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간신은 오늘도 나를 죽이려 한다: Bab 51 - Bab 60

100 Bab

제51화

문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고 그 충격에 문짝이 덜컹덜컹 두어 번 흔들렸다. 곤이는 그 광경을 못 본 척하며 그대로 문 앞에 우뚝 서 있었다. 마치 문신이라도 되는 양 꼼짝 않고 말이다.곧이어 문이 두세 번 더 흔들리며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이내 방 안에서는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도 섞여 들렸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들이닥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지난번 소휘가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다음 날 피를 토했던 일이 떠올라 결국 그는 조심스럽게 한마디 일러두었다.“몸이 우선이옵니다.”잠시 후, 귀가 밝은 곤이는 방 안에서 옷이 찢기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수아가 신음을 삼키는 소리도 잇따라 들려왔다.소휘가 몸을 덮쳐오자 여수아는 반사적으로 다리를 들어 그의 아랫배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 정도 힘으로는 그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그는 가볍게 다리를 붙잡아 자신의 팔에 감싸안았다. 그러더니 두 사람의 몸을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바짝 붙여 버렸다.여수아는 어리둥절했다. 어쩌다 지난번처럼 또다시 수세에 몰린 채 말려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끊임없이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히자 그녀는 필사적으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이렇게 한쪽 다리 들고 서 있는 건 싫사옵니다.”문밖의 달빛이 그녀 눈동자에 스며들었다. 희미한 꽃 그림자가 그녀 눈동자 안에서 흔들렸다. 하지만 소휘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가 그녀의 입술에 머물자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여수아는 숨이 멎는 듯한 느낌에 본능적으로 그를 세게 깨물었다. 그는 입술을 핥으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소휘가 아니었다. 그는 입을 열더니 곧바로 여수아의 목덜미를 꽉 깨물었다.“정말… 미친 개인 것이옵니까?”그는 한 마리 굶주린 짐승 같았다. 내일 그녀는 입궁해야 하는데 이딴 짓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분에 찬 여수아는 그대로 그의 이마에 머리를 들이받고 온몸의 힘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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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여수아는 그를 바라보다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쉰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사람들이 저를 보지 못하게 하려고 이러시는 것이옵니까? 설마, 황상께서 저를 마음에 둘까 봐 겁이라도 난 것이옵니까?”소휘는 부정하지 않았다.“황상께서 널 눈여겨보게 해서는 안 된다. 네가 궁에서 기회를 잡고 출세하는 것은 내가 용납할 수 없거든.”여수아는 차분히 물었다.“제가 나리한테 걸림돌이 되기라도 하옵니까?”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녀는 그에게 어떤 방해도 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왜 자기에게 이렇게까지 시비를 거는 걸까?“아직은 아니다. 네가 만약 용상에 발이라도 걸쳐 권세를 잡게 된다면 날 갈기갈기 찢지 않겠느냐?”여수아는 속으로 그의 말에 백번 공감했다. 만약 자신이 권세를 쥔다면 제일 먼저 처단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소휘였다.“재상 나리 참 웃기십니다. 감히 누가 나리를 이길 수나 있다고 생각하시옵니까?”소휘는 그녀의 부어오른 입술을 바라보다 연인이라도 되는 양 낮게 속삭였다.“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게 있다. 침상 위에서 남긴 흔적은 꽤 위력이 있다는 거.”그래서 그가 지금처럼 그녀의 몸 이곳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이다. 내일 입궁하게 될 그녀가 황제를 유혹한다는 의심조차 들지 않게끔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녀는 황제의 눈길을 끌어보겠다는 마음조차 없었다.소휘의 따뜻한 손이 다리에 닿자 여수아는 그만 소스라치듯 몸을 떨었다.“제 꼴이 지금 이런데 무슨 잠자리 운운할 기회가 있겠사옵니까? 그만 좀 하십시오.”그녀의 숨결은 이미 흐트러져 있었고 몸은 그가 풍기는 열기에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힘이 빠져 저항할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소휘의 손가락은 길고 단단했다. 그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손을 움직일 때마다 여수아는 점점 더 움츠러들었다.“청루에서는 원래 이런 식이지 않느냐?”여수아는 독하게 내뱉었다.“잘 알면 되셨사옵니다. 저는 이제 청루 계집이라 손님도 여러 번 받았으니 당신 같은 고귀한 몸은 더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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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여수아의 몸에는 땀이 옅게 배어 있었고 피부에는 은근한 홍조가 번져 있었다. 다만 방 안의 어둡고 희미한 불빛이 그것을 조용히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소휘가 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가 안으로 밀려들었고 여수아도 그 틈에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감추었다. 길게 흘러내린 흑발이 베개 위에 흐드러지고 복숭아빛 눈동자에는 잔불 같은 광채가 깃들어 있었다. 마치 별빛이 눈 끝에서 뚝 떨어질 듯 아슬아슬했다. 그녀는 보면 볼수록 더 눈부신 여인이었다.아무리 이불을 가득 덮었다 해도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얼굴과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치명적이었다. 소휘가 문가에서 불쑥 돌아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왜 아까처럼 욕은 안 하는 것이냐?”여수아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욕이라니... 제가 언제 그랬사옵니까? 나리의 축복을 빌어줬을 뿐 욕을 한 적은 없사옵니다.”소휘는 그녀의 붉어진 뺨과 몽롱한 눈빛을 바라보다 시선을 미끄러뜨려 그녀의 입술에 머물렀다.“무슨 축복?”‘당신이 젊은 나이에 꼭 죽기를 바라는 축복이지요.’하지만 속심말을 입 밖에 그대로 낼 수는 없었다.“당연히 좋은 걸 빌었사옵니다.”소휘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문밖의 벚꽃을 바라보다가 문득 되물었다.“사람들 말에 의하면 네가 행연과 연관이 있다는데 사실이냐?”여수아는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그게 누구이옵니까? 저는 비록 촌에서 왔지만 여기 오기 전까진 나름 정숙한 처녀였사옵니다.”소휘가 흘끗 웃으며 말했다.“나는 그가 남자라고는 안 했는데.”여수아는 한술 더 뜨며 말했다.“사내 이름처럼 들리는데 아니옵니까? 설마 여인이옵니까?”소휘는 별다른 감정도 없이 말했다.“내일 내 저택에 들리거라. 이곳에 또 오고 싶지 않거든.”그는 그 말만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여수아도 저 짐승을 더 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소휘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그를 따르던 곤이의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문을 닫거라.”곤이는 말없이 뒤따라오며 문을 닫았다. 소휘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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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다음 날 아침, 여수아는 아여를 데리고 예정된 시각에 맞춰 재상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부터 궁에 들어서면 그녀는 아여의 시녀 신분이다. 소휘의 말에 따르면 육 아가씨는 아여여야만 했다.그런 설정이 오히려 여수아에게는 뜻밖의 호재였다. 아여가 사교를 담당하고 눈부시게 화사한 외모로 이목을 끌어준다면 자신의 존재감은 자연스레 희미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마음 놓고 궁 안을 거닐 수 있을 테고.그날, 여수아와 아여는 함께 마차 안에 앉아 궁궐에 들어선 이후의 일을 조곤조곤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때, 마차 발치로부터 발소리가 들리더니 소휘가 손수 발을 들이고 휘장을 들추며 올라탔다.이 마차는 원래 조모관 소속의 것이었으나 그는 아예 자기 집 안채처럼 익숙하게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의 충견인 곤이는 더 노골적이었다. 마차꾼을 끌어내리고는 스스로 고삐를 잡아채고 있었다. 아여는 눈썰미가 좋은 아이였다. 여수아가 그를 보자마자 얼굴빛이 어두워진 걸 바로 눈치챘다.하지만 반대로, 소휘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조용히 옷자락을 털고 자리에 앉았다. 그이 담백한 표정과 은근한 눈빛은 겉보기에는 오히려 누구보다 접근하기 쉬운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소휘는 여수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오늘 그녀는 옅은 청색의 겹옷을 입고 있었고 어젯밤의 흔적은 모두 깔끔히 가려져 있었다.게다가 그녀는 억지로라도 단장하여 눈썹을 굵게 그리고 얼굴빛을 검게 조정해두었다. 옆에 앉은 아여의 눈부신 단장과 대비되어 여수아는 단숨에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재상 나리를 뵙습니다.”여수아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저는 시녀이니 바깥에 나가 앉는 것이 예의겠지요.”그러고는 몸을 숙이며 자리에서 나가려 했다. 소휘는 등받이에 기댄 채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다 천천히 말했다.“궁 안에는 시녀를 데리고 들어갈 수 없으니 내려야겠지.”여수아의 몸이 일순 멈췄다. 그러고는 조용히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어제 그 환관께서 그리 말하지는 않았사옵니다.”소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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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그날 하루, 마차 위에서 여수아는 줄곧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채 앉아 있었다. 바람이 필요해서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더는 소휘의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마차가 재상부를 떠나 두 개의 큰 거리를 지나자 점차 도시의 질서정연한 기와집들이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이기 시작했다. 멀리 고개를 들면 하늘 아래 웅장하게 솟아오른 궁궐의 위용이 가슴을 압도했다. 그 모습을 본 아여는 문득 감탄을 내뱉었다.“예전에는 높은 누대에서 저 궁을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렇게 발을 들이다니 정말 꿈꾸는 것 같사옵니다.”궁문 앞에 이르자 금위군의 경계는 사뭇 삼엄했다. 그러나 소휘의 얼굴은 이 모든 제재를 무력화시켰다. 그는 단지 휘장을 들어 얼굴을 살짝 드러냈을 뿐인데 금위군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길을 비켰다. 심지어 마차에서 내릴 필요도 없이 곧장 궁문을 통과했다. 이 나라에서 그런 대우를 받는 자는 왕족을 포함해도 얼마 없을 것이다.그날 여수아와 아여가 뵙기로 한 이는 중년의 황제였다. 위엄 있는 풍채에 한 나라의 중심을 짊어진 자의 강한 기운이 눈빛과 입술 끝에서부터 흘러나왔다.전날 궁 밖에 나간 태감(太监: 환관의 우두머리)으로부터 보고를 들은 황제는 오늘 조모관의 최고 화류 여인이 입궐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듣자 하니 그녀는 비범한 거문고 실력으로 듣는 이의 긴장을 풀고 깊은 잠에 이르게 한다 했다.조정에서의 아침 정무를 마친 황제는 그 진면목을 마주할 시간이 온 것이 반가워 견딜 수 없었다.마침내, 아여가 천천히 궁 안으로 들어섰고 그녀 뒤로는 고개를 떨군 시녀가 따랐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황제의 시선에 그녀의 용모에 머물렀다. 과연 조모관의 화류라 불릴 만했다. 이목구비가 단정하면서도 어딘지 관능적이고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레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소인 아여, 성상을 뵙습니다.”황제는 그녀를 유심히 살피며 말했다.“그대가 민간에서 신화처럼 전해지는 그 기이한 여인이로군.”아여는 부끄러움을 담아 몸을 숙였다.“과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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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곧이어 거문고의 선율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은은하게 퍼지는 울림은 마치 안개처럼 온기를 머금고 사람의 가슴을 덮었다. 그 끝자락에는 심신을 적시는 여운이 가만히 맺혀 있었다. 황제는 첫 음을 듣자마자 몸을 살짝 고쳐 앉았다. 용좌에 등을 붙인 채 한결 나른한 기색으로 팔을 내려놓으며 몸을 온전히 소리에 맡기듯 힘을 뺐다.아여는 능숙하게 황제와 담소를 나누었다. 최근 언제부터 잠이 들기 어려워졌는지, 눕고 나면 무슨 생각이 자주 드는지 등을 조심스럽게 물었고, 황제는 의외로 막힘없이 대답해 주었다.한편, 따스한 햇살이 스며든 온화전에는 거문고 소리가 안개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황제는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그 음률이 심연처럼 깊이 스며들자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가 천천히 앞으로 기울고 이내 작은 숨소리와 함께 선잠이 들었다.그러나 한 곡이 끝나고 고요히 흐르던 선율이 멈추자 황제는 그 빈 공기에 툭 떨어지는 정적에 깨어났다. 무언가 그리운 것을 빼앗긴 듯한 감각. 방금 전 그 아득한 편안함이 너무 좋았기에 그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채 병풍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그만두었느냐?”여수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당연히 멈춰야지. 처음부터 전부 내주면 오히려 눈에 띄고 말테니. 이 궁궐은 티 내는 자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으니 말이다.”아여도 사전에 여수아에게서 들은 대로 침착히 응수했다.“성상, 용안은 만수무강하시나 수면은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일이 아니옵니다. 민녀의 거문고는 몸과 마음을 풀어드릴 뿐 깊은 잠으로 이끌지는 못하옵니다. 그건 폐하 스스로 해야 할 문제이지요.”황제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여는 의원도 아닌데 어찌 하루아침에 고질적 불면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선율에 스며들어 잠결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황제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과연 소문대로구나. 육 아가씨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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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소휘는 아침에 그녀들을 궁에 들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짙은 자주빛 관복에 옷깃은 반듯이 여며져 있었고 허리에는 옥색 띠가 단단히 묶여 있었다. 머리에는 검은 관모를 얹었고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옷자락이 가볍게 휘날렸다. 그 모습은 마치 문무를 겸비한 젊은 대신이라도 되는 듯 풍채는 빼어나고 태도는 근엄했다.버드나무 그늘 사이로 스며든 햇살은 그의 어깨 위에 얼룩져 내려앉았고 관모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음흉한 미소를 감추고 있었다.그가 얼마나 천박한 자인지 여수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매혹적인 얼굴을 지녔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악마도 눈부신 껍질을 쓴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그 뒤로는 두 명의 환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인 채 뒤따르고 있었고 각자 품에는 주소를 가득 안고 있었다.그가 이쪽으로 다가오자 아여는 황급히 한쪽으로 몸을 물리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여수아도 아여의 수행인으로서 그녀의 곁에 머물며 함께 예를 표했다. 눈길 하나 주지 않고 그저 곁을 스쳐 지나가는 자줏빛 옷자락과 반질한 흑색 관화를 볼 뿐이었다.소휘 역시 그녀에게 눈길 한 줌 주지 않았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였다.여수아는 마음속으로 씩 웃었다.‘좋다. 앞으로 궁 안에서도 서로 이 정도 거리만 지켜 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지.’그가 시야에서 멀어져 간 뒤에야 여수아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공기 중에는 아직도 그의 옷깃에서 스쳐온 익숙한 향이 묘하게 남아 있었다. 그 옆을 따르던 어린 환관이 입을 열었다.“재상 나리는 나랏일로 몹시 바쁘시옵니다. 전하 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시지요. 방금도 막 주소들을 정리하시고 전하께 올리러 가는 길이옵니다.”여수아는 다 알고 있었다. 그 자는 정사를 독점하고 있었고 황제는 그에게 주소의 초안을 맡긴 채 스스로는 손을 떼다시피 했다. 조정의 모든 상소는 그의 책상에 먼저 올라와 그의 손끝에서 채색된 후에야 황제의 손에 들려졌다. 그러니 조정의 신하들이 어찌 그를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눈앞에선 모두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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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소휘는 느긋하게 발을 들여 방 안으로 들어섰다. 여수아는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막아서지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제 집 안방에 들이닥치듯 뻔뻔하게 성큼 다가왔다. 여수아가 비켜서지 않았다면 그가 억지로 몸을 들이밀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그녀는 몇 걸음 물러서며 차갑게 말했다.“여긴 조모관이 아니옵니다. 마음 내킬 때마다 한밤중에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니지요.”그러나 소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당당하게 의자에 앉았다.그러자 여수아는 다시금 강조했다.“여긴 황궁이옵니다.”소휘는 그녀를 흘긋 보더니 습관처럼 옷깃을 정리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서?”“곧 황상께서 저희를 부르실 것이옵니다.”소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오늘 밤 황상께서는 시간이 없으시다.”“그럼 나리께서는 무슨 일로 오신 것이옵니까?”그때 아여가 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나리께서 그 소식을 전하러 오신 것이겠지요. 아니었으면 저희는 계속 기다릴 뻔했사옵니다.”여수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그렇군요. 이런 일은 환관 한명만 시켜도 될 텐데 직접 오시다니 정말 수고가 많으시옵니다.”아여도 말을 이었다.“나리께서는 조정 일로 고단하실 것이옵니다. 그러니 이제 편히...”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휘가 가볍게 눈길을 주었다. 그 한 번의 시선에 아여의 목소리가 떨렸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입을 닫았다. 왠지 모르게 더 말을 이어갔다가는 화를 자초할 것 같았다. 그러자 그 빈틈을 여수아가 받아쳤다.“그러니 조용히 돌아가서 쉬시는 게 좋겠사옵니다.”하지만 소휘는 듣는 둥 마는 둥 태연하게 말했다.“차는 없느냐?”“나리께서 잠시 기다리시지요.”아여는 서둘러 다과를 준비하러 나섰다. 그런데 그가 다시 여수아를 바라보며 아여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시녀도 둘이나 두었을 텐데 굳이 네가 직접 나설 필요는 없을 텐데.”아여는 머쓱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나리께 차를 올리는 건 제게도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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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소휘는 눈을 내려 여수아의 허리에 달린 향낭을 발견했다. 그 향은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며 은은히 퍼져 있었고 정신을 맑게 만드는 듯했다. 그는 손을 뻗어 향낭을 떼어내려 했고 여수아는 이를 눈치채고 두 손으로 급히 향낭을 감쌌다.그는 매번 아무렇지 않게 향낭을 던져버렸다. 그런데 향낭 하나 만드는 게 쉬운 줄 아나...소휘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그 자리에서 그녀의 허리띠를 풀어버렸다. 여수아가 손을 뻗어 다시 빼앗으려 했지만 그는 향낭을 먼저 떼어내고는 허리띠를 한쪽으로 내던졌다. 소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에서 얼이 빠진 듯 서 있던 아여를 바라보며 느릿하게 말했다.“보고 싶으냐?”그 말에 아여는 등줄기를 따라 한기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잽싸게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제가 다시 차를 준비해오겠사옵니다.”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곧장 방을 나섰다. 아여는 조모관 시절부터 여수아와 가장 가깝게 지내던 기생 중 하나였다. 누구든 그녀 곁에 쉽게 다가설 수 없었지만 유일하게 이 남자만은 예외였다.방금 전, 여수아가 소휘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옷깃 사이로 드러난 팔과 목덜미에 옅은 자국이 보였다. 그 출처는 명확했다. 둘 사이는 험악해 보여도 이미 육체적으로 얽힌 관계였다.아여는 괜히 더 있다간 곤란한 일을 보게 될 것 같아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러자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흐릿하고 알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 찼다. 소휘는 한 손으로 여수아의 몸을 가만히 붙잡은 채 다른 손으로 그녀의 향낭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살폈다. 향기는 여전히 진했지만 예전처럼 코를 찌르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향낭을 빼앗으려 하자 그는 손을 치켜들어 피하며 물었다.“향낭이 없다면 숨도 못 쉬는 것인가?”여수아는 그의 말을 받아쳤다.“향을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서 그러시는 것이옵니까?”그는 향낭을 또다시 멀리 내던졌다. 여수아는 속으로 꾹 참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창밖으로 버리진 않았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말이다.소휘는 그녀를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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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세수를 마친 여수아는 머리카락을 대충 뒤로 묶고는 목덜미를 드러낸 채 거울 앞에 앉아 조용히 약을 발랐다. 본래의 맑은 안색으로 돌아온 얼굴과 가느다란 눈썹이 다시 제 자리를 찾았으나 표정만큼은 여전히 찌푸린 채였다. 좌우로 목을 기울여 살펴보며 도무지 어디에 약을 발라야 할지 몰라 손끝에 약을 묻힌 채 멈춰버렸다.“그냥 목을 하나 갈아끼우고 싶군.”곁에 있던 아여가 웃으며 말했다.“낮에는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밤이 되니 완전히 딴사람으로 변하더군요.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사옵니다.”여수아는 푸념처럼 중얼거렸다.“낭자도 그렇게 느꼈사옵니까? 항상 인격을 갈아끼우는 모양이옵니다.”아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공자는 대단하시옵니다. 그분의 마음속에 든 분은 천하에 공자 한 사람뿐일 것이옵니다.”여수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대꾸했다.“웃기지 마십시오. 그 자는 제가 자기보다 잘 될까 두려워서 그러는 것이옵니다.”아여는 그녀의 붉어진 목덜미를 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공자, 이 흔적은 좀 가려야겠사옵니다. 내일은 꼭 높은 깃의 옷을 입으시지요.”밤이 되자 아여는 여수아를 밖으로 내보낼 수 없어 함께 침상에 누웠다. 그러다 여수아가 돌연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낭자, 저런 요물 같은 사내를 길들일 수 있을 것 같사옵니까?”아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손사래를 쳤다.“저 말이옵니까? 공자, 농담도 지나치군요. 저런 분은 제 손에 잡히지도 않사옵니다.”여수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낭자는 화류이옵니다. 자신을 더 믿어야지요.”아여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어떤 남자인지 얼굴만 보면 대충 감이 옵니다. 하지만 그분은… 진짜 아니옵니다. 그 눈빛만으로도 속이 서늘해지는 기분이옵니다.”여수아는 곧 생각에 잠겼다. 소휘는 사람의 마음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자였다. 만약 그가 자신이 궁궐에 머무는 이유를 의심한다면 분명 물고 늘어질 것이다. 궁 안에서조차 시선의 끈을 놓지 않는 그가 앞으로도 계속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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