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인이 고개를 들자 서인경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처음 보는 얼굴이어야 하는데 가슴 깊은 곳에서 강렬한 익숙함이 밀려왔다.열다섯 째 황자 연무성이 붓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다.그는 남장한 장수를 붙잡고 서인경 앞으로 데려왔다.“누님, 이분은 제 어머니입니다. 비록 얼굴은 달라졌지만 제겐 여전히 가장 소중한 분입니다. 이제 더는 숙귀비가 아닌, 그저 제 어머니, 서은숙입니다.”서은숙.너무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이름.한때는 황제의 여인이었고 후궁의 귀비였던 사람. 그리고 황자의 생모였던 사람이었다.아들의 입에서 오직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서은숙의 가슴이 요동쳤다.그녀는 서인경을 바라보았다. 핏줄로 이어진 가족.눈가가 서서히 젖어들었다.“인경아…”익숙한 목소리.서인경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눈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고모…?”오랜 세월을 돌아 다시 마주한 혈육.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고모, 어떻게 여기 계세요? 언제 돌아오셨어요? 그리고… 얼굴은…”서은숙은 눈물을 훔치고 서인경의 손을 잡아 앉혔다.“남경 전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어.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 절반이 망가졌지. 다행히 지하흑시의 봉 대장로께서 뛰어난 의술로 새 얼굴을 만들어 주셨단다. 낯선 얼굴이었기에 후궁에 숨어들어 황자 곁에 머물 수 있었던 거지.”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서인경은 그 과정이 얼마나 처절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얼굴을 바꾸는 고통. 정체를 감춘 채 살아가는 시간.서인경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목이 메어왔다.“고모, 많이 힘드셨죠…”서은숙은 고개를 저으며 서인경의 눈물을 닦아주었다.“너의 막북 이야기는 다 들었다. 아이를 품고도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아버지까지 구해냈다더구나. 내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은 이렇게 모두 살아 있지 않느냐? 그게 가장 큰 복이다. 이제는 후궁에 얽매인 숙귀비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가족을 희생해야 했던 장군부도 없다. 우리 가족, 다시는 흩어지지 말자.”서인경도 그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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