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사극 로맨스 / 시간을 거슬러 / Chapter 561 -الفصل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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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서인경이 꼬막이를 품에 안자 아기는 금방 울음을 멈췄다.꼬막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는 서인경의 마음을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잘 먹지 못하고 지낸 탓인지 아기는 지난번보다 한결 야위어 있었다.서인경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옷깃을 풀었다. 만수림에 있을 때, 여러 번 젖이 차올라 괴로웠지만 그녀는 몰래 처리하곤 했다. 모두 꼬막이에게 주기 위해서였다.며칠이나 기다렸던 꼬막이는 마침내 그리운 향기를 느끼고 팔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작은 입이 열리더니 단단히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서인경은 아기가 열심히 젖을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동안 억눌렀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이 저절로 쏟아졌다. 그녀는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기를 품은 여인들이 왜 그토록 울음을 터뜨리는지, 왜 그 눈빛에 모든 사랑과 감동이 담겨 있었는지를 말이다. 이 작은 생명은 자신의 몸에서 태어났고 여전히 자신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그렇게 젖을 먹이는 사이 벌써 반 시진이나 훌쩍 지나버렸다. 문밖에서는 봉한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그녀는 끝까지 설장로가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이에 설장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곧장 쏘아붙였다.“여긴 내 집이다.”봉한설은 문틀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누가 당신 집을 탐냈습니까? 왕비 마마께서 젖을 다 먹이고 나시면 저희는 바로 떠날 겁니다. 당신이 불러도 안 올 거예요!”설장로는 마치 제 딸을 상대하듯 이를 갈며 봉한설을 노려봤다.“내가 아니었으면 저 아이는 벌써 불길 속에서 죽었을 것이다. 정말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이구나!”봉한설은 코웃음을 쳤다.“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진짜 당신이 희생한 줄 알겠습니다. 불길에서 구해줬다지만 산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도 장로님이시잖아요! 그걸로 퉁칩시다!”설장로는 봉한설이 눈에 점점 더 거슬렸다.“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더니. 너도 네 외할미 봉은노처럼 똑같이 성질 더럽구나!”봉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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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예전에 서인경이 여러 번 화이를 요구했던 일을 연기준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이번에 아이를 낳는 그 순간에도, 그리고 일불락의 중대한 책임을 짊어진 때에도 연기준은 그녀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서인경이 그 일로 자신에게 원망을 품은 것은 아닌지, 혹여 다시 돌아올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지조차 그는 알지 못했다.연기준은 겉으로 태연한 듯 보였지만 망토 속에 감춰진 손은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그의 시선은 단 한순간도 설산 입구를 떠나지 않았다.그는 너무도 그리웠다. 당장 서인경을 만나고 싶었다.곁에서 기다리던 연풍이 조심스레 난로를 내밀며 말했다.“왕야, 날이 춥사옵니다. 손 좀 녹이십시오.”연기준은 고개를 저었다.“마차 안에 넣거라. 안은 반드시 따뜻해야 한다.”순간, 연풍은 하려던 말을 멈췄다. 마차 안엔 이미 숯불 화로와 두터운 이불이 있었기에 난로 하나쯤 더 보탤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연기준의 얼굴을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오의 해가 천천히 떠오르며 앞쪽 눈밭 위로 눈부신 빛을 흩뿌렸다. 연기준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렸다.오늘은 어딘가 달랐다.봉인되어 있을 때는 결계가 쳐져 있어서 햇빛이 스며들어도 반사되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눈 위가 유난히 반짝였던 것이다.순간, 연기준의 가슴속에 희망이 번쩍였다. 연풍에게 살펴보라 명하려던 찰나, 뒤쪽에서 말 위에 탄 시위가 외쳤다.“보시옵소서! 왕비 마마시옵니다!”연기준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두 개의 작은 점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그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곧장 말 등에 올라 채찍을 높이 들고 달려갔다.연풍도 재빨리 말을 몰아 그 뒤를 따랐다.그때 서인경은 봉한설과 팔짱을 끼고 눈밭을 헤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문득, 앞에서 우레 같은 말발굽 소리가 울려 퍼지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봉한설이 먼저 그 사람을 알아보고는 외쳤다.“왕야입니다! 왕야! 왕야, 여깁니다!”서인경도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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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서인경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자신을 꼭 껴안게 내버려둔 채 귓가에 흩어지는 그의 뜨겁고 익숙한 숨결을 느꼈다.오랜 침묵 끝에, 연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다.”그의 부주의함이 서인경에게 이토록 많은 고통을 안겨준 것이다. 그녀는 코끝이 시큰거렸지만 연기준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느꼈다. 서인경은 천천히 돌아서서 두 손으로 연기준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둘의 이마가 맞닿고 코끝이 스쳤다.“당신은 저한테 잘못한 게 없습니다. 이건 다 운명이 정해놓은 일일뿐이지요. 그러니 당신이 함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서인경의 그런 따뜻한 말이 오히려 연기준의 죄책감을 더 짙게 만들었다. 그의 시선은 타오르는 불처럼 그녀를 꿰뚫었다.서인경은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참지 못한 듯 다급히 물었다.“할아버지와 고모는… 어떻게 된 겁니까?”그러자 연기준이 낮게 대답했다.“진국의 서 씨 집안은 확실히 사라졌다.”그 대답에 서인경의 얼굴빛이 변했다.“한데 넌 단 명의 가족도 잃지 않았어.”서인경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입니까?”“아무것도 묻지 말고 그냥 나를 믿거라.”서인경은 순간 놀랐지만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연기준은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그리고 거칠게 입술을 맞췄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숨결이 엉켜들었다.연기준의 입맞춤은 뜨겁고 깊었다. 서인경은 그의 마음을 그대로 느끼며 목을 젖힌 채 억눌린 신음을 토했다. 이에 연기준은 더욱 거칠게 입을 맞췄고 서인경은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아 안으며 응답했다. 마차 안의 공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옆자리에 누워있던 꼬막이는 소리를 내며 팔을 휘저었다. 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손발을 정신없이 움직였다. 그가 한창 들떠 있을 때, 따뜻한 손 하나가 내려와 그의 두 눈을 가려버렸다. 그러자 그 작은 녀석은 즉시 발을 차며 항의했다. 하지만 그거로도 부족했는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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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걱정 마세요. 꼬막이는 그냥 별칭입니다. 진짜 이름은 아버지인 당신이 지어주세요.”연기준은 여전히 눈물을 머금은 채 웃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웃음 속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드러운 감정이 차올랐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이의 이름을 지어두었다.“연유청이라 하자.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맑게 빛난 다는 뜻이다.”서인경은 뜻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그 이름이 고요하고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녀는 연기준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던졌다.“유청… 맑은 바람 같습니다. 역시 우리 남편은 유식하시군요. 이름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뜻을 담다니! 정말 멋집니다.”그 한마디의 칭찬이 연기준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인경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은 점점 달라지더니 넓은 마차 안에서는 다시금 숨결이 얽히는 소리가 들려왔다.한 시진 뒤, 마차는 능지국 도성의 한 저택 앞에서 멈췄다.서인경은 연기준의 품에 안긴 채 마차에서 내렸다. 붉게 부풀어진 입술을 숨기는데 급급했던 그녀는 그의 목에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반면, 연기준은 단정히 옷매무새를 정리한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롭게 그녀를 안고 들어갔다.봉한설은 두 사람만 내리는 걸 보고 급히 마차의 발을 젖혔다. 안에는 꼬막이가 잠든 채 곤히 누워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이의 입가에는 아직 하얀 젖 자국이 남아 있었다.그 광경을 본 봉한설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꼬막이를 안아 올리며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정말 두 사람은 자기들밖에 모르는군. 꼬막아, 걱정 말거라. 앞으로는 내가 널 예뻐해 줄게.”연풍은 이미 아이를 위한 방을 마련해 두었다. 연기준과 서인경이 묵을 안채와 같은 뜰 안이었다.그는 봉한설을 데리고 그쪽으로 향했다. 문 앞에 다다르는 순간, 방 안에서는 낯선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멈춰 서서 민망하게 연풍을 바라보았다.그의 귀는 봉한설보다 더 밝아기에 그 소리를 훨씬 선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연풍은 얼굴을 붉혔고 봉한설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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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밤이 깊어지자 연기준은 서인경을 품에 안고 함께 목욕을 마쳤다. 새 옷으로 갈아입힌 그녀를 침상에 눕힌 뒤에야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문을 나서자 언제부터였는지 모를 눈이 다시 내리고 있었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고 하늘 가득 눈송이가 흩날렸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이며 뜰마저 은빛으로 빛났다. 기온은 며칠 전보다 훨씬 더 떨어져 있었기에 연기준은 두툼한 비단 망토를 팔에 걸친 후 눈보라를 헤치며 봉한설의 방 앞까지 걸어갔다. 안에서는 낮잠을 많이 잔 꼬막이가 울고 소리치며 좀처럼 잠에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봉한설과 연풍은 이미 졸음에 겨워 눈을 비비면서도 그 작은 아이를 어찌 달래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둘이 합쳐 나이 사십은 훌쩍 넘었건만 갓 태어난 아기 하나를 두고 손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안고 나오거라.”잠시 후, 봉한설이 아기를 포근히 감싸 들고 나왔다.“아마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꿀물을 타줬는데 전혀 먹질 않아요.”연기준이 아기를 받아들었다. 꼬막이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울음을 뚝 그치더니 입술을 꼭 다물고 금세 억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눈물만 빙그르르 맺혀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꼬막이는 지금 엄마의 젖을 찾고 있었다. 분명 어머니가 있는데 왜 자신에게 꿀물을 먹이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꼬막이는 이미 그 달콤한 물을 질릴 만큼 먹었다.연기준은 낮에 마차 안에서 서인경이 아기에게 젖을 먹이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꼬막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깨달았다.이 자식, 편식을 하는군.그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서인경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연기준은 낮에 보았던 그대로 아기를 그녀의 품 위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꼬막이는 마침내 기다리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연기준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상하게도 질투심이 일었다. 그는 살짝 몸을 숙여 작은 손을 떼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단 1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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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꼬막이는 어디 있습니까?”“벌써 깼다. 네가 자는데 방해될까 봐 한설에게 맡겼지.”서인경은 다급히 말했다.“어서 데려오세요. 어젯밤부터 젖을 못 먹었으니 분명 배가 고플 겁니다.”“어젯밤에 이미 먹었다. 그것도 꽤 많이.”연기준은 예전보다 훨씬 야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너부터 먹거라. 그 애는 조금 굶어도 괜찮다.”서인경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불만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어제 왕야께서도 저를 배불리 먹이지 않으셨으면서 그러십니까? 당신도 성정이 그리 급한데 꼬막이에게 뭐라 할 자격이 있습니까?”연기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내 잘못이다. 한데 내가 어제 물었을 때, 너는 나만 먹고 싶다 하지 않았느냐?”서인경의 머릿속이 하얘졌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연기준은 더 즐거운 표정으로 몸을 숙이더니 그녀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어제는 네가 내게 매달렸다. 내가 멈추려 하니 울기까지 하던데. 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내가 다시 상기시켜 주면 되니까.”그러자 서인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입 다무세요!”연기준이 멈췄기 때문에 운 것이라고? 말도 안 된다. 그녀가 운 이유는...하지만 그 생각이 떠오를수록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연기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 그는 웃음을 참지 못했고 지금이라도 다시 그녀를 품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그때, 병풍 밖에서 식탁을 준비하는 연풍의 기척이 들려왔다.서인경은 황급히 그를 밀어내며 옷을 챙겨 입었다.“경고하겠습니다. 앞으로 이러면 진짜 화낼 겁니다.”진심으로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의 그녀는 연기준을 향한 애틋함이 어느새 마음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가 조금만 다가와도 그녀는 도무지 버텨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입으로라도 단호히 말해야 했다.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였으니까.그러나 마음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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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봉한설은 서인경을 따라 병풍 뒤로 가서 꼬막이에게 젖을 먹였다. 연풍은 문 앞에 멈춰 서서 즉시 연기준에게 고했다.“왕야, 왕비 마마를 찾았다는 소식이 이미 밖에 퍼졌사옵니다. 곧 경성까지 전해질 것이옵니다.”연기준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는 일어나 옆 탁자에 올려둔 서신 한 통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대외적으로는 이렇게 알리거라. 상왕비는 죽음의 고비를 넘겼고 서 노장군은 설산에서 전사했다고 말이다.”연기준은 그 서신을 연풍에게 건넸다.“서 노장군은 본왕을 도와 능지국의 침입을 막기 위해 협력하다가 설산에서 순국하셨다. 이건 본왕이 직접 쓴 상주문이니 폐하께 올려 충용 호국대장군으로 추증해달라 전하거라.”연풍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살짝 떨렸다. 이것이야말로 왕야가 서 가에 줄 수 있는 마지막 체면이었다. 진국의 충렬 가문이었던 서 가는 결국 이름을 숨기고 살아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을 기다리는 건 더 처참한 비극뿐이었다. 방 안에 있던 서인경과 봉한설도 바깥의 대화를 들었다. 그녀는 서인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왕비 마마, 왕야께서는 정말 왕비 마마를 사랑하십니다.”서인경은 고개를 숙여 꼬막이가 힘껏 젖을 빠는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그때, 그녀의 가슴 한구석의 부드러운 부분이 살짝 흔들렸다. 서인경은 믿을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전생에 자신의 집안을 멸문시키고 자신을 가두어 죽음으로 몰아넣은 그 남자라니.그러나 서 가의 멸문은 서인경 자신의 눈으로 본 일이었다. 그날의 피비린내 나는 광경을 그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전생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연기준은 그런 짓을 했던 걸까? 혹시 자신의 이 환생과 시공을 넘은 기이한 운명이 이 세상의 흐름을 바꾼 것일까?꼬막이가 배불리 먹고 나자 서인경은 옷매무새를 고쳐 입고 꼬막이를 안은 채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막상 일어나려는 순간 배 쪽이 찌르듯 아파와 그녀는 신음을 삼켰다.“읏!”서인경은 거의 꼬막이를 떨어뜨릴 뻔했다. 봉한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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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호청은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뜨더니 황급히 자신의 수염을 감쌌다.“왕비 마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제가 일부러 놀래키다니요... 왕비 마마의 병세가 심각한 건 사실입니다. 아이를 낳은 뒤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긴 병근이지요.”그 대답에 연기준의 얼굴은 더욱 싸늘해졌다. 그는 서인경이 눈 보라치는 설산 속에서 어떤 나날들을 견뎌냈는지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녀의 마음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예전부터 들었었다. 산후에 병근이 들면 평생을 두고 앓는다고.설마 자신도 그 불운한 부류가 되는 것일까? 나이 들어 비라도 내린다면 온몸이 쑤시고 저리게 되는 것일까?꼬막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 그녀의 걱정은 달라졌다. 이제는 오래 살지 못할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지 못할까 두려웠다.호청은 말을 마치며 슬그머니 연기준을 곁눈질했다. 그 시선을 느낀 연기준은 곧바로 눈길을 돌려 호청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는 즉시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이었다.“그리고 왕야께서는 절제하셔야 합니다!”서인경은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 얼굴을 붉혔다.연기준은 태연하게 서인경의 손을 감싸 쥐며 담담하게 일렀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몸을 완전히 회복시키거라.”호청은 두 손을 비비며 난처한 얼굴로 서인경을 바라보았다.“그게 말입니다... 왕비 마마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왕비 마마의 약재는 제가 처방한 것보다도 백배는 더 효험이 있습니다. 왕비 마마, 설산에 계실 때 몸이 불편한 걸 못 느끼셨습니까?”서인경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아이를 낳은 첫 달은 설장로의 오두막에서 보냈다. 설장로는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기에 산모가 찬 기운을 피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도 몰랐다. 그리고 서인경 또한 하루하루 설산을 빠져나갈 궁리만 하느라 자신을 돌볼 틈이 없었고 봉한설은 이런 일에 더더욱 문외한이었다.그러다 벼랑 아래로 떨어진 뒤엔 산속 동굴에서 생활했다. 심지어 호롱이를 구하느라 깊은 바다 속에서 헤엄쳤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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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연기준은 다시 서인경의 머리를 눌러 자신의 품에 파묻었다.“그분들은 모두 안전하다. 더 이상 걱정하지 말거라.”그러나 서인경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머릿속에 전생의 장면이 스치자 그녀는 연기준의 손을 뿌리치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당신, 저한테 거짓말하지 마십시오! 또다시 저를 가두거나 제 가족을 해친다면 예전처럼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겁니다. 필사적으로 끝까지 싸울 거란 말입니다. 당신과 저, 둘 다 끝장나도 상관없습니다!”연기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본왕이 언제 너를 가둔 적이 있느냐? 그리고 또 언제 너의 가족을 해한 것이냐? 지금까지 본왕을 믿지 못한 이유가 그 때문이었느냐?”전생의 일을 다 설명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억울한 듯 고개를 빳빳이 들고 단호히 말했다.“네!”연기준은 허탈하게 웃었다. 그토록 많은 걸 해주었건만 이 여인은 여전히 자신을 믿지 않았다. 정말로 길들일 수 없는 늑대 같았다.그는 손바닥으로 서인경의 목덜미를 눌러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숨결이 맞닿자 연기준은 어제처럼 다시 그녀를 거칠게 삼켜버리고 싶었다.“아무 생각도 하지 말거라. 몸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누구도 만나지 못할 줄 알 거라.”서인경의 얼굴에 잠시 빛이 스쳤다.“그럼 제가 몸을 다 회복한다면 할아버지와 고모를 볼 수 있는 겁니까?”연기준은 그녀를 놓고 다시 예전처럼 냉정하고 오만한 표정으로 돌아갔다.“너의 태도에 달렸다.”너무나 익숙한 표정에 서인경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연기준의 옷자락을 손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할아버지와 고모를 보려면 빨리 몸을 회복해야겠지요. 한데 말입니다. 당신은 제가 이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설산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습니까?”연기준은 대답 대신 손을 뻗어 서인경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꺼냈다. 그 위에는 피방울 같은 혈적자 외에도 새로 추가된 용두반지가 달려 있었다. 그는 이미 어제 그것을 보았다.“잘 숨기거라. 절대 외부에 들키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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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서인경과 연기준은 그제야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이번에 서인경은 떳떳하게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아기의 옷과 음식, 잠자리와 살림살이까지. 한 수레 가득한 짐은 모두 약왕곡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는 연기준 앞에서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없었다.길 위에서 서인경과 연기준은 넓고 따뜻한 마차 안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꼬막이가 있었다. 그는 이제 겨우 두 달. 작고 여린 몸으로도 수다스러움은 남달라 하루 종일 웅얼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뱉었다.그 작은 입이 잠잠해지는 순간은 단 네 번뿐이었다.잘 때, 응가 할 때, 오줌 쌀 때, 그리고 배고플 때!마차가 능지국의 경성을 떠나 반나절쯤 달렸을 무렵 꼬막이는 이미 앞의 세 가지를 전부 해냈다.연기준이 기저귀를 갈아주자 작은 녀석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며 애처롭게 서인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익숙하게 옷깃을 풀기 시작했다. 기저귀를 버리고 돌아온 연기준은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참... 이놈은 한순간도 가만히 있질 않는구나.”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질투가 섞여 있었다.“이미 경성에 전갈을 보냈다. 부관에게 젖먹이는 유모 몇을 구해두라 했으니 앞으로 너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작은 녀석은 그 말을 알아들은 듯 입을 더 세게 오물오물거렸다.서인경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꼬막이의 부드러운 뺨을 톡 건드렸다.“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키우고 싶어요. 전 할 수 있습니다.”연기준의 시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불만은 점점 더 짙어졌다. 작은 손이 옷을 꽉 잡고 힘을 주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도 서인경을 거칠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다면 곧바로 힘을 풀었는데 이 조그만 녀석은 이리도 세게 매달리다니... 게다가 이 상황에서 서인경은 그저 다정하게 미소만 지어줄 뿐이었다.생각할수록 속이 뒤틀렸다.서인경의 온 신경은 아기에게 쏠려 있었다.“부관한테 아기용 흔들 침대를 하나 준비하라고 하십시오. 저희 방 안에 두고 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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