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571 - Bab 580

722 Bab

제571화

서인경이 비결서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뜻밖에도 한 통의 손 편지가 끼워져 있었다. 비록 옛날 글씨로 써져 있었지만 서인경은 대체로 글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이는 일불락이 멸망하기 전, 마지막 여수장이 남긴 참회문이었다.‘나의 사랑하는 족속들에게:나는 사람을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늑대 같은 자를 데려와 일불락에게 파괴라는 상처를 안겨주었다. 내가 수장으로서 저지른 죄는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 나는 일불락 설산 꼭대기에 서서 이 참회문을 쓴다.나는 생의 가장 소중한 곳에서 수많은 친족과 집이 깃든 이 설지를 내려다본다. 머지않아 나는 그것이 하나둘 눈과 얼음에 잠식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지금 내 심장은 마치 누군가가 쥐어짜는 것처럼 아프기만 하구나. 모두 다 내 잘못이다. 내가 이곳을 지키지 못했고 내 백성을 보호하지 못했다. 나는 죄인이고 성조와 여와에게, 그리고 일불락의 모든 생명에게 한없이 부끄러운 존재이다. 나는 죄업이 깊기에 곧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구원받지 못하는 영혼이 될 것이다. 나는 만백성의 질책과 조롱을 달게 받겠으며 일불락의 치욕비에 못 박혀 세상 앞에 참회하리라. 그러나 죽기 전에, 나는 몇 자의 정보를 남기고자 한다.당시 나를 배신한 자는 진국의 왕조 출신이었다. 그는 진국 황제의 친형제이며 당시 진국의 상왕이라 불리던 일곱 째 왕야로, 이름은 연강호이다. 그는 부상을 이용해 내 동정을 샀고 남녀의 정을 빙자해 나를 속였다!사실 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불락을 겨냥하고 있었다. 연강호가 이곳에 온 것은 진국 황제의 명을 받아 우리와 결탁하여 진국의 천하 통일 야욕을 실현하려는 의도였다. 연강호 또한 이것이 진국의 황제가 남긴 맹세이며 연 씨 황실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각 세대의 황제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애써왔다. 만약 한 세대가 실패하게 된다면 다음 세대가 계속 이어가며, 진국은 인류의 정점에 서겠다는 맹세를 반복해왔다!그리고 일불락은 그들이 이 야심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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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일불락과 진국은 같은 하늘 아래 함께 설 수 없다!”낙관: 일불락의 죄인——서인경은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그 편지를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문장을 다 읽은 그녀는 조용히 그 편지를 얼굴 위에 덮었다. 서인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말이지... 기가 막힐 만큼의 비극이었다. 이렇게 돌고 돌아 결국 자신과 연기준 사이에는 이토록 깊은 원한이 가로놓여 있었던 것이다.그렇다면 그 옛날 어머니는 어찌하여 진국의 땅으로 들어간 것일까?그리고 왜 하필 서 가에 시집갔단 말인가?도대체 외조부모는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할아버지는 몇 번이나 연기준에게 강조했다. 서 가의 모든 이가 죽더라도 반드시 그녀만은 지켜야 한다고. 마치 그분은 일찍이 어머니와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었던 듯, 그것을 소중히 감싸고 보호해왔다. 그렇다면 일불락의 후손이 자라 진국에 복수하리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서인경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누군가가 세밀히 짜놓은 계획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뒤엉키자 답답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했다.그때, 꼬막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이 그녀를 현실로 불러냈다.마차에서는 연기준이 꼬막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있었다. 이제 그는 이런 일쯤은 손에 익은 듯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서인경이 깨어난 걸 보고 그는 침착하게 아기에게 겉옷을 입혔다.“다음 역참까지 한 시진쯤 남았다. 그러니 조금 더 자거라.”하지만 서인경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기대고 연기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연강호, 그 자를 압니까?”연기준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연 씨 조상이자 진국 건국 황제의 친형제이다. 갑자기 그를 왜 묻는 것이냐?”서인경은 턱을 괴며 물었다.“제가 그 사람과 원수가 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연기준은 그녀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그분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설마 네가 시체라도 찾아다니며 채찍질하겠다는 것이냐?”서인경이 대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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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연기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일불락이 멸망한 지도 백 년이 지났다. 열셋 째 황숙께서 병으로 세상을 떠난 뒤로 폐하께서는 그 일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으셨다. 폐하께서는 오래전부터 연강호가 막북에서 죽었다고 믿고 있지.”서인경은 잠시 말이 없었다. 열셋 째 황숙, 연도현은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자신의 친어머니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을 연기준은 모르고 있었다.그날, 그와 함께 세상을 떠난 사람은 그의 생모, 희귀비였다.하지만 서인경은 결국 그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했다.그 사실이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의 연기준은 태황태후와 황제에 맞설 힘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 자신도 아무런 증거가 없지 않은가?그가 진실을 알게 된다면 복수를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선택은 곧 위험을 의미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황제의 은혜를 배신하고 태황태후의 은덕을 저버린 자라 손가락질할 것이다.하지만 복수하지 않는다면 그는 매일같이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원수를 마주하며 그들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것은 곧 영혼을 잠식하는 고통이 될 것이다.서인경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비결서에 담긴 모든 기술을 완전히 익히고 일불락을 부흥시킨 뒤 막강한 힘을 손에 넣게 된다면 그때 다시 연기준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만약 연기준이 진국의 황실과 연을 끊고 등을 돌리게 되더라도 일불락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그런 생각에 잠긴 서인경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연기준은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서인경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만약 제가 일불락을 부흥시킨다면 그건 진국의 야망을 다시 자극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신은 폐하의 명에 따라 일불락으로 출병할 것입니까?”연기준은 그녀의 눈빛 속에 스치는 불신을 읽어냈다. 그는 서인경을 껴안으며 단호히 말했다.“본왕은 오직 정의로운 전쟁만 하고 죽여야 할 자만 죽인다. 그러니 나를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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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서인경은 마차의 발을 젖히고 품에 안긴 꼬막이와 함께 천천히 뒤로 밀려가는 나무와 풀들을 바라보았다.꼬막이는 태어나자마자 북극의 설산에서 자랐기에 눈 외에는 아무것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록빛을 띠는 풀들이 시야에 들어오자 그는 신이 나서 작은 주먹을 휘두르며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이제 석 달이 훌쩍 지난 꼬막이는 갓난아기였을 때보다 훨씬 활발해졌다.서인경은 아이가 연기준의 무표정한 얼굴을 닮을까 걱정했었지만 지금 보니 부자 둘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연기준은 밖에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사람인데 꼬막이는 낯가림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사람만 보면 아는 체하느라 바빴다. 수행 중인 시위병들 가운데 그를 안아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서인경은 그 모습을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교외의 들판에는 성 안에서 봄 놀이를 나오거나 다과 모임에 참석한 부잣집 공자와 규수들이 여럿 있었다. 또한 말을 타거나 활을 쏘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축국 경기도 벌어지고 있었다. 길 양옆으로는 인파가 북적였고 함성소리로 가득했다.꼬막이가 눈을 반짝이며 바깥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연기준에게 물었다.“우리도 내려서 좀 걸으면 안 됩니까? 이미 성 밖에 도착했으니 오늘 안에는 왕부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연기준은 똑닮은 두 쌍의 눈이 자신을 향하며 대답을 기다리는 걸 바라보았다. 모자 둘 다 기대에 찬 얼굴이었다. 그는 연풍을 불러 마차를 멈추게 하고는 서인경의 품에서 꼬막이를 받아안으며 말했다.“가자. 우리도 바람 좀 쐬자꾸나.”연기준이 먼저 내리자 서인경도 재빨리 따라 내렸다. 가까운 풀밭에서는 막 축국 경기가 한창이었다. 사방에는 구경꾼들이 원을 이루고 서서 선수들에게 함성을 보냈다.서인경은 가까이 가기도 전에 이미 낯익은 얼굴들을 보았다.경기 양편의 주장은 각각 맹은영과 단은설이었다.‘이번엔, 재미있는 구경이 되겠군.’다른 사람들은 모두 응원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기에 뒤쪽의 서인경과 연기준을 눈치채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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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그 공은 비스듬히 날아왔다. 궤적으로 보아하니 바로 머리를 향해 힘껏 찬 것이었다. 분명 상대가 이쪽에서 새 선수가 들어온 걸 보고 기선 제압을 하려는 수작이었다.서인경은 몇 걸음 물러났지만 공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고 그대로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그녀는 요즘 배운 일불락의 몸술을 떠올렸다. 재빠르게 허리를 젖히며 몸을 뒤로 숙이자 공은 간신히 그녀를 스쳐 날아갔다.공이 땅에 떨어지자 묵직한 소리와 함께 깊은 구덩이가 패었다. 머리는커녕 몸 어느 곳에라도 맞았다면 내상은 피할 수 없을 위력이었다.경기장 밖에서 연기준은 숨을 내쉬며 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를 바닥에 던졌다.“지켜보거라. 상대가 또 비열한 수를 쓰면 봐주지 말거라.”연풍이 즉시 대답했다.“예.”서인경은 공을 발끝으로 꾹 눌러 멈추고 방금 공을 찬 사내를 노려보았다.“그냥 경기일 뿐인데 사람을 죽일 기세로 차야겠느냐?”공을 찬 이는 키가 작고 얼굴에는 흉터가 한 줄 그어져 있어 한눈에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밖에서 경기를 볼 때도 서인경은 그가 몇 사람에게 몰래 비열한 수를 쓰는 걸 발견했었다. 정말이지 가증스럽기 그지없었다.작은 사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단은설이 앞으로 나섰다.“실력대로 하는 것이다. 이기든 지든 각오는 해야 할 것 아니냐? 경기에서는 생사도 불문이다. 한데 넌 도대체 누구냐? 얼굴도 못 드러내는 주제에 감히 잘난 척을 하다니!”서인경은 오래된 숙적을 싸늘하게 바라보았다.“넌 아직 내가 누군지 알 자격도 없다. 생사를 불문하고 실력대로 해야 한다는 말은 네 입에서 나온 것이니 후회하지 말거라.”그녀는 이번 여정 내내 일불락의 기술을 익혀왔고 그중에는 체능과 관련된 훈련도 있었다. 일불락의 사람들은 보통 인간보다 체력이 월등히 뛰어났고 특히 힘의 요령을 알았기에 작은 힘으로도 폭발적인 위력을 낼 수 있었다.서인경은 자신이 얼마나 익혔는지 몰랐고 실전에 써볼 기회도 없었기에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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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그들은 자신을 다 써먹고선 이렇게 버려두다니...은혜를 저버리는 것도 참 빠르구나!단은설이 다시 경기장으로 고개를 돌리자 서인경은 이미 검은 가면을 벗어 자신이 혐오스러워하던 그 얼굴을 드러냈다.그녀는 분노로 주먹을 꽉 쥐었다.“왕비 마마, 서 가는 이미 다 망했는데 아직도 여기서 놀 생각을 하다니요. 서 장군께서 보고 계신다면 왕비 마마의 불효로 화가 나서 다시 살아나실지도 모르겠습니다!”서인경은 미소를 거두고 냉정하게 단은설를 바라보았다.마음속으로는 할아버지와 고모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은설이 가족을 들먹이며 그녀의 약점을 찌르자 화가 났다.‘이 여자는 죽을 때까지 고쳐지지 않는구나. 역시 제대로 한 번 다루어야 할 상대다!’“예전처럼 서 가에 애타게 구걸하던 모습이 전혀 없구나. 내 할아버지께서 여기 계셨다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건 내가 너를 이기는 장면일 게다.”그러자 단은설의 얼굴색이 변했다.“헛된 꿈 꾸지 마십시오! 오늘 맹은영은 저를 이기지 못할 것이고 왕비 마마께서도 마찬가지십니다. 맹은영, 우리 내기 아직 유효하지?”서인경은 둘 사이에 내기가 있었는지 몰라 곁눈질로 맹은영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의 마음은 불편해졌다.“우리가 내기했었지. 진 사람이 이기는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세 번 큰절을 하기로!”‘이렇게 유치한 내기라니... 누가 들으면 맹은영이 심심해서 이런 내기를 한 줄 알겠네.’맹은영은 급히 해명했다.“아까 단은설이 공개석상에서 저를 욕하고 서 가를 폄하하며 늙은 장군과 숙귀비는 죽어야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열다섯 째 황자가 오래 살지 못하길 빈다고 얘기했단 말입니다. 저도 참을 수 없어서 같이 싸웠던 것입니다. 단은설이 왕비 마마에 대해 그렇게 말했는데 제가 입 다물고만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서인경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눈을 가늘게 뜨고 단은설을 쏘아보았다.“그건 정말 참을 수 없네. 이 경기,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하네! 어시 해치우자고!”맹은영은 주먹을 불끈 치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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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거의 모든 사람은 사내가 공을 골문에 넣을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갑자기 한 사람의 머리가 튀어 올랐다. 서인경이 손을 들어 막았던 것이다.공은 서인경의 손끝을 스치고 지나갔고 갑작스러운 외력의 영향으로 공의 궤적이 바뀌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눈앞에서 공이 옆으로 날아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공은 결국 골문에서 한 치도 안 되는 곳에 부딪쳐 튕겨 나왔다. 결국 사내는 골을 넣지 못한 것이다.서인경은 튕겨 나온 공을 받더니 발아래에 밟고 서서 냉랭하게 그 사내를 응시했다.“이제, 내 차례다!”사내는 업신여기듯 비웃었다. 방금 전, 서인경이 먼 거리에서 골을 넣은 건 단지 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먼 거리에서 계속 정확히 조준할 수는 없을 터. 그는 서인경을 얕보며 고개를 돌려 자기 위치로 돌아갔다.그녀가 원하던 바가 바로 그거였다. 그가 자신을 업신여기게 만드는 것.사내가 막 등을 돌리자 서인경은 발로 공을 힘껏 차서 끌어냈다. 사람들은 서인경이 골문을 향해 찰 거라 생각해 모두 골문을 막으러 달려들 준비를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공은 곧장 사내의 뒷다리를 향해 날아갔다.이번에 그녀는 온 힘을 다해 찼다. 공의 기세는 맹렬했고 아무도 막으려 들지 못했다. 사내는 아직 몸을 가다듬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힘을 받게 되자 불시에 무릎을 휘청거리며 땅에 크게 부딪혔다. 현장에서는 곧바로 두 번째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전보다 더 컸고 마치 산산조각 난 것 같았다.단은설은 그 광경을 보고 벌떡 서인경을 쏘아보았다.“뭐 하는 것입니까?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왕비 마마께서는 사람을 죽이려 드는 것입니까?”서인경은 태연히 자기 쪽의 부상자를 흘끗 보며 말했다.“저 사람한테 한 것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다. 게다가 네가 말하지 않았더냐? 각자 실력대로, 생사 불문이라고! 네 사람이 내 사람을 때릴 수 있는데 내가 네 사람을 때릴 수 없단 법이라도 있는 것이냐?”서인경의 말은 떳떳했고 단은설은 이를 갈며 분해했다.“기다려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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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경기장에서 단은설의 팀은 가장 큰 주력을 잃어버렸고 서인경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단 한 발로 승부를 결정 지었다.맹은영 쪽 사람들은 원래 이번 경기에서 졌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상왕비가 나타나 단 두 번의 슛으로 판세를 뒤엎자 순식간에 환호성과 비명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맹은영은 마침내 설욕의 기세로 허리에 손을 얹고 단은설 앞에 섰다.“이제 우리 모두에게 큰절 세 번씩 하거라. 다들 기다리고 있거든.”그 말에 맹은영 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람들은 줄을 맞춰 섰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서인경은 곧장 골절 당한 사람을 치료해 주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 청년은 이제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그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나서 직접 그 절을 받아내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는 표정이었다.단은설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고 주먹을 꼭 쥔 채 불타는 눈으로 맹은영과 서인경을 삼켜버릴 듯 노려보았다.“너희는 외부의 힘을 빌려서 이긴 것이다. 그런 승리는 비겁하니 절대 인정하지 못한다!”맹은영이 즉시 버럭 소리쳤다.“그럼 네 사람들이 한 비열한 짓은 정의란 말이냐? 아까 누가 그랬었지? 실력대로 하자고. 경기에서는 생사 불문이라며! 이제 와서 말을 뒤집어? 부끄럽지도 않아?”단은설의 얼굴은 더욱 새까매졌다. 그러나 무릎을 꿇는 일만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본 아가씨는 무릎을 꿇을 수 있지만 네가 감히 그걸 받을 수 있겠느냐?”맹은영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넌 곧 궁에 들어가 후궁이 된다지만 그건 아직 반 달이나 남았잖아. 지금 넌 고작 상인의 딸이고 난 맹국공의 금지옥엽이니 내가 네 절 받는 건 당연하지 않겠어?”서인경의 손이 잠시 멈췄다.궁에 들어가서 후궁이 된다고? 단은설이?단은설은 스스로를 미래의 귀비라 여기며 결국 무릎을 꿇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을 데리고 홀연히 떠나버렸다.맹은영은 분이 풀리지 않아 당장이라도 사람을 불러 싸우려 했다.서인경은 훗날 맹은영과 맹 가가 괜한 미움이라도 살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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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서인경은 마음이 살짝 따뜻해졌지만 결국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황제는 서 가를 두려워했고 상왕부를 경계했다. 맹국공은 조정에서 언제나 중립을 지키며 어떤 파벌에도 속하지 않았기에 황제의 신임을 얻고 백 년 가업을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맹국공 일가가 함께 화를 입게 하고 싶지 않았다.“의붓딸 이야기는 그만하세.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맹국공의 안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네. 필요하다면 나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도 좋아.”맹은영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맹국공 곁에서 자라며 조정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들었다. 특히 맹국공은 장군부의 일을 이야기할 때마다 늘 한숨을 쉬었었다. 그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서 가는 억울했지만 이런 결과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서인경의 말 뜻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왕비 마마, 맹국공 저택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아닙니다. 저희 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은 두려움 때문에 왕비 마마와 왕야를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서인경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신중하게 일렀다.“그건 배신이 아니네. 원래 맹국공부와 상왕부는 아무런 종속 관계도 없다네. 바로 그 점 때문에 더더욱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이지. 괜히 엮여서 피해를 입으면 안 된단 말일세. 굳이 나 때문에 그럴 필요 없네. 그리고 그대들이 살아 있어야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겠나.”맹은영은 단단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왕비 마마께서 어떤 사람이든 맹국공부는 언제나 왕비 마마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두 사람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연기준이 꼬막이를 품에 안고 다가왔다.“이제 놀 만큼 놀았느냐? 돌아갈 시간이다.”맹은영은 그의 품에 안긴 아이를 보자 눈에 담겼던 슬픔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어머... 왕비 마마, 저 아이가 바로 왕비 마마께서 떠날 때 뱃속에 있던 그 아이입니까?”서인경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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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연기준의 입맞춤은 거칠고 강렬했다. 그는 숨이 막히기 직전까지 몰아넣고 나서야 서인경을 놓아주었다. 두 사람은 모두 숨이 가빠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연기준의 목소리는 낮고 매서웠다.“네가 우리 아들에게서 어미를 빼앗을 생각을 한다면 나도 그 아이에게서 아비를 빼앗을 것이다.”서인경은 그 말을 듣자마자 폭발했다.“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입니까?”그러자 연기준은 비웃으며 손끝으로 그녀의 입술을 눌러 비벼댔다. 그의 입맞춤으로 한껏 부풀어 올랐던 붉은 입술은 다시 한번 그의 손끝에 의해 짓눌려 버렸다.“그러니까 함부로 죽지 말거라. 안 그러면 네 아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그때 꼬막이가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울음을 터트렸다.‘부모님이 싸우는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인데!’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듯한 울음이었다.서인경은 어이가 없어 한숨을 내쉬며 연기준을 밀어냈다.“이런 매정한 아버지가 어디 있습니까?”연기준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너도 마음이 독한 어미이지 않느냐? 입만 열면 자꾸 자신이 죽을 거라 가정하잖아.”서인경은 분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쳐다보기도 싫었다.연기준도 굳이 서인경을 달래주지 않았다. 그녀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었다.상왕비의 자리는 그녀가 원한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진짜 위기의 순간이 온다면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과 아들을 봐서라도 끝까지 살아남길 바랐다.반 시진이 지나자 마차가 상왕부 앞에 멈췄다. 반 년 넘게 비워졌던 저택이라 왕부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부관과 노파, 하인과 시녀들이 줄지어 서서 인사를 올렸다.“왕야, 왕비 마마, 그리고 어린 세자의 귀환을 축하드리옵니다!”“왕야, 왕비 마마, 두 분께서 아들을 얻으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익숙한 얼굴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자 서인경의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어서 일어나거라! 한설이 모두에게 줄 선물을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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