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서인경이 여러 번 화이를 요구했던 일을 연기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이번에 아이를 낳는 그 순간에도, 그리고 일불락의 중대한 책임을 짊어진 때에도 연기준은 그녀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서인경이 그 일로 자신에게 원망을 품은 것은 아닌지, 혹여 다시 돌아올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지조차 그는 알지 못했다.연기준은 겉으로 태연한 듯 보였지만 망토 속에 감춰진 손은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단 한순간도 설산 입구를 떠나지 않았다.그는 너무도 그리웠다. 당장 서인경을 만나고 싶었다.곁에서 기다리던 연풍이 조심스레 난로를 내밀며 말했다.“왕야, 날이 춥사옵니다. 손 좀 녹이십시오.”연기준은 고개를 저었다.“마차 안에 넣거라. 안은 반드시 따뜻해야 한다.”순간, 연풍은 하려던 말을 멈췄다. 마차 안엔 이미 숯불 화로와 두터운 이불이 있었기에 난로 하나쯤 더 보탤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연기준의 얼굴을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오의 해가 천천히 떠오르며 앞쪽 눈밭 위로 눈부신 빛을 흩뿌렸다. 연기준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오늘은 어딘가 달랐다.봉인되어 있을 때는 결계가 쳐져 있어서 햇빛이 스며들어도 반사되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눈 위가 유난히 반짝였던 것이다.순간, 연기준의 가슴속에 희망이 번쩍였다. 연풍에게 살펴보라 명하려던 찰나, 뒤쪽에서 말 위에 탄 시위가 외쳤다.“보시옵소서! 왕비 마마시옵니다!”연기준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두 개의 작은 점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곧장 말 등에 올라 채찍을 높이 들고 달려갔다.연풍도 재빨리 말을 몰아 그 뒤를 따랐다.그때 서인경은 봉한설과 팔짱을 끼고 눈밭을 헤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문득, 앞에서 우레 같은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봉한설이 먼저 그 사람을 알아보고는 외쳤다.“왕야입니다! 왕야! 왕야, 여깁니다!”서인경도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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