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는 비록 중년의 사내였지만 또래의 사내들에 비해 훨씬 잘 관리된 외모를 지녔고 처세에는 노련함과 무게가 실려 있었다. 위풍당당한 기세에 천하를 거느린다는 황제의 신분까지 더해지니 여인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도 결코 이상할 게 없었다.여수아는 아여를 슬쩍 바라보더니 조용히 말했다.“자기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알기 전까진 마음부터 다잡아야 하옵니다.”아여는 그 말에 살짝 웃어 보였다.“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전 제 출신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만에 하나 제가 정신을 놓고 달려든다면 그분은 손쉽게 저를 짓밟을 수도 있겠지요.”여수아가 그녀를 곁에 두는 이유도 바로 이 명민함 때문이었다.“이 궁 안에 들어와 성상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이미 제게는 과분한 일이옵니다. 불필요한 마찰은 피하는 게 상책이지요.”여수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앞으로도 조심하십시오.”잠시 후 아여가 조심스레 물었다.“오늘 나리께서 밖에서 아가씨와 함께 계셨다지요. 혹 무슨 말씀을 나누셨사옵니까?”여수아는 덤덤하게 대답했다.“그 간신은 앙심이 깊은 사람이니 대놓고 욕할 수도 없고...”아여가 웃으며 말했다.“또 욕하셨사옵니까?”여수아는 그녀를 흘끗 보며 대답했다.“욕 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사옵니다.”그러다 아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실, 하룻밤 정만 나누는 거라면 폐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지요.”여수아가 그 말을 잘랐다.“그만하십시오.”아여는 입을 다물고 얌전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황제에게는 삼궁육원이 있고 아름다운 여인을 마다할 이유도 없지만 아여는 뼈저리게 느낀 바가 하나 있었다. 그분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고운 여인이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오히려 나대다가는 되려 그 손에 꺾이기 십상이다.그날 밤, 황제는 후궁에서 머물렀고 덕분에 여수아와 아여는 따뜻한 온화전에서 한결 여유롭게 있을 수 있었다.아여가 머리를 감고 나와보니 여수아는 여전히 말끔한 궁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잠자리에 들 기색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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