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며칠, 연기준조차 문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그러던 셋째 날, 비로소 서인경이 그에게 맡겼던 물건을 가지고 온 덕에 그는 겨우 방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는 보자기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반쯤은 농담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이제는 본왕이 왕비와 아이를 보는 것이 폐하께 알현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졌구나.”서인경은 그의 조롱을 아예 듣지 못한 듯 보자기를 열어 안의 물건을 확인하더니 눈을 반짝였다.“바로 이것입니다! 과연 만들 수 있었군요. 너무 다행입니다.”연기준은 오기 전부터 이미 그 물건을 살펴보았고 용도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탐색하듯 서인경을 향했다.“이 물건, 누가 네게 가르쳐 준 것이냐?”서인경은 수류탄이 이상 없는지 꼼꼼히 살핀 뒤, 미리 적어둔 사용법을 함께 꾸려 보자기에 넣었다.“제가 스스로 연구한 것입니다.”그녀는 보자기를 연기준에게 건넸다.“이 모양대로 대량으로 만들어 완성되는 대로 전선으로 보내세요. 고모의 군사들이 쓸 수 있게 말입니다.”연기준은 그것을 받아 문밖으로 나서더니 보자기를 연풍에게 건네며 몇 마디 일러주었다. 그러고는 곧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변경의 작은 나라 따위 두려워할 것 없다. 본왕이 이미 말했듯, 숙귀비의 안전은 본왕이 지키게 하겠다.”그러나 서인경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곳에 온 이후, 그가 자신에게 한 미래에 대한 보장을 그녀는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모든 전쟁은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법입니다. 만일 방심한다면 대가로 지불되는 것은 수만 장병의 생명이지요. 상왕께서 그렇게 가볍게 말하는 것은 전장에 서는 이가 본인이 아니기 때문입니까?”연기준의 얼굴에 음울한 빛이 드리우며 순식간에 굳어졌다. “너의 마음속에 본왕은 그런 사람으로 새겨져 있단 말이냐?”서인경은 입술을 깨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고 감히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침묵이 오히려 연기준의 가슴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서인경, 너의 마음속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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