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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거슬러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591 - チャプター 600

722 チャプター

제591화

세 명의 유모는 마침내 해방된 사람들처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꼬막이를 건네고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그는 부모가 돌아온 걸 보자 금세 귀족병이 싹 나은 듯했다. 세워서 안아 달라거나 방 안을 왔다 갔다 해달라거나 노래를 들려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의 품에 얌전히 누워 마치 아첨이라도 하듯 해맑게 웃을 뿐이었다.봉한설은 그런 꼬막이의 이중적인 모습에 혀를 찼다.“왕비 마마, 꼬막이는 겨우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요령이라도 생긴 겁니까? 아까까지만 해도 이건 싫다 저건 싫다 하며 칭얼대더니 이제 와선 아무 소리도 하지 않는군요!”그녀의 푸념에 서인경은 웃으며 말했다.“성깔이 좀 있어야 상왕의 아들이지.”봉한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틀린 곳 하나 없었다.성깔이며 고집이 센 것까지, 꼬막이는 자기 아버지를 그대로 꼭 빼닮았다.아기의 목욕 시간이 되자 봉한설이 손을 걷어붙였다.그 모습에 연기준은 그녀를 가로막으며 입을 열었다.“너도 이제 쉬거라. 내가 하마.”봉한설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왕야께서는 아직 서툴지 않습니까? 목욕은 왕비 마마와 제가 함께 시키면 됩니다.”지금껏 꼬막이의 목욕은 늘 서인경과 봉한설의 몫이었다. 연기준이 도맡아 하지 않은 건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 위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였다. 그때는 따뜻한 물도 금세 식었기에 혹여 서툴게 다루었다가는 아이가 감기에 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침실 뒤편에는 온천실이 이어져 있었는데 이건 그가 경성으로 돌아오기 전에 미리 하인들에게 손봐 두라고 한 것이었다. 온도는 늘 일정했고 방 안은 포근했기에 하룻밤을 꼬박 거기서 보낸다고 해도 춥지 않을 정도였다.연기준은 봉한설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꼬막이를 안은 채 그대로 온천실로 향했다.봉한설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괜스레 서운해졌다. 매일 밤 꼬막이의 목욕은 그녀의 하루를 마무리 짓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일이 사라지니 마음 한구석이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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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작은 공원 안에서, 어린 사내아이는 손만 놓았다 하면 화살처럼 달려 나갔다. 그 아이는 길가에 있는 장난감을 집어 들고 달아나기 일쑤였고 서인경이 아무리 뒤쫓아도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장난감은 죄다 부서졌고 서인경은 하나하나 사과하며 값을 물어줘야 했다. 마침내 겨우 그 아이를 붙잡아 집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아이는 여전히 놀고 싶었는지 온몸으로 반항했다.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서로의 머리채를 잡고 싸웠고 서로의 얼굴을 긁으며 난리가 났다. 서인경은 온 힘을 다해 아이를 간신히 들쳐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그때의 악몽을 지금까지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결국 그녀는 자기 외조카를 호되게 혼내 주었고 세 손가락을 치켜들고 언니와 형부, 그리고 부모님 앞에서 맹세했다.“앞으로 이 집엔 꾸러기랑 저, 둘 중 하나만 있어야 합니다!”지금 꼬막이를 볼 때마다 그때 공원 한복판에서 외조카와 서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싸우던 그 수치스러운 장면이 눈앞에 생생히 떠올랐다.정말… 너무 창피했다.그녀는 문득 결심했다. 앞으로 아이를 누가 맡아 기를지는 미리 연기준과 합의를 봐야겠다고. 망신당하는 일은 이제 그의 몫으로 돌려야 했다.온천 한가운데서 연기준은 꼬막이와 잠시 장난을 치다가 아기가 졸기 시작하자 조심스레 수건으로 감싸안고 밖으로 나갔다.아버지와 아들이 나가자 서인경은 옷을 벗고 온천으로 뛰어들었다. 이곳의 온천수는 약왕곡의 피로를 풀어주는 샘물과는 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물가에 몸을 기댄 채 언젠가 시간을 내어 이 물을 약왕곡의 샘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좋은 건 함께 나눠야 하니까.그녀가 눈을 감고 한껏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 문득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연기준도 물에 들어와 그녀 곁에 앉았다. 시야가 탁 트이자 연기준의 눈에는 수면 아래의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의 시선이 조금 가늘어지고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다 씻으면 바로 나가거라. 감기 들면 안 된다.”서인경은 그 말뜻을 알아듣고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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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일이었다. 서인경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조급하기만 했다.전생의 기억대로라면 황제는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만약 정말 대황자가 즉위하게 된다면 한때 그와 겨뤄볼 만한 실력을 지녔던 열다섯 째 황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는 서 가의 잔당이자 상왕부와 연이 있는 자인데...열다섯 째 황자에게는 이모가 전부였다. 서인경은 그 아이를 결코 위험에 빠뜨릴 수 없었다.“그럼… 다른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그 아이도 죽은 척하고 고모와 할아버지 곁으로 보내는 건 어떻습니까?”그 말에 연기준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그 역시 이 방법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숙귀비의 시신이 경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불에 타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그리고 서 노장군의 유해도 끝내 찾지 못했지. 그런 상황에서 폐하가 그들의 죽음을 믿은 이유는 단 하나, 열다섯 째 황자 때문이다. 황제는 숙귀비가 사랑하는 아들을 홀로 궁에 남겨두고 떠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을 테지. 한데 이 와중에 열다섯 째 황자까지 사라진다면 폐하께서는 반드시 의심하실 것이다.”서인경은 그 말의 이치를 잘 알고 있었으나 마음속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도무지 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자 그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연기준이 그녀 쪽 이불을 들어 올리며 파고들었다. 그는 서인경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지금은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다. 본왕은 이미 후궁 쪽에 사람을 심어 두었으니 그 아이를 안전하게 지킬 것이다.”하지만 서인경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왕야께서는 모르십니다. 폐하께서 살아 있는 동안은 괜찮겠지요. 한데 만약 그분이 세상을 떠난다면 그때는 후궁 안에서 열다섯 째 황자를 지켜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그 아이는 아직 너무 어리고 어머니와 친척들을 잃은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습니다. 한데 그런 아이를 그 외롭고 잔혹한 곳에 혼자 남겨두어야 한다니... 전 불안합니다.”연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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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황궁 안.어서재에서 멀지 않은 작은 화원에서, 열다섯 째 황자는 이른 아침부터 다섯 살 난 열일곱 째 황자와 세 살 된 열여덟 째 공주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숙귀비가 변을 당한 이후로 궁중의 많은 빈비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열다섯 째 황자와 멀리 떨어져 지내라고 신신당부했었다.후궁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황후는 숙귀비를 달가워하지 않았고 태황태후와 서 가는 오래된 앙금이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궁중의 빈비들은 혹시라도 열다섯 째 황자가 화를 입으면 그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두려워 하나같이 그 아이 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그런 가운데서도 오직 열일곱 째 황자와 열여덟 째 공주의 어머니인 신비만은 전과 다름없이 그를 대해주었다.신비는 알탄 초원의 부족에서 온 공주였다. 알탄 초원은 진국의 동북쪽에 위치해 있었고 진국의 국토와 인접한 거대한 속국이었다. 진국이 존재하는 한, 아무도 알탄을 침범할 수 없었고 알탄이 있는 한, 아무도 진국의 동북을 넘보지 못했다.두 나라는 수백 년간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는데 그 관계를 지탱해 준 것은 양국의 실력이 아니라 대대로 이어진 화친이었다.황제의 후궁 가운데에도 알탄 출신의 빈비가 여럿 있었고 황제의 여러 자매와 공주들 또한 알탄으로 시집가 그곳에서 가문을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후궁 내에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알탄 출신은 바로 신비였다.강력한 친정 세력을 등에 업고 있었기에 늘 제멋대로였고 어떤 권세에도 두려움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으며 심지어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황제마저 그녀를 섣불리 건드리지 못했다. 지금처럼 말이다.숙귀비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사실이 신비의 마음을 건드렸고 고아처럼 남겨진 열다섯 째 황자가 너무 안쓰러웠다. 태황태후와 황후가 그를 싫어하든 말든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두 남매의 손을 잡고 열다섯 째 황자를 찾아가 놀게 했다.오늘도 열다섯 째 황자는 남매를 데리고 어서재 근처의 화원에 와 있었다. 세 아이가 한창 놀고 있을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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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이 아이는 어느 댁의 자식이기에 이렇게 사랑스러운 것입니까?”연기준이 살짝 다리를 들어 올리며 손끝으로 그 작은 덩어리를 가볍게 안아 올렸다.“폐하의 열여덟째 공주다.”그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공주가 이토록 어린데 돌보는 유모나 태감이 한 명도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선을 아무리 돌려봐도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인공산 뒤쪽에서 크고 작은 두 개의 머리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연기준은 공주를 품에 안은 채 인공산을 돌아 그 둘 앞에 섰다.열다섯 째 황자는 열일곱 째 황자의 손을 꼭 잡고 바르게 서 있었다.“황숙, 송구합니다. 제가 황숙을 찾는 걸 다른 사람이 보게 된다면 곤란할 것 같아 부득이하게 열여덟 째 누이를 보낸 것입니다.”연기준은 고개를 내려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냐?”열다섯 째 황자는 먼저 열일곱 째 황자와 열여덟 째 공주를 옆으로 보내어 놀게 한 뒤 조용히 연기준 곁으로 다가와 속삭였다.“몇 가지 일은 이모께서 걱정하실까 봐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황숙께서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주 끔찍하게 다친 듯 보이지만 즉사하지는 않는 독약을 구해주셨으면 합니다.”그러자 연기준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그걸 어디에 쓰려는 것이냐?”열다섯 째 황자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황숙. 어리석은 짓을 할 생각도 없고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생각도 없습니다.”연기준의 매서운 시선이 그를 꿰뚫었다. 그 눈빛에 열다섯 째 황자는 잠시 숨이 막혀 주춤거렸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더는 버티지 못하고 진심을 털어놓았다.“태황태후의 궁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육계(苦肉计:고통스러운 상처를 스스로 몸에 입히는 계책)를 쓰려 합니다.”연기준은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어린 나이에 이미 자신의 몸을 미끼로 삼을 계책을 세우다니.“태황태후께서 너를 힘들게 하는 것이냐?”열다섯 째 황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나이에 어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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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너 혼자서 이 둘을 데리고 나온 것이냐?”연기준의 물음에 열다섯 째 황자는 고개를 저으며 열 걸음쯤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이 두 아이는 사람이 많을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신비 마마께서 사람을 보내시면 항상 이렇게 멀찍이 떨어져 있지요.”연기준은 시선을 그쪽으로 옮겨 확인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일렀다.“조심하거라. 지금 네 일거수일투족은 수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저 둘의 움직임 또한 마찬가지다. 너도 아직 어린데 이 두 아이를 어찌 감당할 수 있단 말이냐?”열다섯 째 황자는 그의 말뜻을 곧바로 이해했다. 조그만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스치더니 고개를 재빨리 끄덕이며 대답했다.“명심하겠습니다. 아홉 째 황숙,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이곳은 오래 머물기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연기준은 말을 마치고 열여덟 째 공주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자리를 떴다.몇 걸음 나아가자, 마침 한 대신이 반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왕야께서는 국사에 여념이 없으실 텐데 이렇게 한가히 아이들과 놀 시간도 있으셨습니까?”그러자 맹경운이 재빨리 말을 받았다.“별수 있겠습니까? 열여덟 째 공주께서 우리 왕야를 보고 한눈에 반해 바로 매달리셨습니다. 그토록 귀여운 공주가 안아달라 조르는데 누가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대신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정말로 열여덟 째 공주가 그 자리에 서서 연기준을 향해 아쉬운 손짓을 하고 있었다.그 옆에서는 열다섯 째 황자와 열일곱 째 황자가 모르는 체하며 고개를 숙이고 공을 차고 있었다. 연기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먼지도 없는 옷자락을 털어냈다.“본왕의 집에 막 아이가 태어나서 요즘 아이들에게 흥미가 좀 생겼을 뿐이다. 이 대인,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는 것이냐?”대신은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아닙니다, 아닙니다! 듣자 하니 왕야께서는 작은 세자를 얻으셨다지요. 아직 축하도 못 드렸습니다. 돌아가면 반드시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세자 저하께 드리겠습니다.”연기준은 앞을 바라본 채 발걸음을 옮겼다.“다음에 공주가 태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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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신비는 열여덟 째 공주를 품에 안고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열다섯 째 황자를 바라보았다.“너의 어머니와 본궁은 늘 사이가 좋았다. 그러니 그분의 아들을 본궁이 조금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지. 본궁이 태황태후께 청을 올려 너를 이리로 데려올 수도 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다.”열다섯 째 황자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숨조차 멎을 만큼 긴장되었다. 태황태후의 침전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가 계획한 일들은 쉽게 진행할 수 있을 터.“신비 마마, 말씀하십시오.”신비는 미소를 거두고 또렷하게 말했다.“본궁이 원하는 건 단 하나이다. 언젠가 네가 그 자리에 설 기회가 온다면 열일곱 째 아우를 친왕으로 봉하고 서북의 봉지를 하사하거라. 그리고 우리 모자를 후궁 밖으로 내보내어 자유롭게 살게 하면 된다.”그녀는 이미 이 후궁이라는 새장 속 생활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녀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서북에 있었다. 죽는 한이 있어도 그녀는 그 땅에서 죽고 싶었다.궁에 처음 들어왔을 때 만약 숙귀비가 곁에서 함께 견뎌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진작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열다섯 째 황자는 예상치 못한 제안에 깜짝 놀랐다. 신비는 자신이 황위를 노린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바라는 대로 무릎을 곧게 세우고 정중하게 맹세했다.“신비 마마, 저 연무성은 하늘에 맹세합니다. 앞으로도 열일곱 째 아우와 열여덟 째 누이를 친형제처럼 아끼고 지킬 것입니다. 만약 언젠가 폐하 앞에서 당당히 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반드시 열일곱 째 아우에게 봉지와 친왕의 작위를 청해드리겠습니다. 만약 이 약속을 어긴다면 저는 평생 지옥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신비의 눈썹이 미묘하게 움직였다.“넌 그 자리를 갖고 싶지 않느냐?”소년의 얼굴은 단단하게 굳어있었다.“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때 말씀하셨습니다. 황위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니 욕심내지 말라고요.”신비는 고개를 저었다.“네가 바라지 않는다 해도 탐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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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신비는 미소를 띠며 곧장 말을 꺼냈다.“황자와 공주는 한창 장난이 심할 때라 신첩이 혼자서 감당하기 벅차옵니다. 다행히 두 아이가 열다섯 째 황자를 좋아하니 신첩은 폐하께 부탁드리고 싶사옵니다. 열다섯 째 황자를 신첩의 궁으로 보내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게 어떻겠사옵니까?”황제는 그 말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열다섯 째 황자를 두고 태황태후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그냥 날마다 네 궁으로 가서 아이들과 놀게 하면 되지 않느냐? 굳이 옮겨야 하는 것이냐?”그러자 신비가 입을 삐죽였다.“그게 어찌 같겠사옵니까? 열다섯 째 황자는 오늘도 허겁지겁 돌아갔사옵니다. 혹여 태황태후의 침궁 문이 잠겨 열어줄 사람이 없을까 봐 그런 것이지요. 그 아이는 태황태후 궁에서 숨죽이며 지내고 있사옵니다. 숙 언니와 함께 지낼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요. 그 아이가 점점 예민해지고 말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다는 걸 폐하께서는 정말 모르시겠사옵니까?”황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요즘은 확실히 짐과도 거리가 생겼다.”그 말에 신비가 곧바로 불을 지폈다.“그건 폐하께서 황자를 충분히 돌보지 않으셨기 때문이옵니다. 폐하께서는 숙 언니와 그 아이의 침궁을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셨지요. 그 아이 입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어찌 원망이 없겠사옵니까? 어쩌면 이미 폐하께서 자신을 아들로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요.”신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황제의 마음속 죄책감을 부추겼다. 그는 점점 더 숙귀비와 열다섯 째 황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태황태후의 궁은 그가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신비의 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애비의 말이 옳다! 내일 바로 태황태후와 이 일을 상의하마. 앞으로 열다섯 째 황자는 너에게 맡기겠다.”신비는 미소 지으며 황제의 용포 매듭을 풀었다.“신첩이야말로 폐하께 감사드려야지요. 아이를 돌봐 줄 든든한 조수가 생겼으니 말이옵니다. 폐하께선 모르시겠지만, 요즘 열일곱 째 황자와 열여덟 째 공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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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연기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열다섯 째 황자는 오늘 새벽 조정에서 이미 폐하께 아뢰었고 폐하께서는 허락하셨다. 내일 내가 사람을 보내 궁문에서 황자를 데리고 갈 것이다.”비록 열다섯 째 황자가 아직 궁에 남아 있었지만 태황태후의 궁에서 신비의 궁으로 옮겨간 이상 먹고 입는 걱정은 덜 수 있었다. 덕분에 서인경 역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다만...“태황태후와 황후께서는 어찌하여 그 일을 허락하신 겁니까? 반대하지는 않으셨습니까?”연기준은 우아하게 식사하며 꼬막이와 서인경의 밥도 함께 챙겨 주었다.“숙귀비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태황태후의 원망도 절반은 사라졌다. 열다섯 째 황자가 아무리 밉다 해도 결국은 황실의 피를 이은 아이이지 않느냐? 그러니 목숨을 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태황태후께서도 그 아이를 곁에 두면 오히려 신경만 쓰이니 차라리 신비에게 맡기는 편이 훨씬 좋다고 생각했을 테지. 그리고 황후의 입장을 놓고 보아도 반대할 일은 없다. 황자가 여전히 후궁 안에 있는 한 자신의 통제권 아래에 있으니 큰 파란을 일으키진 못할 거라 판단했을 것이니.”결국 모든 것은 숙귀비와 서회윤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이 더는 서 가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었다.세 식구가 막 식사를 마쳤을 때 황제의 성지가 도착했다.닷새 뒤, 새로운 귀비가 입궁하여 봉호를 받는다는 소식이었다. 이는 남경과 북경 전투의 승리 이후 후궁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경사였다.새 귀비라니? 단은설을 말하는 건가?서인경은 거의 그녀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연기준은 서인경이 그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성지를 연풍에게 건네고는 꼬막이 곁으로 돌아와 앉았다.“가기 싫으면 내가 폐하께 아뢰겠다.”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가야지, 왜 안 가겠습니까? 딱 좋습니다. 전 그 잘난 척하는 꼴을 직접 봐야겠어요.”연기준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없는걸 보고서야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방금 전까지 그는 서인경이 또다시 자신과 단은설 사이에 있었던 일을 물고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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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꼬막이는 정말 그 말을 알아듣고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그 모습에 서인경은 그때의 꿈이 떠올랐다. 어쩌면 꼬막이가 정말로 말을 알아듣는 걸지도 몰랐다.어느새 방 안에는 선물들로 가득 쌓였다.맹은영은 하나하나 들며 꼬막이와 서인경에게 보여주었다.“이 옷은 저희 어머니께서 직접 지으신 겁니다. 촉감이 부드럽고 편안하지요.”“이 호랑이 머리 신발은 저희 큰형수님께서 직접 만드신 겁니다. 밑창을 여러 겹 덧댔으니 발이 아플 일은 없을 테지요.”“이 모자는 저희 둘째 형수님의 작품입니다. 지금 임신 중이라 똑같은 걸 두 개나 만들어 놓으셨어요. 품질 하나는 제가 보장할 수 있습니다.”“이 나무 장난감 검은 저희 셋째 오라버니께서 어릴 때 쓰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오라버니께서 다시 다듬으셨기에 더 튼튼할 겁니다. 갖고 놀기도 재밌으니 나중에 꼬막이가 크면 분명 좋아할 거예요.”“이 이불은 저희 외삼촌께서 새로운 솜으로 만드신 건데 아주 따뜻합니다!”맹은영이 하나하나 소개할 때마다, 서인경은 아기 침대에 팔을 괴고 기대어 꼬막이의 반응을 살폈다. 아이는 맹은영의 말을 들으며 방긋 웃어댔다. 마치 전부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봉한설이 밖에서 돌아왔다. 그녀는 방 안 가득한 물건들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그 아이는 맹국공부의 온 집안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그 모습에 맹은영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서인경은 그 모습이 너무나 웃겼다.그녀는 두 사람과 함께 물건들을 새로 들인 장롱에 차곡차곡 넣어 두기 시작했다. 그건 연기준이 사람을 시켜 새로 만든, 꼬막이의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장롱이었다.아직 덩치는 작았지만 그들이 경성으로 돌아오기 전부터 장롱의 절반은 이미 꼬막이의 물건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맹은영이 가져온 갖가지 용품들까지 덧대니 장롱은 가득 차버렸다. 이제 꼬막이의 물건은 서인경과 연기준, 두 어른의 물건보다 훨씬 많았다. 모든 걸 다 정리하고 다시 돌아와 보니 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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