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휘는 아무 말 없이 물러섰고 그 환관은 더 이상 여수아를 붙잡지 못한 채 그저 그녀의 뒷모습을 곁눈질로 오래도록 훑어보았다. 곧이어 야간 순찰을 돌던 금위군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소휘는 몇 마디 간단히 묻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궁중에는 후궁과 궁녀가 무수히 많았다. 그러기에 해 내관이 여인을 보는 눈은 조모관 마담 못지않게 실로 날카로웠다. 여수아가 시녀라고는 하지만 그 여인은 몸매 하나는 기가 막히게 눈에 띄었다.해 내관은 곰곰이 곱씹었다. 청루 출신이라는 말이 헛되지 않군. 비록 헐렁한 옷차림이었지만 그의 눈은 능숙히 여수아의 허리와 엉덩이선을 가늠했다. 그녀의 걸음걸이에는 요염함이 없었음에도 묘한 운치가 있었다.소휘가 물러나자 해 내관도 아첨의 웃음을 거두고는 익숙하고도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가자.”며칠간 정탐을 벌인 끝에 여수아는 소휘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확인했다. 어전 동남쪽에는 실제로 유진원이라는 정원이 있고 그 안에는 다섯 채의 장보루가 자리하고 있었다.보통의 금은보화는 국고로 직송되지만 유진원의 장보루에는 오직 각국에서 진상한 기이한 보물이나 예로부터 전해진 귀한 유물만이 보관되었다. 희귀 고서와 진귀한 서화는 물론, 일류 도자와 옥공예, 천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약재, 각국의 진수와 사슴의 뿔까지. 그녀는 언젠가 그 유진원에 반드시 발을 들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여수아와 아여는 궁 밖에서 들어온 이들이었다. 아여의 시녀 행세를 하는 여수아는 궁녀들과는 다른 복장을 하고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여수아는 악동이에게 궁녀 복장을 하나 구해오라 부탁했다. 궁녀 차림을 하면 궁궐 안을 돌아다니기 수월해질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 옷을 입으면 얼굴과 목의 색이 확연히 다르다는 게 눈에 보였다. 궁녀 복식은 목선을 드러내는 법. 결국 그녀는 목에도 같은 칠을 더해야 했다. 소휘만 얌전하게 있어 준다면 그 자국은 며칠 내로 사라질 것이다.그러던 어느 날, 여수아가 이 복장을 시험 삼아 입어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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