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간신은 오늘도 나를 죽이려 한다: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마담은 남은 한 장을 꺼내 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공자, 이번에는 재상 나리까지 오신다는군요. 황제 아래에서 만인을 거느리는 분이옵니다. 그분보다 자주 궁궐을 드나드는 이가 또 있겠사옵니까?”여수아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자 마담이 살짝 눈치를 보며 물었다.“공자, 이번에야말로 그분을 제대로 낚아보시는 게 어떠신지요?”여수아는 눈썹을 가볍게 치켜세우며 말했다.“저는… 차라리 그 상서가 더 좋겠사옵니다.”마담은 거듭 설득하려 들었다.“상서는 나이가 많잖습니까. 그에 비해 재상 나리는 젊고 용모도 출중하시지요. 게다가 직책도 훨씬 높사옵니다. 공자, 이참에 나리로 정하는 건 어떠하옵니까?”여수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옵니다. 나는 상서가 좋사옵니다.”마침내 조모관에는 그 유명한 경합의 밤이 시작되었다. 1층 대청에는 평민 객들이 몰려들었고 고관대작들은 죄다 2층의 특별 관석으로 올라가 있었다. 마담은 미리 2층 귀빈석을 하나하나 돌며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특히 그 상서 앞에서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대감, 오늘 대감께 어울릴 만한 아가씨가 한 분 계시옵니다. 음률에 능하고, 용모 또한 비할 자가 없지요. 반드시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하옵니다.”상서는 수염을 매만지며 미소를 지었다.“마담이 그리 말하는 걸 보니 틀림없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겠군.”“믿어 보십시오. 그분은 오늘 대감님만을 위해 제가 따로 아껴두었사옵니다. 이 경합이 끝나면 곧바로 대감님께 인도해 드리지요.”그때, 소란스러운 입구 쪽에서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긴 어둠을 반으로 가르며 조심스레 조모관의 문턱을 넘은 사내. 빛과 어둠의 경계에 선 그의 자태는 그림처럼 고요하면서도 눈부셨다. 소휘였다.그는 광영군의 초청을 받아 관청에서 곧장 이리로 온 것이었다. 소휘는 여느 관료들과 달리 아무렇지도 않게 조모관의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섰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광영군도 모습을 드러냈다.이미
Baca selengkapnya

제32화

그때 마담이 서둘러 여수아 곁으로 다가왔다. 겉으로는 난처한 기색을 표했지만 슬며시 피어오르는 미소는 감추지 못했다.“공자, 방금 재상 나리와 광영군께서 직접 공자를 찾으셨사옵니다.”재상이 직접 여수아를 찾았다는 사실에 마담은 어깨가 하늘로 솟을 지경이었다. 그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도 명확하게 신호를 보냈는데 아무 대응 없이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물론, 마담은 여수아가 왜 소휘를 마다하고 상서를 고집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얼마 전 막 그 간신의 집에서 빠져나온 몸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저는 이번 경매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전해주십시오.”마담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지난번 광영군께서 오셨을 때, 공자께서 그분 여동생 손에 의해 이곳에 팔려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던 것 같사옵니다. 나리야말로 보통 인물이 아니니 속이려 든다면 더 곤란해질 것이옵니다.”맞는 말이었다. 소휘라는 사내는 한 번 마음 먹으면 반드시 끝을 보는 자였다. 오늘 이 자리에까지 직접 나섰다는 것은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를 거슬렀다간 조모관 전체가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결국, 여수아는 고집부리지 않고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화려한 치장도 없이 평상복 차림에 급히 얼굴을 가린 면사 하나, 검은 비녀로 머리를 쓸어올린 단출한 모습이었다.연주의 기교도 감추고 그냥 현을 대충 몇 번 툭툭 건드렸을 뿐인데 이내 2층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두 냥.”여수아는 순간 멈칫했다. “나리, 아직 아가씨께서는 제대로 연주도 시작하지 않으셨사옵니다.”소휘는 무심하게 되물었다.“정말 이곳에 연주를 들으러 온 자는 없을 텐데.”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감히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이곳은 음악을 들으러 오는 곳이 아니라 여인을 사러 오는 곳이라는걸.하지만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규칙이었다. 적어도 겉치레는 유지하는 것이 예의이자 체면이었다.
Baca selengkapnya

제33화

조모관의 밤은 피리소리와 비파소리로 길게 이어졌고 무대 위로 오르는 여인들은 하나같이 자태를 뽐내며 각기 다른 풍정을 흩뿌렸다.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 화류계의 으뜸, 아여가 무대 위에서 춤을 펼치자 손님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관 안은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찼다. 그 모든 소란과 환희 속에서도 소휘는 한동안 무심히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의 앞에 다가온 마담이 잔잔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나리께서 원하신 아가씨는 이미 방에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소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광영군은 의아한 듯 물었다.“그 아이를 데려가려는 게 아니었나?”소휘는 옆으로 시선을 주며 말했다.“몸값이 천금이라 하더군. 내겐 그만한 금이 없다. 그대에게는 있나?”광영군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했다.“그대는 그녀의 정혼자이지 않나?”소휘는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그녀가 직접 자기 입으로 말했나?”그 말에 광영군은 더는 할 말을 잃었고 그사이 소휘는 가볍게 죽렴을 걷고는 마담이 안내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광여군은 곤이에게 속삭였다. “자네 주인은 정말 그 아가씨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냐? 그렇다면 왜 데려가지 않는 것이지?”곤이는 여느 때처럼 표정 없는 얼굴로 답했다.“모르겠사옵니다. 예전에도 나리께서 누구를 사들인 적은 없었사옵니다.”“하지만 다섯 냥으로 사람을 샀다고 할 수도 없지 않겠느냐?”“누구도 감히 나서지 못할 테니 가장 적은 돈을 쓰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사옵니까?”광영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쩜 이리도 자기 주인과 꼭 닮았을까?그 사이 마담은 방 앞에서 멈춰 서더니 공손히 문을 열었다. 소휘가 방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짙은 향기가 훅 하고 코를 찔렀다. 거칠고 자극적인 향이었다.방 안에서 여수아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녀는 거문고 앞에 앉아 있었고 누가 보아도 이곳 여인들과는 다른 풍모였다. 화려함도 없고 농염한 치장도 없었다. 면사는 벗겨져 있었고 맑은 생얼 위로 검은
Baca selengkapnya

제34화

여수아가 튕기는 음률은 평범한 듯 했지만 그 안에는 어딘가 불협하고 교묘한 뒤틀림이 숨어 있었다. 그 소리결은 은근히 정신을 흐트러 놓으며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소휘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물었다.“거문고를 칠 줄 알긴 하느냐?”여수아는 담담하게 대꾸했다.“여기 들어온 후 급히 배운 것이옵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휘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그는 손끝을 탁자 위에 문질러가며 말했다.“그만하거라. 더 듣고 싶지 않다.”참을성 있게 여기까지 들어준 것만으로도 오늘은 꽤 관대한 편이었다. 결론은 뻔했다. 들을수록 귀가 아팠겠지.그녀는 오늘 소휘가 다섯 냥을 주고 산 여인이기에 그는 스스럼이 그녀를 부려먹었다. 이따금 어깨를 주물러라 하고 또 이따금 다리를 눌러보라 했다.예전 같았으면 그의 어깨뼈를 부러뜨리고 종아리를 비틀어놨을 것인데 지금의 그녀로선 버거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분노를 삭이며 어색하게 그의 어깨를 눌러주고 다리를 주물렀다. 그때 소휘의 시선이 그녀 허리춤에 매달린 향낭에 머물렀다. 방 안의 향로는 꺼졌지만 그 향낭은 여전히 짙은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말없이 손을 뻗어 향낭을 뜯어냈고 여수아가 제지하기도 전에 창밖으로 휙 던져버렸다.그녀는 마치 짐승이라도 본 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맘에 안 들어서.”여수아는 이 개 같은 인간을 진심으로 한 방 갈기고 싶었다.그렇게 시간을 질질 끌다 보니 어느새 밤도 깊어졌다.“물 좀 길어오거라. 씻어야겠다.”여수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꾸했다.“여기 물은 다 분 냄새가 배어 있사옵니다. 싫어하실 게 뻔한데 여기서 씼을 겁니까?”소휘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그럼 오늘 밤 안 씻고 그냥 자라는 말인가?”여수아는 그보다 더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설마 오늘 여기서 주무실 것이옵니까?”소휘는 그녀를 찬찬히 훑어보며 마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널 사러 온 것인데 안 자고 가면 뭘 하러 왔겠느냐?”여수아는 눈을 깜빡였다.설마 진심으로 하는
Baca selengkapnya

제35화

그러나 뜻밖에도, 바로 그때 방문이 ‘쾅’ 하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거칠게 열렸다.여수아와 소휘는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문간에 멈춰 선 두 사람이 있었다.곧장 뛰어들어온 이는 바로 마담과 곤이었다.그녀는 바깥에서 계속 마음을 놓지 못해 서성이고 있었고 곤이 또한 충직한 신하로서 문밖을 지키고 있었다. 방 안에서 물건이 넘어지고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자 혹여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닌가 싶어 두 사람은 지체하지 않고 일제히 안으로 들이닥쳤다. 결국 그들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방 안을 침범하게 된 것이다.마담은 급히 뛰어들어오며 말렸다.“나리, 무슨 일이든 말로 푸셔야하옵니다. 혹시나 접대한 데 불편한 곳이 있으면…”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내 다 잇지 못했다. 곤이와 마담은 모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소휘가 여수아를 벽에 기대어 한쪽 다리를 안아올리는 모습이었다.이게 무슨...마담은 여수아가 그를 감당하지 못할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이 장면은 그녀가 걱정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남녀가 젊기에 혈기왕성하다는 것은 이해된다. 한 사람은 풍류 넘치는 명문 귀공자요, 다른 한 사람은 도도하고도 요염한 명기. 이렇게 어울리는데 어찌 한 번쯤 미쳐보지 않겠는가?소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도, 불쾌함도 없었다.“계속 구경할 셈인가?”여수아는 입술을 달싹였다.“잘 됐네. 마침…”하지만 그녀가 말을 채 잇기도 전, 마담은 허리를 굽히며 빠르게 상황을 수습했다.“흥을 깨뜨려 참으로 송구하옵니다. 저희는 바로 나가겠사옵니다.”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녀는 곤이의 팔을 붙잡아 억지로 끌고 나갔다. 그 역시 사태 파악이 빠른 인물이었기에 시선을 거두었다. 괜히 여기 더 있다가 돌아가서 또 변소 치우는 벌이나 받을 바엔 얼른 도망가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그리하여 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방을 나섰다. 문을 꼭 닫아주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저기…”그러나 그 한 마디가 다 끝나기도 전에 소휘는
Baca selengkapnya

제36화

소휘가 여수아를 안은 채 침상 위에 누웠다. 그러자 무심코 그녀의 손끝에 걸린 장막이 부드럽게 낙엽처럼 침상 옆으로 떨어졌다. 소휘는 잠시 고개를 들었다. 여수아의 눈가는 불어졌고 이마 옆으로는 젖은 머리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동자는 지금, 세상의 모든 요염함과 피어오르는 홍운을 머금고 있었다.소휘는 느릿하게 말했다.“이렇게 흥분할 줄은 몰랐네.”그녀는 그저 그의 몸에서 풍기는 향이 너무 강해 견딜 수 없었을 뿐인데 이런 오해를 하다니. 독활과 여러 가지 약재가 섞인 기묘한 향이 다시 은은하게 풍겨왔다. 그녀가 예민한 것이 바로 이 향이었다.여수아는 참지 못하고 다시금 그를 쏘아보았다. 그가 앙갚음하는 성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 불쾌감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소휘는 그 모습에 더욱 흥분되었다.그는 다시 그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틀어박고 쇄골을 핥듯이 물었다. 그녀의 속옷 끈이 드러난 걸 보더니 씩 하고 웃었다.“이 속옷은 처음 보는데.”그는 뻔뻔하게도 손을 뻗어 속옷을 쓸어내렸다. 그녀의 살결은 향낭이나 향로에서 나는 인공적인 냄새와는 달랐다. 은근히 배어나는 향기, 그는 그것이 썩 나쁘지 않다고 느꼈다.여수아는 이미 약의 기운으로 온몸이 뜨거웠다. 숨소리가 조금씩 가빠졌고 분홍빛 입술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서서히 아찔한 홍채가 내려앉았다. 지금 그녀는 도저히 그와 맞설 수 없었다. 그에게 완전히 눌려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자 그녀는 반 포기한 상태로 누워있었다.소휘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시험 삼아 입술을 맞췄다. 그러자 여수아는 곧장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듯 작게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이내 다시 그녀의 입을 덮쳤다. 얽히고설킨 입맞춤 속에서 피의 맛이 돌았다. 장막이 반쯤 내려진 침상 안에는 그녀의 흐트러진 숨결만이 가득했다. 이러다가는 정말 이 자리에서 끝장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외모만 보자면 이런 짓을 해도 자기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
Baca selengkapnya

제37화

결국 소휘는 정말로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금 욕망을 좇아 무리하게 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은 이불을 덮은 채, 말없이 나란히 누워 있었을 뿐이었다.그 고요 속에서 여수아는 그와 마주 보고 싶지 않아 몸을 틀고 등을 돌려버렸다. 그녀의 등에서는 땀이 배어 나와 속옷을 적셨고 그 너머로 어렴풋이 드러나는 곡선은 말 그대로 아련하고도 아름다웠다. 한참을 바라보던 소휘가 입을 열었다.“나와 함께 있는 게 그렇게도 괴로운 것이냐?”여수아는 이를 악물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주무시옵소서.”소휘는 비웃듯 덧붙였다.“그 말을 들으니 잠이 쏟아지는구나.”그가 더는 장난을 치지 않자 여수아도 안도의 한숨을 삼키며 그저 밤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다. 희뿌연 새벽빛이 창밖을 어루만질 때 즈음 소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침상에서 내려오더니 떨어진 외투를 집어 들어 단정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러다 문득 뒤돌아 여전히 등을 돌린 채 누워있는 여수아를 바라보았다.소휘는 부드럽게 말했다.“너랑 같이 있으니 오랜만에 푹 잤다. 진작 그날 너랑 혼례를 올릴 걸 그랬구나.”여수아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딴 말에 마음이 흔들릴 리 만무했다. 한숨을 내쉬며 소휘의 말을 받아쳤다.“송구하지만 그 기회는 지났사옵니다.”소휘는 비웃듯 말했다.“그럼 다음에 시간을 맞춰서 다시 오도록 하지.”“다음부터는 값을 더 치셔야 할 것이옵니다.”소휘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마자 마담을 맞닥뜨렸다. 그녀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재상 나리, 벌써 일어나셨사옵니까? 아침 식사를 방에 들여보낼까 고민하던 참이었사옵니다..”소휘는 담담히 대답했다.“그녀에게 가져다 주거라.”그의 옷차림은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지만 밤새 이곳에 머물렀다는 흔적은 남아 있었다. 겉옷에 몇 줄 접힌 자국과 눈빛에 스친 피곤함... 도량 깊던 청렴함보다는 세속의 한 줄기 연기가 서려 있었다. 예리한 눈을 가진 마담은 그가 지나칠 때 목덜미에 선명히 남아있는 자국을 발견했다. 그 자국 하나에
Baca selengkapnya

제38화

한편 소휘는 조모관의 대문을 나섰다. 그러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곤이가 그가 있는 쪽으로 쏜살같이 튀어나와 꼿꼿하게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옷자락에는 분향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소휘는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목욕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대문 앞 돌계단을 천천히 오르다 마지막 두 칸을 남긴 지점에서 멈춰 섰다. 곤이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주인 어르신?”소휘는 붉게 칠한 기둥에 한 손을 짚고 몸을 살짝 구부리더니 피를 한 모금 토해냈다. 그러자 곤이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다.“지금 곧바로 묵 의원을 부르겠사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갔다.그 사이 소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가의 선혈을 조용히 닦아냈다. 얼굴에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평정한 표정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곤이와 묵 의원이 황급히 뒷마당으로 달려왔을 때 소휘는 이미 새 옷으로 갈아입고 단정히 머리까지 손질한 상태였다. 그는 응접실 상석에 느긋이 앉아 손을 들어 묵 의원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는 급히 약 상자를 내려놓고 덜컥 자리에 앉아 소휘의 손목을 붙잡고 진맥했다. 얼마간 맥을 짚던 묵 의원은 눈살을 찌푸렸다.“기맥이 이토록 심하게 뒤틀리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것이옵니까?”소휘는 무심히 한 마디 던졌다.“창관에 다녀왔다.”묵 의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뭘 하셨다고요?”“두 번 말하게 할 작정인 것이냐?”묵 의원의 얼굴이 굳어졌다.“참말이옵니까? 상대는…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소휘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자 묵 의원은 본능적으로 곤이를 쳐다봤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나지막이 대답했다.“여자이옵니다.”묵 의원은 소휘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괘념치 마십시오, 괜히 캐묻는 건 아니옵니다. 워낙 이런 일은 처음이라… 대체 성향이 어떠신지 저희도 몰랐사옵니다. 그런데 이제는 확실히 알겠군요.”그는
Baca selengkapnya

제39화

소휘는 궁에서 나와 곧장 공서로 향했다. 책상 앞에 앉아있던 그는 문득 손을 들어 목덜미를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자국은 여전히 명확했고 그의 눈빛에도 묘한 파장이 스쳤다. 곤이는 옆에 서 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소인에게 약이 있사옵니다. 흔적을 지우시는 게 좋지 않겠사옵니까?”대낮에 저런 흔적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건 아무래도 체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명성이 자자하다고 해도 이런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인다면 좋을 게 없었다.소휘는 문득 고개를 들며 물었다.“정말 흥분해서 그런 것일까?”그가 말하는 것은 오늘 아침의 그 이상한 발작. 묵 의원조차 정확한 원인을 짚지 못한 채 너무 흥분한 탓이라며 얼버무린 증상이었다.곤이는 얼핏 떠오른 지난밤의 광경에 저도 모르게 한숨을 삼켰다. 그토록 흥분한 소휘를 본 건 처음이었다. 그는 정중히 대답했다.“몸이 우선이옵니다.”소휘는 어젯밤 여수아의 얼굴과 행동 하나하나를 되짚어 보았다. 모든 흐름을 복기했지만 그녀가 의도적으로 그를 해칠만 한 짓을 한 적은 없었다.한참 후, 그는 손을 내밀었다. 곤이는 눈치껏 하얀 자기약병을 꺼내 그에게 바쳤다. 소휘는 병을 열어 향을 맡은 뒤 탁상 위에 놓인 은색 화등봉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약을 살짝 떠서 손가락에 얹은 후 조심스럽게 목덜미에 발랐다.그리고 병을 돌려주며 물었다.“명의의 직계 제자 소식은?”“용덕진에서 목격되었다는 정보를 얻었사옵니다. 그 흔적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옵니다.”오후가 되자 책무를 마친 소휘는 세수하며 물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약이 꽤 효과가 있었는지 목에 남은 흔적은 이제 거의 희미해졌다.한편, 여수아는 제대로 된 회복을 하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했다. 온밤을 버틴 그녀는 금슬원에서 한나절은 드러누워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목에도 똑같이 선명한 이빨 자국과 붉게 퍼진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이곳의 기녀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환호를 금치 못했다. 비록 자기들이 이룬 공은 아니지만 고위 대신을 숙박시켰다는 것
Baca selengkapnya

제40화

비록 청악군주가 자택에 갇혀 금족을 당하고 있었으나 그녀에게는 여전히 소식을 전해오는 이들이 있었다. 소휘가 조모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는 얘기를 들은 순간 청악은 분노에 사로잡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의 오라버니는 평소 절제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런 사람이 기녀들의 향내 나는 누각에서 밤을 보내다니! 더구나 그의 목덜미에는 입맞춤의 흔적까지 선명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 일이 누구와 연관 있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청악군주는 이를 갈며 속으로 중얼거렸다.“그 계집... 내가 직접 기생집에 팔아넘겼는데 아직도 내 오라비를 유혹하다니!”곧 그녀는 하인을 불러 명했다.“가서 사람들을 좀 불러오거라. 아주 흉측하고 역겨운 남자들로!”그 후 며칠간 조모관에는 이상한 손님들이 줄줄이 찾아왔다. 생김새는 흡사 찌그러진 가지나 울퉁불퉁한 호박 같았지만 하나같이 돈은 넉넉했고 입을 모아 한 여인만을 찾았다.여수아.그러나 정작 그들은 여수아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곰살맞은 얼굴의 마담이 늘 똑같은 말로 손님들을 맞았다.“아이고, 참 아쉽게도 그 아가씨는 오늘 손님을 받지 않을 거라는군요.”그러자 손님들은 화를 내며 항변했다.“기생이 어찌 손님을 골라 받는 것이냐? 우리는 돈을 내면서 그 아가씨를 지명했다!”마담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규칙은 그러하오나 그 아가씨는 지금 재상의 전용이옵니다. 그분의 손을 탄 여인을 다른 손님들이 만지기라도 한다면 그 후과는 저희 조모관에서도 책임지지 못하옵니다.”손님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재상이라면 소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건드렸다가는 골로 갈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들은 적당히 다른 기녀들과 시간을 보내고는 돌아가서는 거짓 보고를 했다.“그년이 울며불며 살려달라 애원했사옵니다. 그럼에도 저희는 실컷 즐겼고 나중에는 기어 나가지도 못하더군요.”청악군주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탓에 그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금족 중이었지만 그 소식을 들었을 땐 속이 후련해져서 미소가 절로 번졌다. 기생집에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23456
...
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