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거문고의 선율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은은하게 퍼지는 울림은 마치 안개처럼 온기를 머금고 사람의 가슴을 덮었다. 그 끝자락에는 심신을 적시는 여운이 가만히 맺혀 있었다. 황제는 첫 음을 듣자마자 몸을 살짝 고쳐 앉았다. 용좌에 등을 붙인 채 한결 나른한 기색으로 팔을 내려놓으며 몸을 온전히 소리에 맡기듯 힘을 뺐다.아여는 능숙하게 황제와 담소를 나누었다. 최근 언제부터 잠이 들기 어려워졌는지, 눕고 나면 무슨 생각이 자주 드는지 등을 조심스럽게 물었고, 황제는 의외로 막힘없이 대답해 주었다.한편, 따스한 햇살이 스며든 온화전에는 거문고 소리가 안개처럼 부유하고 있었다. 황제는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그 음률이 심연처럼 깊이 스며들자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개가 천천히 앞으로 기울고 이내 작은 숨소리와 함께 선잠이 들었다.그러나 한 곡이 끝나고 고요히 흐르던 선율이 멈추자 황제는 그 빈 공기에 툭 떨어지는 정적에 깨어났다. 무언가 그리운 것을 빼앗긴 듯한 감각. 방금 전 그 아득한 편안함이 너무 좋았기에 그는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채 병풍을 바라보며 말했다.“왜 그만두었느냐?”여수아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당연히 멈춰야지. 처음부터 전부 내주면 오히려 눈에 띄고 말테니. 이 궁궐은 티 내는 자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으니 말이다.”아여도 사전에 여수아에게서 들은 대로 침착히 응수했다.“성상, 용안은 만수무강하시나 수면은 하루아침에 회복되는 일이 아니옵니다. 민녀의 거문고는 몸과 마음을 풀어드릴 뿐 깊은 잠으로 이끌지는 못하옵니다. 그건 폐하 스스로 해야 할 문제이지요.”황제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여는 의원도 아닌데 어찌 하루아침에 고질적 불면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지금처럼 선율에 스며들어 잠결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황제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과연 소문대로구나. 육 아가씨의 거문고 소리를 들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기분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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