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s les chapitres de : Chapitre 381 - Chapitre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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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백진아는 약 밭이나 시스템에서 얻은 약으로 독을 만들지 않고, 밖에서 구한 약재와 반보 저승의 뱀독을 사용했다. 독을 잘못 쓰면 시스템이 금화를 차감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밤도 연천능은 오지 않았다.‘뭐가 그리 바쁜지...’한편, 그 시각.연천능은 도성 외곽 군영에서 군중 장수들과 군무를 의논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한 병사가 차를 올렸다.“전하, 차 드십시오.”무진은 차의 온도가 조금 낮은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찻잔 뚜껑을 열어 보고, 색이 괜찮아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은침으로 독을 확인하고, 냄새까지 맡아본 뒤에야 연천능에게 건넸다.연천능은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병사의 훈련과 순찰을 강화하거라. 폐하의 탄신일 기간에 절대 사고가 나선 안 된다.”그러고는 찻잔 뚜껑으로 위에 떠 있는 찻잎을 가볍게 저으며 말을 이었다.“지금쯤이면 각국의 첩자가 사절단보다 먼저 도성에 도착했을 것이다. 수상한 자를 특별히 주의하고, 될수록 자객의 뿌리를 많이 뽑아야 한다.”연천능은 말을 마치자마자 찻잔을 입가로 가져갔다. 그 순간, 그는 동작을 멈췄고, 눈빛이 싸늘하게 굳었지만, 아무 일 없는 듯, 다시 천천히 찻잔을 내려놓았다.연천능을 잘 아는 무진도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역시 내색하지 않았다.회의가 끝나고 장수들이 물러난 뒤에야 무진이 물었다.“전하, 차에 문제가 있습니까?”연천능은 찻잔 뚜껑을 열며 말했다.“직접 보거라.”무진은 찻잔을 들고 촛대 앞으로 가 자세히 살폈다. 그러자 찻잎 뒤에서 검고 작은 벌레 하나가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기껏해야 좁쌀만 한 크기였고, 계속 꿈틀거리며 몸부림치고 있었다.무진은 숨을 들이켰다.“이건… 고충입니까?”연천능의 눈동자에는 어느새 서리가 깃들어 있었다.“그럴 가능성이 크다. 난 진아가 준 약주머니를 지니고 있고, 진아가 만든 약 가루도 뿌려 두었다. 아마 고충이 그 냄새를 맡고 발작을 일으켰고, 덕분에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왕비 마마 덕분입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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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백진아는 쉬지도 않고 일을 마친 뒤 곧바로 수련에 들어갔고, 그렇게 어느새 날이 밝아져 있었다. 비록 한숨도 자지 않았지만, 그녀의 정신은 오히려 맑고 상쾌했다. 춘화와 추월 또한 그녀가 점점 더 예뻐진다며 연신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오늘은 입궁하는 날이라, 백진아는 제대로 차려입을 생각이었다. 요즘 백우씨가 그녀를 위해 옷을 많이 지어 두었는데, 하나같이 솜씨가 뛰어났다.그녀는 그중 짙은 붉은색의 넓은 소매 예복을 골랐다. 옷자락 가장자리는 검은 비단실로 간단한 덩굴무늬가 수놓아져 있었다.붉은색에 검은색 조합은 자칫하면 어둡고, 나이 들어 보이기 쉬웠다.하지만 백진아는 키가 크고 자세가 반듯해, 기품 있는 분위기를 지녔다. 하얀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 게다가 차분하고 자신감 있는 냉정한 눈빛까지 더해지니… 이 옷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화사하고 고귀하게 보이게 만들었으며, 전체적인 기세마저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예뻐요, 예뻐요! 왕비 마마, 정말 예쁘세요!”청초가 손뼉을 치며 눈을 반짝였다.백진아는 그녀를 힐긋 보며 경고했다.“앞으로 왕비라고 부르지 말고, 언니라고 부르거라.”청초는 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마마!”백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이미 여러 번 말했건만, 매번 알겠다고 대답해 놓고 돌아서면 또 왕비라고 불렀다.춘화는 입을 삐죽이며, 못마땅한 듯 청초에게 한마디 했다.“또 이러는구나? 돌아서면 잊어버리네.”궁에 들어갈 때, 오직 한 명의 시녀만 데려갈 수 있었기에, 백진아는 나이가 있고 침착한 추월을 데려가기로 했다. 그녀의 결정에 춘화는 내심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백진아는 어디를 가든 늘 청초를 데리고 다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데려가지 않으니, 청초 역시 꽤 아쉬워했다.춘화는 나이가 어리고 성격이 곧은 편이었다. 백진아는 그녀의 본성이 나쁘지 않다는 걸 알기에, 굳이 나무라지 않고 말했다.“넌 청초와 함께 소자묵에게 물건을 전해주고, 집 정리를 어떻게 해 놓았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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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최근에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는 바람에, 백경유도 걱정하며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그 탓에 몸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침상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다.백진아는 그의 심장 안을 가득 채운 식심고를 보고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백경유의 몸은 이제 한계에 가까웠다.‘내일엔 반드시 천향과를 찾으러 떠나야 해.’금양 공주 사건 이후, 궁문 앞의 검문은 유난히 엄해졌고, 특히 백진아에게는 더욱 그랬다. 호위는 그녀의 머리카락까지 샅샅이 뒤지고, 신 밑창까지 뒤집어 확인했다.백진아는 태연하게 검사받았다. 물건은 모두 공간 안에 두었으니, 그들이 쉽게 찾아낼 리가 없었다.게다가 규정까지 바뀌어서 시녀를 궁 안으로 데리고 들어갈 수 없고, 궁으로 들어가 궁녀가 따로 시중을 들게 되어 있었다.백진아는 어쩔 수 없이 추월에게 궁문 밖에서 기다리라 명하고, 홀로 궁 안으로 향했다.궁문을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태감이 다가왔다.“아가씨, 태자 전하께서 눈 치료 문제로 잠시 뵙자 하십니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태감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갈수록 길이 점점 외지고 한적해지자, 곧바로 이상함을 느낀 그녀가 물었다.“어디로 가는 것이냐? 너무 외지구나.”태감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곧 도착합니다. 중요한 일이니, 태자 전하께서 남들 모르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셔서요.”“흠.”백진아는 가볍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계속 걸어갔다.보아하니, 오늘은 누군가 황후와 태자에게 오명을 뒤집어씌우려는 듯했다.태감은 그녀를 조용하고 한적한 정원으로 데려갔다. 정원에 자리한 별채 앞에는 궁녀 두 명이 지키고 서 있었다.“아가씨, 태자 전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두 궁녀의 눈빛에는 은은하게 경멸과 구경거리를 보려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궁녀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섰다. 문은 곧바로 닫혔다.몇 걸음 가지 않아, 느끼하고 달콤한 향이 그녀의 코를 찔렀다.‘이 향은… 정신을 흐리게 하고 욕정을 자극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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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백진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마치 응석을 부리는 듯한 느낌도 묻어 있었다.연천능의 마음은 단번에 녹아내렸다. 마치 꿀을 한입 먹은 것처럼 설명할 수 없는 달콤한 느낌에, 그는 참다못해 그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완전히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예전에도 백진아가 잠들어 있을 때, 몰래 입을 맞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녀가 깨어 있다는 걸 깨닫자, 연천능은 괜히 마음에 찔렸고, 순식간에 풀이 죽고 말았다. 그는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귓불은 이미 분홍빛으로 물들어 풋풋한 기색을 드러냈다.백진아는 그런 그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져, 일부러 놀리듯 말했다.“몰래 뽀뽀하는 게… 이제 습관이 된 것입니까?”그녀의 오감은 예민했다. 그가 애써 조심히 행동했지만, 그래도 여러 번 그녀에게 들켰다. 하지만 그녀는 괜히 따지고 싶지 않아, 모른 척했을 뿐이었다.“몰래 뽀뽀한 것이라니? 다 알면서! 분명 즐기고 있었겠지. 좋으면서 시치미는!”연천능은 속으로 환호를 질렀다. 그가 입 맞춘 걸 알면서도 그녀가 반항하지 않았다는 건, 다시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뜻이 아닌가?백진아는 괜히 부끄러워, 시선을 이리저리 피했다.“저는 그저 쉬는 것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잠시만요, 쉿…! 누가 오고 있습니다!”분홍색 궁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수상쩍게 정원으로 들어오더니,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방 안에서는 요염한 신음이 흘러나왔다.큰 나무 위에서 서로를 안고 있던 두 사람은 그 소리를 듣자, 동시에 몸이 굳어버렸고, 난처한 상황에 결국 말을 잃고 말았다.연천능은 그녀를 더욱 꼭 끌어안았고, 숨결도 따라서 거칠어졌다.너무 가까이 붙어 있던 탓에, 백진아는 단번에 그의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고, 어느새 그녀의 얼굴 또한 새빨개져 있었다.“지금… 놓아주십시오!”연천능은 이미 여러 번 백진아와 함께하는 꿈을 꾸어, 매번 일어나면 속옷까지 갈아입어야하는 정도였다. 그도 이상한 몸 상태를 알아차리고는, 난처한 듯 다시금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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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윗자리에 있는 자일수록 의심이 많기 마련이고, 황제 역시 다르지 않았다.금위군과 금의위가 비록 모두 황제를 지키는 친위대이긴 하지만, 서로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관계였다. 그래서 금위군과 금의위가 동시에 자객이 이 외진 정원으로 들어갔다고 증언하자, 황제는 바로 이를 굳게 믿은 것이었다. 황제의 얼굴에는 살기가 서렸고,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들어가서 수색하거라!”금의위와 금위군 무리가 안으로 뛰어 들어갔고, 황제와 황후 역시 궁인들과 금의위의 호위받으며 뒤따라 들어갔다.“꺄악!”방 안에서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방 안을 수색하던 금의위와 금위군은 모두 밖으로 뛰쳐나왔고, 난처한 안색을 드러냈다.무봉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낮게 물었다.“무슨 일로 이리도 놀라느냐?”이승이 잠시 머뭇거리다, 앞으로 나와 보고했다.“방 안에서… 남녀가 음란한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황제의 여인들이 지내는 후궁과 이 황궁에서, 진짜 사내 노릇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황제뿐이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황후의 얼굴이 싸늘해졌고, 바로 차갑게 물었다.“누구냐?”황제의 표정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억눌러 오던 분노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치밀어 올라, 그 무엇도 가리지 않고 냉혹하게 명령했다.“당장 끌어내라!”황후가 덕 태감에게 눈짓하자, 덕 태감은 몇 명의 내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알몸인 남녀를 질질 끌고 나왔다.그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충격에 빠졌다.세상에! 기왕 전하가 황제의 희빈과 간통하다니!황후의 눈동자에 희열이 스쳤지만, 이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기왕! 희빈은 네 아바마마의 후궁이다. 네가 어찌 감히 손을 대느냐!”기왕은 당황한 듯 하체를 손으로 가렸고,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황제는 눈앞의 장면을 보고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이 짐승 같은 놈! 짐승만도 못한 것들! 이 천박한 남녀를 전부 조옥에 가두어라!”“폐하,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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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아들의 죄를 벗기기 위해서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사귀비는 기왕이 백진아에게 수작을 쓰려는 일을 폭로하려고 했다.“폐하! 희빈의 소매 주머니에서 이것을 발견했습니다!”이승이 한 손에는 옷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쪽지를 들고 달려 나왔다.황제는 쪽지를 받아 한 번 훑어보더니, 그대로 귀비의 얼굴에 던졌다.“봐라. 네 잘난 아들이 저지른 짓이다!”귀비는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집어 들었다. 그 위에는 기왕의 필체로, 희빈과 만나던 장소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황후는 그것을 낚아채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만나던 장소라니… 두 사람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군요.”그때, 기왕이 갑자기 희빈에게 손가락질하며 사납게 외쳤다.“아바마마! 이 여자가 먼저 찾아와, 소자를 유혹했습니다! 혈기 왕성한 나이라, 잠깐 어리석은 결단을 내렸을 뿐…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아바마마께 미인 열 명을 바치겠습니다. 다들 이 여자보다 낫습니다!”기왕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흥분에 들떠 있었다.여자는 그에게 그저 노리개일 뿐, 그는 아버지 역시 마음이 흔들릴 거라고 믿고 있었다.희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먼저 나를 건드린 건 너다! 어화원 뒷산에서 강제로 나를… 그리고 그 일을 빌미로 날 협박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나도 어쩔 수 없이… 흑…”기왕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헛소리! 먼저 나에게 뜻을 전하며 유혹하지 않았느냐?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나와 함께 뒷산으로 갔단 말이냐?”희빈은 가슴을 움켜쥐고 통곡했다.“황위에 오르면 나에게 새 신분을 주고, 황후로 삼겠다고 하지 않았냐? 그 달콤한 맹세가 전부 거짓이었다니… 내가 눈이 멀었구나!”희빈은 알고 있었다. 누가 먼저 상대를 유혹했든, 죄가 있든 없든, 이렇게 현장에서 간통이 들킨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그녀는 갑자기 몸을 일으켜, 처마의 기둥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뛰어난 실력의 금의위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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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황제는 줄곧 백진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의 눈빛은 매우 예리했다. 그는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까지 모조리 알아채고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앞선 두 번, 백진아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정상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혹이 담겨 있었고, 오늘은… 놀라움에 가까웠다.최근 그의 몸 상태는 확실히 이상했다. 이상할 정도로 좋아졌고, 써도 써도 줄지 않는 정력과 기력이 있는 듯했다. 게다가 후궁을 총애하는 기세도 젊었을 때보다 더 강했다.옛정왕도 그의 몸에 문제가 생겼다고 의심해 맥을 짚어 보았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백진아는 눈으로 보기만 해도 단서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인가?백진아는 앞으로 나와 예를 올렸다.“폐하를 뵙습니다! 기왕 전하께서 저를 모함하고 계십니다. 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오늘 궁으로 들어오자, 태감이 저를 찾아와서는, 태자 전하께서 눈 치료에 대해 상의할 것이 있다며 저를 이곳으로 안내했지요. 하지만 이곳은 지나치게 외졌고, 후궁이었습니다. 태자 전하께서는 예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이니, 결코 이런 곳에서 저를 만나자 하실 리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태감이 떠난 뒤, 바로 시회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습니다.”태자가 나섰다.“아바마마, 소자는 그저 백가 아가씨에게 진료를 부탁했을 뿐입니다. 백가 아가씨에게서 이 일을 듣고 이상하다고 여겨, 바로 사람을 보내 길을 안내한 태감을 잡았습니다.”그 태감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통곡했다.“사실… 문 마마가 이백 냥을 주며 이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 소인은 그 밖의 일은 아무것도 모릅니다!”말을 마친 태감은 어음을 내놓았다.문 마마는 사귀비 궁의 심복 궁녀였는데, 그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눈을 막 굴리더니, 이내 바닥에 엎드려 애원하기 시작했다.“모든 일은 제가 저지른 것입니다! 마마와는 무관합니다! 백진아가 기왕 전하의 첩 제안을 거절한 것을 알고, 너무 분수를 모른다고 여겼습니다.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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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연천능은 차갑게 그 자리에 서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기왕은 분명 태자와 연천능이 손을 잡고 짜낸 함정임을 직감했다.연천능은 기왕을 내려다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형님, 지금 형님 눈에는 누구나 다 형님을 해친 사람으로 보이겠지요. 그리고 본인은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고요.”두 사람은 명목상 형제였지만 왕래도 거의 없었고, 심지어는 서로를 거슬린다고 생각하는 사이였다.연천능은 기왕을 무시했지만, 기왕은 오히려 연천능을 죽이려 온갖 수작을 썼었다.연천능은 지나치게 총애받았고, 덕분에 기왕의 질투와 증오를 불러일으켰다. 그는 연천능을 발밑에 짓밟아 버리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기왕은 분노에 차 사납게 외쳤다.“아바마마! 연천능이 한 짓임이 분명합니다! 제가 백진아를 첩으로 들이려 했던 일로 복수하려는 것입니다! 고작 여자 때문에… 역시 여자가 화근입니다!”백진아는 헛웃음을 치며 냉소했다.“여자가 화근인 건 맞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왕 전하께서 후궁까지 손을 뻗을 리가 있겠습니까?”황제는 연천능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여섯째…”연천능은 침착하게 답했다.“아바마마, 아들은 그저 아바마마가 걱정되어 찾아왔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황궁을 샅샅이 조사하셔도 무방합니다.”기왕은 끝까지 연천능과 태자를 물고 늘어졌다.“수작을 부리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태자는 바보를 보듯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리고 안타까움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동생아, 아바마마께서 얼마나 지혜로운 분이신데. 이런 억지 모함은 통하지 않는다.”황제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태자를 힐긋 바라보았다. 그 순간 기왕의 몸이 멈칫했다. 그는 아버지가 어리석다고 느꼈다. 태자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아첨하고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하다니?이때, 황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폐하, 기왕과 재인, 그리고 희빈의 사람까지 모두 조옥에 가두어 심문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무 대인이라면 반드시 사실을 밝혀낼 것입니다.”기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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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백진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황후는 역시 황후답게, 계략과 수단 모두 뛰어났다. 이를테면 오늘 기왕을 둘러싼 이 사건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쪽은 단연 황후와 태자 측이었다.어쩌면 황후가 일부러 기왕 모자의 부탁을 들어주고, 상황의 흐름을 지켜보며 판을 더 키웠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최대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백진아는 태자와 연천능을 따라 시회장으로 돌아갔다.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태자가 말했다.“난 수술을 받고 싶지만, 아직 어마마마와 외조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도 일단 준비해 두거라. 필요한 약재가 있으면, 무엇이든 내게 말하고.”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다만, 비밀리에 진행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훼방 놓는 자가 나타날 수도 있고, 저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으니까요.”태자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는 연천능을 힐끗 보더니 가볍게 헛기침했다.“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 먼저 가마.”태자는 말을 마치고, 궁인들을 이끌고 성큼성큼 떠나갔다.연천능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위를 한 번 훑어본 뒤,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아바마마의 몸 상태는 어떠냐?”백진아가 답했다.“머릿속에 고충이 있었습니다.”연천능의 눈빛이 싸늘해졌고, 표정도 무거워졌다.“나도 어젯밤 고충에 당할 뻔했다.”백진아는 깜짝 놀라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연천능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나를 걱정한 것이냐?”백진아는 그를 흘겨보았다.“원하는 대로만 생각하시는 겁니까?”그녀의 태도에 연천능은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졌고, 사건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한 뒤 말했다.“다행히 네가 준 약주머니와 약수가 있어, 고충이 찻잔 안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그 덕에 고충을 알아챌 수 있었다.”백진아는 담담히 말했다.“그래도 양심은 있네요.”“오늘 이리 계획한 것도, 양심 없는 건 아니지 않나?”연천능은 그녀를 안으려다, 앞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손을 거두며 말했다.“앞에 누군가 있구나. 먼저 가보마.”그는 다른 샛길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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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태자비가 살짝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예는 괜찮다.”그러자 백진아는 몸을 일으키며, 허리춤에 달린 신의곡 이등 문인을 상징하는 옥패를 무심히 정리했다.다들 그녀의 신의곡 옥패를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백진아가 신의곡에 입문했다는 것은 곧 옛정왕이 그녀를 고지행의 스승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녀의 의술이 이미 옛정왕 인정까지 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다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과거 오만하고 어리석으며, 거칠고 천박하던 백진아가, 어느새 완전히 탈바꿈해 신의곡에서 인정한 신의가 되었다.기왕비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이내 웃으며 물었다.“어째서 이렇게 늦게 온 것이냐?”백진아는 미소를 띠고 답했다.“태자 전하의 진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어화원에서 길을 잃어, 이렇게 지체되었습니다.”기왕비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며 마음속에는 불안함으로 가득 찼다.바로 그때, 소식을 알아보러 갔던 궁녀가 돌아왔다. 궁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걸음걸이도 휘청거렸다. 기왕비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그 궁녀는 다가와, 그녀의 귀에 대고 몇 마디를 속삭였다.기왕비는 충격으로 눈동자가 커졌고, 순식간에 안색도 새하얗게 질렸다.태자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백진아를 한 번 바라본 뒤, 걱정스러운 척 물었다.“기왕비, 무슨 일인가?”기왕비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아닙니다. 몸이 조금 불편해서요. 신첩은 먼저 물러가겠습니다.”그녀는 몸을 굽혀 예를 올린 뒤, 려왕비에게 눈짓을 보내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려왕비도 핑계를 대며 함께 자리를 떴다.태자비는 기분이 무척 좋아진듯, 이내 웃으며 말했다.“다들 영감은 좀 떠올랐는가? 다시 시회장으로 돌아가세.”이런 시회는 해마다 열리는 행사라, 모두 직접 지은 시든, 누군가에게 대신 부탁한 시든, 다들 시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잠시 후, 다들 시회장으로 돌아갔다.유여매는 몇몇 명문가 규수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백진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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