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가 온화전을 벗어나 상희궁으로 향해 달렸다. 급히 걸음을 서두르던 중, 호숫가를 끼고 지나는 길목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놀란 마음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때, 나무 사이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조용히 걸어 나왔다. 젖은 옷자락을 흩날리며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여수아였다. 그녀를 보는 순간, 연수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버렸다.“너… 너 뭐 하려는 것이냐?”여수아는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낮에 날 밀어 넣을 때는 꽤 당차더니 왜 이렇게 벌벌 떠는 것이냐?”연수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했다.“난… 난 귀비마마의 사람이다. 감히 건드리기만 해도…!”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수아는 몸을 날리듯 다가가 단 두 걸음 만에 그녀를 호수 속으로 밀어 넣었다.철썩—연수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밤이 되면 호숫가 이 길은 순찰 병사 외에는 아무도 다니지 않는 음산한 곳이었다. 깊은 물가, 조명 하나 없이 어두운 이곳에서 실족해 빠지기라도 하면 구조를 부를 이조차 없었다. 매년 몇 명이 익사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이곳은 궁의 사각지대였다.여수아는 물가에 서서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귀비마마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느냐? 주인이 실수하면 하인은 죽는다. 그게 이 궁의 도리 아니더냐?”연수는 물을 들이켰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살…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저 명을 따랐을 뿐이옵니다… 제발…”여수아는 고요히 말했다.“우린 그저 이런 말을 한다. 원한은 그 주인에게, 빚은 빚쟁이에게 갚으라고 한다고. 네가 내 목숨을 취하지 못했으니 나도 너의 목숨까진 취하지 않으마.”그러고는 숲으로 들어가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와 물속에 드리웠다. 연수가 그 가지를 꽉 잡자 여수아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끌어올렸다.연수는 숨을 헐떡이며 무릎을 꿇고 앉아 연신 기침을 쏟아냈다. 춥고 두려워 전신이 떨렸지만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눈 속에는 적개심이 들끓고 있었다. 기침을 가장한 척 그녀는 갑자기 여수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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