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Chapter 401 - Chapter 410

592 Chapters

제401화

’진짜 아픈 데만 건드리네!’백진아는 가슴이 답답해져, 이내 말투도 차가워졌다.“폐하께서 하사한 혼사니, 능왕에게는 부모의 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래도 소용없지 않습니까? 저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사모하는 남자를 찾고 싶습니다.”공왕은 그녀가 곧 화를 낼 걸 알아차리고,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남자를 고르는 건 안목의 문제가 아니라 운이다. 시도부터 하지 그러냐? 어쩌면 네 운이 나에게 있을지도 모르지.”백진아는 더 이상 이 일로 그와 다투지 않고, 처방전과 약을 건넸다. 이제 가도 된다는 뜻이었다.공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자, 백진아는 그를 문밖까지 배웅했다. 그런데 돌아서자, 연천능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물었다.“어디 숨어 있었습니까?”그녀는 말하며 탁자 위에 놓인 물건을 정리했다.그러자 연천능은 뒤에서 그녀를 안고, 가볍게 그녀의 귀에 입을 맞췄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백진아는 그대로 굳어버렸고, 심장은 북 치듯 뛰었다. 그녀는 흐트러진 호흡을 내뱉으며 연천능을 밀어냈다.“이러지 마십시오. 저희는 이래선 안 됩니다. 전하는…”“난 네가 다른 남자를 고르는 걸 용납할 수 없다!”하지만 연천능은 팔에 더욱 힘을 줘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백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그저 순리에 따르지요.”끊어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함께할 수도 없으니… 그저 순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연천능은 여전히 완강했다.“난 네 남자가 될 것이다. 난 너를 사모하고 있다. 그리고 너 역시 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 나에게 시간을 조금만 주거라.”백진아는 창밖만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그이 말이 틀리지 않았지만, 이 세상에 서로 마음이 통하는 부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함께할 수 있는 경우도 또 얼마나 될까?이처럼 파란만장한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에서 감정은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백진아의 침묵에 연천능은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는 그녀의
Read more

제402화

고지행은 두 사람의 다정한 듯한 모습에,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연천능은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그럴 가능성도 있겠군!”백진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 그저 마구잡이로 추측했을 뿐인데…!”열 살 남짓한 아이들을 약으로 만든다는 상상을 하자, 등골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치밀어 올랐다.이때, 뢰십이 들어와 보고했다.“목공방은 거점이 맞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없습니다.”백진아가 물었다.“단서는 없느냐?”뢰십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없습니다. 성 안팎에서 실종된 사람이 꽤 많습니다. 그 중에는 심지어 열다섯, 열여섯 정도의 미혼 남녀도 있다고 합니다.”열다섯, 열여섯이면 어린아이라 부르긴 어려웠다.“아마 처녀의 몸을 지닌 사람을 원할 것이다.”그러자 옛정왕이 무거운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아직 위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백진아가 물었다.“곡주님, 혹시 뭔가 짐작 가는 것이 있습니까?”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린 채로 그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옛정왕은 한숨을 내쉬었다.“많은 사람들이 불로장생과 영원한 젊음을 원한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그 목적을 위해 백성을 혹사하고, 양심까지 저버리지. 풀을 이용한 고술이 하나 있는데, 이는 고충이나 고인을 쓰는 것보다도 훨씬 심오해서 이미 수년 전에 이 비법을 잃었다고 들었다. 전해지는 말로는, 정조를 잃지 않은 남녀의 피로 화초를 키운 다음, 그 화초로 만든 약을 먹으면 천천히 늙을 수 있고, 심지어 장생까지 가능하다고 하더구나.”백진아는 넋을 잃고 그를 훑어보았다.“그럼… 이렇게 동안에 백발인 것도 혹시…”옛정왕은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난 그저 몸조리를 잘했을 뿐이다. 그런 사악한 비법으로 만든 약을 먹은 게 아니야.”백진아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정말 대단하십니다.”그녀는 이내 화제를 돌렸다.“상대가 월국의 무족 출신일까요?”칠성산에서 만났던 좀비도 고인을 쓴 것이었고, 그녀는 뱀과 벌레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이용
Read more

제403화

연천능이 말했다.“지체할 시간이 없다. 경남 군영으로 가서 군대에 수색을 명하겠다.”백진아는 급히 그를 말렸다.“안 됩니다. 만약 상대가 눈치채기라도 하면, 입막음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저희끼리 몰래 조사해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한 뒤, 군을 동원해 한 번에 소탕하는 게 어떻습니까?”“일리가 있다!”그렇게 그녀의 의견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모두 조를 나누어 출발했다.백진아는 추월에게 백우씨한테 소식을 전하라 명하고, 연천능과 함께 호위와 암위를 데리고 경남 산지로 향했다. 그들은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산에 들어가 수색했다.산자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기 직전이었지만, 청초와 춘화가 걱정된 백진아는 바로 산에 들어가기로 했다.연천능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 산은 경성과 외곽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그래서 관리가 허술한 지역이라, 숨기엔 안성맞춤이지. 게다가 산 안에 온천이 있어 기온도 높아, 화초를 재배하기에도 좋다.”백진아는 지형에 익숙하지 않았기에, 그를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지금은 단서를 찾아야 되는 상황이라 연천능은 경공을 쓰지 않은 채로, 내공만 끌어올려 걸음을 재촉했다.하지만 의외인 건, 백진아가 그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조금 숨이 가빠졌을 뿐, 힘들어 하지는 않았다.연천능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감탄했다.“어떤 공법을 익힌 것이냐? 이렇게 실력이 빨리 늘다니… 내가 찾아준 공법은 아닌 듯한데.”백진아는 조금 으쓱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제가 만든 공법입니다.”연천능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믿지 않는 눈치였다.그는 자주 웃지 않는 탓인지, 웃을 때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하곤 했다.백진아는 그의 옆모습만 봐도 넋을 잃을 것 같았고, 방금은 하마터면 발 밑의 돌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그러자 이내 연천능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남색을 밝히긴.”백진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의 평가는 현실과 잘 맞는 것 같기도 했다.그녀는 억지를
Read more

제404화

백진아는 아직 경공을 익히지 못했기에, 연천능의 허리를 안고 그가 데리고 내려가길 기다렸다.연천능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기회를 틈타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그러자 백진아는 눈을 부릅뜨고 금방이라도 폭발할 기세로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습니까?”“난 너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연천능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날려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절벽에 자란 소나무들을 딛으며 가볍게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아래에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무성한 풀과 나무, 온갖 들꽃이 만발해 있었다. 이미 9월 말이었지만, 가을 특유의 쌀쌀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계곡 아래는 더 어두웠다. 새들이 이미 둥지로 돌아갔는지,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들려와, 골짜기가 더 깊고 고요해 보였다.백진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전하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이런 산속에서 혼자였다면 정말 무서웠을 겁니다.”연천능은 그녀에게 가볍게 입을 맞춘 뒤,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뒤에 세웠다.앞에 무엇이 있을지, 발밑에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가 앞장서야 했다.백진아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말소리가 들려요!”백진아의 청력이 자신보다도 뛰어나다는 사실에 연천능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정신을 집중한 뒤에야, 계곡 상류 쪽에서 희미하게 여자의 말소리가 들리는 것을 알아챘다.두 사람은 몸을 숨긴 채, 개울을 따라 앞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깊은 연못이 나타났고, 연못가에서는 두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었다.이런 외진 곳에 사람 사는 집이 있을 리 없었기에, 눈 앞에 장면이 무엇인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연천능은 백진아를 안고 큰 나무 위로 뛰어올라 몰래 내려다보기로 했다.두 여인이 씻고 있는 옷은 꽤 많았고, 남자 옷과 여자 옷이 섞여 있는 것 같았다.그 중, 한 붉은 옷의 여자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빨래만 하니까 손이 다 거칠어졌소.”초록 옷
Read more

제405화

붉은 옷의 여자가 고개를 저었다.“모르네. 유 씨도 주인에게서 들은 말이라더군. 주인이 조정에서 조사할 걱정은 하지 말고, 마음 놓고 일을 처리하라 그랬다네.”백진아는 연천능의 귀에 바짝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조정의 군사력이나, 병사를 동원해 토벌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습니다. 능왕부 호위와 암위로 처리하는 게 낫겠습니다.”연천능은 순간 마음이 흔들려,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에 살짝 키스하며 말했다.“호위로 산을 포위하기엔 부족하다. 군영에 내가 따로 쓰는 병사들이 있으니, 상소를 올리지 않고 바로 쓰면 그만.”백진아는 당황스러움에 그의 가슴을 한 대 쳤다.“왜 그러십니까! 그럼, 저들을 뒤에서 돕는 조정의 큰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합니까?”연천능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누가 이 약을 가장 필요로 하겠느냐?”백진아는 깜짝 놀랐다.“설마… 공왕 전하?”연천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비교적 담담하게 말했다.“단정할 순 없다. 공왕숙은 워낙 몸이 허약해서 평소 조정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설령 뒤에서 몰래 세력을 키운다고 해도, 이렇게 큰 사건을 막을 정도의 힘은 없을 것이다.”이번에 사라진 사람은 적지 않았다. 청초처럼 대가문의 하인도 있었고, 심지어 도련님이나 아가씨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미 많은 명문가를 건드린 셈이다.그럼에도 사건을 덮을 수 있으니, 배후 인물의 권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었다.백진아는 미간을 좁혔다. “또 누가 있을까요? 병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로장생을 탐하는 자일 텐데… 그런 사람은 너무도 많습니다.”“나중에 우두머리 하나 잡아서 심문해 보면 알게 되겠지.”그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여자는 빨래를 마친듯 대야를 들고 떠났다.“자, 따라가 봅시다.”백진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자, 연천능이 재빨리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으며 막았다. “서두르지 말거라. 빨래하던 여인의 자세나 몸놀림을 보니,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조금 더 멀리 가면, 그
Read more

제406화

연천능은 뒤에서 걸으며 백진아의 여리여리한 허리선을 바라보다가, 방금 전의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떠올랐다. 그는 흔들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두 여자가 남긴 흔적을 따라 한참을 조용히 이동했다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이 고작 십 미터 남짓해 보이는 좁은 산골짜기가 나타났다.골짜기 입구의 빈터에는 초라한 초가집 한 채가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을 지키는 곳인 것 같았다.골짜기 입구는 온통 덩굴로 뒤덮여 있어, 어딘가 기이해 보였다. 게다가 주변의 큰 나무를 모조리 베어서, 초가집 주위로는 시야가 탁 트여 있었다. 가까이 갈 엄두가 나지 않은 두 사람은 멀리 있는 커다란 바위 뒤에 숨어 조심스럽게 상황을 살피기로 했다. 바로 그때, 초가집에서 한 남자가 두 여자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환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전이, 영이, 돌아왔는가? 안에 들어와서 좀 쉬다 가지 않겠소?”붉은 옷의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괜찮네.”초록 옷의 여자는 비웃듯 말했다.“이런 초가집이 뭐가 좋다고 들어가겠는가?”남자는 웃으며 말했다.“좋은 집에서 살고 싶으면, 상전 몇 명이랑 같이 자면 되지 않나? 그럼, 빨래나 거친 일도 안 해도 될 텐데.”영이는 침을 퉤 뱉으며 욕했다.“헛소리! 문이나 잘 지키게! 요 며칠 사람을 이렇게 많이 잡아왔으니, 누가 찾아올지도 모르지 않는가!”남자는 여유 있게 웃었다.“걱정하지 말게. 이곳엔 쥐 한 마리도 못 들어오네.”전이와 영이는 웃고 떠들며 골짜기 입구로 다가갔다.덩굴이 가로막고 있었기에, 백진아는 그녀들이 덩굴을 비집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곧이어 믿기 힘든 장면이 펼쳐졌다.전이가 허리에서 약 가루 한 봉지를 꺼내 허공에 뿌리자, 덩굴들은 마치 생명이라도 있는 듯 단번에 움츠러들며 입구를 내주었다.전이와 영이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가자, 덩굴은 다시 뱀처럼 스르르 제자리로 돌아와, 골짜기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렸다.백진아는 판타지에서나 볼 법한 덩굴 요괴를 본
Read more

제407화

백진아는 그의 시선을 느끼자마자, 즉시 몸을 움츠리며 방어 태세를 취하고는 버럭 화를 냈다.“딴생각하지 마십시오! 이 누이가 혼내줄 수도 있으니!”연천능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하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마저도 묘하게 자석처럼 끌리는 매력을 지녔다.“그렇게 누이 노릇이 좋은 것이냐? 백부에서 서출 동생들이 그렇게 누이라고 부르는데도 부족한 것이냐?”백진아는 눈을 흘겼다.“다른 사람은 필요 없습니다. 저는 백경유 그 꼬마만 제 동생으로 인정합니다.”연천능이 눈썹을 치켜올렸다.“꼬마 얼짱?”현대 용어가 튀어나온 걸 깨달은 백진아는 괜히 코를 만지작거리며 얼버무렸다.“꼬마 얼짱은… 잘생기고 미남이란 뜻입니다.”연천능은 시큰둥하면서도 시샘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남색을 밝히긴.”백진아는 문득 백경유의 심장에 있는 고충이 떠오른 듯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원래는 내일 아침 일찍 설제국으로 떠날 생각이었지만, 상황을 보니 출발을 미뤄야만 할 것 같았다.연천능은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듯,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고 조용히 위로했다.“백경유는 괜찮을 것이다. 반드시 방법이 있을 것이야.”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눈을 감았다.어둠 속에서, 둘 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때가 되었을 때, 두 사람은 동굴을 나와, 조심스럽게 그 초가집 근처로 다가갔다.초가집 안을 슬쩍 보니, 밤중에 누가 올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두 깊이 잠들어 있었다.백진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들어가서 약 가루를 찾읍시다.”조금 전 공기 속에 퍼진 약 가루의 냄새를 맡았던 터라, 냄새만 따라가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연천능은 주머니에서 작은 대나무 대를 꺼내 입으로 붙이자, 이내 대나무 대 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백진아는 곧바로 그것이 바로 사람을 쓰러트릴 수 있는 약임을 알아차렸다.그는 대나무를 창 안으로 밀어 넣고 향을 몇 번 불어 넣었다. 그리고 대를 거두고 잠시 기다렸다가, 손짓으
Read more

제408화

방 안에서 요리 냄새가 흘러나왔다. 매우 구미를 당기는 향이었다.다만 요리 냄새에는 은은한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 피비린내와 함께, 피 냄새보다 더 짙은 꽃향기도 어우러져 있었다.백진아는 오감이 예민해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도무지 무엇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인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이곳에는 훗날 멸종된 생물들이 워낙 많아서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로 수두룩했다. 그러니 냄새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녀 곁에 바짝 붙어 있던 연천능 역시 코를 움직였다. 그 역시 이 냄새가 몹시 기이하다고 느꼈고, 처음 맡는 냄새였다.문이 움직이자, 두 사람은 누군가 나오는 줄 알아 놀랐지만, 곧이어 들려온 것은 전이의 날카로운 비명이었다.“장 집사! 뭐 하는 짓입니까? 얼른 놓으세요!”영이는 시큰둥하면서도 질투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장 집사, 전이가 마음에 들면 정식으로 혼담을 꺼내셔야죠. 이렇게 안고 만지는 건 안 됩니다!”전이는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장 집사, 이거 놓으세요. 저를 강요하지 마십시오!”장 집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차라리 남아 있는 게 좋을 거다. 나간다고 해도 결국 다시 돌아와서 나한테 매달리게 될 테니.”전이가 물었다.“그게 무슨 말입니까?”그때, 영이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나, 나 너무 더워!”그러더니 옷을 마구 찢어내더니, 장 집사에게 찰싹 붙었다.장 집사는 영이를 안고 크게 웃었다.“봐, 영이는 말도 잘 듣잖냐? 우리 같이 즐겨보자!”전이 역시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고, 얼굴까지 붉히며 호흡도 눈에 띄게 가빠졌다.장 집사는 정신을 잃을 지경에 이른 영이를 누르더니, 이내 옷을 벗기며 움직이기 시작했다.“뻔뻔하구나…”전이는 그 광경을 보고 수치심을 느꼈지만, 혈기가 치솟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물항아리로 달려가 머리를 깊숙이 처박았다.장 집사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향은 주인님께서 장생화의 꽃가루로 만든 것이다
Read more

제409화

연천능은 백진아의 손이 닿자마자 몇 그루의 꽃과 풀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그도 그녀에게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반지나 보물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꽤나 충격이었다.보물을 품으면 화를 부른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백진아는 위험해진다.그래서 이 비밀은 절대로 남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었기에, 그도 모르는 척을 해야 했다.연천능은 일부러 몸을 돌려, 백진아가 더 많은 꽃과 풀을 거두어 숨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그의 눈빛이 곧이어 굳어졌다. 꽃밭 가장자리에 크고 작은 목조 오두막이 대여섯 채 흩어져 있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진아야, 아무래도 청초와 아이들이 저 집에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저 오두막 주변의 덩굴은 계곡 입구의 것과는 다르다.”백진아도 함께 살펴보았는데, 꽃밭 근처 오두막에 얽힌 덩굴은 계곡 입구의 덩굴보다 훨씬 가늘었다.그들이 가진 약 가루가 이 덩굴까지 제압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뜻이었다.백진아가 제안했다.“조금 더 가까이 가서 소리를 들어봅시다. 아이들이 납치됐으면 분명 무서워서 잠도 못 잘 것입니다. 안에 있다면 소리가 들릴 거예요.”연천능도 같은 생각이어서,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가볍게 뛰어올라서 오두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까지 이동했다.백진아는 왠지 모르게 그의 몸이 몹시 그리워진 듯, 그를 더 꼭 안고 싶어졌다.연천능 역시 그녀를 놓고 싶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꿈속에서 수없이 반복되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하지만 두 사람 모두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조금 전 그 세 사람의 추잡한 장면을 엿들은 탓이라고 여겼다.곧 백진아는 한 오두막 안에서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말소리를 들었다. 귀를 자세히 귀울이니, 안에서 청초와 춘화의 울음소리, 그리고 소자묵이 두 아이를 낮은 목소리로 달래는 소리가 들렸다.백진아는 그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살아 있어서 다행입니다.”그런데 순찰하는
Read more

제410화

’큰일이다!’아까 창밖에서 엿보면서 맡았던 그 이상한 향이 흥분제일 것이 분명했다!창밖이라 마신 양이 많지 않아, 지금에서야 발작한 것이었다.“진아야!”연천능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고, 숨결이 아주 거칠어져 있었다.“뭔가 이상하구나.”말할 것도 없이, 그 역시 당한 것이었다.백진아는 급히 해독제를 꺼내, 그와 한 알씩 나눠 먹였다.하지만 증상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평범한 해독제로는 이른바 ‘최고의 흥분제’를 없앨 수 없던 것이었다.‘하… 구경만 하다가 제대로 당했네.’백진아는 이 일로 의술과 독이 얼마나 심오한지, 아직 그녀는 물론 시스템조차 모르는 영역과 생물이 얼마나 많은지도 뼈저리게 깨달았다.백진아는 현빙초로 해독제를 만들 때, 몇 알 남겨두지 않은 걸 몹시 후회했다.현빙초는 독을 없애는 성품이라 불릴 정도니, 아마 이 흥분제도 없앨 수 있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의념으로 공간 속 현빙초 잎을 두 장 따서, 그와 한 장씩 씹어 먹었다.“진아야…”연천능은 그녀의 입술을 덮쳤고, 손도 낮에 무심코 닿았던 그곳으로 다시 향했다.뜨겁게 달아오른 그의 몸은, 약에 쓰이지 않은 현빙초 잎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백진아는 평소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잦아서 연천능보다 해독 내성이 강했고, 간신히 한 줄기 이성을 붙들고 있을 수가 있었다. 두 사람은 다시 현빙초 잎 한 장을 더 씹었고, 그제야 조금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백진아는 서둘러 그를 밀쳐내며 소리쳤다.“당장 동굴 밖으로 나가세요! 들어오지 마십시오!”연천능의 머릿속에서는 백진아를 덮쳐 함께 욕망을 나누라는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자신과 장 집사가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외침에 조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하니, 그는 뛰어난 의지력으로 몸을 돌려 천천히 동굴 밖으로 나갔다.백진아 역시 머릿속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온몸의 뼈마디마다 수많은 개미가 기어다니
Read more
PREV
1
...
3940414243
...
6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