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둔한 사람이라고 해도, 백진아는 고지행이 마음속 깊이 눌러 감추고 있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었기에, 그저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야 사제의 관계도, 친구로서의 관계도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그 미묘한 선을 넘는 순간, 앞으로는 얼굴을 마주하는 것조차 어색해질 테니까.물론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가짜 죽음을 꾸민 뒤, 고지행이 마련해준 곳으로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그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시간이 흐르면 그는 모든 것을 잊고, 다른 여인을 사랑하고, 가정을 이루게 될 것이다…백진아는 호박원으로 돌아가, 늘 하던 대로 먼저 연경곤의 상태를 살폈다.연경곤은 꽤 좋아 보였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회춘당에 다녀왔느냐? 피곤하지는 않고?”“괜찮습니다. 예전에 제가 맡았던 환자들이라 그냥 둘 수 없었어요.”백진아는 시스템의 자동 스캔 진단 기능을 켜고, 그의 몸 상태를 전반적으로 확인했다.공간 약재에 깃든 영기의 영향인지, 그의 회복 속도는 현대보다도 훨씬 빨랐다.연경곤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짐도 네 환자다. 나 역시 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백진아는 잠시 멈칫했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그럼요. 저는 의덕을 지키는 의원이니까요.”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도 진작 떠났을 것이다.연경곤은 기쁜 기색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모레 월국 황제와 성녀의 약혼식이 있어 우리도 초대를 받았으나, 짐이 거절했다. 날을 정해 수도로 돌아가자꾸나.”그 말을 듣는 순간, 백진아의 가슴이 칼에 찔린 듯 아파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말했다.“예.”연경곤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에는 기쁨이 넘칠 듯 차올랐고, 그는 살며시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백진아는 화상이라도 입은 사람처럼 손을 홱 빼며 말했다.“회복은 잘 되고 있습니다. 약 제때 드시고, 푹 쉬세요.”연경곤은 얌전한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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