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을 나서자, 서인경은 먼 곳에서 한쪽 방향으로 분주히 드나드는 하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발걸음은 급박했고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향하니 늘 상냥하기만 하던 막효연이 의원과 다투며 다급하게 성을 내고 있었다“도대체 할 수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치료가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두고 치료할 수 없다니요!”나이 지긋한 반 백 살의 의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막 아가씨, 제가 치료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방법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이 유월비설이란 약재는 책에서 글로만 본 적이 있을 뿐, 실제로는 본 적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그것을 삼킨 아이들을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이 병증은 저도 어찌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차라리 고명한 의원을 따로 모시는 것이 나을 테지요.”그러자 막효연은 더욱더 안달이 나 의원의 소매를 붙들며 애원했다.“의원님은 흑시에서 가장 연륜 있는 분이잖아요! 꼭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돈이 얼마가 필요하든, 아이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전부 드릴게요!”의원은 손을 저으며 고개를 숙였다.“돈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에요.”그때, 서인경이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녀의 존재를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평이였다. 그녀는 황급히 서인경 앞으로 달려와 엎드렸다.“왕비 마마.”서인경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이들 몸을 살펴보았느냐? 새겨진 글자는 없었느냐?”평이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확인했사옵니다. 허리 오른편에 모두 단 자가 새겨져 있었사옵니다.”서인경은 마음속으로 이미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평이가 다시 귀띔해 주었다.“왕비 마마, 어서 온조 언니를 살펴보십시오.”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을 바라보니 온조는 문가에 웅크린 채 방 안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끊임없이 흘러내렸다.서인경의 가슴은 서늘히 내려앉았다. 그녀는 평이를 향해 시선을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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