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여가 상 귀비의 침소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고 곁에는 유모와 궁녀들이 상 귀비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빗으며 마지막 손질을 도와주고 있었다.아여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상 귀비는 한마디 말도 없이 거울만 바라본 채 단장을 이어갔고 아여는 말없이 계속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한참이 지나자 상 귀비는 해 내관의 부축을 받으며 부드럽게 일어선 후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아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왔구나.”“마마께서 부르셨으니, 어찌 감히 태만히 할 수 있겠사옵니까?”아여는 낮게 고개를 숙이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상 귀비는 가늘고 매끄러운 손을 들어 올렸다. 궁녀가 조심스레 단홍색 연지를 들고 손끝을 물들였다. 그녀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듣자 하니 요즘은 매일같이 황상 곁을 지킨다더군. 사실인 것이냐?”아여는 속이 서늘했지만 최대한 조심스레 대답했다.“황상께서 민녀를 부르신 것은 오늘 마마께서 민녀를 부르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사옵니다. 다만, 민녀의 거문고가 잠시 지루함을 덜 수 있을까 하여...”“그래?”상 귀비가 그녀의 말을 끊고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전하께서 밤에 너의 온화전에 들어가셨던 것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느냐?”아여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마마,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민녀는 황상께서 따로 찾아오실 줄 몰랐사옵니다. 감히 폐하를 넘보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사옵니다.”그때, 궁녀 하나가 실수로 상 귀비의 손을 스치자 그녀의 손등이 연지로 얼룩져 버렸다. 손가락을 내려다 본 상 귀비의 시선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런 간단한 일도 제대로 못 하다니. 끌어내거라.”“마마,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그 궁녀는 끌려가며 연신 목숨을 구걸했다. 상 귀비는 다시 아여를 돌아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황상께 몸이 안 좋다고 말했던 그날 말이다. 그 말속에 황상을 부르자는 뜻이 담겨있었던 것은 아니었느냐?”아여는 고개를 저었다.“민녀는 감히 그런 뜻을 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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