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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간을 거슬러: Chapter 241 - Chapter 250

250 Chapters

제241화

막효연은 그만 멍하니 굳어버렸다.“저 사람들이 왜 저러는 겐가?”서인경은 고개를 저으며 다가갔다. 그러자 마침 육승의 보고가 끝난 참이었다.막효연이 돌아오자 진묵염의 이마 주름이 비로소 풀렸다.“뭐라고 했느냐?”막효연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라운석이 한 말을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전했다.말할수록 그녀 스스로도 점점 혼란스러워졌다.“묵염 오라버니, 운석 오라버니께서 한 말이 무슨 뜻입니까? 어째서 백모께서 그렇게 하신다는 겁니까?”진묵염은 굳은 얼굴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네 사람은 여전히 대로 위에 서 있었다. 그때, 연기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돌아가서 얘기하자.”서인경은 방금 육승이 보고하던 내용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반드시 자신이 알아야 할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서인경은 곧장 문을 닫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연기준은 숨 고를 틈도 없이 장롱을 열어 검은 옷 한 벌을 꺼냈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앞에서 대범하게 입고 있던 흰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남산의 야수 구역에서 수상한 흔적이 발견되었다. 실종된 아이들이 거기 있을 가능성이 크니 오늘 밤 내가 잠입해 확인해 볼 것이다. 넌 방에서 기다리거라.”서인경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 역시 검은 옷을 찾기 시작했다.“저도 갈 겁니다.”그러자 연기준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았다.“남산에는 맹수가 들끓고 병력도 삼엄하다. 그러니 너무 위험해.”서인경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연기준의 힘은 너무나 강했다. 결국 그녀는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작은 몸부림만 쳐댈 뿐이었다.“저도 제 몸은 지킬 줄 압니다. 발목 잡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산속에서 독물이라도 나오면 제가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연기준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여아의 실종 사건은 본왕이 이미 십 해 전부터 추적해 온 것이다. 이번에는 단 한 점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일망타진해야 한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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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서인경은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불쑥 손을 뻗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잠깐만요.”연기준이 돌아보니 서인경은 어디서 난 지 모를 흰색 자기병 하나를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이거 가져가세요. 위급할 때 목숨을 지켜줄 겁니다.”연기준은 묻지도 않고 고스란히 받아 들었다.서인경의 마음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으로 뒤섞였다.“상공도... 조심하세요.”연기준은 병을 간단히 수습해 품에 넣더니 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 말거라. 본왕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그가 몸을 돌려 떠나는 순간, 서인경은 뜻밖에 코끝이 시큰해졌다.세상에 쉽게 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그녀는 기억하고 있었다. 연기준의 앞가슴과 등 뒤에 얽히고설킨 칼자국과 수많은 흉터들. 비록 시간이 지나 색이 옅어졌지만 그 생사를 넘나든 자국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지금 맹수 떼가 득실거리고 병력 삼엄한 남산으로 향하고 있었다.서인경의 마음속은 오직 하나의 소망뿐이었다. 오늘 밤,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연기준이 막 떠난 직후 온조가 급히 달려왔다. 무언가 감지한 듯, 그녀의 표정은 다급하고 불안했다.“마님, 어르신께서는…”“그분은 일이 있어 나가셨다. 그러니 기다릴 필요 없다.”서인경은 아이들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확인되지 않은 일에 괜히 온조의 마음을 헛되이 들뜨게 하고 싶지 않았다.온조는 얼굴을 굳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서인경은 그 이상한 기운을 놓치지 않고 그녀를 붙잡아 가까이 끌어당겼다.“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온조는 고개를 숙였다.“제가 너무 조급했습니다. 전… 전 그냥……”서인경이 대신 말을 이어주었다.“네가, 네 여동생의 소식을 들은 줄 알았던 거지?”온조의 두 손은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알아요. 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오히려 어르신과 마님께 큰 부담과 위험만 안겨드린다는 것을요. 저… 저녁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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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이웃 뜰.진묵염은 막효연을 방까지 데려다주고 세심하게 일렀다.“지금부터는 얌전히 방 안에 있거라. 저녁 먹은 후 굳이 막 백모께 문안드리러 갈 필요도 없다. 곧 내가 대신 말해줄 테니까.”막효연은 영문을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다.왜 자기 집에서조차 맘대로 움직이지 말라는 걸까?라채월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말은 더욱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비록 언제나 눈을 부라리며 마치 온 세상이 자신에게 빚진 듯한 얼굴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해치기까지야 하겠는가?그러나 자신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남들에게 근심만 끼칠까 봐 그녀는 순순히 응했다.“알겠습니다, 오라버니. 나가지 않을게요.”막효연이 너무도 쉽게 대답하자 진묵염은 그녀가 전혀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걸 단박에 깨달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그녀와 함께 앉아 차분하고 간명하게 이해시켰다.“라채월은 막 백부를 원망한다. 더구나 예전에 대장로가 사대 성주의 수장 자리를 넘기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녀는 평생 앙심을 품고 있지. 그리고 넌 막 가의 가장 큰 약점이다. 알아들었느냐?”진묵염이 이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막효연은 저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제야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네,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진묵염은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나도 차라리 네 곁을 지키고 싶다. 한데 안심하거라. 이 뜰 주변에 내가 사람을 배치했으니 네 안전은 반드시 보장할 것이다. 그리고 꼭 기억하거라. 오늘 밤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로 이 방에서 나가면 안 된다.”막효연은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세 손가락을 펴 보였다.“묵염 오라버니, 어서 가세요. 절대 안 나가겠다고 맹세하겠습니다.”세 번이나 확인한 끝에야 진묵염은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막효연에 대한 걱정이 가득 찼던 터라 세 걸음마다 뒤돌아보며 그녀를 확인했다.*서인경은 머릿속에 자꾸만 라운석이 한 말이 맴돌았다. 그녀는 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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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토끼가 뒷다리를 번쩍 들며 뛰어오르는 모양이 우스워 절로 웃음이 터졌다.“그건 집에서 기르는 토끼 얘기고 산에서 자란 산토끼는 다르네. 큰 맹수의 공격을 피하며 살아야 하니 보통 토끼보다 훨씬 빠르지. 풀만 먹여서는 기운이 부족하네.”막효연은 금세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소민이를 불러 닭 한 마리를 잡아오라 했다. 그녀는 더 이상 당근만 고집하지 않고 한 손으로 토끼의 털을 고르며 물었다.“한데 경이, 왜 네 남편 곁에 안 있고 여기까지 온 겐가?”자신이 남편에게 달라붙는 여자로 보였단 말인가?그녀가 담담히 답했다.“상공께서는 일이 있어 밖에 나갔네. 내일에나 돌아올 수 있지. 오늘은 그대 방에서 밥도 먹고 잠도 같이 자는 게 어떻겠나?”막효연은 곧장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대도 두려운 겐가? 채월 백모가 날 해칠까 봐?”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경계해서 나쁠 건 없지 않나. 라채월이 그대 시어머니의 회갑연을 망치려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막 가에 화를 끼치는 것이지. 그리고 그대야말로 가장 쉽게 손댈 수 있는 표적이고.”막효연은 토끼를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아버지는 이 몇 해 동안 백모를 이미 충분히 봐주셨는데…”그러자 서인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욕망이란 채울 수 없는 법이지. 아마 그녀는 처음부터 그대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맞아들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네. 심지어 자신은 원치 않는 사람에게 시집가야 했으니... 그 불만이 오늘까지 쌓여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이네.”막효연은 오랜 세월 살아온 집안에서 큰일이 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말없이 토끼의 털을 매만졌다. 그러다 손끝이 멎고 두 눈이 커지며 온몸이 굳었다.“무슨 일인가?”막효연의 표정이 점점 심란해졌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작스레 ‘와르르’ 물 쏟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잿빛 토끼가 뒷다리를 힘껏 차며 화살처럼 밖으로 달아났다.서인경의 시선은 막효연의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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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서인경은 시녀를 불러와 새장을 가져오게 하더니 그 안에 산토끼를 집어넣었다.막효연은 손을 뻗어 제지하려 했지만 서인경이 가로막았다.“이 아이는 그대 방에 둘 수 없네. 그대가 정말 원한다면 내가 사람을 보내 장터에서 똑같은 걸 사 오게 하지.”막효연의 두 눈에는 아쉬움이 가득했고 마치 투정이라도 부리듯 말했다.“아니네. 난 꼭 이 아이가 좋단…”“연이야, 엽씨 부인의 말을 듣거라.”갑작스레 들려온 낮은 남자의 목소리가 막효연의 말을 잘랐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막수한이 느릿한 걸음을 옮기며 방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러자 시녀들이 일제히 인사하고는 밖으로 물러났다. 막수한은 문을 들어서자마자 곧장 눈살을 찌푸렸다.“이 며칠은 서쪽 별채로 옮겨 지내거라. 이 방은 사람을 들여 철저히 청소하게 하겠다.”서인경은 그를 곁눈질했다. 그는 분명 이 토끼에게 문제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막효연이 아무리 둔해도 이제는 눈치챘어야 했다. 토끼가 오줌을 조금 싸놓은 것뿐이라면 하루쯤 창문을 열어두면 냄새는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굳이 방을 비우고 딴 곳으로 옮기게 하다니... 이상하지 않은가?막수한은 다시 시녀들을 불러 막효연의 짐을 옮기게 하고 곧 서인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엽씨 부인, 잠시 자리를 옮겨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서인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마당을 지나 후원 정자까지 걸어갔다.이렇게 단둘이 마주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예전에는 언제나 막효연이 곁에 있었고 그는 줄곧 자애로운 아버지의 얼굴만 보였었다. 하지만 오늘, 서인경은 그의 몸에서 억눌린 듯한 낮고 무거운 기운을 느꼈다.“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상왕과 상왕비께서 우리 지하흑시에 다녀갔다 하더군. 혹시 엽씨 부인께서는 이 사실을 아십니까?”막수한의 갑작스러운 질문이 서인경의 생각을 끊어냈다. 그녀는 의아해하며 시선을 들어 그와 눈을 맞췄다. 설마 진묵염이 아직 그에게 그들의 신분을 말하지 않았단 말인가? 그녀는 당연히 이미 전해졌을 거라 여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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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하지만 막수한은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걸까?서인경은 막수한과 지하흑시에 대하여 불가피하게 호기심을 품게 되었다.그러나 그녀는 곧바로 생각을 정리하고 그의 물음에 솔직히 답했다.“저는 독학으로 익혔습니다. 제 어머니, 그러니까 이미 세상을 떠난 경성의 서 장군의 부인은 본래 의술 세가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남긴 오래된 의서들 속에 그 두 가지 약재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 있었지요.”막수한은 반신반의하는 눈빛을 띠었다.“천하의 의술 세가라면 나 막수한이 대강은 압니다. 감히 묻건대 서 씨 부인은 어느 의술 세가 출신입니까?”이건 심지어 그녀의 할아버지조차 모르던 일이었다. 그런데 어디 가서 누구에게 물을 수 있단 말인가?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정말 알지 못합니다. 이십 해 전,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만나셨을 땐 이미 가문이 기울어 원수에게 쫓기던 때였습니다. 집안 사람은 모두 죽고 어머니만 홀로 살아남으셨지요. 저는 외조부모를 본 적도, 부모님께 그들에 대해 들은 적도 없습니다.”이십 해 전 멸문당한 의술 세가?막수한은 미간을 깊이 찌푸렸으나 당장은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 다만 서인경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화제를 돌렸다.“감히 다시 묻겠습니다, 마마. 금전초는 또 어디서 얻은 것입니까?”이 세상에 아직 금전초가 존재하는 곳은 단 하나, 바로 도팔천의 약왕곡이었다.서인경은 이미 넘어갔다 여겼던 화두를 그가 다시 꺼내자 내심 놀랐다.그녀는 약왕곡의 일은 절대 발설하지 말라던 연기준의 말을 떠올리며 끝내 예전의 변명으로 밀고 나갔다.“제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것입니다. 아마 외조부모께서 행의하실 때 모아두셨던 걸 겁니다.”막수한은 그 말의 진위를 여전히 의심했으나 당장은 허점을 찾지 못했다.서인경은 그가 생각에 잠긴 틈을 타, 도리어 반문했다.“그렇다면, 제가 감히 묻겠습니다. 막 성주께서는 어찌 이 토끼에 문제가 있음을 아신 겁니까?”막수한은 정신을 돌려 새장 안에서 귀를 세우고 두리번거리는 토끼를 흘끗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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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막 가의 경계는 갑자기 삼엄해졌다.라채월이 몰래 보낸 자들은 성과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막부의 시위에게 발각될 뻔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극도로 불쾌해하며 탁자를 힘껏 내려쳤다.“쓸모없는 것들! 도대체 누가 소식을 흘린 것이냐!”라운석은 담장 밖에 숨어 있다가 막효연이 잡히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인물에 흠칫 놀라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는 당황해하며 목소리를 낮췄다.“너… 너 여기는 어쩐 일이냐?”라은정은 어제부터 이미 그가 수상쩍다 여겼다. 지금 보니, 분명 뭔가를 감추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곧장 라운석의 팔을 붙잡아 강제로 끌고 갔다. 그녀는 자신의 방에 들어와서야 손을 놓아주며 싸늘히 물었다.“막효연에게 밀고한 게 너지?”라운석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나… 아니야… 아니라고…”“흥!”라은정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를 거칠게 쿡쿡 찔렀다.“멍청이! 쓸모없는 놈! 네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데도 손을 못 써? 막효연이 진 가에 시집가야 네 속이 시원하겠어?”라운석은 그녀에게 찔려 몇 걸음 물러섰다.“너, 진묵염은 싫다 하지 않았느냐? 요즘은 외지에서 온 상인을 좋아한다며?”라은정은 그 목석같은 얼굴을 보자마자 당장이라도 분노가 터져 나올 것 같았다.“그건 아직 정해진 게 아니잖아. 그 서씨 부인은 분명 일만 냥이면 자기 남편을 팔겠다 했어! 한데 이제 와서 돈을 모아도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난 의심스러워. 아마 남편 병이 나아서 차마 못 팔게 된 거겠지! 그럼 나도 대비책은 있어야 할 거 아냐!”라운석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잘도 꾸며대는구나…”그러자 라은정의 눈빛이 가늘어졌다.“뭐라 했어?”라운석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누구와 함께할지는 네 마음이다. 한데 나는 절대 효연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라은정은 즉시 윽박질렀다.“내가 이걸 어머니께 일러바치면 네가 죽게 될 거란 생각은 안 해 봤어?”그러나 라운석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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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막효연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경이, 왜 남궁 오라버니가 이런 짓을 한 겐가?”서인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아마도 라채월과 목적이 같을 것이네. 그대 시어머니의 회갑연을 방해하고 화물선을 서둘러 떠나게 만들려는 것이지.”하지만 막효연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은 대체 어디로 가는 겐가?”서인경 역시 이 질문의 답은 방금 전에 깨달았다.“아마… 그들 뒤에 있는 자, 그러니까... 지시를 내린 자를 만나러 간 게 아니겠는가?”막효연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앉았다.“그 사람들은 지하흑시의 사람들이지 않나! 그들에게 지시할 수 있는 자는 바로 우리 시어머니네!”그녀는 다급히 서인경의 팔을 붙잡고 흔들었다.“경이, 나도 아네. 그대들이 내게 말하지 않는 건 날 지켜주기 위해서겠지. 한데 제발, 제발 나에게도 알려주시게. 그들은 내가 어릴 적부터 가장 믿어온 사람들이네. 맹세하겠네. 절대로 경솔하게 움직이지 않겠다고. 함부로 뛰쳐나가거나 그대들에게 짐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그녀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비록 직접 휘말리진 않아도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일찍 경계하고 속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서인경은 마음을 가다듬고 그간 일어난 일들과 어린 소녀들이 사라진 사건을 차근차근 막효연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녀는 듣는 내내 충격에 멍해졌다. 그녀의 순진하고 깨끗하던 세계관은 완전히 부서졌다. 어찌 사람이라는 존재가 권세 하나를 위해 이토록 하늘을 거스르고 인륜을 짓밟는 흉악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구나 지하흑시에서 그녀가 가장 신뢰해온 사람들이 그 악행의 공모자라니!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그녀는 또 다른 의문을 품었다.“경이, 그대는 모를지도 모르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혼인하던 날, 채월 백모는 술 한 잔에 쓰러지셨네. 한데 그 술을 건넨 자가 바로 남궁 어르신이라는 것이지. 그래서 이 모든 세월 동안 백모는 줄곧 남궁 어르신이 불순한 마음으로 자신을 노렸다고 굳게 믿어왔네. 다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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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단 두어 초 머뭇거리던 서인경은 곧장 불길이 솟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발걸음을 쫓아 뒤에서 쿵쿵 울리며 사람들의 발소리도 곧 이어졌다.라 가.그 순간, 저택의 중심 안뜰은 이미 거대한 화마에 삼켜져 있었다.서인경은 부랴부랴 라 가의 집에 도착했다. 그때 그녀는 불길을 피해 허겁지겁 물을 나르는 인파를 거스르며 담을 넘어 달아나는 한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안포, 쫓거라. 반드시 산 채로 잡아와야 한다.”안포는 명을 받들고 바람처럼 사라졌다.막수한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인원을 지휘해 불 끄기에 나섰다.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불길은 본채와 그 인근 몇 개의 안채에만 번졌을 뿐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적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 불길은 오직 라채월을 겨냥한 것이었다.라은정은 오빠 라운석의 경고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밤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구해냈을 때는 이미 머리카락이 잿더미처럼 그을리고 옷은 너덜너덜해 몸을 가릴 수조차 없었다. 얼굴은 온통 시커멓게 타 알아볼 수조차 없었고 그녀는 절망적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다.“아파, 아파 죽겠어!”라운석은 그래도 조금은 나았다. 얼굴은 잿빛으로 그을렸지만 몸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고 옷도 온전했다. 그는 정신을 다잡고 하인들을 이끌며 침착하게 불을 끄게 했다. 마침내 불길이 꺼졌을 때, 남은 것은 본채였다. 그곳은 원래 라 가내에서 가장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안채로 라채월이 몇십 년 동안 공들여 꾸민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온통 잿더미와 폐허만이 남았다.적은 분명 죽음을 각오하고 손을 쓴 것이다. 그 안에서 살아 나온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라채월이 들것에 실려 나왔을 때, 몸의 절반은 이미 숯덩이처럼 그슬려 있었다. 다만 미약한 숨결과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만이 그녀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막수한은 곧장 명을 내려 모녀를 함께 가까운 의원으로 보내게 했다.공기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냄새가 가득했고 많은 이들은 견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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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혹시 이건 꿈일까?“너는… 북명…”꿈속에서 그는 마치 큰 형님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북명?얼마나 다정한 이름인가!그는 몇 해, 아니 몇십 해 동안 아무도 자신을 이 이름으로 불러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라채월은 늘 그를 꾸짖었다.겁쟁이! 쓸모없는 놈! 인간 말종!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혹시 라채월이 자신을 찾아온 줄 알고 희미한 희망을 품은 것이다.그러나 서서히 눈꺼풀이 떠지고 눈앞의 광경이 뚜렷해지자 그의 눈동자가 커다랗게 벌어졌다. 라북명은 입술을 부르르 떨며 한동안 한 마디의 온전한 말조차 뱉어내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 격정에 휩싸여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몸부림치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쇠사슬이 요란하게 덜컹거렸다.“성주… 성주가… 정말 성주시군요! 성주가 죽지 않으셨다! 살아 계셨다!”부관의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제야 모두가 그를 알아보았다. 눈앞에 처참하게 학대당한 이가 바로 라 가의 정통 성주, 수십 해 전 이미 죽었다고 전해진 인물, 라북명이었다.라북명이 살아 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지하흑시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막수한은 사람을 데려와 라북명을 구출해 조용한 별채에 머물게 했다. 곧 의원이 들어와 그의 몸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결론적으로 말하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다만 영양 결핍과 수년간 축축하고 햇빛조차 들지 않는 밀실에서 지낸 탓에 그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가장 심각한 건 오랜 세월 걷지 못해 두 다리 근육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 그는 결코 다시 일어나 걷지 못할 것이다. 남은 생은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했다.방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라북명에게 있어 햇빛을 다시 본 것만으로도 이미 새로운 삶이었다. 그는 원래 자신의 여생이 그 어둠 속 지하실에서 잊혀진 채 끝날 줄로만 알았다. 죽음조차 아무도 모른 채로 맞이하리라 믿었었다. 그래서 몸의 병약함 따위는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의원이 물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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