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 대장공주가 두툼한 장부를 펼쳐 들었다.“지난 십오 년간, 진국 동쪽 경계의 열다섯 개 성은 해마다 흉년이 들었습니다. 백성들은 입에 풀칠조차 못 하고 삶은 도탄에 빠졌지요. 이것은 그동안 진국이 요동에 빌려 간 구휼 양식의 내역입니다. 쌀 백만 섬, 채소 오십만 근, 돼지, 소, 양 고기 삼십만 근. 모두 진국 호부의 서명과 날인이 찍혀 있습니다. 오늘 본궁은 요동 황제의 명을 받아 진국이 이를 전부 상환하기를 청합니다.”대전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놀랐는지 셀 수가 없었다.동쪽 변경의 수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은 모두 들은 바 있었다. 그러나 요동에서 양식을 빌려야 할 만큼 심각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없었다.한때 요동은 변방의 황량한 땅이었다. 생활은 궁핍했고 제도조차 미비했다. 그곳의 도성조차 진국의 작은 현 하나보다 풍족하지 못했다.금수 대장공주가 시집가지 않았다면 요동은 지금도 오랑캐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터였다.그런데 이게 어찌 가능하단 말인가?호부의 노상서 유문산만이 침묵하고 있었다.대황자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 애경, 이 일이 사실이냐?”유문산이 한 걸음 나와 고개를 숙였다.“대황자께 아뢰옵니다. 이 일은 분명 신의 손을 거쳤습니다. 선제의 뜻이었지요. 당시 선제께서 막 즉위하셨을 무렵, 열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조정 안팎으로 붕당이 갈라져 내우외환이 극심했습니다. 이 사실이 퍼질 경우, 뜻을 품은 자들이 이를 빌미로 동쪽을 흔들 수 있었으니 큰 혼란이 일어날까 우려하셨지요. 민심을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 선제께서는 신에게 비밀리에 요동으로 가서 양식을 빌려오라 명하셨고 외부에 알리지 말라 하셨습니다.”유문산의 입에서 직접 인정이 나오자 대황자도 부정할 명분이 사라졌다.다만 그는 금수 대장공주를 바라보았다.“부황의 빚이라면 자식이 갚는 것이 도리입니다. 다만 짐이 막 정사를 맡은 터라 아직 정리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황고모께서 며칠만 기다려 주신다면 반드시 답을 드리겠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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