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은설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 남은 칼자국 하나하나는 황제가 피를 마셔 병을 다스렸다는 살아 있는 증거였다.황제는 단은설이 이 자리에 나타나는 것을 결코 허락할 수 없었다.자신의 병세, 피를 마셔 연명해 온 사실, 그리고 장생불사 약을 만들고 있다는 비밀, 그 어느 하나도 세상에 드러나서는 안 됐다.그 생각이 미치자 황제의 눈빛은 서늘하게 식어 갔다. 단은설도, 자신의 병을 아는 자들도, 장생불사 약을 제조하던 태의들까지 모두 없애야 할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서인경은 이미 그 속내를 읽고 있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단은설의 이름을 꺼낸 것이다.단은설은 황제를 등에 업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 힘으로 자신을 벼랑 끝에 세웠다고 생각했겠지.그렇다면 이제 그 힘이 돌아서는 기분을 직접 맛보게 해 주면 된다.서인경은 더는 밀어붙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물러선 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첫 번째 증거를 폐하께서 막으셨으니 그럼 두 번째 증거를 말씀드리죠.”그녀는 소매 속에서 노란 빛의 패를 꺼냈다.“상왕부에 불이 났던 그날 밤, 방화를 시도하다 붙잡힌 자에게서 떨어진 물건입니다. 황실 전용의 패더군요. 오직 폐하의 명을 받는 호위만이 지닐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합니다. 감히 묻겠습니다, 왜 상왕부에 불을 지르셨습니까? 그리고 왜 유가영을 내세워 새 상왕부를 짓게 하셨습니까? 그 새 상왕부를 통해 진국 무장들의 마음을 거두려 한 일, 성과는 좀 있으셨습니까?”황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말도 안 된다! 그날 짐이 보낸 것은 환관 둘뿐이다! 그런 패는 없었다! 어디서 훔쳐 온 물건으로 짐을 모함하려 드느냐!”서인경이 고개를 갸웃했다. 손에 든 패를 천천히 굴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아… 환관 둘이었군요. 그럼 여쭙겠습니다. 한밤중에 환관 둘을 상왕부에 보내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불이 났고 이상하게도 상왕부 사람들만 타 죽었습니다. 폐하께서 보낸 태의와 상왕부를 포위한 호위들은 멀쩡했고요.”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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