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능은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앞마당으로 먼저 걸어갔다.앞마당의 본청에 도착하자, 붉은색 큰 상자 여섯 개가 일렬로 놓여 있었고 모두 뚜껑이 열려 있었다. 상자에는 각각 금덩이, 은덩이, 각종 보석 장신구, 최고급 비단, 약재와 약품, 그리고 온갖 장식품과 소소한 기물들이 가득했다.‘세상에, 황제는 정말 씀씀이가 크구나?’백진아는 눈부신 금은보화에 홀려,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았다.유여매는 이미 먼저 와 있었다. 너울을 쓴 얼굴은 어둡게 굳어있었고,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만 같았다. 게다가 백진아와 연천능이 나란히 들어오는 것을 보자, 눈빛에 질투와 분노가 번뜩였다.황제 곁에서 가장 신임받는 사복 태감이 활짝 웃으며 앞으로 나와 예를 올렸다.“왕야, 왕비 마마께 예를 올립니다!”능왕은 손을 들어 그를 일으키는 시늉을 했다.“사복 태감, 예는 생략하시게. 먼 길 오느라 수고했소.”사복 태감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왕비 마마께 상을 전해드리러 오는 것만으로도 제겐 영광입니다.”백진아도 싱긋 웃으며 말했다.“황제 폐하의 상을 받을 수 있다니, 제게도 큰 영광이지요. 하하...”사복 태감의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그는 백진아가 왠지 모르게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는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힘껏 외쳤다.“능왕비, 성지를 받으십시오...”“신부, 성지를 받겠습니다!”백진아는 내키지 않았지만 결국 무릎을 꿇었다. 여섯 상자나 되는 보물을 생각하니, 무릎쯤은 얼마든지 꿇을 수 있었다.성지 내용은 길고 딱딱했으며, 백진아를 향한 칭찬만 가득했다. 황제를 치료한 그녀의 공을 인정하며, 의술을 어의들에게 전수한 데에 대한 포상까지 모두 적혀 있었다.사복 태감은 성지를 다 읽고 성지를 접어 백진아에게 건넸다.백진아는 두 손으로 받으며 외쳤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유여매가 향명에게 눈짓하자, 향명은 곧 사복 태감에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유여매는 능왕부의 여주인인 양 우아한 모습으로 말했다.“사복 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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