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혼식 연회가 막 시작될 무렵, 재상부 뜰 안은 이내 북적이는 인파들로 가득 찼다. 내정의 하인들뿐 아니라 각 가문의 하객들이 데려온 시종들까지 더해져 대청 앞마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다.그간 재상부에서는 큰 잔치를 연 적이 없었기에 이번만큼은 체면을 세우려는 듯 유난히 성대히 꾸며졌다. 정원 한편에는 가설무대가 세워졌고 초청된 희단이 무대 위에서 곡을 뽑아내고 있었다. 손님들은 잔을 들고 음식을 즐기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흥이 오를 즈음, 무대 위 장수 역의 배우가 창을 높이 치켜들고 극의 절정을 노래하던 찰나 그의 칼끝이 방향을 틀었다. 날 선 칼끝은 곧장 상좌에 앉은 소휘를 향해 날아들었다. 좌중은 그제야 경악했다. 숨이 턱 막히려던 순간, 소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얼굴로 손을 들었다. 여수아와 잡고 있던 손을 말이다. 그는 그녀의 손을 틀어쥐며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여수아는 그 짧은 찰나에 소휘의 뜻을 알아차렸다. 이 남자, 진심으로 그녀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녀를 방패로 쓸 생각이었다.‘이 개자식.’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녀는 기만하게 움직였다. 그의 품에 안긴 채로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어 그의 다리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모든 이가 보는 앞에서 무력하고도 순진한 여인의 모습을 연기하며 그 칼이 그를 꿰뚫기만을 내심 바랐다.칼끝은 순식간에 코앞까지 닿았고 소휘는 마침내 손으로 상 위를 힘껏 들어 올렸다.잔이 깨지고 그릇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칼날은 상판에 쾅 하고 꽂혔다. 철성은 여운처럼 퍼졌고, 긴장감은 절정에 다다랐다.하객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여수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평온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 어둡고 깊은 눈동자에는 미세한 경계의 떨림만 남아있었다.“재상 나리, 괜찮사옵니까?”그녀는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고는 그의 반응을 기다릴 틈도 없이 곧바로 그의 품에서 벗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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