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411 - Bab 420

461 Bab

제411화

단진혁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앞서 몇 가지 오해 때문에 하마터면 대황자에게 버림받을 뻔했다. 요즘 들어서야 겨우 총애를 되찾았는데 내 그 사촌 동생이란 자는 참으로 자식을 가르치는 데 있어 서툴더구나. 그 유일한 아들은 폐인이 되어 버렸고 큰딸은 수년째 상왕부에 시집가기를 바랐으나 상왕비 하나 제치지 못하고 있지. 둘째 딸은 또 어떠하냐? 다른 측비에게 눌려 지내고 있지 않느냐? 자식은 많되 그 누구 하나 쓸모 있는 이가 없지.”단진혁의 한바탕 하소연을 들은 예정임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듣고 있다가 마침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다.“외숙부, 어찌 그리 원망 섞인 여인네처럼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자, 어서 앉으십시오. 밖의 무희들을 들여보내 곱게 한 곡 춤추게 하여 기분이나 풀어보시지요.”그러나 단진혁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했다. 진국에 와서 머문 지 여러 날이건만 손에 잡힌 진척은 하나도 없었기에 미녀들을 볼 마음조차 사라진 지 오래였다.“그만두지. 난 돌아가련다. 너 혼자 보거라.”그때 예정임이 손을 내밀어 단진혁을 붙잡았다.“외숙부께서는 안심하십시오. 모든 일은 제 손안에 있습니다. 저희가 진국을 떠나게 될 때에는 반드시 외숙부께서 모후께 떳떳이 설명할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예정임의 말에는 자만과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단진혁이 의구심을 품는 그때, 눈부신 미인이 정면에서 달려와 단진혁의 품에 와락 안겼다.“대인, 소첩이 술 한 잔 기울이며 시중들겠습니다.”단진혁이 막 몸을 일으켜 따져 물으려던 찰나, 예정임은 이미 다른 무희 하나를 억지로 그의 품에 밀어 넣고 있었다.“미인이 곁에 있지 않습니까? 외숙부께서는 마음껏 즐기십시오. 나머지 일은 훗날 이야기해도 늦지 않습니다.”단진혁은 부드러운 살결에 이끌려 피가 달아올랐고 예정임이 능수능란하게 모든 판을 짜 맞추는 태도를 보고 그는 잠시나마 의혹을 내려놓았다. 그가 온전히 온실의 향락에 빠져드는 동안 예정임은 소리 없이 역참을 빠져나왔다.단여월?예정임은 문득 그 이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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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예정임이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대황자비께서는 총명한 분이니 굳이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저 예정임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마땅히 남이 원하는 것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지요.”단여월의 얼굴에 감추어둔 조심스러움이 단번에 드러났다.“황자께서는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정말 제게 보답하겠다는 말씀입니까?”예정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지요. 다만 대황자비께서 얼마만큼의 성의를 보여주시느냐에 따라 다르지요.”그는 늘 단여월을 대황자비라 불러주었고 그 부름에 그녀의 마음은 꽃처럼 피어올랐다. 사람들은 늘 그녀를 측비라 불렀다. 마치 언제나 그 신분을 상기시키듯,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아직 한 걸음 모자라 있음을 꾸짖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예정임의 한 마디가 그녀의 허영심을 극도로 만족시켜주었다.“제 성의라면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팔황자께서 감히 나설 수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지요.”그녀는 지금 자신을 자극하려 한 것일까?예정임은 비웃음 섞인 소리를 흘렸다.“그대가 저를 돕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바라고 있는 것입니까?”단여월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제 부군은 진국의 미래 태자입니다. 저는 팔황자께서 그와 손을 잡기를 바라지요. 만일 팔황자께서 태자를 꺾고 야랑의 황위를 차지하고 싶으시다면 제 부군의 지지는 곧 큰 힘이 될 줄 것입니다.”예정임은 비스듬히 눈길을 던져 단여월을 살폈다.“이건 그대 부군의 뜻입니까? 그가 그대를 이리로 보낸 것입니까?”단여월은 고개를 저었다.“그것은 팔황자께서 알 바 아닙니다. 이 동맹은 황자와 제게 해로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저는 팔황자께서 현명한 선택을 하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예정임은 웃으며 시선을 거두었다.“들으니, 상왕부는 지금 경비가 삼엄하여 상왕비는 손님을 만나지도 않고 문밖을 나서지도 않는다 합니다. 그대에게 상왕비를 밖으로 끌어내올 방도가 있습니까?”예정임이 승낙한 기색을 보이자 단여월은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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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연이어 며칠, 연기준조차 문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그러던 셋째 날, 비로소 서인경이 그에게 맡겼던 물건을 가지고 온 덕에 그는 겨우 방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는 보자기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반쯤은 농담이 섞인 어투로 말했다.“이제는 본왕이 왕비와 아이를 보는 것이 폐하께 알현하는 것보다 더 어려워졌구나.”서인경은 그의 조롱을 아예 듣지 못한 듯 보자기를 열어 안의 물건을 확인하더니 눈을 반짝였다.“바로 이것입니다! 과연 만들 수 있었군요. 너무 다행입니다.”연기준은 오기 전부터 이미 그 물건을 살펴보았고 용도를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탐색하듯 서인경을 향했다.“이 물건, 누가 네게 가르쳐 준 것이냐?”서인경은 수류탄이 이상 없는지 꼼꼼히 살핀 뒤, 미리 적어둔 사용법을 함께 꾸려 보자기에 넣었다.“제가 스스로 연구한 것입니다.”그녀는 보자기를 연기준에게 건넸다.“이 모양대로 대량으로 만들어 완성되는 대로 전선으로 보내세요. 고모의 군사들이 쓸 수 있게 말입니다.”연기준은 그것을 받아 문밖으로 나서더니 보자기를 연풍에게 건네며 몇 마디 일러주었다. 그러고는 곧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변경의 작은 나라 따위 두려워할 것 없다. 본왕이 이미 말했듯, 숙귀비의 안전은 본왕이 지키게 하겠다.”그러나 서인경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곳에 온 이후, 그가 자신에게 한 미래에 대한 보장을 그녀는 단 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다.“모든 전쟁은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법입니다. 만일 방심한다면 대가로 지불되는 것은 수만 장병의 생명이지요. 상왕께서 그렇게 가볍게 말하는 것은 전장에 서는 이가 본인이 아니기 때문입니까?”연기준의 얼굴에 음울한 빛이 드리우며 순식간에 굳어졌다. “너의 마음속에 본왕은 그런 사람으로 새겨져 있단 말이냐?”서인경은 입술을 깨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고 감히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바로 그 침묵이 오히려 연기준의 가슴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서인경, 너의 마음속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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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연기준은 깊이 숨을 들이켰다.서인경이 이 일에 대한 집착은 그의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분명 예전의 그녀는 눈에 오직 자신만 담았고 결코 다른 이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대체 언제부터 변한 것일까? 언제부터 이렇게 더는 쉽게 달랠 수 없는 여인이 된 것일까?“야랑국의 사신이 머지않아 곧 장안을 떠날 것이다. 그들이 떠나는 즉시 본왕이 친히 군을 이끌고 남경으로 향해 숙귀비를 돕겠다. 이 정도면 만족하겠느냐?”그러나 서인경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스스로 가고 싶었다.연기준은 그녀 마음속 생각을 이미 짐작한 듯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막아섰다.“혹여 스스로 가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거라!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너는 장안 밖을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한다.”서인경은 이런 강압적인 태도가 죽도록 싫었다.그녀가 이곳에 온 뒤 온갖 일을 도모했으나 결국 벗어나지 못한 것은 연기준의 손아귀였다. 이렇듯 후원에 갇혀 지내는 나날은 그녀로 하여금 안락당에서 후회 속에 생을 마감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했고 그 기억은 그녀의 숨통을 옥죄어왔다.비록 입으로는 순순히 대답했으나 서인경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은밀히 꾀를 굴리고 있었다.연기준이 고모를 돕겠다고 한 이상 마음은 한결 놓였으나 할아버지의 소식은 여전히 깜깜하여 그녀는 밤낮으로 불안에 휩싸였다. 연기준이 떠나면 그녀 나름의 방법으로 빠져나갈 방도를 찾을 수 있을 터였다.그는 말한 것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집을 나서자마자 연풍을 불러 병력을 점검케 했다. 모든 것은 야랑국의 사신단이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바로 이튿날, 무언가 일이 생긴 듯했다. 아직 날이 밝기도 전에, 연풍은 연기준을 깨웠다. 평소 같으면 그는 서인경을 굳이 피하지 않고 창가에서 바로 전했을 텐데 오늘은 특별히 연기준을 따로 서재로 불러내었다.요즘 서인경은 잦은 졸음에 시달리고 있었다.희미하게 연기준이 방을 나서는 듯하다 다시 들어오는 기척을 느꼈고 마지막에는 침상 곁에 앉은 것 같았으나 곧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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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그 외의 모든 것은 자신이 맡겠다는 말, 참으로 든든한 말이었다.그 말에 서인경은 연기준이 봉한설에게 보이는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저 봉한설의 어머니가 전쟁에 휘말린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약 상자를 멘 늙은 호청이 허둥지둥 뛰어 들어왔다. 그는 봉한설이 평온히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그제야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아이쿠, 정말 놀랐다. 단은설이 또 왔다는 말에 네가 무슨 일이 난 줄 알았다.”봉한설은 속으로 누군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는 사실에 은근히 기뻤으나 입으로는 어쩔 수 없이 투덜거렸다.“참 배짱도 없으십니다. 이제는 왕비 마마께서 곁에 계시니 설령 병이 도진다 해도 그 여자는 더는 필요 없습니다.”그러자 호청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럼 그녀가 여기 온 까닭은 무엇이냐? 상왕께선 이미 일찍이 궁에 들어가셨을 텐데.”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동시에 서인경을 쳐다보았다.“나한테 묻지 말거라. 나도 모른다.”서인경은 문을 나서며 입을 열었다.“가자. 함께 가서 물어보면 되지 않겠느냐.”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맞닥뜨린 이는 갓 구운 꽃빵을 들고 있던 평이였다.“왕비 마마, 이건…”봉한설은 꽃빵 하나를 집어 한 입 베어 물고는 평이를 끌어안고 밖으로 나섰다.“평이 언니, 우리 가서 연극을 봅시다.”평이는 멍한 얼굴로 따라나섰다.앞마당에 이르니 집안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차 한 잔조차 대접하지 않았다. 단은설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누군가가 다가오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경아…”서인경은 한걸음에 그녀를 지나쳐 주모가 앉아야 할 그 자리에 턱 앉았다.호청과 봉한설, 평이가 차례로 그녀의 뒤에 섰다. 그 모습은 위엄이 있었고 단은설은 속으로 치가 떨렸다. 그 자리, 그 신분은 본래 그녀가 차지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그렇게 부르지 말거라.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지 않느냐? 무슨 말이 있거든 어서 말해보거라. 본 왕비는 아직 태교 중이라 빨리 들어가 쉬어야 한다.”서인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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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단은설은 그녀의 눈빛에 눌려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려 했다.“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는 서 노장군께서 소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데 또다시 억울한 누명을 쓰셨다 하여 일부러 와서 안부를 묻고자 한 것입니다. 어찌 이 일이 단 가와 관련 있단 말입니까? 마마께서 아무리 오해한다 해도 저희 어머니께서는 단 가가 서 노장군께 해를 끼치는 일은 결코 허락하지 않으실 것입니다.”단은설이 그럴듯하게 아는 체하며 말을 이어갔지만 서인경의 머릿속에는 단 한 문장만이 메아리치듯 남았다.‘서 노장군께서 소식이 있다!’하지만 어째서 연기준의 입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었단 말인가?그는 대체 왜 숨겼던 것일까? 그리고 다시금 누명을 썼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단은설은 냉대를 받은 탓에 원망이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 감정을 감추지도 않고 대놓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저는 서 노장군을 걱정했을 뿐인데 마마께서는 제가 다른 마음 품었다고 의심하는군요. 어찌 선의를 악의로 받아들이는 것입니까! 마마께서는...”그러나 서인경의 눈빛이 번개처럼 스치자 단은설은 남은 말을 꿀꺽 삼켜야 했다.“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서인경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한 단은설의 눈빛에는 더욱 오만한 빛이 번뜩였다.“사람들이 상소를 올렸습니다. 서회윤 노장군께서 적국과 내통하여 반역을 꾀했다 합니다. 마마께서는 아직 모르고 있었단 말입니까?”서인경의 머릿속이 순간 천둥처럼 울려왔다.어서재.아직 새벽도 밝기 전, 연기준은 궁으로 불려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라 일품 이상의 대신들과 평소 정사에 관여하지 않던 서왕까지도 모두 어전회의에 나와 있었다.어서재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엄숙했다. 감히 먼저 입을 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황제는 노기로 가득 차 팔백 리 급보 한 통을 바닥에 내던졌다.“네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느냐? 다시 말해 보거라!”꿇어앉은 사신은 몸을 떨며 대답했다.“폐하, 북경 변방의 능지국이 돌연 침입하여 그 기세가 거세옵니다. 변방의 장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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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연기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오늘 벌어진 일은 참으로 그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며칠 전, 육승이 돌아와 서회윤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하기에 머지않아 귀경할 것이라 여겼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인경에게 깜짝 기쁨을 안겨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맞닥뜨린 것은 기쁨이 아닌 천지를 뒤흔드는 중대한 폭탄이었다.황제는 눈길을 연강헌에게 돌렸다.“그렇다면 네 소견은 어떠하냐?”그는 두 손을 모아 답했다.“즉시 숙귀비와 서가군을 소환시키고 서 가와 관련된 모든 이들을 일괄 구금하시옵소서. 서회윤과 내통할 수 있는 소식이 오가지 않도록 말이옵니다. 서가군의 지난 대장군께서도 이런 유언을 남기지 않았사옵니까? 만약 서 가에서 반역자가 나온다면 서가군의 장졸들은 그자를 스스로 베어내야 한다고 말이옵니다.”연기준의 미간이 움찔거리더니 점점 좁혀졌다. 그는 서인경의 증조부가 남긴 그 유언을 떠올렸다. 후손 중에 혹시라도 불충의 자가 나올까 염려하여 돌아가시기 전 이토록 엄중한 유언을 남겼던 것이다.황제는 손에 쥔 서찰을 오래도록 노려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는 연기준이 무슨 말을 하길 기다렸으나 한참이 지나도록 그의 입에서는 단 한 마디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못내 궁금해진 황제가 다시 물었다.“아홉째 아우, 너는 정말 할 말이 없느냐?”연기준은 이미 자리로 물러나 앉아 있었고 얼굴에는 무심한 빛만이 어려 있었다.“대황자의 제안이 옳사옵니다. 본왕의 왕비가 서 가의 후손이니 본왕 또한 연루되었다고 의심받아야 마땅하옵니다. 그러니 본왕 또한 가둬두는 것이 옳지요. 본왕이 이 일에 얽힌 이상 응당 물러나는 것이 맞습니다.”연기준의 말에 조정의 신료들은 모두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금 진국은 남북에서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었고 조정에는 아직 야랑국 사신단조차 물러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직 연기준 혼자 나라의 기둥으로 버티고 있는데 만약 그가 구금된다면 조정은 기댈 자가 아무도 없게 되는 것이다.서왕은 이 말을 듣자 하얗게 수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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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궁문 앞.햇살은 따뜻했지만 서인경은 마치 얼음굴에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지금 서 가 사람들이 어떤 곤경을 겪고 있는지 떠올리기만 해도 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식음을 전폐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왕부에 단 일 초라도 머무를 수가 없었다.서인경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서 있었고 등 뒤에는 왕부의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마차 주위에는 수십 명의 암위가 한 치의 거리도 두지 않고 에워싸고 있었다. 전에는 그 암위들이 사람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벌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낱 여인 하나일 뿐인데 지키지 못할 리가 있단 말인가?하지만 오늘 아침의 광경을 직접 본 뒤에야 믿게 되었다. 정녕 지킬 수 없다는 것을.만약 그들이 문을 단단히 지키고 열지 않았더라면 서인경은 진짜 자해라도 했을 터였다.지금 그녀의 손에는 단도 하나가 쥐어져 있었고 단도에 묻은 선홍빛 피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궁문 쪽을 향하고 있었고 손목의 상처는 봉한설이 조심스레 받쳐 들고 있었다. 그녀는 서인경의 표정과 붕대로 두툼하게 감긴 손목을 번갈아 보며 몹시 걱정스러워했다.“왕비 마마, 우리 왕부로 돌아갑시다. 이렇게 서 있으면 힘들어요.”하지만 서인경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네가 힘들면 먼저 마차에 올라가 기다리거라.”봉한설은 얼른 해명했다.“전 힘들지 않습니다. 전 오히려 왕비 마마가 걱정돼서요.”서인경의 눈은 궁문에서 떠나지 않았다.“나도 힘들지 않다.”설득이 통하지 않자 봉한설은 어쩔 수 없이 그녀 곁에 남아 함께 서 있었다.연기준이 궁문을 나설 때 그는 한눈에 그 익숙한 실루엣을 알아보았다. 그가 다가가 보니 그녀의 한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고 다친 손은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그녀의 모습을 본 연기준의 얼굴은 금세 어두워졌다. 성난 기색이 번지자 그의 뒤에 선 암위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신들이 임무를 다하지 못하였으니 벌을 받겠사옵니다.”서인경은 단도를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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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연기준은 미간을 바짝 좁히며 결코 그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아 했다.“너는 정말로 본왕을 믿지 못하는 것이냐?”서인경의 가슴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그토록 품어왔던 환상과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탓이었다.왕부에서 아이를 기르며 머무는 시간 동안, 그녀는 한때 진심으로 연기준을 믿었었다. 그러나 지금의 모든 것은 마치 전생과 한 치도 다르지 않게 되풀이되고 있었다.만약 전생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이번 생에서는 높은 담장 안에 갇혀 마지막 이별조차 하지 못하는 일만은 피하리라.그녀는 연기준의 품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서늘한 말을 던졌다.“믿고 안 믿고는 중요치 않습니다. 큰 환난이 닥치면 각자 날개를 펴고 흩어지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습니까? 저는 왕야를 말려들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앞으로 왕야께서도 서 가를 딛고 권좌에 오르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연기준의 가슴속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그가 막 말을 터뜨리려는 찰나, 등 뒤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아, 젊은 부부가 한바탕 다투는 중입니까?”두 사람이 돌아보니 그곳에는 서왕이 서 있었다.연기준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불렀다.“서왕 숙부.”서인경 또한 몸을 굽혀 예를 표했다.“서왕께 문안드립니다.”서왕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호탕하게 웃었다.“옛날부터 그대의 조부는 늘 그대를 걱정하곤 했지요. 상왕이 그대를 괴롭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셨답니다. 한데 듣자니, 지금은 오히려 그대가 상왕을 곤란케 하는 솜씨가 더 뛰어난 모양입니다. 하하! 우리 상왕이 성미가 까칠하긴 하나 결코 장인을 밟고 올라설 인물은 아니지요. 방금도 어전 회의에서 서 가를 지키고자 스스로 옥에 갇히겠다 자청하지 않았습니까?”뜻밖의 말에 서인경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조금 전에도 그저 홧김이 아니라 전생의 교훈을 입어 미리 선을 그어둔 것뿐이었다.연기준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눈썹을 들어 올린 뒤 서왕에게 시선을 돌렸다.“서왕 숙부, 말씀이 지나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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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서인경이 군을 따라 막북으로 향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연강헌의 가슴이 순간 움찔거렸다. 그토록 밤낮으로 그리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자 그는 억눌러왔던 심정을 더는 다잡을 수 없었다.평정을 잃은 이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예정훈 또한 분노와 불안을 터뜨렸다.“한낱 여인네가 집에 머물러 태나 기를 것이지 어찌 감히 전장에 나서서 죽음을 자처하겠다는 것이냐?”그조차 알 수 없었다. 왜 그 여인이 전장에 나선다는 소식만 들어도 온몸이 이렇게 불안에 휩싸이는지.“안 된다. 내가 당장 가서 막아야겠다. 예전 약조한 협력이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렇게 홀연히 떠나버릴 수 있단 말이냐?”홍복이 애를 쓰며 만류했지만 실패하자 결국 포기한 채 그를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예정훈이 막 역참의 뜰을 나서던 순간, 곁눈질로 힐끗 본 장면은 그의 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어떤 그림자가 은밀히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예정임?예정훈의 눈에 의혹이 번졌다. 그동안 진국에 머무는 내내 예정임은 늘 당당히 드나들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토록 숨죽이고 움직인다는 것은 반드시 말 못 할 비밀이 있기 때문일 터. 예정훈은 곧 방향을 틀어 몰래 그를 뒤쫓아갔다.서인경이 곧 경성을 떠나려는 이때, 가장 마음 쓰는 이는 바로 맹은영이었다. 그녀는 서회윤의 일을 전해 듣자마자 가장 먼저 서인경을 찾아왔다. 우선은 맹국공을 대신해 충성스러운 입장을 굳게 표하고 이어 단은설에 대한 욕설을 거침없이 퍼부었다.“그년이 일부러 마마 앞에 와서 저런 말을 쏟아낸 게 분명합니다. 마마께서 태를 기르며 편히 지내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독사 같은 년, 간교한 심술의 화신인 것이 분명합니다!”그러나 서인경은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나는 오히려 그녀에게 감사하다네. 단은설이 아니었다면 언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지 모르니.”그녀가 지나치게 침착한 탓에 맹은영은 오히려 더 걱정스러워졌다.“마마, 저희 셋째 오라버니도 이번 원정에 동참할 것입니다. 그러니 마마께서 굳이 따라가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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