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간신은 오늘도 나를 죽이려 한다: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아여가 상 귀비의 침소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아 있었고 곁에는 유모와 궁녀들이 상 귀비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빗으며 마지막 손질을 도와주고 있었다.아여는 조용히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상 귀비는 한마디 말도 없이 거울만 바라본 채 단장을 이어갔고 아여는 말없이 계속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다. 한참이 지나자 상 귀비는 해 내관의 부축을 받으며 부드럽게 일어선 후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아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왔구나.”“마마께서 부르셨으니, 어찌 감히 태만히 할 수 있겠사옵니까?”아여는 낮게 고개를 숙이며 또박또박 대답했다. 상 귀비는 가늘고 매끄러운 손을 들어 올렸다. 궁녀가 조심스레 단홍색 연지를 들고 손끝을 물들였다. 그녀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듣자 하니 요즘은 매일같이 황상 곁을 지킨다더군. 사실인 것이냐?”아여는 속이 서늘했지만 최대한 조심스레 대답했다.“황상께서 민녀를 부르신 것은 오늘 마마께서 민녀를 부르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사옵니다. 다만, 민녀의 거문고가 잠시 지루함을 덜 수 있을까 하여...”“그래?”상 귀비가 그녀의 말을 끊고 눈을 가늘게 떴다.“그럼 전하께서 밤에 너의 온화전에 들어가셨던 것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느냐?”아여는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마마, 자비를 베풀어주시옵소서. 민녀는 황상께서 따로 찾아오실 줄 몰랐사옵니다. 감히 폐하를 넘보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사옵니다.”그때, 궁녀 하나가 실수로 상 귀비의 손을 스치자 그녀의 손등이 연지로 얼룩져 버렸다. 손가락을 내려다 본 상 귀비의 시선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런 간단한 일도 제대로 못 하다니. 끌어내거라.”“마마,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그 궁녀는 끌려가며 연신 목숨을 구걸했다. 상 귀비는 다시 아여를 돌아보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황상께 몸이 안 좋다고 말했던 그날 말이다. 그 말속에 황상을 부르자는 뜻이 담겨있었던 것은 아니었느냐?”아여는 고개를 저었다.“민녀는 감히 그런 뜻을 품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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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하지만 여수아는 점점 불길한 느낌에 휩싸였다. 분명 후궁들을 위한 연주 자리라더니 아직 연회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아여를 돌려보냈다고?그제야 여수아는 내내 보이지 않던 해 내관이 생각나자 불현듯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곧장 지난번에 갔던 후원 쪽 외진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상시궁에 사람들이 많아 다행히 그 누구도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한편 해 내관은 아여를 데리고 상시궁 안채에서 나와 정문이 아닌 후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해 내관 출구는 저쪽이지 않사옵니까?”해 내관은 앞서가며 말했다.“앞쪽에는 귀한 분들이 모여 계시옵니다. 한데 감히 그 앞을 지나시겠다는 뜻이옵니까? 본디 귀비마마께서는 그분들 앞에서 연주하시라 했지만 이제 마음이 바뀌셨사옵니다. 이런 몸으로는 뒷길이 더 어울리지 않겠사옵니까?”그러자 아여는 조용히 말했다.“제 시녀가 아직 밖에서 기다리고 있사옵니다.”해 내관은 가냘픈 음성으로 쏘아붙였다.“무엇을 그리도 걱정하시는 것이옵니까?”아여는 마음을 다잡고 해 내관을 따라 후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발길은 점점 인적이 드문 후원으로 이어졌고 주위 풍경도 음산해지기 시작했다. 아여는 겉으로 담담한 얼굴을 유지했지만 그녀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지난번 궁에 돌아온 후, 그녀는 악동이를 통해 해 내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겉보기와는 달리 그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궁녀들을 협박하고, 때로는 넘지 말아야 할 선도 서슴없이 넘어버렸다. 그래서 만약 상시궁에 다시 가야 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해 내관은 피하라고 당부 받았던 것이다. 그가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낸다면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불길한 생각에 사로 집힌 그녀는 이내 발걸음을 멈추었다.해 내관은 그녀가 뒤처진 걸 눈치채고 뒤돌아보며 물었다.“육 아가씨?”아여는 얌전히 인사하며 말했다.“내관, 문득 귀비마마께 전하지 못한 일이 하나 생각났는데 지금 다시 돌아가 말씀드려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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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여수아는 곧장 후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정적이 감도는 그곳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익숙하게 해 내관의 후원을 향해 걸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한없이 텅 비어 있었다.성큼성큼 다가가 열린 문을 밀고 들어섰을 때 여수아의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실내에 희미하게 감도는 피비린 내.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싸늘한 기운.그녀의 시선은 흐트러진 침상 위로 옮겨졌다. 흩어진 이불 아래, 길게 흐드러진 머리카락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아래로 하얗게 드러난 발끝과 종아리가 눈에 거슬릴 만큼 선명했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여수아는 조심스레 다가가 침상 가장자리에 앉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윽고 손을 뻗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만졌다. 그러자 푸르게 멍든 아여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녀의 눈길이 이불 위로 옮겨졌다. 축축이 땀이 밴 천, 그리고 흐트러진 아래… 손끝을 떨며 이불을 젖혔을 때 그녀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졌다. 아여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다.얼마 뒤, 아여가 눈꺼풀을 살짝 떴다. 여수아가 온 것을 알아챈 그녀는 마른 입술을 떨며 나지막이 말했다.“아가씨 말대로… 귀비마마께 정직하게 다 말씀드렸사옵니다. 한데… 소용이 없더군요.”목소리에는 지친 숨결과 함께 견딜 수 없는 허무함이 어른거렸다. 여수아는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를 주워 아여의 몸을 안고 일으켰다.“송구하옵니다… 제가 쓸데없는 조언을 했군요.”아여는 그녀의 품에 기대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아니옵니다. 이건… 아가씨의 탓이 아니지요. 이 궁이라는 곳은 애초에 말이 통하는 곳이 아니잖습니까.”여수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아여의 옷매무새를 정성스레 여몄다. 그녀가 다시 몸을 조금 움직이자 아여는 고통이 밀려왔는지 숨을 들이켰다.“저는 뒤편으로 끌려왔사옵니다.”여수아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는 조용히 그녀를 안고 방을 나섰다. 가냘픈 아여의 몸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다만 지금 그녀의 몸에는 상처가 심했기에 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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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아여는 눈을 뜨자 몸의 고통이 한결 누그러진 것을 느꼈다. 그녀는 여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아가씨, 방금 좋은 꿈을 꾸었사옵니다.”여수아가 물었다.“무슨 꿈이었사옵니까?”아여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창백한 얼굴로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시골 들판에 꽃이 만발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꿈이었사옵니다. 공기 중에는 맑고 은은한 향이 감돌고 있더군요.”그녀가 잠든 동안 여수아는 상태를 살펴 가며 맞춤 약재로 약고를 새로 조제해 두었다. 입궁 전 미리 준비해 온 상비약들은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거의 쓰지 않는 거문고 아래의 비밀함에 숨겨두었던 것이다. 아여의 상처는 심각했기에 약의 농도와 용량을 다시 조절해가며 정성껏 바르기 시작했다.여수아는 조심스레 약고의 뚜껑을 열고 얼굴에 퍼진 멍 자국부터 천천히 닦아주며 말했다.“잠시 뒤에는 온몸에도 발라야 하옵니다. 통증을 가라앉히고 멍을 삭히는 약이지요.”아여는 약의 향을 맡고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그 향… 아가씨 손에서 나던 그 향이었군요.”그녀는 여수아가 자신의 얼굴에 약을 발라주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아가씨는… 제가 기녀 출신이라 싫진 않으시옵니까?”여수아는 담담히 말했다.“싫지 않사옵니다. 제가 사내였다면 낭자를 제 집에 들였을 것이옵니다.”아여는 웃음을 터뜨리다 그만 상처가 난 곳에 힘을 준 덕에 다시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아가씨는 사내를 잘 모르시옵니다. 사내들은 기녀와 꽃놀이하는 건 좋아해도 그런 여자를 집에 들이진 않지요.”여수아는 약을 바르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세상에 그런 남자만 있는 건 아니옵니다. 그런 놀이에 흥미 없는 이들도 많지요. 좋은 사내는 분명 있사옵니다.”아여는 놀란 듯 말했다.“그런 말, 아가씨 입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사옵니다. 혹시 아가씨도 그런 것을 꿈꾸시는 것이옵니까?”여수아는 씁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꿈꾸진 않사옵니다. 한데 세상에 나쁜 사내들만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요.”그녀는 약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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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상희궁은 원래 경비가 삼엄한 곳이었다. 드나드는 내외의 궁인과 무수한 하인들, 그들을 감시하는 병사들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교대가 이뤄졌기에 모두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곳의 시위들은 얼굴보다 허리에 걸린 요패를 먼저 본다.여수아는 미리 변장을 마친 뒤 시위 앞에서 요패를 꺼내 보였다. 그 요패는 오늘 그녀를 인도했던 궁녀의 허리에서 슬쩍 빼낸 것이었다. 그 궁녀는 낮 동안의 소란스러운 잔치를 마치고서야 자신의 요패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상희궁 출입에 필수인 물건이 사라졌다는 사실은 그녀를 한나절 내내 궁문 근처에도 얼씬 못 하게 만들었다. 함부로 나섰다가는 벌을 받을 수도 있었기에 감히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그 틈을 타, 여수아는 아무 거리낌 없이 궁 안으로 들어섰다.그 시각, 해 내관은 아직 상희궁 안쪽, 귀비의 침전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귀비가 잠자리에 들고 나서야 그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방에 들어서자마자 등잔을 켠 그는 눈앞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그 인물이 육 아가씨 곁에서 시중을 드는 궁녀라는 것을 알아보고는 몹시 기뻐했다.그는 곧장 문으로 가서 빗장을 걸어 잠갔다.“이년, 감히 남의 처소에 무단으로 들다니! 이 궁문은 또 어찌 넘은 것이냐?”그의 목소리는 짐짓 분노를 가장했으나 속내는 이미 음험한 생각으로 부풀어 있었다. 여수아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몰래 들어온 것이 맞사옵니다. 다만 내관께 꼭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 이렇게 무례를 범했지요”해 내관은 그녀의 태도에 더욱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부탁이라... 도대체 무슨 일로?”“오늘 저희 아가씨께서 크게 다치셨사옵니다. 아가씨께서 귀비마마를 거슬렀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다면 마마께 해를 끼치려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옵니다. 내관께서 이 말씀을 마마께 전해주신다면...”여수아는 순진한 말투와 정직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해 내관은 그녀를 아래위로 훑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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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그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조용히 가라앉아 있던 상희궁은 마치 끓는 솥단지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궁녀와 환관들은 더 이상 잠자리에 들 수 없어 등롱을 들고 분주히 뛰어다녔다.여수아는 그 틈에 섞여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희궁을 빠져나가기 직전, 낮에 자신을 인도해 주었던 그 어린 궁녀와 마주쳤다. 둘은 정면으로 부딪쳤고 궁녀는 허겁지겁 사과를 내뱉고는 제 무리 속으로 쫓기듯 달려가 버렸다.여수아는 속으로 그 ‘자객’에게 깊은 감사를 보냈다. 적절한 때에 벌어진 이 소란 덕분에 그녀는 인파에 몸을 숨기고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문제의 요패도 원래 주인에게 조용히 돌려놓았다.한편, 막 잠자리에 들었던 상 귀비는 급히 궁인을 통해 자객의 침입 소식을 들었다.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자, 경호를 맡은 내관들과 병사들이 둘로 나뉘어 한 편은 그녀를 호위하고 다른 편은 자객을 추격하러 나섰다. 상희궁은 순식간에 무기와 횃불, 구령 소리로 뒤덮였다.모든 궁인들이 동원되어 자객을 찾았고 마침내 검은 그림자 하나가 하인들이 묵는 처소 쪽으로 쫓겨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 그림자는 이윽고 한 방 안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병사들이 그 방이 딸린 뜰을 삼엄하게 포위했다. 허둥지둥 달려온 내관이 상 귀비 앞에 엎드리며 아뢰었다.그녀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지친 기색을 내비쳤다.“잡았느냐?”내관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자객이 해 내관의 방으로 뛰어들었사옵니다. 한데 들어간 이후로는 아무 기척이 없사옵니다.”“아직도 안 잡았단 말이냐?”“방이 봉쇄된 채로 자객은 그 안에 갇혀 있을 것이옵니다. 다만 해 내관이 안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상 귀비는 짜증이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걸 왜 본궁에게 묻느냐. 당장 잡거라.”명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일제히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러나 방 안은 적막에 휩싸였고 바닥에는 쓰러진 시신 한구만이 남아 있었다.상 귀비는 침전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상희궁을 지휘하는 병사 대장이 스스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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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소휘는 여수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가?”여수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그의 말을 되받았다.“제대로 된 이유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옵니까?”소휘는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별다른 이유 없이 여기서 손이나 씻고 있으니 나도 이유 없이 널 걷어차려던 건데.”여수아는 언성을 높이며 반문했다.“제가 손 씻는 게 무슨 폐가 되었다고 그러시옵니까? 오히려 문제는 나리시지요. 이 늦은 밤에 어째서 궁 안에 있는 것이옵니까? 규칙 위반 아니옵니까?”소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상희궁에서 자객이 나타났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시간까지 왜 궁에 남아 있겠느냐? 그리고 나는 그 자객이 너인 것 같아서 말이지.”여수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저는 상희궁과는 전혀 관련이 없사옵니다.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소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왜 손을 씻고 있는 것이냐?”여수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뒷간 좀 다녀왔사옵니다. 그러니 손을 씻는 건 당연하지 않사옵니까?”소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대꾸했다.“잘 되었구나. 마침 나도 뒷간 가려던 참이었는데... 안내 좀 해주거라.”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불빛이 번쩍이고 곧 금위군 한 무리가 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나리께서 이 야심한 시각에 궁녀랑 이러고 있는 모습이라도 비친다면 나리의 명예에 누가 될 것이옵니다. 그러니 전 물러가는 게 좋겠사옵니다.”소휘는 가볍게 쏘아붙였다.“난 네 다리를 붙잡은 적 없다. 네가 내 다리 붙잡고 늘어진 것이지.”여수아는 순간, 자신이 얼마나 비굴하게 매달렸는지를 자각했다. 그가 자신을 호수로 걷어차지 못하게 하려고 두 다리를 꼭 끌어안았던 그 자세.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이지 졸렬하고 처절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놓아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언제든 자기를 호수에 밀어 넣을 수 있는 인간이었으니까.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의 다리를 따라 손을 옮기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더듬거리며 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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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금위군은 다시 자객을 쫓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졌고 횃불의 불빛도 점점 멀어지며 숲속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지금 이곳에는 여수아와 소휘, 단 둘뿐이었다.이런 상황이 되면 여수아는 본능적으로 소휘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곧장 몸을 돌려 걸어 나가려던 그때, 뒤에서 소휘의 목소리가 담담히 들러왔다.“내일 상 귀비께 말씀드릴까 한다. 네가 그 궁 안에서 총관을 죽였다고 말이다. 그분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지 않느냐?”여수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나리도 참… 농이 지나치시옵니다. 궁녀 하나 따위가 무슨 능력으로 그런 일을 한다는 말씀이옵니까?”소휘는 흘깃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상 귀비가 그걸 농이라 여기지 않는다면 그걸로 족하지.”여수아는 이를 악물고 받아쳤다.“이렇게 죄 없는 사람에게 누명 씌우는 게 나리 방식이옵니까? 어쩐지 세상 사람들이 다 욕한다 했사옵니다.”소휘는 태연하게 말했다.“욕이든 칭찬이든 상관없다. 널 조사하는 건 진실을 밝히는 절차일 뿐. 그리고 마침 지난번 유진원 야습 사건도 이걸로 끝맺으면 되겠구나.”여수아는 분명히 말했다.“그 사건은 이미 끝났잖습니까. 강도였던 자가 범인으로 밝혀졌지요.”소휘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끝났다고 내가 뒤집지 못할 줄 아느냐?”여수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되물었다.“그래서 나리께서는 무엇을 원하시는 것이옵니까?”소휘는 천천히 다가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넌 궁에 왜 들어왔느냐?”그녀는 속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직접 묻는 걸 보니 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여수아는 뻔뻔하게 답했다.“제가 원해서 들어온 게 아니라 황상께서 부르셨잖습니까? 부르시지 않았으면 발도 안 들였을 텐데 말이옵니다.”소휘는 말없이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말했다.“지난번 유진원에서… 자극적인 장면에 정신이 팔려 정작 궁금한 걸 놓쳤었다. 넌 대내고수들을 어떻게 따돌렸느냐?”여수아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실은 유진원에 간 적이 없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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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여수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뜰을 지나 문을 열고 온화전 안으로 들어섰다.뜻밖에도 침실 안에는 아여가 이불을 끌어안은 채 침상에 앉아 있었고 막 잠에서 깬 듯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그녀는 여수아가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마음을 놓은 듯했다.아여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가씨, 어디 다녀오셨사옵니까? 잠깐 눈을 붙였다가 깼는데 아가씨가 보이지 않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옵니다.”그녀는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낫지 않은 것 같았다. 여수아가 잠깐 자리를 비운 것만으로도 이렇게 불안에 떠는 것을 보면 말이다.여수아는 평온한 어조로 답했다.“잠깐 뒷간에 다녀왔사옵니다. 오늘 먹은 게 탈이 났는지 배가 아파서 좀 오래 걸렸군요.”“괜찮사옵니까?”아여가 걱정스레 물었다.“이제는 괜찮사옵니다. 오히려 몸이 훨씬 가벼워졌지요.”여수아는 그렇게 말하며 병풍 뒤로 가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아여 옆에 함께 누웠다.“이제 푹 주무십시오.”하지만 밤이 깊도록 아여는 좀처럼 잠들지 못한 채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았사옵니다”여수아는 담담히 말했다.“궁에서는 밤마다 시위가 순찰을 도니까 그렇지요. 늘 있던 일이니 놀라실 필요 없사옵니다.”그렇게 어지러웠던 궁 안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조금씩 고요를 되찾았다.밖에서 서서히 아침이 밝아오자 아여는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어제의 통증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고 여수아가 들고 온 놋거울로 얼굴을 비춰 보니 볼에 퍼졌던 멍 자국도 거의 사라져 있었다. 다만 창백한 얼굴빛만은 여전했다.“아가씨의 약은 정말 신기하긴 하옵니다.”아여가 말하자 여수아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웃었다.“효과만 있으면 된 것이지요.”전날의 소란을 겪었음에도 여수아가 곁에 있어준 덕분에 아여는 비교적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성격이 밝고 마음이 트인 아이였기에 금세 기운이 돌아오는 듯했다.잠시 후, 소식에 빠른 궁인 악동이가 아침상을 들고 찾아왔다. 그는 어김없이 어젯밤 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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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상 귀비는 전날 밤 잠을 설친 탓에 이튿날 아침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늘 곁을 지키던 해 내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그 허전함이 쉽게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상 귀비는 원래부터 의심이 많고 경계심이 깊은 사람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엷은 의혹이 떠다니고 있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육 아가씨라는 여인을 해 내관에게 넘겨 처분하게 했는데 하필 그날 밤 그가 세상을 떠나다니. 이건 너무 절묘하지 않은가?그러나 이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 여자가 해 내관 손에서 반쯤 죽어 나갔다면 상희궁을 침범할 힘 따위 남아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어젯밤 침입한 자객은 사내라 하지 않았던가?고작해야 기생 출신이니 개미 한 마리만도 못한 존재일 것인데. 그렇게 그녀의 의심은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해 내관의 시신은 즉시 궁 밖으로 옮겨져 조용히 처리되었고 상희궁에는 새로운 환관이 곧바로 임명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궁중에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젯밤 침입했던 자객은 다름 아닌 ‘채화적’, 미인을 노리고 궁에 침입한 대담한 놈이라는 이야기였다.이 말은 겉으로 보기에 상 귀비의 미색을 칭송하는 말이었지만 그가 탐낸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이에 상 귀비는 궁 안의 상하 모두에게 엄명을 내렸다. 앞으로는 누구도 이 이야기를 입에 올려선 안 된다고.아여는 아직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황제의 부름을 여러 차례 사양하였다. 이제는 거절하는 태도도 제법 익숙하고 우아해져서 예전처럼 두려움에 떨지도 않았다. 오히려 곁에서 매번 전갈을 물고 다니던 악동이가 더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여수아가 조용히 물었다.“이제는 무섭지 않사옵니까?”아여는 잔잔히 웃으며 대답했다.“뭐가 무섭겠사옵니까. 폐하께서 저를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결국에는 저를 필요로 하시잖습니까?”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전에는 이도 저도 다 신경 쓰느라 숨조차 제대로 못 쉬었사옵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는 반드시 덮쳐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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