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능은 옷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반듯한 태도로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소인, 황상 폐하와 태자 전하, 공왕 전하를 뵙습니다.”한때 그렇게 고귀하고 도도하던 그는, 이제 일반 백성의 신분으로 그들 발아래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조금의 위축이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백리효천은 자신의 황후와 매우 닮은 연천능을 바라보며 애틋한 눈빛을 보였다.황제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일어나거라. 이틀간의 조사 끝에 네가 월국 황제의 잃어버린 적자임이 이미 확인되었다. 그리고 너와 부자 인연을 맺은 지 이십 년이나 되었으니, 차마 너를 벌할 수 없구나. 월국 황제가 자식을 아끼는 마음을 헤아려, 그와 함께 월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하겠다.”“감사합니다, 폐하.”연천능의 목소리는 잔잔했다.하지만 그의 마음속은 거센 파도가 요동치며 쓰라림으로 가득해져 있었다.황제가 그를 아끼고 중용했던 것은, 다른 황자들의 표적이 되게 하려는 것이었다. 비록 거짓으로 가득 찬 부정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한때 따뜻함을 느꼈었다.산처럼 든든한 아버지의 사랑은, 한때 그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다.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거짓이었고, 연기였을 뿐이었다.백리효천이 안타깝게 말했다.“천능아, 나와 함께 월국으로 돌아가도, 넌 여전히 능왕이다. 그동안 밖에서 고생했으니, 내가 모두 보상해 주겠다.”연천능은 입술을 다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백리효천은 크게 기뻐했다. 그는 능왕의 능력을 이미 잘 알고 있기도 했고, 문무 모두 뛰어나고, 대량 황자들 사이에서 단련 받으며 컸으니, 계략 또한 남다를 터였다. 그의 다른 아들들보다 훨씬 뛰어났다.월국 태자의 눈빛은 차갑게 식었다. 그는 태자이긴 했지만 서출이기도 했다. 이렇게 뛰어난 적출 황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의 입지는 당연히 난처해질 수밖에 없었다.오약설의 차갑고 고귀한 얼굴에도 기쁜 기색이 떠올랐고, 뜨거운 시선으로 연천능을 바라보았다.연천능이 황제에게 말했다.“폐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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