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Bab 811 - Bab 820

978 Bab

제811화

쇄운강은 산을 가르며 흐르고, 양쪽 기슭에는 험준한 산들이 솟아 있었다. 거센 강물은 굉음을 내며 끝없이 흘러갔다.강 위에는 작은 배 한 척이 떠 있고, 늘씬한 몸매의 백의 공자가 두 손을 등 뒤로 한 채 뱃머리에 서 있었다. 그는 준수한 용모에 기품이 뛰어나며, 타고난 귀함이 뼛속까지 배어 있는, 단정하고 올곧은 군자의 모습이었다.그 모습에 옆을 지나던 물고기잡이 아가씨들이 하나둘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경쾌하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내뿜었다.그때, 살집이 통통한 중년 남자가 선실에서 걸어 나왔다. 얼굴에 분칠했고, 허리는 유연하게 흔들리며, 걸음걸이도 요염했다.상 태감이 망토를 들어 연경곤의 어깨에 걸쳐주며 부드럽게 말했다.“폐하,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경성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전 태자가 곧 도성을 공격하려 합니다. 더 늦으시면,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연경곤은 멀리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상 태감, 짐이 잘못한 것이냐?”상 태감은 마음이 아파, 눈에 눈물이 맺혔다.“아이고, 폐하! 폐하께서 무슨 잘못이 있으시겠습니까? 이는 인지상정일 뿐입니다! 세상에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이란 함께 지내며 생기는 것이지요. 처음엔 목적이 있으셨겠지만, 나중에는… 제가 보아도 폐하의 마음이 전부 아가씨에게 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연경곤은 빠르게 뒤로 밀려나는 산들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얹었다.“하지만 짐은 결국 그녀를 이용해 월국을 공격하려 했다. 그날, 일부러 그녀에게 들키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오약설을 쫓아가지도 않았을 것이고, 화살에 맞아, 시신조차 남지 않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상 태감은 바람에 날리는 망토를 여며주며,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큰일을 이루는 자는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는 법입니다. 연천능도 처음에는 유여매를 이용했고, 이후에는 오약설을 이용하지 않았습니까? 예로부터 후궁의 빈비는 황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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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오약설은 차갑고 오만한 얼굴로 전각 안을 향해 소리쳤다.“폐하, 어찌 조정 신하들과 장수들의 자식들을 모두 궁으로 불러들이신 겁니까? 이러다가는 조정의 민심이 크게 흔들릴 것입니다!”무진이 전각 안에서 나와 공손히 말했다.“성녀 전하, 폐하께서 상서원을 세우시고 당대의 대유를 모셔 강의를 맡기셨습니다. 그들을 궁으로 부른 것은 공부를 시키기 위함입니다.”황제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대를 끊어버리겠다는 뜻이었다!방법이 떳떳하진 않았지만, 효과만큼은 빠르고 확실했다.황제는 누가 말을 듣지 않는지 따지지 않았다. 거역하는 자가 있으면 곧장 일가를 멸하며 하나씩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오약설은 연천능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그녀는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말했다.“공주의 몸이 아직 낫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반드시 공주의 목숨을 지켜내겠습니다.”무진은 옆으로 비켜서며 손을 내밀었다.“들어가시지요.”오약설은 오만하게 턱을 살짝 치켜들고, 도도하고 우아한 걸음으로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연천능이 그 단명할 아이를 살려달라며 자신에게 애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연천능은 정말 냉혹했다. 아이의 목숨조차 개의치 않는 듯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무족의 무의들을 죽여, 그녀가 직접 찾아오게 만들기도 했다.‘후… 이 사제 녀석, 성격은 여전하네. 그래도 결국 나 없이는 안 되는 것 아닌가?’그렇게 생각하자, 그녀의 얼굴에 득의양양한 웃음이 떠올랐다.침전 안은 아무 소리도 없이 고요했다. 그 고요함이 오히려 불길했다.전각 천장에는 너비가 한 자도 넘는 얇은 비단 장막들이 층층이 드리워져 있었고, 찬바람이 밀려들 때마다 장막들이 가볍게 흩날렸다.그 장막 너머로, 침상 위에 옆으로 누운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다.오약설의 눈에 의심이 스쳤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단단한 쇠창살 우리가 떨어져 그녀를 그대로 덮어버렸다.오약설은 안색을 바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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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백성들은 분노했지만, 감히 입 밖으로 내지는 못했다. 폐하는 대량에서 수십만 정예 병사를 데려왔고, 사람을 죽이는 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자이기에, 누구도 감히 맞설 수 없었던 것이다. 성녀가 어찌 되든, 백성들에게는 그저 평온한 삶이 더 중요할 뿐이었다.무족의 성녀 오약설은 행방이 묘연해졌고, 우두머리를 잃은 무족은 조정의 추격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면서도 몰래 오약설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었다.또한 수많은 정체불명의 세력들 역시 공공연히, 혹은 은밀히 오약설을 찾고 있었지만, 끝내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이월은 성녀산의 폐허 위에 서서 복잡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검은 무복 차림의 그녀는 당당하며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청색 무복을 입은 낙장풍이 경공으로 산에서 내려와 말했다.“가자. 암도도 동굴도 찾지 못했으니, 오약설이 이곳에 숨어 있을 가능성은 낮다.”이월은 망설이는 기색으로 말했다.“장풍 오라버니, 정말 진백이 백진아라고 확신하십니까?”낙장풍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그날 그녀는 월국 폐하를 보자마자 너를 끌어안고 도망쳤고, 폐하는 미친 듯이 ‘백진아’라고 외쳤다.”그때 송자안이 다른 쪽에서 걸어오며 말했다.“진백, 백진아… 이름만 봐도 모르겠느냐? 게다가 그날 회춘당에서 내가 먼저 백진아를 만났고, 그녀가 사람을 시켜 나를 방으로 안내했다. 잠시 뒤 진백이 숨겨진 문으로 들어왔지.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아차릴 일인데, 어찌 아직도 못 믿는 것이냐?”이월의 얼굴이 붉어졌다.“저는… 아직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렇습니다. 저와 혼례까지 올렸단 말입니다.”송자안이 크게 웃었다.“합방만 안 했으면 됐지!”낙장풍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설령 했더라도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송자안이 말했다.“됐다, 이제 떠나자. 오약설이 살아 있다면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테니, 그때 진백의 원수를 갚으면 된다!”세 사람은 각자 문파 사람들을 이끌고 악성을 떠났고, 곧 월국을 벗어났다.그 소식은 빠르게 월국 황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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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4화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사계절 내내 봄 같아 그림처럼 아름다운 어느 계곡과 울창한 숲 사이로 오두막 하나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오두막은 산과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곳곳에 우아하고 세련된 감각과 독특한 장인의 손길이 묻어났다.집 안에는 평범한 나무로 만든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하나같이 정교하고 품위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창가의 탁자 위에는 도자기 병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들꽃이 꽂혀 있었다. 벽에는 산수화 몇 점이 걸려 있었고, 그 옆에는… 인체 골격도가 걸려 있었다.침상에는 연보라색 비단 장막이 드리워져 있었고, 그 안에는 절세의 미모를 지닌 젊은 여인이 누워 있었다.여인은 피부가 희고 매끄러웠으며, 이목구비는 정교했다. 다만 미간에는 옅은 근심이,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어려 있는 듯했다.그녀는 잠든 것처럼 보였지만,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는 날들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다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숲속의 새들이 지저귀며 나뭇가지와 창가를 오갔다.그때 여인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몽롱하고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그 눈은 맑고 투명했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천사의 눈처럼 순수했다.그녀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보였지만, 입술 사이로는 가벼운 기침 소리만 새어 나왔다.그 순간, 옆방에서 붉은 그림자 하나가 쏜살같이 튀어나왔다.“깨어난 것이냐? 정말?”그는 바람처럼 달려와 침상 앞에 서더니, 얇은 장막을 확 젖혔다. 그리고 여인의 맑고 순진한, 어린 사슴 같은 눈과 마주쳤다.붉은 옷을 입은 잘생긴 남자의 눈가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 뺨을 몇 번이나 때렸다.이어 얼굴을 꼬집으며 말했다.“아파, 아파… 진짜야, 진짜야! 하하하!”그는 제자리에서 두어 번 펄쩍 뛰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의 여인을 덥석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기쁨에 겨워 울먹이며 말했다.“정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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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5화

백진아는 곤란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방금… 저를 ‘진아’라고 부르지 않았나요?”그 말에 고지행은 그녀의 손을 잡고,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아니다. 네가 잘못 들은 것이다. 나는 희라 불렀다. 네 이름은 우희다. 남은 생에는 기쁨만 있고, 다시는 근심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이지.”백진아는 그가 워낙 진지하게 말하자, 좋은 이름인가 보다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그녀는 손바닥을 펼쳐 붉은 구슬을 내밀며 물었다.“이건 무엇입니까? 왜 제 입 안에 있었죠?”고지행은 그것을 받아 들고 웃으며 말했다.“이건 귀원주다. 어디 갔나 했더니, 네가 입 안에 숨겨두고 있었구나.”백진아는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납니다.”고지행은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너는 그저 병에 걸려 너무 오래 잠들어 있어, 잠시 지난 일을 잊은 것 뿐이다. 아, 참. 배고프지는 않으냐? 목은 마르지 않고? 뒷간에는 가고 싶지 않으냐?”백진아는 그가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는 탓에 이해하기가 어려워 미간을 찌푸렸다.고지행은 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미간을 펴주며, 다소 강압적이면서도 다정하게 말했다.“눈살 찌푸리지 말거라. 앞으로는 절대 눈살 찌푸릴 일 없게 해주마. 우리는 즐겁게 잘 지낼 것이다.”눈을 뜨자마자 처음 본 사람이 그라서일까. 백진아는 그를 꽤 신뢰하고 의지하게 되었고,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고지행은 기쁨에 들떠, 마치 횡재라도 한 사람처럼 환희에 찬 상태로 문밖을 향해 명령했다.“밥상을 들여오너라. 그리고 사람이 깨어났다고 전하고, 곡주 어르신을 모셔 오거라.”문밖에서 곧 대답이 들려왔다.“예!”이내 바스락거리는 발소리가 멀어졌다.고지행은 백진아를 부축하며 말했다.“침상에서 내려와 조금 걸어보거라. 이렇게 오래 누워 있었으니, 몸이 잘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지행은 서랍과 상자를 뒤져 겨우 겉옷 한 벌과 신 한 켤레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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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6화

고지행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깨어났습니다. 그런데 몇 걸음 걷더니 지친 듯 다시 잠들어 버렸습니다.”곡주는 백진아의 동공을 살피고 맥을 짚은 뒤 말했다.“경맥이 막혀 있구나. 한 해가 넘게 쓰러져 있었고, 그렇게 큰 상처까지 입었으니… 당분간은 천천히 적응해야 할 것이다.”고지행은 기쁘면서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런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곡주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오랫동안 의식을 잃었던 사람이 기억을 잃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물며 1년 넘게 잠들어 있지 않았느냐. 귀원주가 몸을 지켜주고, 천잠고가 생명의 정수를 모두 쏟아 상처를 회복시켜 주지 않았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고지행은 슬쩍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그녀가…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그러자 곡주는 그를 한 번 훑어보며 되물었다.“지금 상태는 어떠냐?”고지행이 답했다.“말은 할 수 있지만 조금 힘들어합니다. 제가 하는 말도 어느 정도 알아듣지만, 너무 빠르게 말하거나 한꺼번에 많이 말하면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곡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을 하고 이해도 한다면 바보가 된 것은 아니다. 무의식 속에는 아마 남아 있을 게다. 다만 기억이 돌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구나. 그동안 뇌가 얼마나 손상되었는지에 달렸다.”“외조부!”고지행은 애원하는 얼굴로 곡주의 팔을 붙잡고 방 밖으로 끌고 나갔다.곡주는 젊어 보이는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말했다.“부탁할 일이 있으면 말해 보거라.”고지행은 히죽 웃었다.“역시 외조부께서는 저를 잘 아시군요. 저는… 그녀와 혼인하고 싶습니다.”곡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치 예상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안 된다.”고지행은 금세 울상이 되어 그의 소매를 붙잡고 흔들며 몸까지 비틀었다.“왜요? 외조부… 안 돼요, 안 돼요! 저는 꼭 그녀와 혼인할 것입니다!”곡주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다는 듯 하늘을 향해 눈을 굴렸지만, 대답만은 단호했다.“이번에는 그 수법도 통하지 않는다. 안 되는 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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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7화

고지행이 울부짖듯 말했다.“저는 그저 외손자일 뿐입니다. 외조부님 대는 이미 끊긴 거나 마찬가지잖아요!”곡주가 분노해 호통쳤다.“이 망할 놈! 네 어머니가 데릴사위를 들여 혼인했으니, 네가 바로 내 후손이다!”그 말에 고지행은 다시금 눈가를 붉혔다.“저는 상관없습니다! 외조부님 아직 정정하시니, 새 부인을 맞아 아들 몇 명 더 낳으십시오!”“망할 놈!”곡주는 크게 노했다.“그 말, 네 부모 무덤 앞에 가서 무릎 꿇고 해봐라! 내가 네 부모에게 미안한 건, 너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뿐이다!”말을 마친 그는 눈시울을 붉힌 채 소매를 털고 떠나버렸다.고지행의 길고 곧은 몸은 순식간에 힘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마치 한순간에 시들어버린 붉은 모란꽃 같았다.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숲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잠시 후, 형형색색의 꽃들에 둘러싸인 무덤 하나가 보였는데, 소박했지만 잡초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고지행은 풀이 죽은 채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소매로 묘비 위에 새로 앉은 먼지를 닦아내며 조용히 말했다.“어머니… 저를 낳다가 목숨을 잃으셨잖아요. 후회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들이 마음에 둔 여인이 있습니다. 그녀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외조부께서 허락하지 않으십니다.”“예? 제가 너무 어리석다고요? 그럼 어머니는 어째서 아버지 같은 어리석은 분과 혼인하셨습니까?”“아버지, 말씀해 주세요. 어째서 어머니가 아니면 안 된다고 여기셨습니까? 왜 아들인 저까지 두고 어머니를 따라가셨습니까?”“예? 평생의 사랑은 단 하나면 충분하다고요?”“확신합니다. 백진아는 제 평생 단 한 명의 여인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받아주실 수 있으십니까?”“아, 워낙 의술이 뛰어나니 스스로 고칠 수도 있다고요? 맞습니다, 맞습니다!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더 현명하십니다!”고지행은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혼자서 세 사람의 역할을 번갈아 하며,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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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8화

백진아는 침상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걷는 게 몹시 힘들어 보였다.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가볍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다리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지행은 인내심 있게 그녀 곁에서 걸음을 맞춰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서두르지 말거라. 설령 평생 이렇게 걸어야 한다 해도, 나는 기꺼이 함께할 수 있다.”백진아는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듣기 좋은 말은 참 잘하시네요.”고지행이 부드럽게 물었다.“좋으냐?”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달콤한 말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고지행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평생 해주마.”백진아는 가볍게 웃었고,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는 정성스럽게 그녀의 손을 씻겨준 뒤, 식탁으로 데려가 앉혔다.식탁 위에는 백자 식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고기와 채소가 고루 갖춰진 열 가지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하나같이 색과 향, 맛이 뛰어나 보였다.식기는 낯설었지만, 백진아는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손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아, 젓가락은 이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고지행이 서둘러 말했다.“괜찮다. 천천히 하면 된다. 오늘은 내가 먹여주마.”백진아는 너무 배가 고픈 터라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자, 먼저 국부터 마시거라. 속부터 달래야지.”고지행은 그녀에게 생선탕을 한 그릇 떠주었다. 그러고는 숟가락으로 한 입 떠 입술에 살짝 대어 온도를 확인한 뒤, 뜨겁지 않다 싶자 그녀의 입가로 가져갔다.백진아는 입을 벌려 국을 받아 마셨다. 맛은 정말 훌륭했다. 신선하면서도 향긋했다.그는 반 그릇쯤 먹인 뒤, 이번에는 죽을 반 그릇 떠 반찬과 함께 한 숟갈씩 먹여주었다.백진아는 아직 배가 조금 더 찰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고지행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첫 식사부터 많이 먹으면 안 된다. 천천히 적응해야 해.”백진아는 왠지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그제야 고지행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눈에 기쁨이 가득한 채로 한 입 먹고 그녀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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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9화

문을 나서자, 산속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푸른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지고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으며, 겹겹이 이어진 산맥 사이로 맑은 물줄기가 흘렀다. 새소리와 꽃향기도 가득했고, 옅은 안개까지 은은하게 감도는 게 누가봐도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산바람에는 꽃향기가 섞여 있었고, 백진아는 그 안에서 여러 약초의 향까지 맡아냈다.“정말 아름답네요… 여긴 어디입니까?”고지행은 살짝 뽐내듯 말했다.“이곳은 신의곡이다.”백진아는 산속의 맑은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말했다.“신의곡이라, 그래서 이렇게 약초가 많은 거군요.”고지행은 그녀를 부축해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백진아가 문득 물었다.“이곳엔 우리 둘만 있는 것입니까?”고지행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는 곧 태연하게 말했다.“아니다. 저 언덕을 넘으면 사람들도 많다. 다만 이곳이 조용해서, 네가 몸을 회복하기에 좋기에 우리만 머무는 것이다.”잠시 걷던 백진아는 피곤함을 느끼고 바위 위에 앉았다.고지행도 그녀의 옆에 앉아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 신혼집은 바깥에 있다. 밖에서 살고 싶으면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 되고, 번잡한 게 싫으면 이곳에서 계속 지내도 된다. 어떠냐?”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에 기댔다. 그녀는 하늘 위에서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는 구름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어느새 몰려오는 졸음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고지행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 들고 천천히 돌아섰다.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정교한 오두막을 바라보던 그는 문득 소원을 품었다.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그녀를 안고 끝없이, 끝없이 걸어갈 수 있었으면 하고.백진아는 다시 긴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빛과 그림자가 뒤섞이며 혼란스럽게 엉켜 있었다. 깎아지른 절벽, 거세게 흐르는 강물, 메뚜기 떼처럼 쏟아지는 화살, 핏빛 달, 붉은 안개에 물든 절벽 위의 사람…“아!”곧이어 그녀는 갑자기 비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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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0화

낮에는 밖에 나가 바쁘게 일을 처리했지만, 밤이 되면 꼭 제시간에 돌아왔다. 돌아올 때마다 온몸에서 기쁨이 묻어났다.백진아가 잠들기 전이면, 그는 늘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잘 자.”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도 그의 온화한 얼굴이었다.“깼느냐? 자, 먼저 따뜻한 물부터 마시거라.”백진아는 그의 옅은 보조개를 바라보며 말했다.“살이 좀 빠졌습니다. 보조개도 얕아졌어요.”고지행은 급히 입술을 오므려 보조개를 더 깊게 만들며 말했다.“이러면 더 깊어 보이느냐? 네가 내 보조개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었다.”백진아는 손을 뻗어 그의 보조개를 콕 찌르며 말했다.“정말 예쁘네요. 그러니 너무 무리해서 살 빠지지 마세요.”고지행은 살짝 웃었지만,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너와 혼인할 준비를 하는데 어찌 힘들겠느냐? 너무 기뻐서 잠도 잘 오지 않는다. 혹시… 이 모든 게 꿈일까 봐.”백진아는 웃으며 말했다.“바보 같네요. 이미 약혼했으니 혼례를 올리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렇게까지 기쁠 일입니까?”고지행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그는 곧 웃으며 말했다.“신랑이 되려니 들떠서 그런 거지. 자, 얼른 네 혼례복부터 입어보거라!”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바깥방으로 데려갔다. 탁자 위에는 붉은 혼례복과 봉관, 각종 장신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자, 입어보거라. 혹시 맞지 않는 곳이 있으면 바로 고치게 하마!”고지행은 혼례복을 들어 펼쳤다.혼례복에는 금실과 은실로 봉황이 모란 사이를 날아오르는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고, 반짝이는 보석까지 달려 있어 눈부시게 화려했다.백진아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정말 아름다워요!”고지행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어서 입어보거라.”백진아는 기쁜 얼굴로 팔을 들어 올렸고, 그의 도움을 받아 붉은 예복을 걸쳤다.봉관까지 머리에 얹자, 온몸에서 혼례의 화사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절세 미모도 한층 더 돋보였다.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매끄러웠고, 분위기는 은은한 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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