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혼례 소식은 삽시간에 온 재상부로 퍼져나갔다.자객이 재상부를 습격하였고 그 혼란 속에서 재상과 여 아가씨가 함께 생사의 고비를 넘긴 끝에 재상이 크게 감동을 받아 열흘 뒤 혼례를 치르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아침, 재상부는 마치 전쟁이라도 치를 듯 분주하게 혼례 준비에 돌입했다.한편, 궁정 회의 자리에서 황제 역시 전날의 자객 사건을 전해 듣고는 곧장 캐물었다.“상공, 무탈한 것이냐? 자객은 잡았느냐?”소휘는 조용히 답했다.“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범인은 체포하여 오늘 중으로 대리시에 송치할 예정이옵니다.”문무백관은 저마다 속내를 감추며 그의 말을 들었다. 도망쳤다는 그 자객의 두목이 결국 다시 잡혔단 말인가? 조사라도 진행되면 누가 그를 사주했는지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다. 그날 오전, 소휘는 직접 포로를 대리시로 보냈다. 잡혀 온 자는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어올라 있었다.대리시 쪽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포로를 직접 인계한 곤이에게 물었다.“이 지경이면 인상도 구분이 안 될 텐데 어찌 심문을 한단 말이냐?”곤이는 태연히 대답했다.“나리를 해치려 한 자옵니다.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요. 얼굴은 곧 가라앉을 테니 며칠 뒤에 심문하시는 게 어떠하옵니까?”그 자객은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그는 대리시쪽 사람을 보고는 알 수 없는 소리를 내었다. 이미 약으로 혀를 마비시킨 것일까? 아니면 독으로 아예 벙어리를 만든 것일까?이렇듯 입 막음은 자객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었다.그러나 대리시경은 며칠이나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그는 밤이 오자 바로 자객에게 고문을 가했다. 며칠 동안 대리시에는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다.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르는 불씨를 끌어안고 있는 셈이었다. 일부 관원들은 눈치를 보며 몸을 사렸고 또 어떤 이들은 조용히 손을 써 대리시에 불의의 사고라도 생기게 하려 꾀를 썼다.소휘는 겉으로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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