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황자의 고개가 휙 하고 옆으로 돌아갔다.“어머니, 무슨 뜻입니까?”황후의 눈에는 피로와 좌절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면 그 뒤에는 늘 참새가 있느니라. 폐하께서는 우리를 경계하고 계신다. 그러니 감히 서가군을 네 손에 쥐여주지 않으려는 것이지. 명심하거라, 장차 천하를 잇고자 한다면 오늘 이후로는 절대로 다른 사람이 눈치 채선 안 된다. 폐하께서는 네가 드러내는 야심을 가장 싫어한다. 그의 재위 중에는 그 누구도 눈에 띄어선 안 된다.”대황자의 얼굴에 서린 건 억울함과 분노였다.“아버지께서는 저에게 나라를 물려주려 하지 않는 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고작 갓 털도 나지 않은 열다섯 째 황자에게 주려는 것입니까?”황후는 낮게 숨을 고르며 입을 열었다.“그 선택은 폐하의 마음속에서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본궁이 아는 건 단 하나. 폐하는 외척이 권력을 잡는 걸 가장 꺼려 하신다. 숙귀비가 아무리 영특하다 한들 그녀가 강해질수록 오히려 더 큰 의심을 살 뿐이다.”그 말을 듣자 대황자의 눈빛에 차츰 안도감이 스며들었다.“그렇다면 서가군을 맡게 된 것이 숙귀비에게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니겠군요.”황후는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옳다. 결국 꽃이 누구 손에 가 닿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 네 옆에 있는 사람들을 작은 실수로 잃어서는 안 된다.”그 말의 뜻은 분명했다. 대황자는 땅에 엎드린 진가이를 흘끗 보고는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내가 너무 조급했구나. 가이, 네가 고생이 많았다.”진가이는 뜻밖의 은총에 눈시울이 붉어졌다.“저는 괜찮습니다. 오직 대황자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그때, 문밖에서 내관 하나가 급히 들어와 아뢰었다.“아룁니다, 황후 마마, 대황자 전하. 방금 냉궁에서 미쳐 날뛰던 폐비 하나가 뛰쳐나와 열다섯 째 황자를 습격하려 하였사옵니다. 다행히 호위들이 제때에 막아내어 목숨은 건지셨사옵니다.”황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감히 후궁에서 칼을 휘둘렀단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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