굴의 흉터는 어디 갔지?”지난번 길거리에서 말이 놀라 뛰던 때, 그녀는 너울로도 가려지지 않는 백진아의 흉측한 흉터를 똑똑히 보았었다.그런데 겨우 열흘 남짓한 시간에 다 나았다니?백진아는 태연하게 한 바퀴 돌며 당당하게 말했다.“제 의술로, 얼굴 흉터 하나 없애는 것쯤은 어렵지 않지요.”하늘하늘한 비단 치마가 흩날리며 온몸에 은은한 빛을 두른 것처럼 보여 마치 선녀가 춤추는 듯했다. 어화원에 만발한 꽃과 푸른 나무조차 색을 잃었고, 모든 것이 그저 배경처럼 느껴졌다.연천능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순간, 그의 눈빛이 그윽해지더니, 가슴이 ‘쿵, 쿵’ 거세게 뛰었다.유여매는 그런 연천능의 모습을 보고, 눈빛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독함을 애써 숨겼다. 그녀는 너울을 쓴 얼굴을 쓰다듬었다.능왕의 마음은 이미 백진아를 향해 흔들렸다!유여매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오늘은 반드시 일을 성사해야 했다!“그렇다면 왜 너울은 쓴 것이냐?”금양 공주의 눈에는 독이 서리는 듯한 빛이 가득했다. 자신이 놀림당했다고 느낀 것이다.백진아는 우아하게 자신의 매끄럽고 고운 피부를 쓸어내리며 여유롭게 말했다.“제 피부가 워낙 고와, 남들의 질투와 시기를 받을까 봐 두려웠습니다.”“풉!”몇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들도 못내 백진아의 고운 피부를 인정했다. 백진아의 피부는 정말 아기처럼 부드럽고 곱디 고왔으니 말이다.백진아는 우렁차게 말했다.“만약 여러분도 이런 피부를 갖고 싶으시면 절 찾아오세요. 특별히 헐값에 제가 쓰는 연고를 드릴 테니!”“정말요? 너무 좋습니다!”그 말에 많은 규수가 눈을 반짝이며 이내 그녀 주위로 몰려들었다.금양 공주는 자기 생일 연회가 백진아가 손님을 모으는 자리가 되자, 화가 치밀어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때 유여매가 금양 공주의 손을 잡고 말했다.“마마, 저들을 백진아에게 속지 않게 하셔야 하지 않겠어요? 백진아의 얼굴은 고 신의가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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