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간을 거슬러: Bab 961 - Bab 970

1117 Bab

제961화

“좋다. 그럼 본왕을 네 허리에 매달아 두거라.”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기준은 서인경의 입술을 덮쳤다.두 사람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다. 궁 안에서는 며칠 동안 숨어 다니며 겨우 숨만 붙이고 지냈기에 긴장과 경계 속에 억눌러 왔던 감정이 이제야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숨이 얽히고 체온이 섞였다. 그리움이 마치 불길처럼 번져 서로를 삼켰다.연기준의 손은 쉬지 않고 서인경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며 마침내 흰 속옷만 남겼다.그는 그제야 입술을 떼어냈다. 이마를 맞댄 채, 거칠어진 숨결 속에 서로의 체취가 가득했다.“가서 씻거라. 씻고 나서 푹 자자꾸나. 기운을 되찾으면… 그때는 본왕이 가만두지 않겠다.”서인경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또 막막하기도 한 그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연기준.”그녀의 눈빛이 단단해졌다.“언젠가 당신이 권력과 지위를 위해 저와 꼬막이, 그리고 제 가족을 해친다면… 저는 반드시 당신을 저와 함께 지옥으로 끌어내릴 겁니다. 저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 잘 생각하세요.”연기준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스쳤다.“아이까지 낳아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다니. 조금 늦은 게 아니냐?”서인경은 잠시 말이 막혔다. 늦은 건 맞았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했다.연기준은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입술을 천천히 눌러 문질렀다.“만약 본왕이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면 네가 손댈 필요도 없다. 본왕이 스스로 지옥으로 가겠다.”그 순간, 서인경은 힘껏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읏...”짧은 숨이 새어나왔다.연기준은 몸을 일으켜 입가를 문질렀다. 손끝에 묻은 피를 보고도 화 대신 웃음이 번졌다.“성질은 여전하군. 힘은 아껴두거라. 밤에 본왕 위에서 쓸 테니.”서인경은 그를 발로 밀어 떨어뜨리고 몸을 돌렸다.“꺼지세요.”연기준은 낮게 웃었다.긴장이 풀리자 서인경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침상 위였다. 베개에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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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2화

연풍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그때, 문밖에서 늙은 관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뢰옵니다, 왕야. 열셋 째 황자께서 뵙기를 청하십니다.”연기준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적당히 둘러대고 돌려보내거라. 상왕부는 사흘간 문을 닫는다. 그 어떤 사람도 들이지 말고, 그 어떤 선물도 받지 않는다.”열셋 째 황자가 온 이유는 뻔했다. 황위를 위해서였다.대황자를 꺾은 이상, 이제 자신을 막을 자는 없다고 여겼을 터였다. 그전까지는 연기준과도 동맹 관계였으니 상왕부와의 관계만 잘 이어가면 자연히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수를 잘못 두었다.잠시 뒤, 관사가 돌아와 공손히 전했다.“저희 왕야와 왕비 마마께서 근래 밤낮으로 분주하여 몸이 쇠하셨고 막 돌아오신 뒤 풍한까지 드셨습니다. 지금은 모두 쉬고 계시니 열셋 째 황자께서는 부디 돌아가시지요.”열셋 째 황자의 손에는 아이 장난감이 한가득 들려 있었다. 세자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부터 그는 계산을 바꾸었다.상왕부에 없는 것은 없다. 어른을 기쁘게 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는 다르다.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마음을 여니까.잠시 실망이 스쳤으나 그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황숙과 황숙모께서 몸이 편치 않으시다면 당연히 쉬셔야지. 이건 내가 유청 아우에게 사온 선물이다. 꼭 전해주거라.”연유청, 꼬막이의 이름이었다.관사는 잠시 멈칫했으나 끝내 두 손을 모은 채 물건을 받지 않았다.“열셋 째 황자께서는 노여워 마십시오. 왕야의 명입니다. 상왕부는 어떤 선물도 받지 않습니다. 부디 그대로 가져가 주십시오.”열셋 째 황자의 얼굴이 굳었다.“아이 장난감일 뿐이다. 값도 나가지 않으니 받아도 황숙께서 뭐라 하시지 않을 것이다.”관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송구하오나 명을 어길 수 없습니다. 늙은 몸, 이 자리 하나 지키기도 쉽지 않으니 부디 저를 난처하게 하지 말아주십시오.”열셋 째 황자는 이를 악물고 돌아섰다.계단을 채 내려서기도 전에, 등 뒤에서 대문이 쾅 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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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상왕부로 돌아온 그는 꿈속에서 또 한 장의 문서를 써내려갔다.화이서였다.서인경의 왕비 자리를 폐하고 그녀를 영원히 유폐한다는 내용.연기준은 꿈속의 자신이 그 글을 적으며 손을 떨고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그건 그의 뜻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그 문장을 끝까지 써내려갔다.그리고 단은설을 맞아들였다. 차가운 눈으로 단은설이 서인경 앞에서 위세를 부리고 그녀의 마지막 자존과 자긍심을 짓밟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서인경은 갈기갈기 찢어진 듯 울부짖었다.“연기준, 내가 한 일 중에 가장 후회되는 건… 당신을 사랑한 거야.”광기에 가까운 모습으로 무너져 내린 그녀를 보며 꿈속의 그는 피가 배어 나올 만큼 세게 손바닥을 움켜쥐었다.상왕부의 두 번째 혼례가 치러지던 날, 궁 안에서는 숙귀비와 열다섯 째 황자가 목숨을 잃었다.그리고 서인경은 흰 비단 끈으로 스스로의 숨을 끊었다.그날 이후, 서 씨 가문의 혈맥은 완전히 끊어졌다.세상은 새로운 황제를 찬양했다. 진국의 화근을 제거했다며, 연기준이 대의를 위해 친정을 베어냈다고 칭송했다. 가히 통곡할 만한 결단이라며 말이다.꿈속의 연기준은 전례 없이 당황하고 있었다.사람들의 찬사 속에서 그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대체 무엇을 저지른 것인가?충신의 가문이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었고 찬란했던 서 씨 가문의 역사도 핏빛과 함께 사라졌다.그날, 진국에는 기이한 이변이 일어났다.유월에 눈이 내렸다.아홉 날 아홉 밤을 쉬지 않고 쏟아진 눈이 진국을 거의 묻어버렸다.한여름이었지만 사람들은 문을 닫고 움츠린 채 혹독한 추위 속에서 아홉 날을 버텼다.먹을 것도, 숨 쉴 여유도 없이 곳곳에 시신이 쌓였다.마치 서 씨 가문의 원혼을 위해 나라 전체가 순장이라도 당한 듯했다.꿈속의 연기준은 울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날 이후,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다.그는 서인경의 시신을 안고 행여 숨이라도 남은 듯 붙들고서 성 밖으로 걸어 나갔다.사람들은 부부의 정을 생각해 그녀를 장사지내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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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4화

연풍은 진방옥의 거처를 정리해 준 뒤, 다시 돌아와 문 앞에 서 있었다.연풍은 고개를 들었다가 문이 열린 것을 보자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는 한 번도 저런 연기준을 본 적이 없었다.언제나 기세등등하고 흔들림 없던 사람이, 지금은 초췌하고 방황하는 얼굴이었다. 심지어 눈빛은 깊이 가라앉아 빛을 잃은 채였다.“왕야… 무슨 일이십니까?”연풍이 다가와 부축하려 하자 연기준은 가볍게 손을 쳐냈다.처마 밖으로 나서자 햇빛이 눈을 찔렀다. 그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 따뜻한 햇살이 어깨 위에 내려앉았지만 가슴 깊이 가라앉은 냉기는 좀처럼 녹지 않았다. 한참 뒤,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연풍.”잠시 멈추었다가 낮게 물었다.“본왕이… 권세를 위해 육친을 버리고 양심을 저버리고 무고한 자를 베고 정실을 짓밟는 간신배로 보이느냐?”말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연풍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왕야, 대체 무슨 말씀을…?”연기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대답하거라.”연풍은 곧장 무릎을 꿇었다.“왕야는 결코 그런 분이 아닙니다.”목소리가 떨렸다.“왕야께서는 늘 천하 백성을 먼저 생각하셨습니다. 저희 같은 부하를 친형제처럼 여기셨는데 어찌 혈육과 왕비 마마를 해치시겠습니까? 첫 전장에 나갔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제 실수로 적의 함정에 빠져 대군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때 왕야께서는 저를 버리고 가셔도 되는데 그러지 않으셨지요. 목숨을 걸고 저를 구해내셨고 그 일로 서 노장군께 공개적으로 꾸중을 들었으며 군장 백 대를 맞으셨습니다. 지금 조정의 무장들 중, 한 번쯤 왕야께 목숨을 빚지지 않은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왕야께서 아니셨다면 진국은 이미 무너졌을 것입니다. 그날 이후 저는 확신했습니다. 왕야는 충의로운 분이며 제가 평생 따를 주군이라고. 다만 왕야께서는 겉모습이 차가워 보여 오해를 사셨을 뿐입니다. 왕비 마마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저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번에 왕비 마마를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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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5화

서인경은 턱을 괴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차라리 온천수도 끌어오지 말지 그러느냐. 혹시 누가 산 위에서 물에 독이라도 타 놓으면 어쩌려고?”어린 하녀는 잠시 멍해졌다. 왕비 마마가 진심인지 누군가를 빗댄 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그러나 서인경은 그저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었을 뿐, 연기준을 겨냥한 말은 아니었다. 지금은 조심해서 나쁠 게 없으니.게다가 그녀에겐 다른 길이 있었다. 약왕곡의 온천수는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불러올 수 있었다.연기준이 주원으로 들어섰을 때, 서인경은 이미 온천에 몸을 담근 채 한껏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밖에서 지키던 하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속삭였다.“왕야, 왕비 마마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아요. 뒷산 온천수는 아직 끌어오지도 못했는데 왕비 마마께서 직접 온천 한 못을 만들어 내셨어요.”연기준은 그 말만 듣고도 물의 출처를 짐작했다.굳이 설명하지 않고 손짓으로 하녀를 물렸다.“밖을 지키거라. 본왕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이지 말거라.”하녀가 물러났다.서인경은 눈을 감은 채 온천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따뜻한 물결에 은은한 약향이 섞여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잠시 눈을 붙인 덕에 기운도 제법 돌아와 있었다.겉으로는 잠든 듯 고요했지만 그녀의 의식은 이미 약왕곡으로 가 있었다.서인경은 지금 네 마리 악어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그들은 그녀가 어떻게 후궁을 빠져나왔는지 궁금해 어쩔 줄 몰랐다. 백 년 넘게 갇혀 있던 곳을 그녀는 며칠 만에 벗어나지 않았던가.그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서인경은 그들의 존경 어린 시선을 한껏 즐기며 궁에서의 영웅담을 열정적으로 토하고 있었다.그 순간, 어딘가 이상한 기운이 스쳤다. 곧이어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약왕곡에서 끌어냈다.눈을 번쩍 뜨자 연기준이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말 한마디 없이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조금의 망설임도, 여지도 없었다.익숙한 숨결이 밀려들고 서인경은 온천 가장자리에 눌린 채 온몸이 저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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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6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연풍 역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그는 줄곧 믿어왔다. 자신의 왕야가 왕비 마마를 배신할 리 없다고.그러나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태상황이 체면도 없이 직접 나서 왕야의 명성을 더럽히기 위해 그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 황위를 빼앗긴 것이 조금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짓이었다.연기준은 그 여자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심지어 얼굴조차 가물가물할 정도였다.다만 그 여자의 행동이 지나치게 단호했다. 마치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는 듯한 기색이 있어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사람을 붙여 감시하거라.”연풍이 고개를 갸웃했다.“왕야께서는… 또 무슨 일을 벌일 거라 보십니까?”연기준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다.“그 여자는 배짱은 있지만 머리가 모자라다. 용기를 쓸 줄을 모르지. 누군가 다시 부추기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연풍은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예.”연기준은 다시 물었다.“후궁 쪽은?”“태황태후께서는 궁으로 돌아오신 뒤 문을 걸어 잠그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계십니다. 유가영의 일도 직접 나서지 않고 유모를 시켜 정리하셨습니다. 후궁 일은 전부 지금의 황태후에게 넘기셨습니다.”황태후. 본래의 황후이자 대황자의 생모였다.연풍이 덧붙였다.“대황자가 황위를 잇지 못하게 된 뒤로, 황태후는 황자를 둔 태비들을 전부 후궁 가장 외진 전각으로 옮겼습니다. 겉으로는 새 황제의 후궁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 했지만 실상은 그들을 조정에서 떼어 놓으려는 듯합니다. 혹여라도 야심을 품고 제 자식을 밀어올릴까 염려하는 것이겠지요.”연기준이 냉소했다.“하선준 집안의 뒷배가 사라지니, 모자 둘의 머리도 함께 사라진 모양이군.”연풍도 의미를 알아듣고 낮게 웃었다.“태황태후께서 예전에 철권으로 후궁을 정리했던 것을 흉내 내려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태황태후에게는 선제의 용두 지팡이와 어사패가 있었습니다. 누가 즉위하든 공손할 수밖에 없었지요. 헌데 그녀에겐 무엇이 있습니까? 태상황은 갑작스레 실권했고 아마 마지막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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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7화

“천주에 있을 때 말입니다. 거기 처녀들은 다 당신 마수에서 못 벗어났다면서요? 매일 밤마다 불붙은 장작처럼 들끓고 하루만 떨어져도 신혼처럼 달아올랐다던데요?”맹은영의 눈이 반짝였다.진방옥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흘겨보았다.그게 본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하지만 맹은영은 멈출 줄 몰랐다.“자세히 좀 말해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불타는 겁니까?”진방옥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어린 처자가 그런 걸 왜 캐묻는 겁니까?”맹은영은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어린 처자면 어때서요? 세상 구경 좀 하면 안 됩니까?”진방옥은 말문이 막혔다.“이렇게 학구열이 넘치는 거, 맹국공과 국공 부인께서는 아십니까?”맹은영은 당당했다.“알면 어때서요? 어차피 전 평생 시집갈 생각이 없습니다. 돼지고기 못 먹어본다고 해도 돼지가 어떻게 달리는지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않습니까?”진방옥은 할 말을 잃었다. 이 시대에 자기보다 더 뻔뻔하고 얼굴 두꺼운 여자가 있을 줄이야. 분명 서인경이랑 오래 붙어 다닌 탓이다. 좋은 건 안 배우고 이런 것만 배운 걸 보면.진방옥은 굳게 닫힌 방문을 향해 눈을 굴렸다.“앞으로 왕비 마마와 좀 떨어져 있으세요.”그 말에 맹은영은 더 발끈했다.“왜 제가 왕비 마마와 떨어져야 합니까? 혹시 여기에 뭐 보물이라도 숨겨놨습니까? 저 떼어놓고 혼자 차지하려고요? 꿈도 꾸지 마세요. 왕비 마마의 보물은 제일 먼저 저한테 올 겁니다. 당신은 순번도 안 돼요.”진방옥은 그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이제 알겠습니다. 왜 왕비 마마가 당신과 친구인지.”맹은영은 속으로 칭찬을 기대했다.‘둘 다 똑똑하고 아름답다’는 말쯤을 준비해두고 있었다.그러나 진방옥이 비죽 웃으며 말했다.“하나는 충분히 똑똑하고, 하나는 충분히 멍청하니까 딱 맞지요. 왕비 마마한테 감사하세요. 당신 머리가 나쁜데도 버리지 않은 걸 말입니다.”맹은영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자신이 욕을 먹었다는 걸 깨달았다.“뭐요? 제가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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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8화

서인경이 곁에 있는데 누가 굳이 말 많은 진방옥을 상대하고 싶겠는가?맹은영은 재빠르게 진방옥 위에서 내려와 곧장 서인경에게 달라붙었다.“왕비 마마, 드디어 깼군요! 진짜 대단합니다. 완전 예언자 같았어요!”눈을 뜨자마자 칭찬을 받으니 서인경은 잠시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묻기도 전에 맹은영이 먼저 터뜨렸다.“유가영 뱃속 아이, 역시 상왕의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왕비 마마께서 상왕을 믿은 게 맞았다니까요!”진방옥은 낑낑거리며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까 맹은영에게 깔렸을 때 진짜로 저세상 갈 뻔했다는 듯 숨을 몰아쉬었다.그가 비웃듯 말했다.“그 아이가 연기준 애라고 믿는 사람이야말로 눈이 삐었지요.”맹은영이 바로 반박했다.“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요!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다는데 상왕께서 중간에 세상 남자들이 한 번쯤은 저지르는 실수 안 했다는 보장이 있습니까?”진방옥은 단호했다.“전 믿습니다. 누구든 가능해도, 상왕은...”그는 검지를 흔들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노, 노, 노.”맹은영이 얼굴을 찌푸렸다.“뭔 소리입니까?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세요! 그렇게 믿는 거 보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기준이 당신 마누라인 줄 알겠습니다.”그 표현에 서인경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녀도 늘 궁금했다.진방옥은 이미 어린 시절 연기준과 뛰놀던 그 ‘진방옥’이 아니다. 현대에서 넘어온 진방옥인데 어째서 그는 그토록 연기준을 믿는 걸까?야랑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렇게 단단한 신뢰가 생긴 것일까?유가영 이야기는 오늘의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맹은영은 후궁에서 들은 소문을 숨 돌릴 틈 없이 쏟아냈다.“그 여자, 진짜 영악합니다! 왕비 마마와 상왕이 손이 비면 분명 자길 찾을 거란 걸 알았겠지요. 그래서 황실 혈통 핑계로 궁에 들어가 태황태후의 보호를 받은 겁니다. 어제 우리 오라버니들을 데리고 갔으면 집 앞에서 막으며 고자질도 못 하게 했을 텐데요!”그러나 서인경은 고개를 저었다.“유가영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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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9화

이번에는 서인경도 잠시 멍해졌다.‘동북 네 성’이라니. 지금은 분명 세 성뿐 아닌가?“어디라고?”진방옥이 태연하게 답했다.“해남.”서인경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됐다. 다친 사람 상대로 따지긴 뭣하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진방옥 곁으로 다가가더니 상처를 하나하나 살폈다.“당장은 안 죽어. 하지만 하루만 더 늦게 치료받았으면 저세상 문턱은 밟았을 거야. 당분간은 은영이랑 힘겨루기하지 마. 저 애 손가락 하나에도 네 목숨이 달려 있어.”맹은영이 그 말을 듣자마자 손가락을 쭉 내밀었다.“진짜요? 한 번 해볼까요?”진방옥은 기겁해 서인경 뒤로 숨었다.“저리 가세요!”맹은영은 손가락을 흔들며 위협했다.“그럼 아까 말한 거 설명해 보십시오. 동북 네성이 뭡니까?”그건 서인경과 진방옥 사이의 비밀이었고 연기준조차 모르는 이야기였다.진방옥은 괜히 우쭐해졌다.“벗 사이의 비밀입니다. 애들은 모르는 거지요.”맹은영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왕야, 들으셨어요? 어떤 뻔뻔한 남자가 왕야 부인과 벗을 하겠다는데요?”서인경과 진방옥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마침 연기준이 마당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구경꾼처럼 웃고 있는 맹경운이 서 있었다.“어머님께서 외삼촌 문병 가신다며 널 찾으셨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것이냐?”맹은영은 벌떡 일어났다.“왕비 마마, 저 먼저 갈게요. 외삼촌께서 요즘 장사 잘된다고 왕비 마마 몫 배당금 많이 모아놨답니다. 가져와서 우리 둘 모두 부자 됩시다!”그녀는 신이 나 달려나갔다.그러자 맹경운도 웃으며 인사했다.“누이를 찾았으니 저도 이만.”그러더니 진방옥의 옷깃을 덥석 잡았다.“호청 의원께서 약 바르라고 하십니다. 갑시다.”“오기 전에 약 발랐...”“아니, 안 발랐습니다.”“잠깐만요! 저 얘기 좀 더...”맹경운은 가볍게 그를 들어 올렸다.“아니, 안 할 겁니다.”절대적인 힘 앞에서 진방옥은 속수무책이었다. 꼬꼬마 병아리처럼 끌려가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서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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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전생의 일에는 분명 연기준조차 모르는 내막이 더 있을 것이다. 그는 반드시 모든 진실을 밝혀내어 서인경에게 마음 놓을 답을 주고 싶었다.갑작스레 끌어안긴 서인경은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이 남자, 갑자기 왜 이렇게 감상적이지?차갑고 오만한 상왕의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혹시… 진방옥이 뭐라고 했습니까?”서인경이 가장 먼저 떠올린 용의자는 역시 진방옥이었다. 이 시대에서 연기준의 사고를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사람은 ‘넘어온 자’인 진방옥뿐이니까.연기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손을 잡고 방 안으로 이끌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의 동향이라 했지? 앞으로는 그를 부에 두어 심심할 때 말동무라도 하게 하거라.”무심한 어투였다. 마치 애완동물 하나 들이는 듯한 말투.막 마당을 나서던 진방옥은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누가 욕하네!”맹경운이 웃으며 말했다.“앞으로 왕비 마마와는 좀 거리를 두세요. 그게 단순히 욕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진방옥은 코웃음을 쳤다.“우린 타향에서 만난 동지입니다. 이 시대에서 서로의 유일한 위로라고요. 상왕이 그게 불만이라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미안하지만 참으라고 하세요.”맹경운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언젠가 쓴맛을 보면 알겠지. 연기준 같은 남자의 선이 어디까지인지.주원으로 돌아와, 연기준은 서인경을 식탁 옆에 앉혔다.곧이어 음식이 차려졌다.모두 장군부에서부터 따라온 사람들이었기에 그녀의 입맛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익숙한 반찬들을 보는 순간, 서인경은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자연스레 식욕이 돌았다.“꼬막이 데려오라고 했습니까?”연기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사람을 보냈다. 막 성주께서 설산 비밀 통로를 통해 지하흑시까지 데려올 것이다. 그곳에서 암위가 인계받아 부로 데려올 테지. 헌데 설산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은 드러나선 안 된다.”일불락이 부활했다는 비밀은 아직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됐다. 연기준의 치밀한 준비에 서인경은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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