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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1 チャプター

제381화

나침반이 손에 들어오자 설산을 벗어날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나 서회윤의 가슴속엔 여전히 노부인이 떠나기 전 남긴 말이 맴돌았다. 살아 돌아와 경성으로 향할 수 있을지는 모두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앞으로 반드시 또 한차례의 혈투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단 가는 요 며칠 사이 온통 뒤집힌 듯했다. 첩실 연인인 하율이 매질을 당하고 뱃속의 아이마저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단효산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아예 그녀를 정식으로 저택 안에 들여 측부인으로 세웠다. 그 행보는 곧장 서풍교의 얼굴에 대놓고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본디 길거리의 가난뱅이에 불과했던 단효산이 오늘날의 지위를 얻은 건 모두 서풍교의 끊임없는 뒷받침 덕이었다. 그런데 이제 불쑥 나타난 여인이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있으니 가장 먼저 분개한 이는 바로 서풍교였다.그녀는 날마다 저택 안을 뒤흔들며 소란을 피웠다. 단효산이 일부러 사람을 붙여 측부인의 뜰을 지키게 하지 않았다면 그 여인은 진작 서풍교의 손에 갈가리 찢겨 나갔을 것이다.두 번째로 이를 갈며 분노하는 이는 바로 단평안이었다. 침상에 앉은 그의 안색은 깊게 가라앉아 음울하기 그지없었다. 방 안을 종횡무진 오가며 초조해하는 진보이의 발걸음만이 눈앞에서 어지럽게 흔들렸다.“네가 먼저 단여월을 치자고 했잖아! 한데 대황자는 그녀를 내치지 않고 도리어 저 천한 진가이가 그 자리를 꿰찼단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또다시 사생아까지 들고 와 재산을 다투게 되었다. 우리 원수는 도대체 언제 갚을 수 있단 말이냐!”끊임없이 오가는 그녀의 그림자에 짜증이 치민 단평안은 미간을 움찔이며 외쳤다.“그만 왔다 갔다 하거라!”진보이는 억울함에 치를 떨다 곧장 침상 곁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그럼,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그 여인이 아들을 낳기라도 하면 우리는 완전히 끝장이라고!”한동안의 차가운 시간이 그를 변모시켰다. 예전의 무책임한 공자놈은 사라지고 눈빛에 계략이 서렸다. 단평안은 스스로를 억눌러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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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그 말에 문득 깨달음을 얻은 단평안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늘 화를 내는 병자 행세를 했고 그 때문에 진보이 외에는 아무도 감히 그의 방에 들지 못했다. 자연히 방안의 변화를 눈치채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이 일은 오래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진보이에게 일렀다.“값싼 꽃병을 좀 사 오거라.”진보이는 곧바로 반박했다.“그런 건 한눈에 티가 난다.”단평안은 입꼬리를 비웃듯 올렸다.“누가 그걸 보여 주려 한다더냐?”진보이는 순간 멈칫했다.“방에 들이자마자 곧장 내 손으로 부숴 버릴 거다. 내가 화를 못 이겨 깨뜨린 셈 치면 되지. 조각들은 쓸어내고 부관에게 새 꽃병을 준비하게 하거라.”한때 단순히 방탕한 도련님이던 사내가 순식간에 심계가 깊은 인물로 변한 듯한 모습이었다. 진보이는 놀라움에 잠시 숨을 고르다가도 곧 받아들였다. 애초에 진심으로 대했더라면 누가 이렇게 타락했겠는가.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꾀와 수가 있어야 한다.눈 깜짝할 새, 황제의 회갑연이 다가왔다.요즘 황제는 서가군의 문제로 날마다 근심에 싸여 있었고 잔치 따위에 흥미가 없었다. 굳이 크게 치르지 말라 특별히 명을 내릴 정도였다. 그러나 황후는 황제를 기쁘게 하겠다며 궁 안에서 집연을 주관했고 각 부귀한 집안들에 기이한 보물을 찾아 바치라 지시했다. 누구든 황제를 웃게 하면 큰 상을 내리겠다고 하면서 말이다.서인경은 며칠째 발길을 끊고 있던 궁을 오늘만큼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했다.연기준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가고 싶지 않다면 가지 말거라. 폐하께는 내가 따로 말씀드리겠다.”본래 느릿느릿 걷던 서인경의 발걸음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빨라졌다.“모처럼 밖으로 나갈 명분이 생겼는데, 제가 바보입니까?”연기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따라붙었다.“나는 널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서인경은 냉소적으로 눈길을 흘겼다.“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제가 싫어하는 일만 골라서 하지 않습니까? 저는 오늘 꼭 고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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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연기준은 더는 감출 수 없음을 알고 솔직하게 말했다.“오늘 황후와 대황자가 반드시 움직일 것이다. 본왕은 이미 숙귀비와 상의하여 모든 것을 준비해 두었다. 너까지 끼어들면 내가 널 지켜야 해서 일을 그르칠 수 있지 않겠느냐?”서인경은 입술을 삐죽이며 혀를 찼다.“제가 그렇게도 보호받아야 할 나약한 여인으로 보입니까?”연기준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더니 그녀의 아랫배에 멈췄다. 서인경은 순간 말문이 막혀 기운 빠진 듯 손으로 배를 어루만졌다. 그래,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녀의 몸 안에는 또 한 생명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연기준은 이미 모든 배치를 끝냈다고 거듭 얘기했다. 숙귀비의 침전은 겉보기엔 예전과 다를 바 없으나 그 안전성만큼은 황제의 금란전보다도 확실하다며 일침을 놓았다.서인경은 그제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그에게 분명히 당부했다. 자신 몰래 숨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고 무슨 일이든 가장 자신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숙귀비의 침전.열다섯 째 황자는 머지않아 모친의 곁을 떠나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요 며칠은 서로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을 소중히 아끼듯 함께 먹고 자며 모자는 그림자처럼 붙어 지냈다. 숙귀비는 작은 연갑을 꺼내 어린 아들의 몸에 입히며 눈에 가득 사랑과 아쉬움을 담았다.“아이고, 네게 이런 갑옷을 입히는 게 어미는 못내 마음이 아프구나. 한데 외조부께서 무사히 돌아오시면 그때는 반드시 너에게 보상해 주마.”열다섯 째 황자는 고개를 숙인 채 단추를 하나하나 스스로 채웠다.“걱정 마십시오, 어머니. 저는 괴롭지 않습니다. 스스로 몸을 잘 돌보고 외조부와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사촌 누님께서도 안심하고 태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그 담담한 말투에 숙귀비의 눈시울이 즉시 붉어졌다. 서회윤이 변을 당한 그날 이후, 그는 순식간에 성숙해진 듯했다.그제야 소년은 깨달았다. 왜 모친과 사촌 누나가 자신을 일부러 어리숙한 척 굴게 했는지. 자신은 그저 평화로운 시골집 아이로 자란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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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한참이 지나서야 소하는 간신히 정신을 추스를 수 있었다. 그녀는 서서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노… 노비는 그저, 머리를 제대로 빗지 못해 귀비 마마께 누가 될까 두려웠을 뿐이옵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귀비 마마의 얼굴을 빛내드리지 못할까 봐…”숙귀비는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네 손재주는 본궁이 믿는다. 게다가 오늘은 태황태후와 황후께서 직접 나서신 날이 아니더냐. 내가 아무리 잘 꾸며도 그 풍채를 가릴 수는 없지. 오늘의 주인공은 본궁이 아니다.”소하는 잔뜩 긴장해 침을 꿀꺽 삼켰다.“마마 말씀이 옳사옵니다! 이 목란발잠은 폐하께서 친히 명해 주조한 것이니 너무 눈에 띕니다. 차라리 오늘은 착용하지 않는 것이 어떠할지요? 괜히 황후 마마의 눈에 거슬리면 안 되니까요.”말을 마치자마자 소하는 서둘러 목란발잠을 거두려 했다. 그러나 숙귀비가 불현듯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단단히 눌러 붙잡았다.“황후께서 어찌 그토록 옹졸하시겠느냐? 게다가 폐하께서 내게 이 발잠을 주실 적에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하시며 앞으로 중요한 자리에선 반드시 착용하라 하셨다. 내가 이를 빼고 가면 오히려 폐하께서 불쾌해 하실 것이다.”소하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리더니 이내 잿빛으로 굳어졌다.“마마의 말씀이 맞사옵니다. 노비가 괜한 말을 했군요.”숙귀비는 목란발잠을 들어 올려 그동안 묵묵히 곁을 지키던 유모에게 내밀었다.“소하는 어쩐지 불편해 보이니 네가 본궁의 머리에 꽂거라.”유모는 태연히 받아들어 귀비의 발계에 정성스레 꽂아 주었다. 그 모습을 살펴본 유모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폐하의 안목이 참으로 뛰어나시옵니다. 마마께 이 잠이 더해지니 더욱 눈부십니다.”후궁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길은 길고도 적막했다. 어린 열다섯 째 황자는 아직 아이였다. 모친의 손을 꼭 잡았으나 손바닥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숙귀비는 아들의 손을 세차게 움켜쥐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를 전했다.“겁내지 말고 허리를 곧게 펴거라! 네가 움츠러드는 게 적들이 바라는 꼴이다.”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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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서인경은 고개를 돌릴 필요조차 없었다. 말속에 섞인 몇 마디만 들어도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태연히 연기준의 품에서 몸을 뺐다.“진짜 실력이 있으면 진 공자께서도 한번 뽐내 보시지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진 공자가 그저 못 먹는 감 찔러본다는 속담의 산 증거라 생각하겠습니다.”진방옥은 순간적으로 위화감을 느꼈다.서인경이 ‘깨를 볶는다’는 표현과 ‘솔로’라는 단어까지 이해하다니.과연 상왕이 눈여겨본 여인답다. 그는 서인경이 평범한 여인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자신과 마음이 통한다는 사실에 은근한 우쭐함이 치밀어 그는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상왕비께서는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의 설움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으시는 군요.”서인경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미소를 지었다.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뒤쪽에서 한 목소리가 그녀보다 먼저 튀어나왔다.“정말 얄밉습니다. 전 아직 충분히 보지 못했단 말입니다.”맹은영이 성큼 걸어 나오며 원한이 깃는 눈빛으로 진방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다.“여자가 뭘 이런 걸 좋아합니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맹은영은 매섭게 맞받았다.“당신 같은 남자는 창관을 전전하면서도 온갖 악명을 즐기는데 저는 그저 구경 좀 하면 안 됩니까? 이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대전 안 사람들 전부 의젓하게만 굴고 있습니다. 드물게 눈요깃거리가 생겼는데 공자 때문에 다 망쳤습니다.”진방옥은 말문이 막혔다.“그건 몇 년 전 일이지 않습니까? 이제는 개과천선했습니다. 그러면 안 됩니까?”맹은영은 심드렁하게 손을 저었다.“누가 신경이나 쓴답니까? 어쨌든 전 지금 달달한 장면이나 보고 싶으니 방해하지 말고 썩 비키세요.”진방옥은 쫓기듯 물러서면서도 투덜거렸다.“눈에 보이는 것마다 다 엮습니까? 상왕의 성미가 어떤데... 눈알 파내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저 인간은.”맹은영은 잽싸게 받아쳤다.“마마 성질도 공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얌전하진 않습니다. 공자께서 마마가 입 맞추고 껴안는 걸 방해했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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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대전 안, 황후와 대황자의 시선이 동시에 숙귀비 쪽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눈빛은 마주쳤다가 곧바로 흩어졌다.열다섯 째 황자는 모친 곁에 더 다가가고 싶어 의자를 살짝 옮겼으나 숙귀비가 단호히 막으며 얘기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열여덟 째 공주가 보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 저기 보거라. 신비가 아이를 안고 있다. 공주가 널 기다리고 있어.”열다섯 째 황자가 고개를 돌리니 인자한 미소로 아이를 품은 신비와 그 품속에서 침까지 흘리며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열여덟 째 공주가 있었다. 갓 두 해를 넘긴 공주는 작은 손을 내밀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열다섯 째 오라버니…”순간 소년은 어린 누이의 사랑스러움에 마음이 흔들렸다. 신비가 빈자리를 두드리며 손짓했다.“우리 공주가 요즘 오라버니만 찾느라 애를 태웠다. 잠시 와서 함께 놀아 주겠느냐?”열다섯 째 황자는 잠시 망설였다. 누이는 언제든 볼 수 있었기에 오늘만큼은 모친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숙귀비가 옆에서 부드럽게 그의 등을 떠밀며 얘기했다.“신비 곁으로 가서 앉아 있으렴.”소년은 모친의 뜻을 헤아리지는 못했으나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 금세 돌아오겠습니다.”그 한마디에 숙귀비의 가슴은 따뜻해졌다.열다섯 째 황자가 자리를 옮기자 그녀 곁에는 오직 측근 계 유모만이 남았다.“계 유모, 그대도 대전 밖으로 나가 기다리도록 하거라.”그녀는 숙귀비의 머리에 꽂힌 목란발잠을 힐끗 보고 술병을 집어 드는 척하며 더 가까이 다가섰다.“노비는 마마 곁에서 시중드는 몸이니 마마와 함께 있을 것이옵니다.”숙귀비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의 충성에 숙귀비는 가슴이 저릿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회갑연이 시작되었다.대신들은 앞다투어 진귀한 보물을 바치며 황제의 환심을 사려 했다. 그러나 천하의 보물을 다 본 황제에게 그깟 물건들이 눈길을 끌 리 없었다. 그럼에도 황제는 체면을 살려 보물을 올린 공신마다 상을 내려 주었다.이제 상왕부의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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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막 입을 떼기도 전에 연기준이 먼저 나섰다.“이 불주는 본왕이 택한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요즘 국사를 걱정하시느라 천하의 기이한 보물이라도 눈에 차지 않으실 터. 차라리 부질없는 수고를 덜고 국사를 함께 나눌 방도를 궁리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여 올린 것이옵니다.”태황태후의 가슴에 맺힌 화기는 발산되지도 못한 채 막혀 버렸고 그 얼굴빛은 핏기라곤 없이 먹빛으로 질려 버렸다.“단지 그녀가 네 왕비라는 이유로 이리도 두둔한단 말이냐? 너에게는 상왕의 체통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냐?”연기준은 태연히 받아쳤다.“그렇다면 남의 왕비를 두둔하란 말씀이옵니까?”“너…!”태황태후는 그 말에 목이 막혀 더는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그때, 황제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부드럽게 나섰다.“황조모의 성정은 짐이 잘 압니다. 상왕과 상왕비가 성정이 곧을 뿐, 감히 황조모와 다투려고 한 것은 아니니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지요. 짐은 이런 허례허식에 마음 두지 않습니다. 진귀한 보물은 실컷 보아 지겨우니 오히려 이 평범한 불주가 더 눈에 새롭습니다. 아홉 째 아우야, 이 불주에 무슨 사연이 있느냐?”연기준은 능숙히 답을 이었다.“제가 친히 남산의 보타대사께 가서 개광을 받은 것이옵니다. 만약 폐하께서 손목에 차신다면 바라는 일이 반드시 성취되실 것이옵니다.”황제는 곧장 불주를 받아 손목에 걸며 크게 웃었다.“좋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구나. 상왕의 예물은 짐의 마음을 저격하였다.”태황태후는 황제의 체면을 봐서 억지로 화를 눌렀으나 여전히 목소리에는 원망이 담겨 있었다.“다 네가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다. 제멋대로 굴더니 마침내는 애가를 거역하는 데까지 이르렀단 말이다.”황제는 웃음을 띤 채 거들었다.“짐도 황조모의 마음을 잘 알지요. 다만 그들은 상왕과 상왕비이기 전에 짐의 아홉째 아우와 아홉째 누이입니다. 친족 간의 정은 예물의 크고 작음에 있지 않고 뜻이 곱고 정이 두터운 데 있습니다. 바라건대 황조모께서도 너무 가혹히 탓하지 마시기를.”익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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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서인경은 품속에서 작은 자기병을 꺼내 들었다.“태의께 전하여 곧장 고모께 드리세요. 서둘러야 합니다.”연기준은 출처도 묻지 않고 병을 받아 곧장 멀찍이 있던 맹경운에게 내던졌다.“복 태의에게 가져가거라.”맹경운은 한마디 군소리도 없이 병을 움켜쥔 채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서인경은 끝내 편전에 들어서지 못했다. 열다섯 째 황자가 문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의 두 눈가는 호두처럼 부어올랐으나 고집스럽게 눈물을 떨구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어머니께서는 이미 잠드셨습니다. 태의께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셨으니 내일이면 깨어나실 겁니다. 어머니께서 분부하시길 사촌 누님께서는 아이를 지니셨으니 어떤 위험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하셨습니다. 그러니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서인경은 몸을 굽혀 그의 바래진 입술을 가만히 살폈다.“어디 불편한 데는 없느냐?”열다섯 째 황자는 고개를 저으려다 그녀의 눈빛과 마주치자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조금… 어지럽습니다.”그는 숙귀비와 함께 이곳으로 왔다. 비록 발잠에 직접 닿지는 않았으나 퍼져 나온 독기는 그의 곁에도 스며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두 숙귀비와 계 유모만 구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고 그가 아픈 기색을 내비치지 않으니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다.서인경은 곧장 약환을 꺼내 들었다.“이것을 먹거라.”열다섯 째 황자는 의심조차 하지 않고 집어 들더니 그대로 삼켜 버렸다.서인경은 다시 그의 맥을 짚어보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무섭지 않으냐?”소년의 목소리는 단단히 굳어 있었다.“어머니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서인경은 눈가에 빛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잘하였다. 과연 우리 서 가의 자손이답구나.”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말했다.“네 모비 곁은 돌볼 이들이 많다. 나와 함께 대전에 나가자꾸나. 네 눈으로 네 모비를 해한 자들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 아니냐.”열다섯 째 황자는 두려움이라곤 없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곧장 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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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인파 속에서 누군가 갑자기 중얼거렸다.“저기 보자기에 든 진주마노 목걸이, 어쩐지 낯이 익은데…”이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시위는 곧장 그 목걸이를 집어 들어 대중 앞에 들어 보였다.그 순간, 진가이뿐만 아니라 대황자의 안색 또한 순식간에 변했다. 황제는 그 말을 꺼낸 이를 향해 날카로운 눈길을 보냈다.“똑똑히 기억해 내거라. 어디서 본 것이냐?”잠시 머뭇거리던 일품 고명 부인이 앞으로 나와 대황자를 향해 조심스레 시선을 던졌다.“신첩도 확신할 수는 없사오나 대황자께서 대례를 올리시던 날 황후께서 진 측비에게 내리신 패물과 흡사해 보이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장내의 눈길은 일제히 대황자와 진가이에게 쏠렸다. 황제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황후를 주시했다.“그대가 내린 것이 맞느냐? 직접 확인해 보거라.”황후는 이미 그 진주마노를 눈여겨본 터였다. 궁중의 장물은 모두 기록되어 있어 확인만 하면 즉시 출처가 드러난다. 그러니 숨길 길이 없을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진가이를 어리석다 꾸짖었다. 어찌 저리 큰 꼬리를 남겨 두었단 말인가. 그러나 지금은 대황자를 보전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황후는 일부러 의젓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계단을 내려와 보자기를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황제를 향해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폐하, 과연 신첩이 진 측비에게 하사한 것이 맞습니다. 진 측비, 본궁이 내린 물건이 어찌하여 하찮은 궁녀의 처소에서 발견된 것이냐?”추궁을 받은 진가이는 곧장 일어나 황후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신첩의 과실이옵니다. 며칠 전, 신첩의 처소에 도적이 들어 이 목걸이를 도둑맞았사옵니다. 모후의 하사품을 잃은 것은 큰 불경이라 감히 밖으로 알리지 못하고 은밀히 찾고 있었사온데 뜻밖에 숙귀비의 전각에서 드러날 줄은 몰랐사옵니다.”그러나 한낱 궁녀인 소하가 어찌하여 대황자부에 함부로 드나들며 측비의 물건을 훔칠 수 있단 말인가?그 해명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으나 서인경은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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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서인경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시선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억지로 담담한 얼굴로 변명했다.“복 태의께서 과찬하셨군요. 그저 우연일 뿐입니다. 예전에 조부께 들은 적이 있어 기억이 난 것뿐이지요.”이 말에 누구도 더 의심하지 않았다.모두 알다시피 젊은 날의 서회윤 장군은 한때 야랑국을 유람한 적이 있었고 자손들에게 그곳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으니 그저 전해 들은 지식이라 해도 충분히 납득이 갔다.야랑국.이 이름 하나가 황제의 가슴에 경종처럼 울렸다.“감히 내 진국 땅에서 짐의 귀비를 해하려 하다니! 어디서 배짱을 부린 것이냐! 당장 사람을 보내거라. 역참에 묵는 야랑국 사신들을 불러들이거라! 오늘 이 자리에서 누가 감히 서가군을 넘보는지 짐이 직접 보겠다!”명령이 떨어지자 두 명의 시위가 번개같이 달려나갔다.서인경은 곁눈질로 황후와 대황자의 얼굴빛을 살폈다. 두 사람 모두 안도의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진가이의 낯빛은 더없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속으로 무겁게 가늠했다. 이 일의 배후는 황후와 대황자와도 연루되어 있으리라. 하지만 실질적 칼을 휘두른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진가이일 터였다.단여월을 그토록 신속히 몰아내고 대황자의 신임과 도구가 된 그녀의 수완에 서인경조차 뜻밖이라 느꼈다.그녀는 은근히 연기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묵묵히 서 있던 연기준은 움직임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남자의 눈으로 좀 분석해 보십시오. 진가이가 대황자의 중용을 받는 것이 정말 연모하기 때문입니까? 그대 사내들은 다 그런 여인을 좋아한단 말입니까?”연기준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는 서인경을 꿰뚫어보듯 똑바로 바라보며 한마디 내뱉었다.“본왕은 장님이 아니다.”서인경은 순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그때, 열다섯 째 황자가 불쑥 끼어들었다.“황숙께서 좋아하시는 건 사촌 누님이지요.”그 말에 연기준은 미묘하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서인경은 속으로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녀도 장님은 아니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야랑국 사신들이 대전에 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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