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 Bab 801 - Bab 810

978 Bab

제801화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고 해도, 백진아는 고지행이 마음속 깊이 눌러 감추고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었기에, 그저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야 사제의 관계도, 친구로서의 관계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그 미묘한 선을 넘는 순간, 앞으로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어색해질 테니까.물론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가짜 죽음을 꾸민 뒤, 고지행이 마련해준 곳으로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그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시간이 흐르면 그는 모든 것을 잊고,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백진아는 호박원으로 돌아가, 늘 하던 대로 먼저 연경곤의 상태를 살폈다.연경곤은 꽤 좋아 보였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회춘당에 다녀왔느냐? 피곤하지는 않고?”“괜찮습니다. 예전에 제가 맡았던 환자들이라 그냥 둘 수 없었어요.”백진아는 시스템의 자동 스캔 진단 기능을 켜고, 그의 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했다.공간 약재에 깃든 영기의 영향인지, 그의 회복 속도는 현대보다도 훨씬 빨랐다.연경곤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짐도 네 환자다. 나 역시 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백진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저는 의덕을 지키는 의원이니까요.”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도 진작 떠났을 것이다.연경곤은 기쁜 기색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모레 월국 황제와 성녀의 약혼식이 있어 우리도 초대를 받았으나, 짐이 거절했다. 날을 정해 수도로 돌아가자꾸나.”그 말을 듣는 순간, 백진아의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아파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말했다.“예.”연경곤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에는 기쁨이 넘칠 듯 차올랐고, 그는 살며시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백진아는 화상이라도 입은 사람처럼 손을 홱 빼며 말했다.“회복은 잘 되고 있습니다. 약 제때 드시고, 푹 쉬세요.”연경곤은 얌전한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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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주변의 암위와 금의위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아는 사람이라 일부러 못 본 척한 걸까, 아니면 정말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백진아는 호기심이 일었다. 그녀는 방 안에 작은 돼지를 대신 눕혀두고, 은신부를 붙인 채 그를 뒤쫓았다.자동 스캔 시스템이 활성화된 덕분에 암위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백진아는 그들을 모두 피해 호박원을 빠져나왔다.빠르게 움직이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발견했다.그의 경공은 평범했고, 걸음걸이도 다소 무거웠다. 그 주변으로는 다섯, 여섯 명의 암위 고수들이 소리 없이 따라붙고 있었다.그들은 일부러 인적이 드문 길만 골라 이동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경계 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그 모습만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도둑질을 하러 가는 게 아니면, 누군가를 몰래 만나러 가는 것이 분명했다.일행은 그대로 임강성 밖 산림으로 들어가더니, 쇄운강 근처의 험준한 절벽 지대에 이르렀다.혹시 월국의 첩자일까? 누군가와 접선이라도 하려는 걸까?백진아는 감히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멀찍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멈춰 서자, 그녀도 더는 접근할 수 없었다.은신부를 쓰고 있다고 해도, 산과 풀숲 사이를 움직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소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숨을 죽인 채 몇 걸음 더 다가가려던 순간, 암위 하나가 경계하듯 주변을 훑었다. 백진아는 그 즉시 공간 안으로 몸을 숨겼다.금색 가면을 쓴 남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산바람이 세차게 불어 그의 망토를 휘날렸고, 그 때문에 백진아의 시야가 가려져 상대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3층의 각종 투시 장비를 사용할 수 있었다. 스캔 기능으로 그의 체형과 몸 상태를 훑는 순간,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백진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사람은… 바로 연경곤이었다!그가 무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뜻밖이었지만, 이런 차림으로 이토록 황량한 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도대체 누구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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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백진아는 속으로 숨을 삼키며, 이내 오늘 이 비밀을 알아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연경곤에게 팔려 오약설에게 넘겨지고도, 끝까지 그를 좋은 사람이라 여겼을 것이다.연경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상관없다. 사람들은 이미 그렇게 짐작하고 있다.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도적이 되는 법. 짐은 이미 황제다. 그런 유언비어가 무엇이 두렵겠느냐?”“당신!”오약설은 분노에 차 비웃음을 흘렸다.“백진아가 이 사실까지 알게 되면 어떨까요? 당신이 그녀에게 품은 감정이 전부 천잠고 때문이라는 걸, 그녀를 죽여 심장을 파낸 뒤 그 천잠고로 목숨을 연장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되어도, 바보처럼 당신을 치료해 줄까요?”“헛소리!”연경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그녀에게는 천잠고가 없다. 상처가 빠르게 아물지 않는 것을 내가 직접 보았다!”백진아는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일선천에서 그가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주었던 그때였다. 그녀는 그의 병을 염려해, 그를 보호하려다 다쳤었다.‘하하. 결국 그것도 모두 연극이었네.’그녀는 배 속 아이조차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그를 지키려 했었다. 참으로 어리석었다!오약설은 사람을 홀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분명 어떤 방법으로 천잠고의 작용을 숨긴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빙령산이나 와룡산 같은 위험한 곳에서 살아남을 리가 없지요. 믿지 못하겠다면, 그녀의 심장을 갈라 직접 확인해 보세요.”연경곤은 느긋하게 말했다.“그녀에게 천잠고가 있든 없든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그녀는 나의 병을 고쳤다. 누구든 그녀를 건드리면, 죽여버릴 것이다.”오약설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싸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좋아요. 그럼 어디 한번 두고 보시지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연경곤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능왕에게 한마디 전할 셈이다. 너는 그를 사랑하는 척하면서 환안고로 그의 얼굴을 흉내 내 우희월을 죽였다. 또 가슴에 상처를 입은 채 백근당으로 변장해 연천능을 암살하려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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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그 역시 공범이었다!연경곤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너가 입을 다물면, 나 역시 입을 다물겠다. 이 일이 세상에 드러나면 가장 먼저 너를 죽이려 드는 건 연천능일 것이다. 그리고 나 또한 널 죽여, 진아 어머니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좋습니다!”오약설은 창백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바로 그 순간, 백진아가 공간에서 튀어나왔다.“이 천한 것! 내가 널 죽여버리겠다!”백진아는 검을 치켜들고 오약설의 등을 향해 찔러 넣었다.검기를 느낀 오약설은 몸을 앞으로 내던지듯 엎드렸다.연검은 그녀의 등을 스치며 옷과 살점을 함께 갈라냈고, 백진아는 곧바로 다시 검을 휘둘렀다.오약설은 땅을 굴러 두 번째 공격을 피했다.‘쨍!’어둠 속에서 그녀의 측근 시녀 네 명이 튀어나와, 세 번째 공격을 검으로 막아냈다.“진아야!”연경곤이 달려와 백진아를 붙잡았다.동시에 숨어 있던 여섯 명의 암위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 두 사람을 둘러쌌고, 성녀의 시녀들이 퍼붓는 공격을 막아냈다.백진아는 분노로 몸을 떨다가, 이내 연경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이 공범 놈, 너도 죽여버리겠다!”연경곤은 재빨리 몸을 틀어 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진아야… 내 말을 들어다오…”백진아가 차갑게 비웃었다.“무공이 제법이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어리석게 목숨까지 걸어 널 지켰지! 네 ‘희생’에 감동까지 했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연달아 검을 휘둘렀다.두 명의 암위가 연경곤을 감싸며 그녀의 공격을 막아냈다.연경곤은 애원하듯 말했다.“진아야, 짐이 잘못했다! 짐이 틀렸어! 짐은 그저 널 너무 사랑했을 뿐이다! 제발 용서해다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 다만… 짐을 떠나지만 말아다오!”백진아는 싸늘하게 말했다.“넌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 네 자신을 사랑했을 뿐이야. 내게 접근한 것도 내 의술 때문이고, 내 몸에 천잠고가 있을 거라 의심했기 때문이잖아!”“아니다, 진아야! 처음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짐은 정말로 널 사랑하게 되었다! 빠져나올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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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우희월을 죽인 장본인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백진아가 그녀를 순순히 놓아줄 리가 없었다.그녀는 곧바로 덩굴을 내던져, 오약설이 타고 있던 거대한 새를 꿰뚫었다. 새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더니 그대로 아래로 급강하했고, 그 위에 타고 있던 오약설과 두 명의 시녀도 비명을 지르며 함께 추락했다.시녀 하나는 새의 날개를 붙잡았고, 다른 하나는 다리를 움켜쥐었다. 오약설은 필사적으로 새의 목을 끌어안은 채 가까스로 매달려 있었고, 그 덕분에 거세게 요동치는 쇄운강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은빛 쟁반 같은 달이 하늘에 걸려 있었고, 절벽은 칼로 내리친 듯 곧게 솟아 있었다. 그 아래에서는 쇄운강이 포효하듯 들끓으며,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괴물처럼 사납게 요동쳤다.사람을 태운 거대한 새는 절벽 사이를 맴돌며 애처롭게 울부짖었다.백진아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는 정신력으로 덩굴을 움직여, 다시 오약설을 향해 찔렀다.오약설은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다른 새 한 마리가 순식간에 날아들어, 거대한 물결에 삼켜지기 직전의 그녀를 낚아채 다시 하늘로 끌어올렸다.백진아가 다시 덩굴을 날렸지만, 다른 두 마리의 새가 가로막아 오약설을 지켰고, 결국 그녀는 강 건너편으로 달아나버리고 말았다.백진아는 곧장 덩굴을 쏘아 반대편 나무에 감아 걸고, 그대로 몸을 날리려 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연경곤이 그녀를 붙잡았다.“진아야, 가지 말거라! 위험하다!”백진아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놓거라!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연경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제발… 혼자 위험을 감수하지 말거라. 짐이 군사를 동원해 복수해 주마!”“어머니의 원수는 내가 직접 갚겠다!”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내공을 실어 팔꿈치로 그의 겨드랑이를 세게 내질렀다.연경곤이 고통에 손을 놓는 순간, 백진아는 화살처럼 튀어나가 강 건너편으로 날아갔다.연경곤은 초조한 눈빛으로 외쳤다.“군사를 모아라! 어서 건너가서 황후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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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그녀는 주술로 짐승들을 순식간에 서로 물어뜯고 죽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어서, 백진아가 미쳐 날뛰는 짐승들에게 쫓겨 이리저리 달아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이렇게 조용히, 흔적도 없이 먹혀 버렸다는 말인가?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오히려 현실감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마치 칼을 솜에 찔러 넣은 듯, 허탈하면서도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였다.백진아가 그녀를 실망시킬 리 있겠는가?그럴 리 없었다!검은 무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작은 산처럼 부풀어 오른 바로 그 순간, 백진아는 즉석에서 만든 고위력 액체 폭탄을 던졌다.‘쾅!’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불길이 하늘을 집어삼킬 듯 치솟았다.짐승들의 처절한 비명이 귀곡성처럼 밤을 찢었다.폭발의 충격에 오약설은 멀리 튕겨 나가 산골짜기에 처박혔다. 뒤이어 부서진 돌과 짐승의 사체 조각들이 비처럼 쏟아져 그녀를 덮쳤다.오약설은 짐승의 피와 내장, 그 안의 오물까지 온몸에 뒤집어쓴 꼴이 되었다.“성녀? 고고한 성녀?”그 순간, 차가운 검날이 그녀의 등 뒤에서 심장을 향해 날아들었다.시체 더미에 파묻혀 피할 수도 없던 오약설은 공포에 질린 채 눈을 크게 떴고, 곧 검이 등을 꿰뚫을 감각을 기다렸다.그러나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백진아의 검이 다른 검에 튕겨 나갔다.“백진아! 죽음을 자초하는구나!”연천능의 차갑고 살기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약설에게는 마치 구원의 소리처럼 들렸다.백진아는 발끝으로 땅을 딛고 순식간에 십여 미터 뒤로 물러나 가볍게 착지했다. 그리고 살기를 품은 채 서 있는 연천능을 바라보았다.불꽃과 연기 사이로 그의 잘생긴 얼굴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백진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흐릿한 달을 올려다본 뒤, 다시 시선을 내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내가 틀렸어요. 당신을 오해했습니다… 당신이 제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했어요.”“생각했다고?”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날카로운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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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오약설은 시체 더미 속에서 기어 나와 흐트러진 옷과 머리를 정리했다. 온몸이 엉망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우아하다고 여기는 듯 연천능의 곁으로 걸어갔다.그녀는 다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뒤, 비웃음을 머금고 백진아에게 말했다.“넌 의원이니 알겠지. 네가 찌른 곳이 바로 심장이었다는 것도, 그대로라면 폐하께서 죽었을 거라는 것도. 내가 제때 호심고로 폐하의 심맥을 지켜냈고, 상처도 아물지 않은 몸으로 주술을 써서 폐하를 치료해 목숨을 살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네가 다시 그를 봤을 때는 이미 구더기가 들끓는 시체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구전환혼초도 마찬가지다. 나 역시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우리가 괴물과 시고를 막아내지 않았다면, 네가 고묘에 들어갈 수나 있었겠느냐? 그 공에 내 몫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연천능이 이내 오약설의 허리를 끌어당겨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고맙다, 설아. 네가 있어 다행이다.”“폐하…”오약설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우린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잖아요. 폐하를 위해서라면 제 목숨도 아깝지 않아요.”연천능은 마치 승리를 과시하는 공작새처럼, 오만한 눈빛으로 백진아를 바라보았다.백진아는 온몸이 떨렸고, 심장은 칼에 베이는 듯 아팠다.그는 결벽증이 있던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의 침상에 잠깐 누웠다는 이유만으로 이불을 갈아치우던 사람이, 지금은 오물 속에서 기어 나온 듯한 오약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끌어안고 있었다.이게 진짜 사랑이구나.마음속의 슬픔은 넘쳐흘렀지만, 이제는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백진아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아랫배가 은근히 당겨왔다.그녀는 살짝 불러온 배를 쓰다듬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었다.메마르고 시큰한 눈을 깜빡인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그래요. 더는 서로 갚을 것도 없으니, 오늘은 저 여인을 살려주겠습니다.”말을 마친 백진아는 그대로 돌아섰다.“멈춰라!”등 뒤에서 연천능의 차갑고 무정한 목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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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연천능은 먹빛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었고, 백진아는 눈처럼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검은 그림자와 흰 그림자. 두 사람은 나뭇가지와 바위를 오가며 맞붙었다. 내지르는 초식마다 치명적이었고, 검끝이 움직일 때마다 서로의 목숨을 노렸다.하지만 결국 백진아의 실력은 한 수 아래였다. 게다가 뱃속의 아이까지 신경 써야 했기에, 그녀는 점점 밀리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바람에 섞인 축축한 물기, 귓가를 때리는 거센 굉음.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낭떠러지 끝까지 몰렸다는 것을 깨달았다.‘뿌우!’변방에서 돌격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돌격하라! 황후를 구출하라! 죽여라!”대량의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현수교를 건너 공격해 왔다.‘둥! 둥! 둥!’전고가 요란하게 울렸다.“적군이다! 막아라!”그러자 월국의 병사들도 일제히 현수교로 몰려들었다.양측은 다리 한가운데서 맞붙었고, 순식간에 치열한 난전이 벌어졌다.병사들은 하나둘 다리 아래로 떨어졌고, 거센 물살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연천능이 검을 찔러 넣으며 비웃었다.“황후? 대량의 황후라니!”백진아는 순간 흠칫했지만, 곧 그의 검을 튕겨내며 지지 않고 받아쳤다.“월국 황후가 아니면 된 것 아닙니까? 당신의 황후는 성녀 오약설이니까?!”연천능이 넓은 소매를 휘두르자, 강한 기운이 백진아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는 몸을 뒤로 젖혀 가까스로 피했다.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었다.몸을 완전히 뒤로 눕히면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뱃속의 아이 때문에 그녀는 그런 동작을 할 수 없었다.잠깐의 망설임 사이, 검끝은 이미 그녀의 가슴에 닿아 있었다.백진아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차라리 맞받아칠 생각을 했다.하지만 그의 검은 그녀의 살을 뚫기 직전, 그대로 멈춰 섰다.이내 백진아의 마음 한구석에 아주 희미한 기쁨이 스쳤다.‘아직 나를 조금은 신경 쓰는 걸까? 끝내 나를 죽일 수는 없는 걸까?’그러나 그는 곧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움켜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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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어떻게 증명하지?”그 짧은 말이 번개처럼 갈라져, ‘쾅, 쾅, 쾅’ 소리와 함께 백진아의 심장을 내리쳤다.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던 한 가닥 지푸라기마저 끊어지는 순간이었다.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렸고, 감당할 수 없는 모욕감이 밀려왔다.백진아의 눈동자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사랑도, 증오도, 정과 원한도… 그 무엇도 남지 않았다. 죽은 듯 황량한 공허만이 남았을 뿐이었다.마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 같았다. 그도, 자신도, 뱃속의 아이마저도.연천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서서히 스며들었다.‘이 여자… 왜 이러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를 드러내며 맞서고 있었는데?’‘컹!’사나운 개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네 마리의 맹견이 백진아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성녀전에서 기르던 그 개들이었다. 송아지만 한 몸집에,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이고 있었다.연천능은 급히 그녀를 놓고 검을 휘둘러 개들을 베어냈다.차갑고 축축한 공기가 한꺼번에 목 안으로 밀려들자, 백진아는 본능적으로 격렬하게 기침했다.그녀는 절벽 끝,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흰 옷자락은 거칠게 휘날렸고, 등 뒤에는 만 길 낭떠러지가, 그 아래에는 포효하는 쇄운강이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완전한 빈틈이 보였다.숲속에서 수많은 화살이 그녀를 향해 쏟아졌다.시력이 뛰어난 백진아는 보았다. 큰 나무 뒤에 숨어 활을 겨누고 있는 오약설을.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승리의 미소까지도.연천능은 맹견 하나의 목을 베어낸 뒤 돌아섰다. 그리고 십여 개의 화살이 백진아의 몸을 꿰뚫는 장면을 보았다.그가 분노에 차 외쳤다.“진아야! 피하거라!”그녀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신비한 능력으로 피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화살의 충격에 그녀의 몸이 뒤로 날아올랐다. 마치 떨어지는 구름 한 조각처럼…“진아야!”그러자 연천능이 서둘러 몸을 날리며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쫙!’천이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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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진아야!”연천능은 발을 헛디디며 그대로 뛰어내리려 했는데, 누군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폐하! 폐하!”오약설과 무진이었다.두 사람이 그를 끌어올리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천능은 다시 뛰어내리려고 했다.오약설이 그를 껴안고 울부짖었다.“폐하! 월국의 백성들을 생각하셔야 합니다!”연천능은 한 손에 손바닥만 한 아기를 안은 채, 다른 손으로 장풍을 날려 그녀를 밀쳐냈다.오약설은 나무에 부딪힌 뒤 튕겨 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피를 토하더니 그대로 기절했다.그러나 무진과 뢰일, 운일, 풍일, 전일이 동시에 달려들어 그를 붙잡았다.“폐하, 다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폐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희는 어찌합니까? 대량을 떠나 월국까지 따라온 십만 정예 병사들은 또 어찌한단 말입니까!”“폐하, 부디 통촉하소서!”주변의 부하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비켜! 모두 비켜!”연천능은 미친 짐승처럼 날뛰며, 온 힘을 다해 그들을 내리쳤다.무진은 피를 토하면서도 필사적으로 그를 붙잡았다. 그러다 그의 손에 들린 피투성이 아기를 보고 다급히 외쳤다.“폐하! 지금은 공주님을 살리는 것이 먼저입니다!”연천능이 몸부림치는 사이 아기가 건드려졌는지, 힘없는 고양이처럼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그 순간 연천능은 무너지듯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신의 손안에서 꿈틀거리는 작은 생명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아기… 아기…”무진이 재빨리 말했다.“폐하, 공주님부터 살리셔야 합니다! 백… 황후마마께서도 반드시 돌아가셨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오랜 세월 함께한 만큼, 그는 연천능을 잘 알고 있었다.운일도 급히 거들었다.“예전에 폐하의 어머님께서도 절벽에서 떨어지셨지만 살아 돌아오셨습니다. 지금 바로 강을 따라 찾으면… 찾을 수도 있습니다.”살아 있을지, 죽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연천능은 차갑게 명령했다.“여봐라! 모두 쇄운강을 따라 수색하라!”그 틈을 타 정신을 차린 오약설이 몸을 일으켜 도망치려 했지만, 연천능이 발견하고는 재빨리 명령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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