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경은 혹시나 약의 부작용이 발작한 건 아닌지 불안해져 발걸음을 재촉하며 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녀가 문을 막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손 한 쌍이 그녀를 문에 꾹 눌러 붙였다.연기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안색만으로도 몸이 쇠약해졌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붉게 핏발 선 그의 눈동자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불길처럼 치솟아 있었다.“서인경, 네가 서 가의 군공을 빌미로 본왕을 억지로 혼인에 묶어둔 것이냐? 네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게로구나!”뭐야, 이거.이 익숙한 소설 클리셰 같은 장면은 또 뭐람. 그런데 이건 이미 몇 년 전에 발생했던 일 아니었나?서인경은 턱을 거칠게 움켜쥐는 손에 짓눌려 눈물이 흘러나왔다.“왕야... 기억을 잃은 것입니까?”연기준의 손이 더욱 거세게 조였다.“아직도 연기하는 것이냐!”숨이 턱 막히며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잠시 후, 서인경의 눈은 뒤집히며 흰자위가 드러났다.그때, 육승이 연기준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고 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호위들이 몰려와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왕야, 제발 손을 거두시옵소서! 마마께서는 왕야를 구하셨사옵니다!”연기준은 그 말을 전혀 믿으려 하지 않았다.“그녀 같은 바보가 본왕을 구했다고?”젠장!서인경은 속으로 쌍욕을 삼켰다.‘내가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은 목숨이야!’육승은 상황을 모르고 있었기에 가장 간결한 말로 전후를 요약했다.“왕야, 지금은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혼인하신 지 삼 년째이옵니다. 저희는 지금 지하흑시에서 어린 소녀 실종 사건을 조사 중이었사옵니다. 어젯밤 왕야께서는 남산에서 독에 중독되셨고 그걸 마마께서 해독해 주신 것이옵니다.”혼인 삼 년째? 실종 사건?연기준은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던 그는 손끝의 힘을 서서히 풀었다. 서인경은 그 틈에 간신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휴, 하마터면 여기서 목숨을 잃을 뻔했네.’연기준은 그녀를 똑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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